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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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영화도 즐겨보고 TV 드라마도 종종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책 읽을 때의 쾌감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나만의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고,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먼저 생각하고 설계하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작은 기쁨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9월 셋째 주 토요일, 동네 주민들을 위한 파티에서 시작됩니다. 그 파티에서 한 부부를 만난 주인공 헨은 그 부부의 집을 구경하다 남자의 서재에서 의미심장한 물건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이 동네에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없어진 트로피였습니다. 헨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랬으며, 이 집의 남자 매슈는 헨이 그 물건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또한 헨의 부부가 돌아간 후 그 물건을 들고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놓았습니다.

이제 헨과 앞집에 사는 매슈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그들 주위에서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납니다. 헨은 매슈가 연쇄살인자라는 것을 알고, 또 그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보았지만, 아무도 헨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바로 과거일로 인해서 헨이 정신적으로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죠. 그리고 매슈는 헨의 이야기를 경찰들 조차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서슴없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그 모든 것을 헨에게 고백합니다. 매슈가 하는 살인에는 다 이유가 있었는데, 자신의 주변의 여자들에게 나쁜짓을 하는 남자만 골라 살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아주 무서운 연쇄살인마인데, 책에서는 정작 그를 아주 나쁜 인간으로 분류하지 않는듯 합니다. 매슈에게는 부모로 인한 불행한 과거가 있으며, 그 불행으로 인해 올바른 인격이 형성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식의 결론이 그것입니다.

그의 상황들을 고려하여 자꾸 이해하려 하는 듯한 부분도 나오고, 분명 살인자인데 그의 살인을 정당화시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로 확고히 자리잡은 작가 피터스완슨의 최신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짜인 구성과 뒤통수를 탁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적인 결말은 마치 시속 100㎞로 질주하던 차가 일순간 급정거를 하는 듯한 충격을 안기며 '심리 스릴러'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자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설사 더스틴 밀러가 정말로 성폭행을 했다고 해도, 매슈가 그를 죽이고 트로피를 기념품으로 가져왔다는 뜻은 아니잖아."
"그냥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굉장한 우연의 일치로군."
"뭐가 굉장한 우연의 일치야? 더스틴 밀러는 정말로 살해됐어."
"그게 아니라 우리가 처음에는 피해자와 같은 길에 살다가 이번에는 범인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는 거 말이야."
- P81

어머니의 얼굴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증인의 얼굴이었다. 그 일을 겪는 게 아니라 그냥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 그게 바로 헨리에타의 표정이었다. 그녀 역시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매슈는 그 순간 그녀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 P200

그들은 세상에 불행을 퍼뜨렸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그런 자들을 세상에서 삭제하는 건 곧 세상에 행복을 더하는 겁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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