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30일 월요일.
새벽 6시에 일어나 기생충을 구하러 해안가에 갔다.
원하는 걸 구해서 나오다보니 큰 생선집이 보인다.
간판에 쓰여 있는 ‘아나고’란 단어에 어찌나 필이 꽂히는지
아나고에 술을 먹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시간만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개미같이 일을 해도 밤 12시에 갈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라
아쉽게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을 하는 내내 난 아나고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저녁 8시쯤, 인내의 한계에 달한 나는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 회 먹고 싶은데 청해수산 가셔서 회 좀 사놓으시면 안될까요.
밤 12시 경에 갈 것 같은데...”
다른 이 같으면 귀찮아했을 비오는 밤,
어머니는 흔쾌히 수락하셨고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린단다.
일이 생각보다 더디어 밤 11시쯤 출발할 수 있었고
집에 간 건 한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어머니는 그때까지 안자고 계셨다.
어머니를 주무시라고 한 뒤 나 혼자 벌인 한밤의 생선회 파티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회는 역시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하는 법,
처음처럼 한병과 더불어 쌈장에 찍어먹는 회는 어찌나 맛있던지.
평소 내가 회를 먹는 이유는 비싸서일 뿐 맛을 알아서가 아니라고 했었는데
어제야 비로소 회의 진정한 맛을 느꼈다.
회는,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다.
양 조절을 워낙 잘하는지라
마지막 회를 입에 넣는 동시에 딱 반잔 남은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생선에게 쫓기는 꿈을 꾼 건 아니지만
화장실 때문에 새벽에 잠을 깨버렸다.
그 바람에 난 오늘 하루종일 피곤하지만
그리고 수업 준비 때문에 밤을 새야 하지만
어제 먹은 회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회 뿐 아니라 뭐든지 먹고 싶을 때 먹어야 맛있는 법,
비 탓인지 오늘은 김치전에 막걸리가 땡기는데 어떡해야 하나.
허벅지를 찌르며 참아내고 있지만
언제 또 야식센터에 전화를 걸지 나도 모르겠다.
* 참고로 소주 한병은 술마신 게 아니기에 술일기에 안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