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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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는 하프의 명인으로, 그가 하프를 켜면 맹수가 잠잠해지고 목석도 춤을 췄다고 한다. 그의 아내가 독사에 물려 죽자 지옥에 간 그는 그곳의 왕 하데스마저 하프로 감동시켜 “아내를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받는다. 단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지상에 갈 때까지 절대 아내를 돌아봐선 안된다는 것. 상자를 열지 말라던 판도라를 비롯해서 우리가 아는 신화의 주인공들은 백이면 백 이 금기를 깨뜨리며, 오르페우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이현의 연애>는 재미있는 소설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결말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못 견디게 만드는 서사가 있고,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야기들도 각각 한편의 재미있는 단편이다(목사 이야기를 읽고 하느님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없어지기도 했다). 신화를 연상케 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도 흥미를 더해 주지만, 특히 좋았던 것은 주인공 이진이 미녀라는 사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이진이 매점에 취직하자마자 매출이 네배로 뛰었고,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청년의 몽환 속에 똬리를 틀 것”이란다. 그러니 평소 미녀에 대한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밖에.


하지만 그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이진에겐 마음이 없다. 마음이 없는 미녀와 사는 것, 그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미녀는 존경의 대상일 뿐 절대 소유하려 들어선 안된다는 신조를 가진 나라면 적응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을까? 책의 제목인 ‘이현의 연애’는 마음 대신 미모를 택한 남자주인공 이현이 겪어야 하는 특이한 사랑을 지칭하는데, 과연 이현은 오르페우스와 달리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해 허겁지겁 책장을 넘겼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은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아는 작가의 책에 대해 리뷰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가 내 리뷰를 본다는 걸 뻔히 알기에. 그래서 난 서모씨가 쓴 <대통령과 기...>를 읽고 “이런 게 소설이라면 내 얼굴은 조각이다”라고 쓰는 대신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내공의 깊이가 칸트의 비판 시리즈를 읽는 듯하다”는 마음에 없는 소리를 쓴 적이 있다. 리뷰란 건 내가 쌓아온 신뢰도와 직결되는 바, 자신을 속여 가며 리뷰를 쓴 그때 일은 두고두고 날 괴롭혔다. 하지만 약간의 안면이 있다면 있는 심윤경 작가의 리뷰를 쓰는 지금, 난 한점 부끄럼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뭘 읽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 기존 소설들에 식상한 분들, 목마른 사자처럼 좋은 책을 갈구하는 분들이여, <이현의 연애>를 읽으시라. 심작가님을 안다고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핑클의 이진입니다. 소설의 이진이 이렇게 생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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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는 이현이고 주인공이름은 이진인가 봐요. 그 차이는 뭔지.. 상관없는 얘기지만,, 근데 핑클의 이진, 이제 맑은 이미지가 없어진 것 같아요. 소설 속 예상치못한 반전이 궁금해지네요^^

비로그인 2006-12-02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핑클의 이진 처음부터 안 좋아했는데,좀 다른 사진을 곁들이셨으면 좋았을걸..
님께서 추천하신 책을 사진때문에 안 읽고 싶어지긴 처음이어요.

마태우스 2006-12-0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 승연님/님 말씀에 충격받아서 사진크기를 대폭 줄였어요. 한번만봐주세요^^
배혜경님/이현이 남자고 이진은 여자주인공입니다.

하루(春) 2006-12-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백마(혹은 은마)와 아주 잘 어울리네요. 예뻐요. 그리고, 이 책은 다음에 살 때 thanks to 누를게요.

야클 2006-12-0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 갑자기 이진 사진이 왜 이리 아까보다 작아졌지요?
님께서 첨부하신 사진이 작아서 안 읽고 싶어지긴 처음이어요.


농담이고요...ㅋㅋㅋ 님께서 그리 극찬하시니 꼭 사서 읽겠습니다. ^^

마태우스 2006-12-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이진의 언니가 저희 학교에서 조교로 근무했죠. 핑클 이진과 정말 쌍둥이처럼 닮았답니다. 어찌 해보려고 다들 난리가 아니었다는... 결국 xx과 레지던트가 그녀의 신랑이 되었어요. 옆 교실 조교라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었죠. 솔직히 드라마틱하게 이쁘다보단 핑클 이진과 닮아서 더 가슴이 뛰었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만요.
하루님/아 그렇습니까? 진우맘님이 만들어주셨답니다. 땡스투 눌러주신다니 마음이 무척 아름다우세요^^

마냐 2006-12-0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살까 말까가 아니라....땡스투를 어느 분께 해드려야 할지 고민임다....ㅋㅋ

2006-12-02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12-0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서재지붕이 근사하군요! (딴소리하는 스텔라...ㅜ.ㅜ)

비로그인 2006-12-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고 헉, 하고 놀랐지만 그것 때문에 추천을 망설일 수는 없지요.

비로그인 2006-12-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한가지 더. 저는 왜 심작가님이 이진-이현 하는 식으로 이름을 비슷하게 맞추셨는지가 궁금했어요.

moonnight 2006-12-0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얼대로 심작가님이 미모로와서 이러시는 건 아니라고 믿을께요. ^^ 저도 주드님처럼 주인공 이름을 이진 이현 이렇게 맞추신 이유가 궁금했답니다. 꼭 사서 읽을께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깐따삐야 2006-12-0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숨에 몰입할 수 있고, 다 읽고나선 선명하고 뜨거운 인상을 남기는, 아주 근사한 소설이었어요. 읽어 볼 기회를 주셔서 한 번 더 감사드려요. 핑클의 이진도 예쁘고, 요즘엔 더 예뻐졌다고 하지만 소설 속 이진의 신비로운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마태우스님은 미녀는 미녀일 뿐, 모든 길은 미녀로 통한다, 라고 말하실 것 같지만요. ㅋㅋ

무스탕 2006-12-0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께선 이현같은 연애를 하고싶으세요?
할 기회가 된다면 하시겠어요?
(아직 책은 안 읽었는데 문득 마태님의 대답이 궁금해서요 ^__^)

클리오 2006-12-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 제목으로 리뷰 쓰는거 두번째시죠? ^^;

짱꿀라 2006-12-0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현의 연애 사놓고는 아직 읽지 못하고 있네요. 리뷰 보았는데 조만간 읽어 봐야 할 것 같네요.

마태우스 2006-12-0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어머 그러심 안되죠! 빨리 읽으시어요^^
클리오님/아 맞다, 그러고보니 이 제목으로 글쓴 기억이 어렴풋이....
무스탕님/이현이 괴로워한 건 욕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20대 땐 그런 욕심이 있었죠 상대가 저를 좋아해 주면 좋겠다는...하지만 그런 게 다 사라진 지금, 전 그냥 미녀의 존재에 행복해합니다. 저라면 아마, 잘 할 수 있었겠지요^^
깐따삐야님/사실 사진 올리면서 좀 망설였어요. 핑클 이진은 신비로운 뭔가가 없잖아요.... 미녀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미녀는 하여간 그 존재만으로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해요. 고마워요 미녀님.
달밤님/사서 읽지 마시어요 제가 선물할께요!
주드님/사진을 줄였음에도 놀라셨다니...흑, 제가 괜한 짓을 했나봐요. 글구 이진, 이현 이렇게 맞춘 이유는....이건 제 추측입니다만 21세기에는 이름 두글자가 대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민 드림
스텔라님/그렇죠? 전 제가 지붕 없이 살았다는 걸 몰랐어요..... 지금사 보니까 그랬더라구요
소, 속삭이신 분/치, 친히 댓글을 남겨주시다니.....영광입니다.
마냐님/역시 땡스투는 주드님이나 깐따삐야님께...^^



다락방 2006-12-0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꼭꼭 읽을거예요. 후훗.
그리고 핑클의 이진 사진을 올리신 마태우스님의 센스에 감동했지 뭐여요. :)

Mephistopheles 2006-12-0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작가신데..그러셔도 될꺼 같은데요...^^ 소심하시게..^^

paviana 2006-12-0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제가 그랬다고 이렇게 페이퍼까지 쓰시다니.....

하얀찐빵 2006-12-0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고 반절쯤 읽었는데..그 반전이 정말 궁금해요..
극찬을 아끼지 않으시니 퇴근하면 빨랑 읽어야겠네요. 근데 그렇게 이쁜 여자가 존재할까요? 그게 궁금했어요. ^^

마태우스 2006-12-05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찐빵님/제가 눈이 낮아서 그런지 전 여럿 봤습니다^^ 제눈엔 천사로 보이는 그런 여자분...^^
파비님/이거...리뷰인데요....ㅠㅠ
메피님/아유 아니어요 알수록 더 엄한 게 제원칙이어요..^^
다락방님/저 사진 괜히올렸다 싶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보람 느껴요 호호.

책읽는나무 2006-12-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달의 제단'리뷰를 훑어보다 님의 리뷰도 보았는데 말입니다. 제목이 이것과 똑같더군요. 그럼 님의 심작가님 리뷰 제목도 시리즈로 동일하게 나가나요?.ㅋㅋ
달의 제단 리뷰에는 추천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ㅠ.ㅠ
이리뷰도 이책을 다 읽고 나서 읽어볼께요..^^

마태우스 2006-12-0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모, 몰랐어요. 제목이 같다니...아, 나의 빈곤함이여... 글구 그 리뷰에 추천이 하나도 없단 말이죠? 으음...

evangelist 2006-12-1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저도 이분을 아는데... 개인적으로. ^^

얼음장수 2006-12-1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아름다원 정원을 참 재미있게 따뜻하게 읽었는데.
달의 제단은 작가의 말을 읽으며 '멋진 작가군' 하고 혼자 "멋져, 멋져"를 외치다
무슨 연유인지 못 읽게 되었네요.
달의 제단과 이현의 연애를 시리즈로 읽고 싶어지네요.

픽팍 2006-12-2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사서 봐야 겠네요. 사게 되면 땡스투 눌러 드릴게요. 요새 일본 소설만 주구장창 보느라 입에서 생선냄새가 나려고 하네요. 국내 문학은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 이후로 한 권도 안 읽었다는;;;;이거 꼭 사야 되겟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재밌게 보서 말이죠 ㅋㅋ추천함다

유부만두 2006-12-2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끝냈습니다.
나이스~

마태우스 2006-12-2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님/나이스, 투!
픽팍님/호호 생선냄새란 표현, 멋져요. 땡스투가 올라가면 님의 은공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얼음장수님/직접 만나뵈면 더 멋지다는...호홋.
에반겔리스트님/오오 님도 아시는군요! 님과 저는 선택된 사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