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검찰 - 괴물의 탄생과 진화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
최강욱 지음, 김의겸 외 대담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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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정부조직중 검찰만큼 뜨거운 감자가 있을까? 책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역대정권마다 항상 각종 정치적 사건을 일으키고 또 개혁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일반 시민들도 검찰을 향해 조소와 엿을 날리기도 하지만 개천에사는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선망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검찰에 대해선 일반 시민들은 상당히 오해가 많다. 우선 검찰을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법부로 생각하는데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된 삼권분리의 민주주의 정부형태에서 검찰이 소속된 법무부는 분명 행정부다. 즉, 검찰조직과 검사는 행정부 소속이며 그것도 별도 조직이 아니라 법무부의 일환에 불과한 것이다. 간혹 변호사나 판사도 사법부로 여기는데 판사는 법원소속이니 사법부가 맞지만 변호사는 개인사업자다. 즉 민간인.

 이런 검찰에 대한 오해는 검찰이 그간 정부와 한통속이 되어 권력화한 것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오해가 검찰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걸 당연시하거나 정당화하게끔 하는 역할도 하므로 정말 되먹지 못한 양의 피드백이라 할 수 있다.

 책 권력과 검찰은 이런 검찰 권력에 대해 그곳에 몸담았거나 잘 아는 전직 판사나 기자, 검사 출신의 5명과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검찰의 문제점과 과거사. 개혁방안 등을 다루는데 같은 개혁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말을 하기도 해 흥미로우면서도 혼란스러웠다. 간단히 내용정리를 해봤다.

 

1. 검찰이 이렇게 된 이유

지금의 서슬퍼런 위세와는 달리 해방초기만 해도 검찰은 그야말로 허접했다. 그것은 일제의 정책때문이었는데, 군사정부이다보니 자국에서도 그렇게 식민지인 한국에서도 그렇고 정적이나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공소절차를 거치기 않았다. 거기에 수사 역시 고문과 강압에 의해 이루어지다보니 사실상 수사 및 모든 일처리가 경찰에 의해 이루어졌다. 때문에 해방직후 한국 역시 검찰은 매우 미약했고, 친일경찰이 장악한 경찰력이 매우 강했다.

 법적으로 초기에 검찰에 많은 권한을 준 이유는 이런 과거사 배경도 한몫했다고 한다. 기껏 파견한 검사의 말을 경찰들이 우습게 여기던 시기였다고 한다.

 독재정권이 들어서며 검찰의 위치는 본격 달라진다. 공소권에 수사권까지 장악하고 있는 막강함은 독재정권에게 매우 강력한 유혹이었다. 독재정권은 갖고 있는 인사권을 무기로 검사를 휘두른다. 물론 인혁당 1차사건을 검찰이 공소하지 않은 미담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검찰은 그야말로 권력의 시녀였다. 하지만 좀 다른 모습도 있었는데 검찰은 자신들이 소위 잘나가는 엘리트라 생각하고 군인 집단인 현 독재정권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 민주적 사고보다는 이런 엘리트부심으로 인해 독재정권과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고 한다. 영화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 검사가 독재경찰과 엇박자가 나는 모습은 바로 이런 성향의 일환이 아니었을지.

 어쨌든 그러다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물러나자 잠시 흔들리는 듯 했으나 노태우가 정권을 이어받으며 이런 행태는 계속된다. 하지만 김영삼때부터 기조가 잠시 변화하는데 대통령의 성향이 그래도 나른 민주적인지라 소위 공안검사의 시대는 상당히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민주세력을 배반하고 정권을 차지한 대통령과 자신들의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검찰의 쿵짝은 서로의 필요성으로 인해 계속된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들어서면서 검찰도 본격적인 위기를 맞기 시작하는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실제로 개혁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의 뒷처리와 기존 세력의 저항으로 개혁이 부진했다. 반면 이런 장벽과 시간적 여유가 있던 노무현 정부는 지나치게 순진해서 실패한 경우인데 대통령이 지나치게 평검사를 믿고 이들이 권력화 하지 않은 집단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사람들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 여서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위해 보냈던 각계각층의 인사로 부터 대개 배반당하고 개혁 역시 실패로 끝난다. 

 그러다 검찰은 이명박, 박근혜라는 새로운 호황을 맞는다. 정권과의 연대에 거의 15년이상을 굶은 공안출신 검사들은 날개를 다시 폈고, 그래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과거 독재시절처럼 본격적으로 지령을 받고 움직이기보다는 요령껏 맞춰주는 재주도 발휘한다. 최근엔 정치권력의 분위기를 봐서 선제적으로 사건을 만다는 경우도 있어 나름 준정치세력화 했다는 평까지도 받는다.

 

2.검찰의 개혁은 어떻게?

 -지방검찰청만 남기기

책에는 각 단계별 검찰청을 없애고 모든 검찰을 지방검찰청화하자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온다. 실제 사법부인 법원의 경우, 국민의 권리보장을 위해 삼심제의 재판을 실행하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수직적 계층화가 되어있다. 하지만 검찰의 경우 이런 필요성이 전혀 없음에도 쓸데없이 지방검찰정과 고등검찰청, 대검찰청으로 이루어져있다. 책의 전문가들은 이런 단계를 모두 없애고 지방검찰청으로만 구성해도 검찰의 업무처리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일 역시 크게 줄일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사장과 검찰청장의 직선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각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들, 그리고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 이들은 모두 국민이 직선하여 뽑는 선출직들이다. 물론 선거 때뿐이고 이후에는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용하곤 하지만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국민의 눈치로 보고 교체되기도 한다. 하지만 삼권중 유일하게 사법부인 법원에는 선출직이 없으며 행정부 소속인 검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런 법원과 검찰의 중요직책을 선출직으로 하면 보다 조직이 개혁되지 않을거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찬성하는 전문가는 위와 같은 논리를 펴고 반대측은 결국 검찰조직을 잘 아는 사람이 수장에 올라야 개혁도 가능하며, 우병우 같은 자가 뽑히면 어떻할거냐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생각해볼 문제다.

 

- 공수처는 필요한가?

여기서도 의견이 갈린다. 공수처에 찬성하는 전문가는 그들만의 자정적 노력으론 이미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공수처에 찬성한다. 반대측은 공수처 역시 또 하나의 막강한 검찰 기관을 만드는 셈이고, 이로 인해 대검처럼 언제든 권력에 의해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이 추천한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검토하는 방안이 있다곤 하나 그 역시 완벽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는 국회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 수많은 잘못된 인사를 경험한바 있다.

 

- 검찰 개혁의 공통점은

구체적인 방안은 상당히 다르지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는 검찰의 힘빼기다. 결국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독점함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을 빼야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수사권을 다른 나라처럼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대한 법원의 태도도 문제다. 사건처리에 있어 법원은 피의자나 경찰이 쓴 사건조서는 증거로 거의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검사가 작성한 사건조서는 강력한 증거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장에 인권을 무시하는 강압적 수사를 자행해 피의자가 자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의식도 강조한다. 시민은 검찰을 겁내면서도 그 권력의 의탁하고 싶은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다른 공무원집단처럼 자신들을 위한 서비스 집단으로 인식하고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과거와 지금, 그리고 개혁방안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과거 독재정권시절의 많은 과오에 대해 경찰이나 법원, 심지어 군대까지 상당히 많은 기관들이 사과를 하였지만 오로지 하지 않은 곳이 검찰이라고 한다. 그들의 엘리트 의식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게 검찰이니 개혁 역시 자기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한다.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힘빼기와 더불어 타율에 의한 개혁, 그리고 시민사회의 강한 동의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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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이윤 역해 / 창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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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은 아시아 경제위기를 예측해 낸 것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무역에 있어서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리경제학을 제시해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시류가 상당히 지난 책인데 주요 참고문헌의 연도가 70-90년정도인 것만 봐도 그렇다. 하여튼 오래전에 이루어진 크루그먼의 3차례 강연내용을 묶어 낸것이 이 책으로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크루그먼의 이론에 대한 저자의 해설, 그리고 2-4장은 크루그먼의 3차례 강연내용 마지막 5장은 크루그먼이 제시한 내용들에 대한 경제학적 입증이다. 책 내용은 꽤 내게 어려운 편이었는데 특히 크루그먼의 강의 2-4장이 어려웠다. 강의내용을 그대로 담은 거라 글이 매끄럽지 못할 수도 있고, 번역이 문제일수도 있으며 내가 모자라서 일수도 있다. 책 내용이 나같은 일반인에겐 어려울수 있을 거란 역자의 위기감이 발동했는지 아니면 다소 부족해보이는 책의 볼륨을 보충할 의도였는지, 하여튼 역자는 1장에서 비교적 쉽게 이 학자의 이론을 설명했다. 내가 이책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인 부분은 사실상 이부분이다.

 크루그먼은 우선 전통경제학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한다. 아담스미스의 경제학에서는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고 양자간에 한쪽이 생산품에 절대우위가 있으면 무역이 일어날수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실제상황에서는 그럼에도 무역이 일어났는데 이를 설명한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강국이 모든 생산품을 생산하는데 우위에 있어도 소국이 그나마 한 생산품을 생산하는데 이점이 있다면 강국은 소국에서 그 생산품을 수입하고 자신들의 남은 역량을 보다 우위가 강한 무역품을 생산하는데 쏟는게 이점이기 때문이다. 리카도는 생산성의 차이로 이런 비교우위론에 의한 무역을 제시했고, 핵셔오린은 노동과 자본상의 차이로 비교우위를 제시했지만 실상 내용은 같다.

 크루그먼은 바로 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비판한다. 리카도의 이론을 따르면 만약 두 나라가 만드는 모든 생산품에 있어 전혀 생산성의 차이가 없다면 무역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경우에도 실제로 무역을 발생하는데 크루그먼에 따르면 이것은 규모의 경제와 각 지역들에 분포한 노동력과 수요차이 때문이다.

 여기서 규모의 경제란 수확체증의 법칙이다. 예로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우선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설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꼴랑 한대 만든다면 그 엄청한 공장비용과 스마트폰 한대의 재료비와 노동비가 드는 것이다. 이 경우 한대생산에 드는 비용은 엄청나다. 하지만 그 공장에서 생산을 지속해 거의 백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공장비용은 초기엔 많이 들지만 이후엔 거의 들지 않는 반면 스마트폰생산에 필요한 비용만 추가되 결국 스마트폰 한대의 생산비는 생산이 늘어날수록 평균적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규모의 경제인 것이다.

 크루그먼의 지리 경제학에서는 특정지역에 산업이 몰리는 지역특화가 중심 개념이다. 실제로 세계각국에는 이런 곳들이 즐비한데 미국의 경우는 오대호 연안과 캘리포니아 일대의 공업단지, 한국은 수도권과 영남지역이 그러하다.

 생산입지가 결정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쉽게 하기 위해서 우선 가, 나 두 지역을 가정한다. 가는 나보다 인구가 많아 수요가 많은 지역이며 나는 인구가 부족해 수요와 노동공급이 모두 약하다. 초기에는 운송비가 중요한데 운송비가 매우 비싼 경우에는 기업들이 운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자연스레 가, 나 두 지역에 공장이 입지하게 된다. 하지만 운송비가 중간정도로 떨어져 감당이 가능하게 되면  공장들은 규모의 경제를 따라 가로 이동하게 되며 주변의 인구도 직장을 찾아 가로 몰려든다. 이로서 가의 집적된 생산설비가 들어서게 된다. 나는 쇠퇴한다. 거기에 가 도시가 발달하면 국가는 보다 큰 발전을 위해 가와 나를 연결하는 고속철이나 고속도로등의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는 수송비를 더욱 절감시켜 가의 발전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결정된 집적된 생산입지는 새로운 신 기술의 발달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쇠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구축된 생산설비의 이점과 모여든 인구와 풍부한 노동력으로 인한 장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책에는 한국의 영남지역의 발전도 예로든다. 사실 영남의 발전은 한국교과서에서 해외에서 자원수입의 최단경로, 그리고 수출의 최단경로로서 수송비절감을 발전의 큰 이유로 든다. 하지만 크루그먼의 이론에 의하면 초기 수도권을 제외한다면 전라권과 영남권은 인구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에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영남지역이 일본 미국과는 아주조금더 가깝지만 유럽이나 중동, 동남아와는 전라권이 더 가깝다. 그리고 그렇다하더라도 이 작은 나라에 인접한 두 도에서 수송비차이가 얼마나 날까?

  그럼에도 영남권이 발전하고 그것이 더욱 고착화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일제는 남한 지역에 농업을 중시하면서도 일본 내지와 가까운 영남권을 산업단지로 개발하였는데 그것은 일본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해방후 일본이 구축한 인프라가 영남권에 그대로 남아 남한 정부가 이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자연스레 영남이 발전하게 된것이다. 거기에 산업시대 독재정권들의 영남선호현상이 겹쳐지면서 영남은 더욱 발전하게 전라권은 쇠퇴하고 인구가 유출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KTX만 해도 영남권은 2005년경에 개통한 반면 호남권은 10년후에나 개통이 된다.

 책은 전체적으로 어렵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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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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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 되어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니 오래전에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봤던 생각이 났다. 그때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를 크리스찬 베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비고 모텐슨이었다. 반지의 제왕 아라곤. 둘을 헛갈리다니 사람의 기억은 참. 어쨌든 소설을 다시 봤는데 책 내용이 짧은지라 영화로 거의 책 내용을 그대로 담아낸듯 했다.

 끝까지 이름이 나오는 남자는 그냥 미국의 평범한 남편이었다. 아내를 두고 있었고, 아내는 임신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커튼으로 집의 창을 모두 가린채로 바깥의 지옥을 보게 된다. 지옥이 뭔지는 나오지 않는데 핵전쟁일수도, 소행성이 떨어진 것일수도, 미국이 자랑하는 옐로스톤 공원정도의 대분화가 일어난 것일수도 있다. 셋중 하나일 것 같은 이유는 전세계가 온통 불탔고, 살아남은 사람들 전체가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않고, 하늘이 먼지로 뒤덮였다는 묘사가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하여튼 부부의 집은 무사했고, 아내는 이 지옥속에 아이를 낳는다. 남편은 커튼을 항상 가린채로 아내와 불안하게 살아간다. 바깥은 이제 인간의 지옥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곧 식량 부족에 당면했고, 인간의 야만성이 다시 도래했다. 한층은 여전히 문명에 젖어 살아남은 생존자들, 한층은 종교에 귀의해 집단 자살을 하거나 무모한 선택을 한 이들, 다른 한층은 폭력을 일삼으로 다른 이들을 약탈하고 심지어 식량으로까지 삼는 식인종들이다.

 아내는 이런 지옥을 견디지 못했다. 끝까지 만류하는 남편을 물리치고,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며 바깥으로 나아갔다. 아내가 자살을 했을지,아니면 이 지옥속에서 식인종에게 당했을지는 모른다. 집도 위험해졌는지 남자는 아들과 집을 나서 방황한다. 집은 아마도 북미대륙의 꽤 북쪽에 있었던 듯 하다. 사방이 추웠고, 그래서 남자는 해안선을 따라 아들과 남쪽을 향한다. 목적지는 없다. 가진 지도에 의존해 그져 남쪽이라면 뭔가 있을거라는 희망뿐이다.

 남자가 가진 것은 마트의 카트와 그안에 싫은 통조림들과 물, 라이터, 방수포, 약간의 가솔린, 그리고 겨우 두발 남은 리볼버 권총한자루다. 책 제목처럼 그들은 길을 따라 남하한다. 하지만 길은 길을 편하게 가게 해주면서도 불안하다. 약탈의 시대에 다른 사람들도 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길을 이용하기도 피하기도 하면서 계속 나아간다.

 가는 와중에 빈집이나 건물에서 식량을 보충하고, 그게 실패하면 며칠을 굶어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한번은 오래 굶은 그럴듯한 집에 들어갔는데, 그 집의 한 창고는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들어가는 것을 만류하고 들어간 아버지가 본 것은 식인종들에게 붙잡혀 갇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식량이었다. 남자는 경악하지만 그들을 돕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아들 하나를 지키는 것이 급급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운이 좋기도 했다. 이런 지옥의 날을 대비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저택의 벙커를 찾아내어 아들과 모처럼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히터를 켜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며 만찬을 즐겼다. 마냥 그곳에 있고 싶었지만 저택은 너무나도 노출되어 있었다. 남자는 안전을 위해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가면서 길잃은 노인을 만나기도 하고, 죽어가는 이를 만나기도 했으며, 한 아이를 만났고, 자신들의 카트를 훔친 도둑을 만나기도 했다. 남자는 아이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옥속에서 태어났음에도 마냥 착하기만 한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야속해한다.

 필사적으로 살아가던 아버지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부자를 노린 누군가 남자에게 화살을 쏘았고, 남자는 바로 응전했지만 한발을 허벅지에 맞는다. 가진 약품으로 소독하고 치료하며, 직접 외상을 꽤매기도 한다. 삶이 늘 고통인지 남자는 이런 수술에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위기는 넘어섰지만 워낙 쇠약해진 나머지 남자는 며칠을 버티다 결국 죽는다. 아들은 이런 아버지를 두고 가지 못하지만 다행히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순교자들도, 식인종도 아닌 아직 문명을 간직한 남자였다. 아이는 그 남자를 따라간다.

 아이가 새로운 남자와 남쪽을 갔는지 거기서 무엇을 보았을지는 나오지 않는다. 어찌보면 아이는 홀로 끝까지 문명을 간직했다.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것은 이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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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리커버 특별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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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알랭 드 보통을 만든 그의 사랑시리즈 3부작중 하나다. 작년에 최근작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고 올해 리커버판으로 나온 이것을 샀다. 낭만적 연애와 그후의 일상이 이미 50대가 되어 결혼의 온갖 맛을 알아버린 보통이 쓴 것이라면 이 책은 아직 20대 정도의 나이에 쓴 것이다. 책 내용에서도 세월이 느껴진다. 워크맨이 등장하고, 영국과 프랑스의 자동차 공장 몇개를 정리해서 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는가 그 나라전체를 먹여살린거란 말도 나온다.(2018년인 지금은 한국과 프랑스, 영국간의 경제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

 보통의 책 답게 연애와 관련한 날카로운 심리묘사나 재밌는 그림이나 도식으로 표현하는 사랑과 연애관계는 이 책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그리고 볼때마다 그의 연애 소설은 내가 심리책을 보는 것인지 소설책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약간 가벼운 철학책을 보는 것인지 헛갈리게 하는 맛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보통은 남자임에도 상당히 여성중심의 서술을 한다. 작가를 모르고 본다면 여성작가의 책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사랑일까에도 결핍되고 사랑에 굶주린 두 남녀가 나온다. 서로 결핍되고 굶주렸으며 성까지 다르니 그들은 당연히 끌릴 수 밖에 없다. 여자 주인공은 앨리스다. 가정환경은 불우했다. 물질적으론 나쁘지 않았고, 사업가인 아버지를 둔 덕에 국제경험이 매우 풍부하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워낙 국제적으로 크다보니 민족성이나 국적이 주는 느낌 같은 것이 부족하다. 거기에 이기적이고 자녀에 관심이 없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나 안정적이고 지탱해주는 것을 갈망하게 되었다.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왔고,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제 겨우 24세에 불과하다.

 남자는 에릭이다. 잘생기고 몸도 좋은 편이며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은행에서 일하는 이유도 자못 놀라운데 공부를 잘해 의사가 되었지만 의사란 직업이 주는 돈벌이가 본인의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하긴 영국은 의료가 공공서비스이니 그럴지도.) 나이는 31세이며 많은 형제와 함께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상당히 말이 재치있고, 유머가 있으나 은행가라서 그런지 경쟁적 사회를 선호하는 편이며 사회적 약자의 경우 무능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둘은 한 파티에서 만난다. 앨리스는 특유의 의존적 성격으로 자신의 연애공백기가 계속되는 것에 적지 않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그 자리로 에릭이 훅 치고 들어온다. 굳이 그런게 아니어도 에릭은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조금 튕겼던 앨리스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그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깨어나서 둘은 연애란걸 조심스레 시작한다. [서양의 일단 자고 연애를 시작하는 이런 문화는 좀처럼 적응이 안된다. 한국도 성관계가 보다 빨리졌지만 여전히 성관계는 연애 이후에 일어나는 편이다.]

 둘은 상당한 성격차이를 보이는데 앨리스는 정치적으로 좌파적이고 문학을 비롯한 책읽기를 좋아하고 다소 내성적이고 의존적인 반면, 에릭은 우파에 가깝고 책을 굳이 읽는다면 '코만도'나 군사관련 책을 읽으며 매우 외향적이고 내적인 대화들을 쓰잘데 없다고 여기는 편이다. 이런 서로의 차이는 초기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피로도가 점차 쌓여간다.

 불만은 앨리스에게서 시작되고 커져나간다. 모든 일상이 앨리스보다는 에릭 중심으로 진행되며 에릭은 앨리스의 독특한 부분은 낮게 치부한다. 책을 좋아하는 것을 폄하하고, 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은 쓸데없는 분쟁으로 여기며, 골동품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앨리스는 에릭에게 의존하며 그의 이런 면들을 그져 억지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생각하고 덮어나가지만 슬슬 한계상황이 다가온다.

 그리고 뭐가 문제인지 알게하는 남자가 나타나니 바로 필립이다. 골동품을 사러가는 것을 거부한 에릭덕에 친구 수지덕에 앨리스는 필립과 골동품가게를 가게 된다. 둘은 취향이 잘 맞았고, 필립과 이야기하면 앨리스는 자신감이 살아나고 진정 자기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앨리스는 에릭에게 점차 불만을 드러내고 에릭은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맞춰나가지만 앨리스의 이별통보를 피하지 못한다. 에릭은 거의 처음으로 사랑을 앨리스에게 말하나 모든 것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이렇게 앨리스는 자신을 알아주는 필립과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낭만적 연애와 그후의 일상이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해준다면 이 책은 보다 어렸을 적 20대의 연애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기분이 들어 재밌다.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낭만적 연애쪽이 보다 완성도가 높고 짜임새가 있지만 같은 작가가 훨씬더 나이가 들어서 쓴 책이니 이렇게 비교하는 건 공정치 못하단 느낌이다.

 사랑에 관련한 보통의 다른 두 초기작도 보고 싶어졌다. 사랑과 연애과정, 결혼을 다루는 보통의 솜씨는 상당하다. 지금까지 본 두 책만 본다면 일종의 공식도 느껴지는데 서로 성장배경과, 유전인자부터 제법 많이 다른 두 남녀가 등장해, 서로의 다름과 비슷함으로 사랑에 빠지지만 그 다름과 비슷함으로 위기에 빠지며 그런 그들에게 다른 매력적인 남여가 등장해 다른 전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 과정을 재밌는 비유와 표현과 철학자들, 일종의 비유적 공식으로 재밌게 버무리는게 보통의 작품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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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이 시작되다 - 행복을 위한 혁신
김진희 외 지음 / 테크빌교육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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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미래교육에 관해 여러 전문가들이 견해를 제시한 책이라는 점이고 모순되게도 이 점이 단점이기도 했다. 각 분야의 여러 교육 전문가들이 해당분야의 고견을 제시하니 깨닫고 공감하며 얻는바가 많았던 반면, 큰 틀에서는 공감하는 기저들이 비슷하다보니 중언부언되는 느낌도 책 후반부로 갈수록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배운 책이었고, 일독의 가치가 있었다. 특히, 교사의 경우, 초등은 초등만, 중등은 중등의 문제점만 당연히 파악하게 알게되는데 이 책을 통해서 한국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 소득이었다.

 미래 교육에 관한 책인 만큼 미래과학기술의 변화와 교육을 접목한 부분이 우선 눈에 띄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다루는데 사물인터넷은 센서와 인터넷의 만남이며 스스로 센서가 정보를 수집하므로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이걸 해석하는 것이 빅데이터다. 이 신기술이 교육과 접목되는 부분은 이미 100년전부터 듀이가 주창한 일상생활에서의 문제해결이라는 참교육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들은 실생활의 문제해결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교사가 과학부분이나 사회부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과제로 제시한다면 현재나 과거엔 이를 학생이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것은 데이터의 해석능력도 있지만 데이터 자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령 사회시간에 교사가 우리 고장의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조사하고 주제를 찾아 발표하게 한다면 학생은 우선 데이터 수집자체에서 큰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어 이런 정보가 실시간 수집되고 공유된다면 문제는 간단해지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생의 모든 자료가 빅데이터로 모이게 되고 이 정보를 분석해 학생개개인에 맞는 학습자료나 방법을 제시하고 진로교육에도 활용이 가능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빅데이터 도입초기부터 왜 이것을 우리나라 학생의 각 교과별 학습데이터를 수집해 평균적 수준을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만드는데 기초자료로 사용하지 않는지가 의문이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주제는 미래 온라인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은 이미 한번 바람이 불고 그 한계를 절감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책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미래 온라인 교육은 중등에서 자유학기제와 연동가능하다. 현재 자유학기에서는 교사에 의한 수업도 상당부분 진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이 창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자체가 학생들의 창의적 수업 경험에 시수로 낭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거꾸로 수업처럼 온라인 교육으로 교육과정내 지식을 미리 전달하고 충분한 시수로 제대로 자유학기를 더욱 내실있게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교사 개개인이 ucc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가장 지식체계가 훌륭한다고 여겨지는 교과서 집필진이 ucc를 만들며, 학생에게 ucc를 시청하게 하고 수업부담도 덜어줄겸 이 시청시간은 과감히 시수로 인정한다. 그리고 교사는 프로젝트 학습의 설계자로 학생의 스스로 학습을지원하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심이 간 부분은 돌봄교실이다. 돌봄교실은 초등에서만 운영하는 것으로 이미 사업이 10년이 넘었음에도 초등 방과후 사업과 더불어 법적근거조차 없이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놀라운 사업이다. 초등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 불만이 상당한데, 교육이 본질인 학교에 방과후와 돌봄사업이 학생수 감소로 학교유휴교실이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초등의 인력과 교사 및 역량을 동원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력을 감소시키는 문제로 다소의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다.

 이런점 이외에도 돌봄은 그 자체로 문제다. 우선 정부가 유권자인 학부모를 의식하고 벌인 사업이다보니 학부모의 요구만 반영되고 가장 큰 수혜자인 학습자들이 없다는 점이다. 돌봄교실에 수용되는 저학년 아이들은 한창 놀면서 자랄 시기이나 돌봄교실은 최대인원을 확보함으로써 좁은 실내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안전이 사회적으로 강조되면서 지나치게 사업이 아이들의 안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책은 돌봄사업의 경우 예산을 이유로 초등교실을 사용하되 지자체가 시설을 사용만하고 안전과 학생의 관리 및 전반의 책무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학부모와 안전에 치중하기 보다는 보다 수용학생들이 즐거운 삶을 가질수 있도록 프로그램 전반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책은 평생교육과, 중등 자유학년제, 미래 플랫폼으로서의 학교역할,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양성과정의 개편 필요성, 암기형 평가의 문제점 등 교육계 현안의 다양한 문제를 제시하고 미래지향적 해결방안을 보여준다. 교육학책중 모처럼 본 가치있는 책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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