
표진인이 우리 학교 특강을 왔을 때, 디카로 내 연구실을 몇장 찍었다. 그 중 한 장을 내게 보내줘서 여기 올린다.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개업을 한 진인이는 학생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교수가 대단한 거죠. 전 보증금이랑 임대료 합쳐서 조그만 방 얻었는데, 서민은 돈 받아가면서 넓은 방에 있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신촌의 심장부에 널따란 진료실을 가진 진인이가 ‘부’에서 어찌 나랑 비교가 되겠는가.
-사진을 찍힐 때 내 컨셉은 대충 귀여운 척이다. 바탕이 귀엽지 않은데 귀여운 척만 하니 못봐주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그 표정이 내겐 가장 봐줄만한 표정이다. 약간 놀라는 척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뜬-눈이 작아서 그런 거다-전형적인 포토제닉 포즈.
-전에 회의를 할 때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벽에 붙은 흰 종이들은 다 내가 그린 그림들이다. 참고로 말하면 그림들 중 두장은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 500원씩에.
-내 방은 정말 지저분하다. 외부 인사가 오면 내 방에 못들어오게 하고, 다른 교수가 날 좀 보자고 방으로 간다면 한사코 “제가 갈께요!”라고 말하는 것도 다 그 때문. 사진으로 보니까 좀 나아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어지러워 죽는다.
-왼쪽에 걸린 예쁜 시계는 수니나라님의 작품이다.
-왼쪽 위에 노란 색으로 빛나는 게 물 끓이는 거다. 작년에 우리 병원 십주년 기념으로 하나씩 받았는데, 저걸 이용해서 가끔 컵라면을 끓인다.
-오른쪽 벽에 이효리 사진이 있다. 저 사진, 술집에서 술먹고 나가다 사진이 탐이 나서 달라고 했더니 정말로 줬다. 전에 내 여친이 왔을 때 이효리 사진을 보고 질투를 하기에 단숨에 떼었었는데, 헤어진 다음에 다시 붙였다.
-컴퓨터 프린터는 휴렛 패커드 건데, 뭐가 고장이 났는지 인쇄가 한 장씩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 30장을 뽑는다고 하면 인쇄 설정을 현재면으로 하고 한 장씩 뽑아야 한다. 웬만하면 고칠만도 한데, 뚝심좋은, 사실은 게을러 터진 난 그냥 그렇게 쓴다.
-밑에 보이는 회색 의자는 뒤로 제끼면 제껴지는 편한 의자다. 발 놓는 곳도 따로 있어서 연구실서 자기엔 최적이다. 그래도 낮에 잔다는 게 좀 쑥스러워, 진짜로 잔 적은 두 번밖에 없다.
-컴퓨터 뒤에 검은비님이 그려준 그림이 있다. 내 생각에 굉장한 명화인데, 벽에 걸었다가 못이 워낙 부실해 떨어져 버린 뒤부터는 그냥 책상 앞에 세워 둔다.
-왼쪽에 네모난 물체가 바로 난로다. 원래는 가스로 따뜻하게 하는 건데, 가스가 다 떨어진 지 오래다. 가스를 충전하기엔 내가 너무 게을러 그냥 방치해 뒀는데, 가스가 없어도 위에서 제법 따뜻한 바람이 나오니 꽤 쓸만하다. 아버님이 병환으로 사무실을 정리할 때 업어왔다. 회색 의자와 함께.
뭐, 이만하면 대충 설명이 된 듯하다. 내 목표는 이 방을 오래도록 지키는 거지만, 모르겠다. 8월달에 방을 빼라고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