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침
어느날 아침,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카악!” 소리를 내더니 침을 뱉는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내가 인상을 쓴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악”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날 한 20번 정도 그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그만큼의 침이 플랫폼 바닥에 뿌려졌을 생각을 하니 공중부양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침이 나오는데 어쩌겠냐고 하겠지만, 사실 침은 어느 정도는 습관이다. 콧물과는 달리 뱉으면 뱉을수록 나오는 게 바로 침이다. 한 이삼일만 침을 뱉어보시라. 그때부터는 침을 뱉고픈 욕망이 시도때도 없이 올라올 거다. 반대로 침을 뱉고 싶어도 몇 번만 참아 보면, 빈도는 훨씬 줄어든다.
내가 고교 때 좀 노는 애들은 빠진 이빨 사이로 침을 찍찍 뱉으면서 그게 멋있는 줄 알았었다. 아침에 본 그 아저씨도 설마 지금도 그 시절의 향수에서 못 벗어난 걸까?
2. 코
천안 터미널에 가면서 시간이 촉박해 택시를 탔다. 터미널 바로 앞 사거리에서 내가 탄 택시가 신호에 딱 걸렸다. 순간 아저씨의 손이 코로 가더니, 열나게 코를 후빈다. 아저씨가 열심히 그짓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 아저씨한테 되도록 거스름돈을 받지 말자는 거였다. 지갑을 열어본 난 낮게 탄식했다. 택시 요금은 3천500원이었고, 내게 있는 천원짜리는, 아무리 뒤져도 세장에 불과했다.
택시가 섰을 때 요금은 3,700원으로 올라 있었다. 난 할 수 없이 만원자리를 냈고, 육천삼백원을 거스름돈으로 받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저씨는 아까 코를 파던 그 손으로 돈을 건내 줬다. 되도록 그 돈을 만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난 지갑에 돈을 구겨 넣었고, 터미널에 가자마자 그 돈을 내밀었다. 버스 요금은 4,500원. 5천원짜리 한 장은 해결했다. 남은 한 장으로 500원짜리 초콜릿을 샀다. 기사 아저씨, 코를 파면 시원한 건 알겠지만 제발 승객 있을 때는 파지 마세요. 거스름돈 받기가 싫잖아요.
3. 커피
같이 연구하는 분과 영등포역에서 만나 천안에 같이 간 적이 있다. 시간이 좀 있어서 뭘 좀 드시겠냐고 했더니 커피를 마시겠단다. 자판기 커피는 400원.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밀크커피 버튼을 눌렀다. 땡그렁 소리와 함께 100원이 떨어진다. 저쪽에서 노숙자 아저씨가 다가왔을 때, 난 그 백원을 드려야 하나 마나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아저씨의 목표는 그리 쪼잔한 게 아니었다. “커피 한잔!” 소리와 함께 아저씨는 커피 배출구를 열었고, 따끈하게 커피가 담긴 컵을 집어갔다.
동료와 난 한 십초 가량 멍하니 서 있었다. 이탈리아에선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간다고 들었는데, 거의 비슷한 일이 일어난 거였다. 난 다시금 500원을 넣고 커피 버튼을 눌렀다. 연구원은 충격이 컸는지 커피가 나오는 동안 배출구를 엉덩이로 막고 서 있었다. 덕분에 그 커피는 안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