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위대한 질문 -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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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죽었다고 니체가 말하고, 종교는 인민의 아편에 불과하다고 맑스가 말한지 100년도 더 지났다. 그들이 그말을 한 후로도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하였고, 인간은 하라리가 호모데우스에서 말한 것 처럼 신이 더이상 필요치 않은 곧 엄청난 존재가 될 것만 같다. 이쯤되면 오래되고 구닥다리인 종교는 사라져도 무방할 것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구유럽의 제1세계에선 그 세력을 상당히 상실한지 오래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제3세계 다른 지역들,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등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종교는 기세등등하다. 오히려 시대가 지났음에도 과학에 대해 반발이라도 하듯 세계 각지에서 근본주의까지 난리다.

 이처럼 종교는 과학기술로 인해 세상을 설명할 능력을 상실하고 근본주의나 세속주의 심지어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연명하고 있음에도 아직 종교가 인간에게 필요하고 많은 것을 설명해줄 수 있다는게 이 책 [신의 위대한 질문]의 저자 배철현의 생각인것 같다. 저자는 구약 성경의 주요인물들에게 신이 던지는 막연한 질문들에 대해 그 의미를 역사적으로 혹은 그가 책에서 잘 쓰는 표현처럼 축자적으로 해석해서 오늘날까지 연장시키고자 하는 듯 하다. 나오는 인물은 아브라함, 카인과 아벨, 이샤야, 야곱, 욥, 다윗 등으로 과거 성당을 다닌 적이 있어 비교적 일화도 어느 정도 알고 친숙한 인물이었다.

 신이 인간에게 한 첫 질문은 "네가 어디에 있느냐"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물은 것으로 저자는 이 질문이 단순히 시간과 장소를 묻는 것이 아닌 그것을 초월한 질문으로 본다. 사람은 자신이 어디서 머무르고 생활하고 활동함으로 자신이 결정되므로 사실 어떤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는 단순한 장소라기보다는 그사람의 인생 목적과 그 여정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질문은 아담과 하와의 자식인 카인과 아벨을 거쳐 그 후대인 아브람에게로 향한다. 아브람은 중동지역의 종교에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 유대교과,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기원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식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진 한 지역의 대 부호인 아브람에게 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이것은 일종의 시험이기도 한데 성경에서 신은 아브라함과 욥, 예수 단 세명만 시험한다. 이 질문은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음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자아로 자립하게 됨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어쨌든 아브람은 신의 말을 따라 자신의 지역을 떠나고 시험을 이겨내 다 늙은 나이에 아들 이삭을 얻게 된다.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고 인생의 좋은 날만 남았을 줄 알았던 아브람에게 신은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 시련을 안긴다.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구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는지 책에는 아브람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고 이를 만류하는 천사의 모습을 여러 화가가 그린 장면이 등장한다. 화가마다 해석과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 제법 재밌었다. 신이 아들을 손수 죽이려는 아브람에게 던진 질문은 "주님께 드릴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였다. 이 질문을 통해 아브람은 다시 시련을 그리고 아들 이삭은 자신을 죽여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 신의 시험을 다시금 통과한다. 화가마다 이 아브람의 모습과 이삭의 모습, 천사의 모습을 모두 제각기 해석한게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모세가 등장한다.  그 전에 등장한 야곱이 신의 시련을 이겨내고 이스라엘이라는 명칭을 받았다면 모세는 히브리인을 형성한 사람이다. 히브리인은 지금은 민족으로 여겨지나 과거에는 민족이나 인종이 아닌 국경을 넘나드는 떠돌이 집단을 의미했다. 일종의 유랑민족이나 유목민족인 셈인데 기원전 13세기 경 이집트로 일하기 위해 집단 이주했고 모세에 의해 하나의 민족 집단으로 형성된다. 신은 모세에ㅔ "네가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어떤 시련에도 순종적이던 아브라함과 야곱, 이삭과는 달리 모세는 계속 신은 의심하고 자신이 신이 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묻고 고민하는 장면이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책은 이외에도 10개가 넘는 질문을 다루지만 솔직히 많이 인상적이진 않았다. 저자의 현대과학기술문명에서도 신과 종교이 필요성이 잘 강변되지는 않은 느낌. 하지만 종교의 필요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게 설로 잘 풀리지 않아서 그렇지.

 그 생각의 시작은 종교의 경전이 그리스 로마 문학과는 달리 모든 사실을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문장간에 많은 행간을 두어 의미 부여를 인간에게 맡긴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인문학적이나 현대적으로 사람들이 언제나 살면서 부딪히는 고민에 질문을 던질수 있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를 악용해 자신들 맘대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근본주의자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이 아직도 알 수 없는 우주나 자연에서 느끼는 경외감에서 영성을 느끼고 이를 통해 하나가 되고 자신을 대면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을 종교로 보고 있다. 유일신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 종교나 교리를 교조적으로 보는게 아니고 말이다.

 인상적이었던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창세기 1장 26절을 이야기하며 모든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신의 현현으로 창조됐다. 라는 구절을 든다. 저자는 이 구절에 의미 부여를 하며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존엄하게 대해야 하는 기초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신을 알고 사랑하고 순종할 뿐만 아니라 신의 형상을 지닌 다른 동료 인간들을 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신에 대한 사랑의 완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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