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감동 실화
델핀 미누이 지음, 임영신 옮김 / 더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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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시리아내전에 대해 잘 모른다.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이승우가 2015년에 16세이하 아시아 대회에서 대파한 팀이란 기억, 그리고 내전중임에도 2018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플레이오프까지 갔다는게 다다. 그러고 보니 모두 축구다. 하여튼.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시리아내전을 찾아봤다. 시리아는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로 이슬람은 주지하다시피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다른 국가들처럼 시리아도 수니파를 믿는 국민이 다수지만 집권세력인 아사드 집안은 시아파다. 이들은 2대에 걸쳐 독재를 행하고 있는데 이런 독재에 대한 반발과 종교탄압은 시리아국민들의 마음속에 점차 자유에 대한 갈망을 키운다.

 2001년경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독재자가 쫓겨난 아랍의 봄이 이 갈망에 불을 지펴 시리아에서도 자유반군이 생겨난다. 겁이난 아사드 정권은 폭압으로 이를 진압해 왔고, 시리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도 따랐다. 이에 유엔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고 싶었으나 안보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 그리고 시리아 자유반군속에 독버섯처럼 싹튼 다에시(IS)로 인해 실행이 어려웠다. 이 사태는 거의 10여년 이상 현재진행형이며 시리아 국민들은 난민으로 수백만이 인접국가로 흩어져 있는 상태다.

 이런 지옥 같은 상황에서 시리아의 한 도시 다라야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시작한다. 매일 같이 헬기로 드럼통 폭탄이 떨어지고 도시는 고립되어 모든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였다. 다라야는 원래 집이 많은 도시라는 뜻인데 아사드 정권의 탄압이후 고립되고 폭격을 맞으면서 25만에 달하던 인구는 불과 2만 5천정도로 줄어든다.

 이들이 책을 읽게 된건 좀 우연이다. 책을 많이 보관하고 있던 다라야지역의 한 교장의 집이 폭격당하면서 폐허속에서 책을 발견하게 된것이다. 평소 책을 읽지도 관심도 크게 없던 이들이었지만 책은 그들에게 구원으로 다가온다. 폐허속에서 책을 모으기 시작했고, 어느 덧 비교적 안전한 건물에 도서관이 설립된다.

 사람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여 돌려 읽고 토론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가난하고 파괴된 그들의 영혼에 하나의 구원이자 저항의 수단으로 다가온다. 아사드 정권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교양을 가진 식자층을 싫어했고, 그들을 잠재적 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한 교양의 형성과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식은 그들의 저항의식을 강하게 하였고, 몸은 구속되었을 지언정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어나갔다.

 2015년정도에 접어들며 국제사회의 중재로 자유반군과 독재정권사이에 평화협정이 이루어진다. 다라야 사람들은 많은 지원을 기대했으나 서로 눈치를 보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비교적 냉담했고, 그들은 결국 자신들을 구원할 것은 스스로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평화협정기간에도 폭격과 도시의 포위를 지속하였고, 악화되는 상황속에서 결국 다라야 사람들은 독재정권과의 협상을 통해 강제철수에 합의한다.

 이렇게 그들은 다라야에서 빠져나오게 되며 자신들과 여러 앱과 인터넷, 휴대전화로 간신히 연락을 주고 받았던 책의 저자와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들와 수년간 연락했던 저자의 기록물이다. 과연 이런 상황속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더 저항하는 나를 온전히 만들수 있을까 고민해보았고 예전에 말기암임에도 끝까지 독서를 중지하지 않고 생을 붙잡아나가다 죽은 지인이 생각났다. 그리고 감옥속에서 오히려 많은 책을 읽고 생각을 만들어나갔다던 신영복과 신해철도 생각났다. 이런걸 보면 책은 한 사람의 영혼을 잡아주고 생을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의 주위에는 항상 책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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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의 진화생물학 - 진화는 어떻게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만들었는가
롭 브룩스 지음, 최재천.한창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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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여름 폭염속에 소설을 주로 읽다 오랜만에 관심 분야로 돌아왔다. 책의 저자는 호주인으로 70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과학자다. 그래서인지 책은 약간 유머도 느껴지고 쏠쏠히 재미를 느끼며 볼 수 있는 편이다. 일전에 행동경제학 책을 보면서 진화심리학과 관련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도 그러한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었다. 언젠가 두 학문이 멋지게 결합되어 인간 본성을 더욱 깊게 들여볼 수 있는 렌즈가 되 줄 날을 기대해본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 교육학과도 관련 있지는 않을까? 개인적 생각이다.

 

1. 비만

 책은 주로 성과 결혼형태에 집중하지만 앞 부분은 비만을 이야기 한다. 인간은 살이 비교적 쉽게 찌는 편인데 저자는 이것을 인간의 수명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인간은 수명이 긴 것에 대한 적합도가 높고 이에 따라 과잉섭취를 했을 경우 영양을 저장하는게 유리해진다. 반면 쥐 같은 경우는 워낙 잡아 먹히는 빈도가 많아 수명이 길기 어렵다. 굳이 저장할 필요가 없단 이야기. 거기에 영양의 저장은 쥐를 비만하게 해 포식당할 확률을 더욱 높이기 까지 한다. 때문에 쥐는 열량을 많이 섭취해도 지방을 축척하지 않으며 잉여 열량의 90%를 열로 발산하거나 그래도 안되면 움직임을 많이 하여 털어낸다. 하지만 인간은 잉여의 저장이 중요하므로 겨우 25%의 잉여열량만 이런 식으로 소모한다.

 저자는 오늘날 비만은 단백질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과거 수렵채집 경제 시절 인간은 주요 에너지원은 단백질이었다. 하지만 농업경제가 시작되며 주요곡물을 재배하여 주요 에너지원은 탄수화물로 바뀌게 된다. 단백질에 대한 접근은 극도로 어려워졌으며 농경시대 1만여년 동안 인간은 이에 적응했다. 하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도 있는데 농경경제로의 전환이 어려웠던 태평양 섬지역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 지역의 비만율은 그들이 먹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극도로 높은 편인데, 저자는 이들이 농업경제로 전환하지 못하여 고탄수화물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든다. 매우 그럴듯 하다.

 

2. 부유할 수록 아이를 덜 낳는 이유

 자연계의 모든 생물에게 주요 목적은 번식이다. 그래서 생물들은 주변 환경이 파괴되어 절멸적인 환경이 구성되는 한이 있더라도 영양이 허락하는한 최대한 자식을 많이 낳는다. 이 법칙은 인간에게도 오랫동안 적용되왔지만 최근에 문제가 생겨났다. 주요 선진국을 위주로 부가 향상됨에도 출산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중요한 역설인데 저자는 이를 인간의 경제구조 변화와 관련하여 설명한다.

 농경사회에서 인간은 자녀가 많은 수록 농업을 통한 생산량이 많아지므로 자녀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좁은 땅을 여러 자녀에게 쪼개서 상속하면 그 후손들의 적합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으므로 각 문화권은 장자를 위주로 한명에게만 땅을 상속하는 문화를 발달시켰다. 이러던 것이 산업사회가 들어서며 점차 바뀌어 간다. 초기엔 아이들도 공장노동이 허용되면서 아이를 많이 낳았지만 아동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부의 확보에 유리해지면서 점차 아이를 많이 낳기보다는 적게 낳아 많은 투자를 하는 쪽이 적합도가 높아지게 된 것. 거기에 여성의 교육수준과 지위가 향상하면서 선진국을 위주로 오히려 부자일수록 적게 낳고 양질의 교육으로 전환하는 경향이나타나게 된 것이다.

 

3. 인간이 일부일처를 택한 이유

 자연계에서 수컷은 매우 괴롭다. 생존의 주요 이유가 자손을 낳는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 수컷은 모 아니면 도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암컷을 향한 치열한 경쟁에서 최강자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 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머지 수컷은 실패자가 되어 자손을 남기지 못하게 된다. 수컷들에게 이것은 매우 치명적인데 자연계의 다른 생물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같은 종끼리의 경쟁을 위해 덩치를 키우거나 화려한 외양에 집중하는등 적합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엄청난 군비경쟁을 해야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미를 향한 수컷들의 치열한 경쟁이 수컷에게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거진 수컷들은 상당히 공격적인 경우가 많아 교미할때 암컷에게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으며 강간이나 수컷의 괴롭힘이 끊임없이 지속된다. 이에 대한 암컷의 대처방안은 발정기의 발명이었다. 발정기로 인해 수컷이 암컷의 가임기를 알게 되면서, 암컷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수컷의 구애와 교미시도에 시달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수컷에게도 이득인데 자신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발정기간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발정기를 버렸다. 이는 또 다른 전략인데 지금과 다르게 과거 인간사회는 일부일처가 아닌 매우 문란한 성관계를 하는 사회였다.(물론 지금도 이런 사회가 남아있다.) 모든 동물 암컷은 항상 다른 수컷들이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거나 학대하는 것이 고민거리인데 이는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인간 여성은 가임기를 숨기고 문란한 성관계를 여러 남성과 가짐으로써 자신의 아이가 여러 남성의 아이일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로 인해 사회내의 영유아 학대 및 살해를 방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사회인 경우 아동의 생존율은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엔 하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사회의 영양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이 비교적 풍부한 사회인 열대지역에서는 이런 형태의 일처다부제적인 형태가 아동의 생존에 도움이 되나 식량이 부족해지면 자신의 자식임을 확신치 못하는 남성의 지원이 끊겨 아동의 생존율은 오히려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일부일처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식량이 풍족하지 못한 온대나 고위도 극지방, 건조기후 지역이 시발점이었다. 이 지역은 식량이 부족해 부부가 서로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게 되어 일부일처가 자리잡을수 있었다.

 일부일처의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처다부제의 경우 인간 사회도 다른 동물과 비슷해져 남성간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다. 지위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여성이 집중될 경우 탈락한 남성은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불만을 가져 여러가지 폭력이나 살인등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부족차원에서도 일처다부제로 인해 여성이 부족한 남성집단은 주변집단이나 부족에 대한 약탈이나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일처제는 사회를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 적합도를 높이는 혜택을 가져오며 이로 인해 인간사회에서 주된 결혼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남아선호

 인간의 자연성비는 105대 100정도로 남성이 많다. 유전자 입장에서는 한 개체가 고작 10명정도의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여성에 비해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도 가능한 남성이 적합도가 낫다. 소위 대박을 터뜨릴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성의 경우 치열한 경쟁으로 모아니면 도 식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음의 빈도 의존성에 의해 남성이 많아지면 자연히 여성의 희소성으로 그들의 적합도가 높아지므로 실제 자연성비는 위처럼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상태에서 수컷을 선호하는 현상은 어느정도 나타난다. 포유류의 경우 어미는 번식기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경우 딸보다 아들을 낳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의 경우는 오히려 딸을 낳는 경향이 있다. 이는 수컷의 대박효과 때문인데 어미가 영양이 풍부해 수컷자식에게 많은 영양으로 인한 생육을 해줄 경우, 자식 수컷이 우두머리의 자리를 차지해 적합도를 매우 크게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영양조건이 좋지 못해서 새끼에게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지 못한 경우, 적지만 어떻게든 확실히 자손이 남는 편인 암컷새끼를 택하는 것이 적합도가 높아진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작용해 영양상태가 좋아 어미의 체내 혈당이 높아진 경우 수컷배아의 착상 및 성장이 보다 잘 유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법칙은 인간사회에도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포브스잡지에 실린 억만장자 866명의 자녀 성비를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6:4정도로 상당히 불균형적으로 나타났다. 넘치도록 많은 부를 확보한 그들 같은 경우 체내 환경이 이를 인식하고 후손으로 보다 남성이 많이 나타나도록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살림이 궁핍하다면 아들보다 딸이 선호된다. 인간사회의 경우 딸은 대개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남자를 선호하는데 이런 이유로 가난한 집안의 남자인 경우 결혼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딸은 집이 가난해도 지위와 부를 가진 남성이 여러명을 거둘 수 있으므로 결혼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인도에서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와는 다르게 딸이 결혼할 때 거액의 지참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인도는 일반적으로 더 높은 신분의 남성과 결혼하며 절대로 더 낮은 신분의 남성과는 결혼하지 않는 풍습이 있는데 이로 인해 높은 신분의 남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때문에 인도에서는 딸이 시집가는 경우 거액의 지참금으로 높은 신분의 남성을 유치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인도의 성비는 전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불균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 같은 남아선호 사상은 앞서 말한 음의 빈도 효과로 인해 결국은 상쇄된다. 지나치게 성비가 불균형적으로 나타나면 결국 반대 성에 대한 적합도가 자연스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의 결혼이 성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재밌다. 성비가 남성이 많은 경우, 남성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그 사회의 결혼은 상당히 안정적이며 이혼율이 낮아지고 남성들이 가정과 여성에 헌신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여성의 성비가 많을 경우, 이혼율이 증가하고 편모가정이 증가한다. 또한 10대소녀가 성적으로 조숙한 경향을 보이며 어린 나이부터 섹스하는 경향이 증가하여 미혼모 역시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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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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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국예능에 새로운 형태는 아니지만 섭외 인물을 전례없이 각 분야 전문가들로 하면서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잡았던 프로 알쓸신잡. 짧게 시즌 1-2를 끝냈지만 그 때 유현준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되었고, 그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봤었다. 매일 공간을 향유하고 그로인해 오만 감정을 느끼면서도 문외한이었는데 그 책 덕문에 조금이나마 건축에 관심이 생겼더랬다. 그리고 그의 신작이 거의 일년만에 나왔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좀더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집대성한것 같았다면, 이번 신작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더 뭍어나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는 좀 더 쉽고 감정이입도 더 되지만 깊이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재밌는 책임은 틀림없다.

 이번 책은 도시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글레이져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도시로 사람이 모여들고, 생각의 교류가 자연스레 많아지면서 혁신적이 사고와 발명이 폭발적으로 많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많아지면 네트워크가 생겨 혁신이 일어나는 것인데 우리의 수도 서울은 사람만 많지 건축과 공간이 사람을 서로 단절시키는 형태라고 비판한다.

 처음으로 지적하는 곳은 한국의 공립학교다. 저자는 한국의 공립학교는 사실상 교도소와 구조가 같다고 말한다. 수용과 감시가 주 목적이라는 것. 교실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며 천정이 낮고, 운동장을 비롯한 바깥 공간과의 접근성이 나쁘다. 문제는 저층건물일수록 사람들간의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천장이 높을 수록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저층형 건물로 학교를 구성하는 '스머프 마을'형 학교를 제시한다. 그런 학교에선 학생들이 학년이나 반이 바뀌어 건물이 바뀔때마다 매번 다른 풍경과 앞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저층이라 다른 학년 반과 인적교류도 많아지고, 건물을 저층이라 천정도 높다. 저자는 이런 학교를 제시했는데 교육청 시설 관계자들은 이런 저런 안전상의 우려와 규제를 들어 허락을 하지 않더란다. 관성과 자기 편함에 젖은 사람이 너무 많아 도무지 혁신이 안되는 나라다. 오히려 유현준의 생각을 교육감이 반겼단다.

 다음으로 말하는 곳은 기업의 사옥이다. 기업의 본사 사옥은 그 기업의 이미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외형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고층으로 사옥을 올리곤 하는데 고층사옥은 무거운 건물을 잔뜩 올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크고 높다는 점에서 외부사람으로 하여금 그 기업의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느낌이 들며 내부 공간이 층으로 단절되어 각 부서간 의사소통이 어렵게 된다.

 고층사옥말고 밥상머리 사옥이란것도 있다. 고층건물은 필연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위한 코어가 필요한데 이 핵심 코어부분을 비워놓는 것이다. 즉, 가운데가 뚫린 건물이 된다. 그러면 건물 각 층마다 서로를 바라 볼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 좀더 유대감이 형성되어 고층사옥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보다 감시당하는 느낌도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평형사옥이다. 수평형 사옥은 고층사옥과 다르게 저층이면서 수평으로 넓은 사옥이다. 미국에서 생겨난 것인데 미국 동부의 맨하탄은 단단한 암반이고 섬이기에 토지가 부족해 고층사옥이 발달했지만 실리콘 벨리의 캘리포니아는 사막이라 땅은 많고 반면 지진이 잦아 낮고 넓은 건물이 적합했다. 이래서 생겨난 것이 수평형사옥인 것이다. 이 사옥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 회사원들의 창의성과 수평적 관계에서 생겨나는 혁신적 사고를 중시하는 기업에 적합하다. 그래서 애플은 도넛 모양의 수평형 사옥을 만들어 서로가 연결되고 도넛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공원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이 수평형 사옥도 단점은 있다. 외부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렵고 저밀도 지역에 주로 위치하다보니 주변 도시조직의 이용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입는 옷이나 액세서리도 공간과 관련한다. 미국의 힙합가수들은 유독 후드티를 많이 입는데 저자는 이 점도 공간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후드티를 입는 힙합가수들은 대개 빈민 출신인 경우가 많은데 가난으로 그들 자신만의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후드티를 입으면 주변이 가려져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난 기분이 들게 되는 것.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커다란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도 공공장소를 자신만의 사적 공간으로 바꾸는 행위이며 마이클 잭슨의 장갑역시 이러한 의미로 보아야한다는것이다. 재밌는 해석이었다.

 우리 청소년 같은 경우도 공간 부족에 허덕인다. 그들은 학교에서 감시당하고, 집에서도 물론이며 집과 공조한 학원에서도 감시 받는다. 그래서 그들이 향하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맛있는 간식거리도 풍부하고 그런 핑계로 질책없이 충분히 갈수 있는 곳이며 점원과 cctv의 존재로 안전이 확보된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청소년의 용돈으로 이용이 충분히 가능할 만큼 저렴하기도 하다. 공적으로 이용할 만한 공간이 절대부족한 한국에서는 사람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함에 따라 돈으로 공간을 구매하는데 편의점이나 노래방- 커피숍이나 모텔-자동차 등의 순으로 공간의 확보가 진행되간다.

 마지막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공공성과 개방성, 접근성에 대한 업급이었다. 저자는 3차선의 법칙을 말한다. 저자가 책에서 주창하는 것인데 자동차 도로 차선이 3차선이하일 경우까지 사람들이 인도를 활용하여 걸어다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위해 차로를 줄일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강남의 경우 주거지인 아파트는 물론이고 각종 상업시설들이 지나치게 부유층만을 위한 폐쇄적인 형태임을 지적한다. 강남의 발전과 공공성을 위해 보다 개방적인 구조를 요구한다. 서울 시내의 공원과 도서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공원의 경우 갯수는 부족하지 않은 편인데 접근성이 낮다는게 문제다. 뉴욕의 경우처럼 지하철 역과 공원 지하철역과 공원들 간의 거리고 매번 걸어서 갈만한 거리인 1.5km 정도를 유지하며 연결하는 것을 주장한다. 또한 각 공원들도 들어가는 입구가 몇개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낮고 폐쇄적인데 거의 모든 부분으로 마을에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도서관의 경우 우리는 대형도서관의 주류인데 그것보다는 소형도서관을 각 마을 중심마다 접근성이 높게 배치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각 도서관마다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것을 제안한다. 무척 좋은 생각이다. 한강 다리중 보행교를 제시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러고보니 한강엔 보행자교가 없다. 한강이 매우 기니 중간중간 경험할만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장소의 필요성도 빼먹지 않는다. 저자의 건축 경험과 다양한 제안이 재밌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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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위대한 질문 -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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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죽었다고 니체가 말하고, 종교는 인민의 아편에 불과하다고 맑스가 말한지 100년도 더 지났다. 그들이 그말을 한 후로도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하였고, 인간은 하라리가 호모데우스에서 말한 것 처럼 신이 더이상 필요치 않은 곧 엄청난 존재가 될 것만 같다. 이쯤되면 오래되고 구닥다리인 종교는 사라져도 무방할 것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구유럽의 제1세계에선 그 세력을 상당히 상실한지 오래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제3세계 다른 지역들,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등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종교는 기세등등하다. 오히려 시대가 지났음에도 과학에 대해 반발이라도 하듯 세계 각지에서 근본주의까지 난리다.

 이처럼 종교는 과학기술로 인해 세상을 설명할 능력을 상실하고 근본주의나 세속주의 심지어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연명하고 있음에도 아직 종교가 인간에게 필요하고 많은 것을 설명해줄 수 있다는게 이 책 [신의 위대한 질문]의 저자 배철현의 생각인것 같다. 저자는 구약 성경의 주요인물들에게 신이 던지는 막연한 질문들에 대해 그 의미를 역사적으로 혹은 그가 책에서 잘 쓰는 표현처럼 축자적으로 해석해서 오늘날까지 연장시키고자 하는 듯 하다. 나오는 인물은 아브라함, 카인과 아벨, 이샤야, 야곱, 욥, 다윗 등으로 과거 성당을 다닌 적이 있어 비교적 일화도 어느 정도 알고 친숙한 인물이었다.

 신이 인간에게 한 첫 질문은 "네가 어디에 있느냐"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물은 것으로 저자는 이 질문이 단순히 시간과 장소를 묻는 것이 아닌 그것을 초월한 질문으로 본다. 사람은 자신이 어디서 머무르고 생활하고 활동함으로 자신이 결정되므로 사실 어떤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는 단순한 장소라기보다는 그사람의 인생 목적과 그 여정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질문은 아담과 하와의 자식인 카인과 아벨을 거쳐 그 후대인 아브람에게로 향한다. 아브람은 중동지역의 종교에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 유대교과,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기원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식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진 한 지역의 대 부호인 아브람에게 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이것은 일종의 시험이기도 한데 성경에서 신은 아브라함과 욥, 예수 단 세명만 시험한다. 이 질문은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음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자아로 자립하게 됨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어쨌든 아브람은 신의 말을 따라 자신의 지역을 떠나고 시험을 이겨내 다 늙은 나이에 아들 이삭을 얻게 된다.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고 인생의 좋은 날만 남았을 줄 알았던 아브람에게 신은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 시련을 안긴다.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구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는지 책에는 아브람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고 이를 만류하는 천사의 모습을 여러 화가가 그린 장면이 등장한다. 화가마다 해석과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 제법 재밌었다. 신이 아들을 손수 죽이려는 아브람에게 던진 질문은 "주님께 드릴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였다. 이 질문을 통해 아브람은 다시 시련을 그리고 아들 이삭은 자신을 죽여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 신의 시험을 다시금 통과한다. 화가마다 이 아브람의 모습과 이삭의 모습, 천사의 모습을 모두 제각기 해석한게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모세가 등장한다.  그 전에 등장한 야곱이 신의 시련을 이겨내고 이스라엘이라는 명칭을 받았다면 모세는 히브리인을 형성한 사람이다. 히브리인은 지금은 민족으로 여겨지나 과거에는 민족이나 인종이 아닌 국경을 넘나드는 떠돌이 집단을 의미했다. 일종의 유랑민족이나 유목민족인 셈인데 기원전 13세기 경 이집트로 일하기 위해 집단 이주했고 모세에 의해 하나의 민족 집단으로 형성된다. 신은 모세에ㅔ "네가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어떤 시련에도 순종적이던 아브라함과 야곱, 이삭과는 달리 모세는 계속 신은 의심하고 자신이 신이 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묻고 고민하는 장면이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책은 이외에도 10개가 넘는 질문을 다루지만 솔직히 많이 인상적이진 않았다. 저자의 현대과학기술문명에서도 신과 종교이 필요성이 잘 강변되지는 않은 느낌. 하지만 종교의 필요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게 설로 잘 풀리지 않아서 그렇지.

 그 생각의 시작은 종교의 경전이 그리스 로마 문학과는 달리 모든 사실을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문장간에 많은 행간을 두어 의미 부여를 인간에게 맡긴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인문학적이나 현대적으로 사람들이 언제나 살면서 부딪히는 고민에 질문을 던질수 있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를 악용해 자신들 맘대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근본주의자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이 아직도 알 수 없는 우주나 자연에서 느끼는 경외감에서 영성을 느끼고 이를 통해 하나가 되고 자신을 대면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을 종교로 보고 있다. 유일신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 종교나 교리를 교조적으로 보는게 아니고 말이다.

 인상적이었던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창세기 1장 26절을 이야기하며 모든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신의 현현으로 창조됐다. 라는 구절을 든다. 저자는 이 구절에 의미 부여를 하며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존엄하게 대해야 하는 기초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신을 알고 사랑하고 순종할 뿐만 아니라 신의 형상을 지닌 다른 동료 인간들을 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신에 대한 사랑의 완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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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예고합니다 (리커버 특별판. 페이퍼백) 애거서 크리스티 리커버 컬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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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 여름들어 아가스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3개를 리커버로 다 보았다. 오리엔트는 특급열차,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섬이라면 이번 살인을 예고합니다는 평범한 마을이 배경이다. 마을 이름은 치핑 클레그 혼이고 이 안에 리틀 패덕스란 집이 있다. 집에는 레티 블랙록이란 주인여자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얹혀사는 도라, 그리고 먼 친척인 패트릭과 줄리아가 산다.

 마을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데 이 지역 신문인 치핑 클레그 혼 가제트에 이상한 기사가 실린다. 오늘 오후 6시30분에 리틀 패덕스에서 살인이 일어나니 모두를 초대한 다는 내용이었다.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이 기사가 마을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엔 충분했다. 각각 걱정이 된다는, 기대가 된다는, 재밌는 장난이라는 여러가지 이유로 리틀 패덕스에 모여든다. 어이 없는 건 집주인인 레티 블랙록 여사 역시 사람들이 모여들 걸 예상하고 손님 맞이를 준비한다는 점.

 다들 모여선 중앙난방에 대한 이야기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막상 시계가 6시30분이 되자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불이 갑자기 꺼짐과 동시에 웬 남자가 손전등으로 사람들을 비춘후 리볼버로 사격을 시작한다. 총 세발의 사격이 가해진 후 사람들은 아수라장 속에서 불을 켰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희안하게도 집을 급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집주인인 블랙록인 총알이 귀에 스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범인의 신원을 확인해 보니 스위스인이었다. 범인이 죽은 것도 이상하고, 마치 블랙록을 노린듯한 사격도 이상했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차차 블랙록을 둘러싼 큰 금액의 돈과 관련한 배경이 드러나고 때마침 미스마플이 도착한다. 그리고 마플을 사건의 이상한 부분을 크래독 경위와 함께 맞춰나간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리커버판 추리소설 3권은 모두 재밌었다. 이 리커버판이 반드시 대표작이라고 볼수는 없겠지만 세개의 사건다 어디서 많이 본것처럼 느껴질정도로 향후 추리물의 원형이자 영감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여름에 좋은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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