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나 위인들의 삶에 대한 책을 마주할 때마다 왠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별도의 역사를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역시 시간의 순서에 따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깨달았다. 책 안에는 이집트에서 살았던 평범한 농부 바키와 무투이 부부를 비롯하여 나일강의 어부인 네페르, 궁중 서기관 미나크트, 포도주 가게 주인인 와, 의사 네페르호테프와 그의 아들이자 의사인 나크트, 시신 방부처리 전문가인 마후 그리고 파라오 아케페루레 아멘호테프와 왕비 티아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삶은 시간처럼 이어져있다. 열심히 일하는 바키는 드디어 농번기가 찾아오자 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한다. 이들이 즐긴 축제는 새해의 첫날을 기념한 웹 렌페트라는 축제로 음악과 음식, 술 등을 가지고 함께 모인다. 물론 어부인 네페르와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고 아마포 작업장에서 일하는 타메레트와 사트무트 자매도 축제에 함께 한다. 물론 책의 각 장에는 주인공이 있지만, 이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이어지며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을의 실력 있는 의사 네페르호테프는 파라오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부채 담당인 프타에마트가 전차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을 때 치료를 해준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한 시대가 아닌지라, 치료 시 고통을 덜어주는 마취제로 술을 사용하고 부적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그는 프타에마트를 치료해 준다. 몇 달 후 네페르호테프는 왕실의 부름을 받게 되고 궁중 의사가 된다. 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자리를 비운 며칠, 갑작스럽게 파라오 아멘호테프가 중병에 걸린다. 네페르호테프가 급히 돌아와 치료에 전념하지만, 파라오는 사망한다. 사실 이집트인들은 파라오를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한 파라오는 살아있을 때뿐 아니라, 죽어서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미라가 되기 위해서는 마후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아마포 천으로 감싸기 위해서는 타메레트 자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파라오의 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네페르나 바키 같은 일반 백성들이 중노동을 해야 했다. 그랬기에, 실제 신이라 여겨지는 파라오의 죽음은 오히려 바키와 네페르 같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을 힘들게 만드는 존재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같이 읽혔던 이집트의 내용이 실제 역사적 사실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임에도 오늘날 우리의 삶처럼 익숙하고, 흥미롭고 평범하기도 하다. 우리 역시 사회 속에서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며 살아가듯 세계사 속 어느 시대도 그런 서로의 도움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겠다 싶어서 더 흥미롭고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