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키 호택 - 한국판 돈키호테 임택, 당나귀하고 산티아고
임택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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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궁금했다. 얼마 전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벌어진 힐링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왠지 반가웠다고 해야 할까? 티브이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기에, 저자가 출연했다는 사실도 책의 표지를 보고 알았다. 근데 그 문구보다 더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당나귀! 설마 당나귀와 함께 산티에고 순례길을? 제목만큼이나 당나귀와의 여행기라는 사실에 나 역시 관심이 마구 생겼다. 근데,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많은 사람들이 당나귀와 여행을 하는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줬다고 하니 말이다.

우선 나처럼 제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책의 제목인 동키호택은 바로 표지에 담긴 당나귀에게 저자가 붙여준 이름이다. 반려견(?)처럼 당나귀와 여행을 하려는 의도로 시작한 여행기는 아니고, 당나귀에게 짐꾼 역할을 맡기기 위해 계획한 여행이었다. 근데, 우리나라 태생 당나귀와 함께 여행은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고 한다.(동물 비자부터 시작해서 당나귀를 스페인까지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비용 부담이 무지 컸다.) 결국 당나귀를 수소문한(?) 저자는 프랑스의 한 당나귀 농장에서 호택이를 만난다. 산골에 살던 당나귀는 그렇게 저자의 여행 메이트가 되어 산티에고 순례길을 동행하게 된다. 당나귀에게 붙여진 이름은 바로 호택이다. 당나귀(dongkey) 호택! 근데 또 저자가 이름을 참 잘 지은 게, 동키호택을 떠올리는 순간 바로 돈키호테가 떠오르니 말이다. 거기다 호택의 택은 저자와 또 돌림자(?) 느낌이니... 아무튼 그렇게 호택이와의 여행기가 시작된다.

근데 산티에고 순례길에는 동키 서비스라는 게 있다고 한다. 가방이나 짐을 대신 옮겨주는 택배 같은 서비스를 말하는데, 여기에도 바로 당나귀가 들어간다. 그만큼 당나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산티에고 순례길을 가면서 참 많은 환영을 받는다. 물론 당나귀 호택이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당나귀 농장 주인에게 당나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건넸을 때 그렇게 반응했나 보다 싶었다. 어디서 머물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이유는, 어딜 가나 예쁨을 받고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호택이를 본 사람들은 스스로 먹이가 풍부한 곳을 알려주기도 하고, 딱딱한 빵(당나귀 같은 동물 전용 빵)을 건네기도 하고, 특식이라 할 수 있는 귀리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호택이를 부러워할 때가 많았다.) 고집이 센 수탕나귀 호택이와의 여행은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둘은 진정한 여행 메이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서 겪는 어려움들 속에서 저자와 호택이는 조금씩 서로를 인정한다. 당나귀와 알베르게에서 머물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알베르게 보다는 거의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수준으로 순례길을 걸었던 것 같다. 호택이가 먹을 빵과 같은 음식들을 받으면서 저자의 음식을 얻기도 하고, 당나귀를 조금 더 보기 위해 뇌물(?) 같은 식재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호택이와의 여행은 길어진다.

나라면 쉽게 불평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저자는 참 긍정적인 것 같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멋진 여행기를 마주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오히려 호택이를 통해 저자는 여행뿐 아니라 인생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하니, 누구에게도 배울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저자여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호택이와의 여행 전에 마을버스로 세계여행을 했다고 하는데... 낯설지 않다. 근데 블로그의 서평을 쓴 내역은 없다 보니, 조만간 역주행으로 저자의 전 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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