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
테사 란다우 지음, 송경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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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신의 내면의 나침반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행복이

(아무리 커다란 손실을 보는 일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껴요.

우린 해복을 우리 안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p.71

얼마 전, 집을 뛰쳐나간 적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와 두 아이를 깨워서 등교, 등원을 시키고 출근을 한다. 업무가 끝나고 미친 듯이 달려서 작은아이 하원, 그리고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큰 아이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야근 시작이다. 집 정리와 저녁 준비, 10시간 예약해둔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저녁을 먹이고, 아이들 목욕을 시키고 나면 설거지와 다 마른 빨래가 기다리고 있다. 대략 이 일을 마무리할 정도가 되면 남편이 오고, 또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다. 매일같이 쌓이는 일 앞에서 숨 쉴 구멍이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숨이 막혀 죽거나, 뛰어내리거나 둘 중에 하나 일 거라는 생각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목적지도 없이 그냥 집을 나갔다. 물론 1시간 반 만에 들어오긴 했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나와 공통점이 참 많았다. 그래서 더 공감이 많이 되었고,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주인공은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회계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남편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고, 직장에서도 나름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수시로 답답함을 느낀다. 그날도 주인공은 쌓이는 스트레스 속에서 도저히 집으로 갈 수 없어서 아이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부탁하고 숨 쉴 곳을 찾았다. 한 벤치에 앉아있는데, 백발의 노부인이 말을 건넨다. 누구와도(특히 모르는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았을까? 노부인이 그녀에게 건넨 질문은 그녀의 삶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노부인은 주인공에게 그저 주입식의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주인공이 자신의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를 원했고 그랬기에 주인공은 노부인이 던진 질문들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고, 자신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대입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주인공과 같은 삶의 태도를 지니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린이집 후원회장 안야가 토요일 바자회에 케이크를 구워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주인공은

Yes라고 대답한다. 문제는, 전화를 끊고 나서부터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왔다는 것이다. 왜일까? 주인공은 노부인으로부터 받은 질문에 자신의 현 상황을 대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요리하고, 케이크를 굽는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왜 싫은 일이 주어졌을 때, No라고 대답하지 못했을까? 그 질문의 대답은 그동안의 삶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주변의 목소리에 세뇌되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보다, 타인이 어떻게 반응할까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노부인이 던진 인생의 질문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인도한다. 특히 마지막 질문은 참 묵직하다. 이 질문 앞에서 과연 내가 그동안 움켜지고, 집중하고, 욕심 내왔던 것들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당장 내 앞에 산적해있는 집안 일과 육아, 직장의 여러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번아웃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 마음에 위로와 함께 또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은 확실하다. 지치고 힘들어서 뭔가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일독을 권한다. 새로운 시각을,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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