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롯데의 홍성흔이 손등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다시 경기에 나서기까지 5주 이상이 걸리니 올 시즌은 더이상 못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피말리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때,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그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난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그가 손등에 공을 맞던 그날 새벽,
난 술을 먹고 계단에서 넘어졌고,
그 바람에 손등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으니 말이다.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해야 하는 건 그리 속상할 게 없지만,
오른손으로 계단을 짚은 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가족과 일 등 몇가지를 뺀다면 테니스는 내 취미 중 가장 소중한 것일진대,
앞으로 몇개월간 그 좋아하는 테니스를 못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더구나 요즘은 14개월간 받은 레슨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누구와 맞서도 쉽게 지지 않을 정도가 됐던지라
안타까움은 더 크다.
9월 초에 열리는 두개의 대회에서 뭔가를 보여주려 했는데.
사실 테니스를 못치는 것보다 아내한테 미안한 게 더 크다.
설거지가 거의 유일하게 내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는데
이제 난 집안에서 별 쓸모없는 존재가 됐다.
게다가 코뼈가 주저앉는 부상은 대부분이 배우자에 의한 것인지라,
아내가 괜한 오해를 사게 됐으니 그것도 미안한 일이다.
오는 금요일, 생애 처음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코뼈와 손등을 수술한다.
두가지 수술을 동시에 하는 건 이 학교에 있다는 것에 대한 병원측의 배려이리라.
코를 높이 세우고 손등뼈를 묶어주는 수술을 받으며
난 새로 태어날 것이다.
이름하여 '금주맨'이라고,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건실한 가장이 되기로 했다.
그럼으로써 내가 50이 넘어서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면,
엊그제의 부상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참, 오늘부터 다시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다.
왼손으로 하는 거니 15년의 경험은 다 잊어버리고
신인의 자세로 하나하나 배워나갈 것이다.
오늘 친 공은 대부분 네트에 걸렸지만
공 몇개가 네트 위를 넘어가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
6개월만 이렇게 배운다면 오른손이 나아도 "왼손으로 치겠다"고 우길지도 모르겠다.
평소엔 이렇게 썬글라스를 쓰고 다닌다. 하지만 이걸 벗으면
내 코가 원래 낮아서 낮아진 줄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던데, 이 기회에 와장창 세울 거다.
쌍꺼플도 보너스로 해달라고 할까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