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러 들어가는 걸 휴가 얻은 셈 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이나 실컷 읽고 나오자는 깜찍한 생각도 했지요
입원 첫날, 가져간 책 하나를 다 읽고나선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이게 아마 수술 다음날 사진일듯... (더블클릭 금지!)
하지만 수술은 수술이더군요
부서진 코뼈조각을 맞추고 코에다 거즈 비슷한 걸 박아놓는 바람에
숨쉬는 건 고사하고 말도 잘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손.
알고보니 전 테니스를 잘못된 폼으로 너무 오래 쳐서
구조적 이상이 와있었습니다
이게 손등을 위로 한 사진인데
scaphoid와 lunate 사이가 너무 벌어져 손 기형이 될 수도 있었다네요
(전문용어로 scapho-lunate dissociation)
앞으로 석달간 깁스를 해야한다니, 앞으론 왼손으로 모든 걸 해야 합니다.

2시반에 수술장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회복실에서 깨어난 건 밤9시 반,
흐트러진 손등뼈를 관절경을 보며 맞추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거죠
수술장 밖에서 기다린 아내가 걱정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마역성 진통제의 힘으로 이틀을 보내고
그 후부턴 이상하게 열이 계속 나 잠도 자지 못할만큼 괴로웠습니다
책을 읽으려 했지만 도저히 안되더군요
게다가 제가 가져간 <은하수...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무려12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한손으로 들고 읽기엔 너무 무거웠고
가슴에 올려놓고 보다 놓치는 바람에 책이 얼굴로 넘어지는 무서운 사태도 있었답니다
코의 패킹을 빼고, 집에 오니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역시 집이 최고입니다.
아픈 손으로 더듬거리며 워드를 치고 있는데요
붓기가 빠질 때까진 댓글에 답을 못할 것 같아 미리 죄송합니다.
메일에 대한 답도 오타천지로 보내고 있더는....ㅠㅠ(고치기가 어렵더이더)
당시의 사진들을 아래 올립니다
1) 코는 더 세우지 못했습니다. 콧구멍 사이로 내시경을 넣어 조각만 맞췄어요
2) 쌍커플 결국 안했습니다. 저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샤워를 못해서 머리가 ....ㅠㅠ
보너스로 저희 둘째 컷...너무 보고싶더군요
참고로 아내가 애들 보랴, 저 돌보랴 왔다갔다 무지고생했습니다
서울-천안이 두시간 거리라...ㅠㅠ
아내에게 잘하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