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부터 수학에 손을 놓았을까? 고2 때까지는 보습학원을 다니면서 나름 수학 강의를 들을 때 강사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도 곧잘 했던 것 같다. 고3 때도 문제 앞에서 막 찍기만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이제는 다시 수학을 강제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극히 문과인 과목을 전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내가 입학한 학교는 문과와 이과(?) 같은 과목이 "학부"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었고, 주 전공이 나누는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두 학과의 전필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1학년 1학기 경영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수학과 계속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 결국 내가 배운 두 학과의 복수전공하면서 졸업 전 마지막 학기까지 "회계"과목을 수강했다. TMI를 더 뿌리자면, 나는 현재 15년째 돈을 만지는 회계분야에서 밥을 먹고 살고 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다분히!!! "그래픽 노블로 읽는" 때문이었다. 수학 이야기라고 하지만, 차례를 보니 수학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수학사+다양한 수학이 등장한다.
만화지만, 첫 장부터 머리가 아팠다. 진짜 접고 싶었다.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갈 줄이야...! 다시 악몽(?) 아닌 악몽이 떠오른 이유는 바로 도형 때문이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산수 교과서에 등장한 도형은 내 평생 처음 겪는 좌절의 기억이었다. 도대체 도형의 넓이를 왜 구해야 하는 거고, 어떻게 해야 나오는지 아무리 쳐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식만 주야장천 외우고 나니, 응용문제가 나오면 족족 틀렸다. 근데 이 책의 시작은 탈레스고, 그는 이등변 삼각형이 등장한다. 그 이후로도 몇몇 장을 지나야 도형이 끝나니 정말 덮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도형을 넘기고 나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로그가 나오고, 파이가 나오고 좌표와 방정식이 나온다. 아마 그래픽 노블이 아니었다면 첫 장에서 바로 접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래픽 노블이니 읽을 수 있었다.
읽다 보면 꽤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 하는 바로 그 사람들... 내가 이렇게 수학자를 많이 알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저자가 익숙한 이름의 수학자들을 소개해서 그럴 수도 있다.)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피보나치수열, 유클리드 기하학, 피타고라스의 정리, 메르센 소수, 페르마의 정리뿐 아니라, 다분히 철학자로 알고 철학자라고 배웠던 데카르트도 등장한다. 익숙함이 책을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 실생활에 쓰는 건 사칙연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는가?라는 대답에 대 수학자 유클리드는 이렇게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