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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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참여정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이 대선 참패 이후 이명박의 집권을 바라보며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 펴낸 첫 번째 책인듯하다. 이후 헌정질서 유린의 9년간 유시민은 참 좋은 책을 많이 펴냈다. 정말 야인 초기 시절이라고 느껴지는게 책에선 아직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고 살아있다. 가까운 시일내에 일어날 참극을 아직 모르는 저자를, 독자인 나는 그 사실은 안 채로 책에서 만나니 가슴이 좀 먹먹했다.

 책 제목인 후불제 민주주의를 보고서는 선분양 아파트, 후분양 아파트 같은 개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린 늘 정치인을 선거때의 유세와 그 소임을 맡기전 이미지, 그리고 소속 정당만 보고 막연히 뽑았다 그 부실에 대한 대가를 혹독히 치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시민이 아마도 이런 선분양 정치인을 비난하고 후분양식의 어떤 정치나 선거체계를 제시하지 않을까나 싶었다.

 물론 예상은 늘 빗나간다. 책에선 말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는 사실 시민사회의 미성숙도와 그 궁극적 원인인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미숙과 자각, 앎의 부족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은 미군의 점령으로 인한 미국법의 도입, 그리고 독일의 첨단 법을 베낀 일본의 법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역사적 기반도 없이 상당히 선진적인 법체계를 광복후 도입했다. 그래서 수십년이 흐른후 한국의 선진적인 노동법이 현실에서는 하나도 적용되지 않음을 깨달은 전태일은 분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명시적인 법이었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완성된 법상으로만의 선진적 민주주의 였기에 한국 시민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뤄냈다. 4.19 혁명과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 2017년의 촛불혁명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불제 민주주의가 된다. 민주적 법의 실제 실천을 위해 시민사회가 뒤늦게 막대한 비용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불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서구 사회에서 경제적 선진화와 상당 수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로 꼽히지만 갈 길이 멀다. 이번 대선에서 대결했던 두 후보는 대장동 사건과 고발사주라는 큰 두 개의 아킬레스 건을 갖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양자는 비슷한 수준의 논란이 될만한 문제라고 본다. 하나는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부패를 다른 하나역시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정치적 부패였다. 하지만 시민 사회의 반응은 일방적으로 전자에 집중되었다. 물론 여기엔 보수 언론과 지난 정권에 대한 실망, 그리고 목도한 집값폭등이란 절망감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양자를 비슷한 수준으로 보지 못하는 오히려 정치적 부패를 더욱 심각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시민 개개인의 미성숙이 더 근본적으로 자리한다. 

 대선과 총선, 지선을 대하는 한국민의 자세에서도 지불이 끝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한국인은 거의 동등한 세 가지 선거에 대해 대선과 총선, 지선의 순으로 관심을 가지며 실제 그 반영인 투표율도 딱 그 순서대로이다. 하지만 실제 나의 삶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치자면 지선, 총선, 대선의 순이 맞다. 대통령은 막강하고 큰 것을 정하지만 그가 대단한 독재자라도 되지 않는한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거주하는 마을의 구청장, 시장, 지역의원이 미치는 영향은 나의 삶에 매우 직접적이다. 선진사회로 갈수록 시민 개개인의 자각수준이 높아질수록 관심사는 이렇게 가야한다.

 유시민은 책에서 후불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한국의 헌법 가치 하나하나를 제시하며 그것의 완성을 위한 노력과 이를 파괴하는 보수세력을 비판한다.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허가제로 바꾼 것, 직무상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수 있게끔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아야 할 공무원들에게 그것을 꺼꾸로 의무로 바꾸어 버린 것, 사실상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대통령이 마치 메시아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모든 것을 바꿀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태도, 진정한 애국이 국가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헌법가치를 수호해야한 다는 것 등이다. 

 법치주의는 부패세력이 행하는 것처럼 나의 반대자나 지배하려고 하는 집단을 억누르기 위해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은 이 같은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공평하지 못한 법집행을 금지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이다.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무너지면 법치주의가 설곳이 없어진다. 이 원리가 무너지면 법률은 큰 고기는 정작 모두 빠져나갈수 있음면서도 약자만 잡아내는 촘촘한 그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무려 13년전에 펴낸 책의 이 구절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유효하다. 역사는 앞서가나 뒤쳐지거나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만 때론 정말 뒤로만 가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유시민은 책에서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수준은 해당 국가 시민의 그것은 넘지 못하며 권력의 도덕과 능력도 장기적으로 대중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며 시민들은 자신들의 평균적 수준 정도의 정치집단과 정부를 소유할 수 있다. 더 나은 집단을 선택하여 이들을 도태시키는 안목과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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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과 경쟁은 오랜 생존원리다. 인간사회와 문명은 양 요소를 모두 갖고 있으며 시대나 상황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달라진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 이후 협력보다는 적자생존의 논리로 경쟁이 보다 우선시되어왔다.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의 맹신, 정부무용론, 다인구 집단의 소인구 집단에 대한 열등 평가 근거, 그리고 그 평가가 일으키는 참혹한 학살과 차별에 대한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해내었고 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윈은 자상한 구성우너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말했다. 즉, 협력은 적응력을 높이는 행위라는 것이다. 공격성은 생존에 유리한 면도 있지만 불리한 면도 상당하다. 우선 항상 싸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비용이 높다. 행위 자체도 비용이 높을 뿐더러 이기든 지든 개체는 죽거나 부상당할수 있다. 여기에 항시 나를 노리는 타개체로 인해 사회적 스트레스가 크고, 이로 인한 에너지의 고갈과 면역력의 약화를 불러온다.   

 때문에 다정함은 집단생활을 하는 많은 생물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제 다정함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는 종은 자연계에서 상당히 많이 관찰되며 우리 인간도 예외가 이나다. 이처럼 협력은 생존의 핵심이다. 

 협력의 역사는 어쩌면 경쟁만큼 오래되었을지 모른다. 지구상 동식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소는 협력의 가장 오랜 증거다. 우리 몸의 미생물 군집, 개화식물과 곤충, 그리고 거대 개미군이보여주는 양태들은 모두 협력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이 협력은 인간이 공존했던 다른 사람종을 제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인간은 최소 4종 이상의 다른 사람종과 공존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사람종이 네안데르 탈이다. 이들은 인간보다 두뇌가 더 컸으며 근육질이었고 생존력이 강했으며 도구를 다루고 서로를 돌보기도 했으며 동굴벽화를 그리고 언어를 아마도 사용했을 빙하기의 지배자였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은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사냥방식때문에 중간포식자의 역할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들과 비슷한 위치이던 인간은 5만년전 역전을 시작했다. 인간은 네안데르탈의 나무창을 강력한 투창기로 발전시켰는데 시속 160km 속도에 사거리가 1km나되는 무기였다. 이를 통해 위험하고 크고 강력한 동물들을 안전하게 사냥할수 있었고 마침내 최상위포식자로 등극하게 된다. 2만5천년전이 되자 인간은 마침내 대세가 되었는데 책은 그 이유로 초강력 인지기능인 협력적 의사소통인 친화력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친화력을 바탕으로 인간은 전혀 모르는 인간과도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협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친화력은 타인과 마음을 연결하고 지식의 세대물림을 가능하게 한다. 복잡한 언어 발달의 배경이자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며 뛰어난 기술의 발명을 가져온다. 

 책은 이 친화력을 인간종이 스스로 자기 가축화를 통해 실현하여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형질이 획득되려면 당연히 더 친화적인 사람 개체가 후손을 얻는데 더욱 성공적이었어야만 한다. 또한 이 친화력의 전제조건은 상당히 고강도의 자제력이다. 한 실험에서 여성들에게 제법 무시무시한 환경에서 놀람 반응을 일으킨 후, 그 반응의 정도에 따라 게임을 해서 승자가 패자에게 벌칙을 주느냐 마느냐의 결과를 살폈다. 자제력과 관련하여 놀람에 격한 반응을 보인 집단 일수록 공감반응의 부위가 덜 활성화 되었으며 놀람에 약한 반응을 보인 집단 일수록 공감 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인데 고도의 자제력은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이해라는 친화력을 발휘하는데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해 친화적이기 위해서는 낯선 믿을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공포과 경계심을 억누르는게 필요하다. 또한 그와 관계를 맺음에 있어 눈앞의 단기적 이익을 탐하지 않고 참아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같은 능력이 없다면 낯선 타인 개체와의 관계는 당연히 망가질수밖에 없다. 즉, 친화력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제력이 필수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자제력은 뇌에서 전전두엽피질이 담당한다. 이 부분의 뇌의 경영관리부로 도박을 하라고 꼬드기는 측좌핵과 무모한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편도체의 활성화를 제어한다. 실제 투명원통막 먹이 실험에서는 뇌가 작은 동물일수록 자제력이 떨어졌으며 뇌가 큰 동물일수록 높은 자제력을 보였다. 하지만 뇌가 크다고 해서 모두 우수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인간은 뇌자체도 상당히 큰 편이지만 동물중 네 번째 정도의 뇌 크기를 가졌고, 신체 뇌 비율에서도 의외로 다섯 번째다. 크기 뿐만 아니라 효율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뇌가 커질수록 신경세포수는 많아지나 그 밀도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영장류는 이 신경세포를 더욱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쪽으로 진화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영장류의 다른 비슷한 뇌 크기를 가진 동물에 비해 신경세포가 6배나 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영장류보다 2-3배 더 큰 뇌를 갖는다. 자제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조건인 셈이다.

 이렇게 고도의 자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인간의 친화력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동물은 자기가축화를 통해 신체의 변형을 보인다. 러시아의 여우 가축화 실험에서 여우들은 가축화하며 탈색이 되고 머리는 작아졌으며 주둥이가 짧아지고, 송곳니가 작아지며 꼬리는 위로 말리고 뼈대가 가늘어지며, 펄럭이는 귀를 갖고 사시사철 짝짓기를 하는 형태로 변화가 일어났다. 호르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보통 여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 스테로이드가 생후 2-4개월 사이 증가해 생후 8개월이면 성체가 된다. 하지만 가축화한 여우는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의 증가기간이 지연되어 진화할 수록 그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즉, 포식성과 방어적 호전성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세로토닌은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인간도 해부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두개골 분석 결과 인간이 친화력을 획득해 대세가 된 시점으로 판단되는 플라이스토세(3만 8천년-1만년전)에서는 눈썹활 높이가 이전보다 무려 40%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얼굴 길이와 눈썹활의 돌출 정도를 조절하는데 이 호르몬이 사춘기에 만이 분비될수록 눈썹활이 두드러지고 얼굴이 길어진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으로 호전성과 공격성을 나타내는 호르몬이다. 즉, 이 시기 공격성의 호르몬이 줄어들고 해부학적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현대수렵채집인 농경민에 이를 수록 더욱 인간의 얼굴은 동안으로 변화했다. 또한 인간은 네안데르탈에 비해 검지 약지 비율이 가장 여성적이다. 검지 약지 비율 역시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약지 비율이 클수록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며 약지 비율이 클수록 관대하고 친화적이다. 인간의 뇌의 크기 역시 지난 2만년에 걸쳐 5%가 줄어들었으며 여기엔 세로토닌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세로토닌은 뇌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 네안데르 탈의 두개골은 미식축구공 모양인데 반해 현생 인류는 지금 같은 풍선형의 구형의 머리를 갖게 되었다.영장류중 유일한 하얀 공막도 친화성 진화의 해부학적 증거다. 오직 인간만이 눈을 통해 서로의 감정과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눈을 볼때의 반응만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 기능은 생후 초기부터 발달해 고작 4개월만 되어도 상대의 눈을 보고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동반자 개 역시 인간에게 본격적으로 길들여지기 전 자기가축화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우실험 결과 가축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10세대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늑대는 매우 크고 위협적이며 호전적인 동물로 인간만의 힘으로 가축화가 일어나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늑대의 개로의 가축화는 늑대 자신의 자기가축화와 인간에 의한 자기가축화가 같이 일어나며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렵채집인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배변이 시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늑대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 지금도 개는 배변을 섭취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나 인간은 요리를 하는 동물로 그 배변과 음식물 쓰레기는 맛과 영양이 야생의 것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 인간에 대한 공포심을 억누를수 있는 비교적 친화적인 개체들이 인간의 부락에 자주 어슬렁 거렸을 것이고 이런 행위들을 할 수 있는 친화적 개체간에 교배가 자연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세대가 거듭되어 이들이 더욱 친화적이 되고 거둘수 있을 만한 시점에 인간에게 길들여져 본격적인 가축화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여우, 개, 인간처럼 자기 가축화하여 형질변화가 일어나는데는 신경능서세포의 역할이 크다. 신경능선세포는 모든 척추동물의 배아에 잠깐 나타난다. 이후 이 세포들은 신경관 표피에서 떨어져나가 독립세포집단을 형성한다. 여기서 뇌와 척수가 형성된다. 신경능선세포는 줄기세포로 다양한 분화가 가능하며 이동 능력이 있어 목적에 따라 전신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신경능선 세포는 부신 수질 발달에 관여하는데 부신수질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부신수질을 작게함면 분비를 줄여 공격성과 두려움을 완화할수 있다. 신경능선세포는 귀를 움직이는 이개연골, 주둥이, 뼈, 치아, 피부에 관여한다. 즉, 가축화로 드러나는 모든 형질에 관여가 가능한 것이다. 

 결국 인간은 뇌의 발달로 획득한 고도의 자제력을 바탕으로 친화력까지 얻어 높은 인구밀도와 하나의 목표를 위한 집단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문화와 학습, 기술의 지수적 증가가 이뤄져 지구의 지배자가 될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친화력에는 적잖은 부작용도 있다. 바로 타집단에 대한 강한 공격성이다. 인간은 어찌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관대하면서도 가장 잔인한 동물이다. 인간의 사회적 범주 진화에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관여하는데 옥시토신은 세로토닌을 활성화하고 공감능력을 높인다. 하지만 역으로 공격성도 증가시키는데 바로 자신과 가족, 내집단을 위협하는 타인에 대한 것이다. 실제 갖 아기곰을 낳은 엄마곰은 옥시토신 분비가 매우 왕성하다. 그는 자신의 아기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사랑이 넘치지만 접근해오는 칩임자에겐 그 어느때보다 위험하다. 바로 옥시토신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론은 발달하며 친화성을 만들어내었지만 동시에 이 특별한 능력을 둔화시키는 능력도 같이 만들어낸것으로 보인다. 타인을 비인격, 비인간화하는 능력이다. 옥시토신을 흡입한 한 민족 집단은 다른 민족집단 구성원이 드러내는 얼굴의 공포나 고통에 대한 공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질적으로 민족갈등이 있는 지역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높은 옥시토신 수치를 보이며 상대 민족 집단에 대해 거의 공감하지 않았다. 

 크레일리는 연구에서 미국인이 다른 민족 집단에 대해 얼마나 사람으로 느끼는지를 수치화하였는데 미국인들은 유럽인은 100 일본인은 98 중국인과 한국인은 90대 중반으로 본 반면 무슬림은느 90정도로 파악했다. 또한 사회지배성향이 높은 대안 우파는 페미니스트와 언론인, 민주당 지지자를 영장류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백인과, 아시아인, 흑인, 라틴 그룹 모두 미국내에서 무슬림을 가장 비인간화했다. 서로를 증오하는 백인과 흑인은 서로를 비인간화하였는데 이를 보복성 비인간화라 한다. 

 책은 이런 비인간화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선 교육공간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초반 교육에서의 흑백분리를 철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철폐이후 소수의 흑인들은 백인 학생들에게 무시받거나 차별받았다. 그들을 같은 그룹으로 편성하여 서로 의지하게 하는 직소모형의 수업을 도입하고나서야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처럼 잘 설계한 교육공간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우호적인 접촉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상적인 공간이 된다. 의외로 군대 같은 공간도 미국에서는 인종적 편견을 감소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였다.

 평화적 시위도 좋은 방법이다. 1900년이래로 정권교체 시도에서 평화시위의 성공률은 무력 시위에 비해 2배나 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폭력에 의한 국가정권 교체는 그 체제가 다시 붕괴할 가능성이 무려 4배나 되었다는 것이다. 폭력 시위는 성공해도 다시 폭력적 징후를 불러왔으며 평화시위는 성공하면 대개 민주적 체제를 성립해 다시 내전으로 치닫는 경우가 드물었다. 여기에 평화적 시위는 공개적이고 다수가 참여하는 반면 폭력적 시위는 당연히 은폐되고 소수가 참여하며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도시의 공감을 잘 짜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 인종, 성정체성이 섞인 활기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런 도시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볼수 있는 12층 이하의 건물로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공간에서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다양성이 생겨나고 이는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 혁신과 경제성장을 일으키고 사회적 관용을 상승시킨다. 반면 고층건물로 이뤄진 도시는 서로간의 접촉을 차단한다. 적대적 건축은 경사진 창턱, 날카로운 쇠붙이, 경계석등으로 구성되어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여 적대성을 높인다.  

 책은 서두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예를 든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원들은 서로 친했다고 한다. 그들은 같은 동네인 워싱턴에 거주하며 아이들을 같은 학교에 보내고 테니스등 비슷한 취미생활을 공유했다. 의회에서 불같이 토론하고서도 같이 술을 마시고 공감하며 교류했다. 때문에 미국은 치열한 양당제임에도 당시까지 사회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치적 시도가 이뤄질수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지속적으로 열세에 놓이자 깅리치란 자가 등장한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민주당 의원을 증오할 것을 요청했고 그러지 않으면 배신자 취급을 했다. 또한 공화당 의원들을 지역으로 이주시켜 지역을 살피게하여 민주당 의원들과의 교류를 차단했다. 이에 민주당도 맞불을 놓아 이후의 모습은 지금의 강대강 국면이다.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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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1~2 세트 - 전2권 (스페셜 에디션) - 고흐의 시선과 열정을 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박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 예술가는 아마도 거의 반고흐일 것이다. 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마 안되는 예술가와 그 자품 목록 에 가장 먼저 고흐의 이름과 작품들이 떠오르는 건 확실하다. 이는 어른들 뿐만 아니고 학생들도 대개 마찬가지인데 특별히 여러 다른 예술가나 그들의 작품들을 언급해주지 않으면 각종 감상 미술 과제에서 반고흐는 손쉬운 선정 대상이 된다.

 그는 귀를 자르고 친했던 고갱과 결별했으며 워낙 평생 불우하게 살아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해바라기' 등이 유명하고 그의 괴팍한 얼굴을 더욱 괴팍하게 그린 자화상도 못지 않게 유명하다. 이런 괴팍함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본 두 책은 반고흐가 동생 테오 그리고 같은 예술가 친구인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1권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라 십년 정도의 기간이 수록되어 있고 2권은 라파르트에게 보낸 것이라 5년정도만 수록되어 있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끝난 것은 반고흐가 의문이 많은 자살을 해서이고,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가 끝는 것은 둘의 우정이 사실상 끝나서였다. 

 편지를 보면 보면 고흐는 상당히 예민하고 감수성이 높으며,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꾸준히 실천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사는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는 수준이다. 37세까지 밖에 살지 못했지만 처음엔 집안 전통처럼 화상으로 출발했다, 목사가 되었다가, 대학에 다녔다가 아카데미를 잠시 다녔다가 결국 화가가 되었다. 집안에 사정도 순탄치 못했다. 이리저리 방황하는 고흐를 그의 아버지는 현실감각 없는 철부지로 취급했던 것 같으며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집안에 다시 들어와서도 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다리 다친 어머니를 돌보고서야 겨우 밥값을 했다는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생 테오에게 만큼음 달랐다. 테오는 평생 고흐를 돌보고 그의 그림을 팔았으며 경제적 지원을 해주었다. 형제간 우애가 남달라서인지 테오는 고흐가 죽자 반년도 안되어 31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고흐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어지간한 고백은 모조리 거절당했고 고흐의 마음을 받아준 것은 남자에게 임신한체로 버림 받은 매춘부와 10살 이상의 연상녀뿐이었다.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했다. 매춘부 여성은 2년가까이 지났지만 결국 고흐와 멀어졌고 10살 이상의 연상녀는 가족들의 반대로 맺어지지 못했다. 고흐의 또래나 일반적 여성은 고흐의 고백에 모조리 퇴짜를 놓았는데 그는 괴팍하고 외모도 준수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했기에 그리된게 아닌가 싶다.

 고흐는 예술에 대한 비타협성과 성격의 괴팍함으로 여러 예술가들과도 오랜 관계를 지속하지 못했다. 고흐는 그들에게 자주 화를 냈고 폴고갱과는 잠시 동거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견해차이로 헤어진다. 책에는 고흐가 길에서 반난 고갱에게 화를 내며 면도칼을 들이댔다는데 맨정신에 할일이 아니다. 하여튼 2권에서 이런 고흐를 길게 견뎌내준 라파르트와도 결국 결별한다. 고흐가 죽자 라파르트는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성격이 그런 고흐란도 예술가로써 인정할 만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보면 그림과 그의 기괴한 성격으로 인한 사건으로만 알려진 인간 고흐에 대해 잘 살펴볼수 있다. 항상 경제적으로 곤궁함을 고민하며, 동생에게 신세짐을 미안해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여성에게 차일때마다 고민하는 그의 모습이다. 예술가로써 자연과 일반인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사랑, 인상을 그려내고자 고민한다. 색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느껴지는데 밝은 색채, 그리고 이를 돋보이게하기 위해 푸른 계통의 대비를 주는 그의 특유의 그림은 이런 마음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흐는 그 기괴함에도 편지에선 상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긴 글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행위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그리고 부치기 전까지도 고민하며 고쳐나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책에 나오는 고흐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괜찮다. 유명한 작품 외에도 스케치와 석판작품, 수채화 작품도 많이 남겼으며 유명한 그의 말년 작품들과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처럼 계절이 좋은 날에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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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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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난화는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책은 드물다. 이 책은 그 드뭄을 대한 갈증을 충족시켜주는데 설명이 매우 자세하여 온난화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해서 많은 과학적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책은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지구가 인간과 생명에 어쩌다 우호적 환경을 선사했는지 부터 설명한다. 그리고 이는 알다시피 기적적 우연에 가깝다. 일단 태양계의 위치인데 은하계에서 가장자리다 중심이 아니라 슬퍼게 느껴지지만 만약 태양계가 은하계의 중심에 위치했다면 블랙홀의 강한 복사에너지 때문에 행성들이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즉, 생명의 발생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태양계는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그리고 태양계 내에서 지구는 다행이 위치가 적절하다. 지구와 형제인 금성과 화성은 생성 초기 대기조건이 매우 유사했다. 다만 금성은 태양과 가까워 복사에너지가 지구의 2배에 달하고 이로 인해 물이 기화되고 강한 자외선으로 수증기가 산소, 수소로 분리되었다. 가벼운 수소는 우주로 모두 날아가버리고 산소는 금성의 암석을 산성화시켰다. 때문에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화성은 질량이 지구의 1/10에 불과하다. 낮은 중력으로 기체가 거의 우주로 날아가버렸고 복사에너지도 적어 물이 없고 있다해도 지하나 일부 표면에 얼음으로만 존재한다. 

 반면 원시 지구는 달랐다. 초기엔 수증기만 존재했지만 소행성충돌로 고온상태가 끝나고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가 내려 바다가 형성되었다. 당시 지구는 이산화탄소만 60기압에 달했는데 이 이산화탄소를 생성된 바다가 흡수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10기압까지 하강했는데 지구의 판구조로 인해 대륙의 갈라진 틈으로 칼슘과 마그네슘이 공급되었고 바다에 녹은 탄소가 이들과 결합해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을 형성하여 초기 대륙의 재료로 쓰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35억년 전 엽록소를 가진 생물이 탄생하여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화하였다. 산소는 대기 중 수소와 만나 물을 형성하였는데 이를 통해 지구는 가벼운 수소가 물로 붙잡혀 상당량 남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초기에 무척 높던 이산화탄소는 지금처럼 적정하게 낮아지게 되었다. 

 생성된 산소는 위로 올라가 성층권에서 오존을 형성하여 자외선을 차단하게 되었다. 오존은 자외선으로 산소와 산소라디칼로 분리되지만 둘은 불안정하여 곧바로 다시 오존으로 결합한다. 5억8천만년이 되어서야 오존의 충분한 형성으로 자외선 량이 지금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성층권은 열구조가 대류권에 비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때문에 지구 대기는 지구의 약한 중력에도 불구하고 탈출이 어렵다.

 달도 지구의 안정적 환경에 한몫을 했다. 원래 지구의 자전 주기는 6시간이었지만 달의 중력으로 인해 서서히 느려져 24시간이 되었다. 하루가 6시간이라면 진화는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달은 지구의 자전축을 기울여 계절을 발생시켰다. 계절로 인해 생명체는 안정적 진화가 가능해졌다. 만약 자전축이 기울지 않았다면 극한의 여름과 극한의 겨울만이 발생한다. 

 지금의 지구 환경엔 빙하가 큰 역할을 한다. 3500만년전 남극 대륙이 분리되어 남으로 이동하여 강한 해류가 주변에 생성되었다. 그로 인해 남극 주변으로 따뜻한 물이 유입되지 않기에 이르렀는데 그래서 남극에 거대 빙하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북반구에는 거꾸로 따뜻한 물의 유입이 빙하를 형성했다. 300만년전 대서양 열대 해류가 멕시코 만류를 통해 북극으로 흐르기 시작했는데 이 해류가 눈을 많이 내리게 해 북반구에 빙하게 형성된 것이다. 

 이 빙하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북반구의 여름이 약해지면 고위도 지역의 눈이 여름에도 안 놓고 쌓여 빙하를 생성하고 성장한다. 그러면 빙하가 무거워져 그 압력으로 아랫부분이 녹아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빙하는 점점 성장하며 퍼져나간다. 이 빙하는 햇빛을 더욱 반사하여 기온을 하강시키고 대양은 차가워져 이산화탄소 흡수를 더 많이 하게되어 온실효과가 약해져 빙하가 더욱 성장한다. 음의 되먹임 효과다. 

 반면 여름이 강해지거나 화산의 분출등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면 기온이 상승하고 빙하는 후퇴한다. 대양은 뜨거워져 이산화탄소를 녹여내지 못하고 대기중으로 방출하여 기온은 더욱 상승하고 빙하는 점점 적어진다. 양의 되먹이 효과다.

 이런 빙하는 현재 지구의 10%정도다. 빙하기 때는 25%였고, 두께도 2-3km였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40ppm이면 빙하기로 전환되는데 현재는 산업화로 인해 무려 405ppm이다. 인간이 100ppm이상을 올려 놓았고 빙하기 간빙기 전환때 1만년간 4-5도가 상승하기에 지금의 온난화 속도는 이것의 20-25배에 해당한다.  

 인간은 20만년 전 등장했지만 문명은 겨우 7천년 정도 전에 형성되었다. 이는 빙하기와 관련이 깊다. 빙하기때는 기온이 낮아 증발량이 적고 사막이 많았다. 물론 해수면이 지금에 비해 크게 낮아 땅이 많았지만 대부분 빙하로 덮히거나 사막이 많아 거주할 만한 곳은 더 적은 셈이었다. 거기에 극지방과 저위도간 온도차가 커서 바람도 매우 세게 불었다. 이런 환경에선 사실상 농업은 거의 어렵고 채집과 수렵경제만이 가능하다. 그러다 2만년전부터 간빙기가 도래했고 인간은 그제서야 계절에 따른 식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간빙기에 상승하던 해안선은 7천년전에야 지금모습으로 안정화하였는데 이 시기가 문명 발생시점과 일치한다. 즉, 자연환경이 안정되었기에 문명의 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문명 이후에도 기후는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 기원전 400-기원후 200년은 기후가 매우 온난하고 안정적인 기후 최적기로 불린다. 이 시기 서양에서는 로마제국이 동양에서는 한 제국이 번성했다. 하지만 이후 가뭄이 닥치자 양 제국은 경제가 붕괴하고 이민족의 침략으로 멸망한다. 이는 역사의 법칙인데 기후가 좋아지면 농경제국은 번성하고 유목민족은 침공하거나 제압한다. 하지만 기후가 안좋아지면 농경제국의 경제는 붕괴하고 역시 목초지의 환경이 나빠진 유목민이 농경제국을 침공하여 위기에 빠뜨린다. 제국은 망하기도 하며 유목민제국으로 교체되기도 한다. 

 14-19세기는 소빙기로 동아시아는 서늘했고, 유럽은 17세기 북미는 19세기가 추웠다. 소빙기는 16세기의 잦은 화산활동으로 생겨났는데 인구감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유럽은 흑사병, 북미는 원주민의 전염병으로 인한 절멸, 중국은 기아로 인구가 1억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목초지 및 농경지를 숲으로 회복하는 결과를 가져와 식생에 의한 대기중 이산화탄소 감소를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온난화 효과를 줄여 소빙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소빙기엔 왕조간 다툼 및 종교분쟁으로 전례없는 폭동과 전쟁이 생겨났다. 농업생산량 감소로 곡물가격은 폭등했고 인간의 신장은 작아지고 영양수준이 낮아 면역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전염병이 창궐했고 농민은 이를 피해 도시로 유입하여 전염병을 더욱 악화시켰다. 프랑스는 이로 인해 결국 혁명이 일어난다. 소빙기에 유럽엔 난방을 위한 목재수요가 급증했고 공급이 달려 어쩔수 없이 하급재료인 석탄에 의존하게 되었다. 석탄 수요가 급증하자 광산에서 이를 캐내기 위해 증기기관이 발명되었고 이는 곧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기후는 인간의 역사와 문명의 흥망성쇠에 지대한 역할을 미쳤다. 그런데 인간이 산업화로 인해 그 기후를 바꾸고 있다. 온난화는 온실가스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질소나 산소등 이원자 분자나 아르곤 같은 단원자 분자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나 메탄같은 다원자 분자가 적외선 복사와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며 적외선을 흡수해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사실 수증기가 가장 큰 온실효과를 일으키지만 인간에 의한 증가가 적고 어쩔수 없는 부분이기에 온실가스로 치부하지 않는다. 

 온실가스의 대표주자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의 74%를 담당하며 한번 대기에 방출되면 사라지는데 수백에서 수천년이 소요된다. 즉, 우리가 뿜어낸 이산화탄소는 한창 뒤의 후손들이 계속해서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메탄가스는 온실효과의 19%를 기여하나 12년정도만 대기에 머무른다. 아산화질소는 8%를 기여하며 대기중에 114년이나 머문다. 

 사실 인간이 내뿜은 온실가스에 의한 온실효과는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1초마다 히로시마 원폭의 4개, 하루 35만개 정도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이 에너지는 바다가 90%, 육지 5%, 대기2%에 흡수되기에 온난화 효과가 적게 나타난다. 바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셈인데 이는 어떻게 보면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바다는 매우 순환이 느리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육지에 비해 변화가 오래 걸린다. 현재 열대 아열대의 바다는 표층이 늘 따뜻하다. 거센 폭풍이 불면 표층의 열이 깊은 바다로 전달되는데 이는 20-30년정도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북극의 차갑고 밀도 높은 바닷물은 빙하를 형성하고 염분이 높아져 깊은 심해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이 물이 대서양을 남북으로 갈로질러 남극 심층수와 합쳐지고 이 물이 동으로 올라가 북태평양에 도달한 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거쳐 멕시코 만류와 합쳐져 다시 북극으로 이동한다. 이 거대한 순환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온난화로 인한 변화 역시 상당한 훗날에 갑작스레 크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 순환이 약화하거나 사라진다면 지구기후가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유럽 지역은 위도가 매우 높음에도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해수의 흐름때문이다. 이것이 사라진다면 유럽지역은 빙하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온난화가 일어나면 증발량이 늘어 수증기가 늘어난다. 습한 공기가 더 많이 상승하는데 이는 응결하여 비를 많이 내린후 건조해져 하강한다. 호우와 가뭄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지구는 열대지역에서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되어 열대호우가 발생하고 아열대 고압대에 하강기류가 생겨 이지역이 건조하다. 온난화는 열대호우는 강화하는 한편 그 반대급부로 하강기류도 강화한다. 즉, 건조지역이 확대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지역에 해당하는 유럽 남부와 미국 서부는 건조의 확대로 매년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산불이 온난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자명하다.

 제트기류는 중고위도의 날씨를 제어한다. 온난화로 고위도 저위도간 기온차가 감소하면 제트기류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한다. 상층흐름이 정체되면 지상날씨도 정체되는데 그 결과 지상의 고기압 저기압이 더욱 강화한다. 이는 고기압 지역은 폭염, 저기압 지역은 홍수를 의미한다. 제트기류는 북극권의 공기와 중위도의 공기를 분리하는 역할도 하는데 이게 약해지면 북극권의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흘러내린다. 혹한이다.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장치다. 중위도의 고기압 저기압은 열대의 공기를 북으로 이동시키고,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는 남으로 이동한다. 해양에서도 열대의 뜨거운 물이 북으로 이동하는데 그래도 에너지가 해소되지 못하면 태풍이 생겨난다. 대규모의 수증기가 응결하면 이 과정에서 대기로 열을 방출해 팽창한 공기가 상승한다. 상승한 공기는 태풍 상부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중심기압이 낮아져 외부 공기가 태풍의 하부로 밀려 상승한다. 이때 수증기가 공급되며 이 과정이 반복해 태풍이 지속되거나 커진다. 태풍은 기압이 낮아 해수면은 누르는 힘이 약해져 해수면이 상승하는데 이로 인해 태풍이 불면 저지대가 침수된다. 온난화로 태풍은 강해졌는데 그 결과 저지대 침수가 잦아졌다. 또한 온난화는 열팽창으로 대양 자체를 팽창시켜 지난 백년간 해수면은 20cm나 상승했다. 

 온실가스가 계속 누적되어 온실효과를 가속화하면 지구는 티핑포인트를 넘어 대양과 토양, 식생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찜통지구로 변모한다. 학자들은 지구가 찜통지구로 진입하면 기온은 4-5도 가 높아지고 해수면ㅇ느 10-60m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를 막기위해 2018 IPCC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1.5도이내로 제한하는 것과 2도로 제한하는 것을 비교했다. 여름철 해빙은 전자의 경우 1세기에 한번 모두 녹고 후자라면 10년에 한번 사라진다. 산호초는 70-90%전멸에서 완전 전멸이 되고, 기후에 적합한 영역을 상실할 식물은 8%에서 10%가 된다. 극심한 폭염에 노출된 인구는 양자가 4억2천만이 차이가 나고 어획량도 150만톤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의 45%수준으로 감축해야하고 2050년엔 탄소제로시대를 만들어야만 한다.

 온난화는 수자원의 상실도 가져온다. 온난화는 증발량을 크게 해 집중호우를 불러온다. 집중호우는 강우량 자체는 늘리지만 하천의 유출량을 크게하여 물의 보관 및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 물의 저장효율은 떨어지지만 토양침식이라는 부작용만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인구의 무려 25%가 산악 빙하에 식수를 의지한다. 온난화는 이 산악빙하를 모두 녹여버려 사실상 이 지역의 수자원을 고갈시킨다. 대표적 산악빙하는 히말라야 산악빙하인데 이는 인도 갠지스, 인더스 강, 동남아사아 메콩강, 중국의 양쯔강과 황하강의 발원지이다. 그리고 이에 의존하는 인구는 무려 10억이 넘어간다. 수자원엔 한국도 긴장해야한다. 가상수란 개념이 있는데 식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의 양이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5%에 불과한데 한국의 가상수 수입은 그래서 연간 무려 288억톤에 달한다. 이는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온난화로 인한 각국의 물부족이 한국의 어떤 치명타를 불러올지 쉽게 알려주는 대목이다. 

 온난화의 또 다른 문제는 공평하지 못함이다. 온실가스의 70%는 세계인구 20%이하의 공업선진국이 배출한 것으로 이들은 그래서 기후변화 무임승차국이된다. 반면 그 피해는 고작 3%이하를 배출한 저위도의 가난한 10억에게 집중한다. 이들은 기후변화 강제승차국이다. 또한 기후 변화는 선진국내에서도 더욱 가난한 이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 2009-2012년 서울의 전체 사망자 335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난할 수록 온난화에 의한 폭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폭염발생때 가난하면 사망위험이 18%높았고, 녹지공간이 적은 곳에 살면 18%가 높았고 근처에 병원이 없다면 19%가 높았다. 때문에 기후변화의 정당한 대응원칙이 중시된다. 이는 형평성, 공동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개별 국가의 역량을 주장한다. 공동책임이지만 배출량이 많은 국가가 더 많은 책임을 지고, 기후 변화에 드는 비용은 각 나라의 지급능력에 따라 부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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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짜기로 완성하는 초등 6년 글쓰기 캠프
김도현 지음 / 성안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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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매일 하는 일이다. 듣는 것에 자신이 없다는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고, 말하기에 다소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공식적이거나 연애등 특별한 경우이고 일상생활에선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전혀다르다. 오히려 글쓰기라면 특별한 문제 없이 웬만큼 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글쓰기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12년간 꾸준히 이뤄진다. 어찌보면 교육의 실패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지도하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초등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글쓰기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요쓰기다. 개요는 글의 큰 틀이자 골격인데 이것을 세우는 방법만 안다면 글쓰기는 절반 이상 끝난 셈이다. 나머지는 그 살을 붙이는 작업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에 의하면 초등1-2학년은 주변에서 겪은 일을 담는 생활문을 배우는데 일기와 독서록 등이 여기 해당한다. 3-4학년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통해 문단을 나누는 것을 배우고 5-6학년은 주장, 설명, 목적이나 주제에 맞는 글쓰기를 학습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글쓰기의 기초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개요작성의 원리로 4가지를 제시한다. 한정성은 써야 할 글의 주제와 범위를 정하는 것이고 단일성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명료성은 글의 내용을 정확하고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고 완결성은 문장이 완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독서감상문을 쓰기 어려워하는데 일선 학교에서 쓰게 시키기만 할 뿐 좀처럼 그 쓰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많이 쓰다보면 익히리라는 안일한 자세다. 독서감상문의 개요는 읽게 된 이유, 내용 요약, 느낀점 배운점 쓰기로 나눌수 있다. 이것들이 자연스레 순서 없이 섞이는게 더 좋겠지만 초등학생에겐 이런 순서를 제시하는게 좋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내용요약을 가장 어려워하는데 이 경우 학생에게 주인공의 행동이나 마음을 유심히 살피면서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하면 접근이 쉬워진다고 한다.

 초등학생에게 일기쓰기는 학교와 가정에서 많이 접하는 글쓰기이다. 일기는 편지일기, 독후일기, 여행일기, 상상일기, 관찰일기, 동시일기, 그림일기등 매우 다양하다. 여행일기의 개요는 누구와 갔나, 언제갔나, 어디로갔나, 그곳에서 한 일, 본 일, 들은 것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나의 생각과 느낀점을 쓰는 것이다. 일기쓰기에는 단계가 있는데 먼저 하루중 겪은 일을 떠올리는 질문을 하고 이를 통해 기억에 남는 것을 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글에 어울리는 제목을 정하고 정리한 내용에 알맹이 문장을 넣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제에 맞는지 점거한 후 다 쓴 글에 무한 칭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어려운 작업을 해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일기만큼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글은 독서감상문이다. 독서감상문은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독후에 느끼고 감동받은 점을 통해 인성이 향상되며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다는 장점을 지닌다. 독후 감상문은 일기 형식, 편지형식, 시 형식, 기행문 형식 등 매우 다양하다. 그 외에도 결말을 바꾸어 쓰거나, 뒷 이야기 쓰기, 인터뷰 형식으로 쓰기, 연극 대본 만들기, 독서 엽서 만들기등 매우 다양하다. 독후 감상문을 쓰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책을 읽고, 구상을 한 다음, 개요를 짜고, 쓴 후 고치고 다듬는 것이다. 

 이야기 책을 읽고 쓰는 경우는 인물 사건 배경을 중심으로 쓴다.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사건의 흐름, 인상 깊은 장면을 소개하며 쓰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 개인적 경험을 관련 짓는다. 과학도서 감상문은 책에 대한 전반적 소개, 선택한 이유, 책표지나 내용에 대한 생각, 본인의 경험, 느낀점, 배운점, 장래 진로와 관련된 글쓰기를 한다. 역사 도서 감상문은 전체 소개, 인상적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 역사적 사건과 그 인물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 정리, 교훈, 새로알게 된 사실과 본인의 느낌을 정리한다. 

 설명하는 글은 아이들로 하여금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요약 정리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설명 글은 다른 글과는 다르게 객관적이어야 하므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많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다른 글쓰기와 다르다. 방법은 비교하기, 예를 들어 쓰기, 하나 씩 쪼개서 쓰기다. 설명하는 글의 개요는 설명 대상 정하기, 조사 및 관찰히기. 개요짜기. 한 단어나 문장에 살 붙여나가기, 고치고 다듬기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글쓰기를 매우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글쓰기가 깊이 있게 사고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학생들이 글쓰기에 실패하는 주 요인으로 글의 구성 요소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때문에 개요 짜기와 다발 짓기의 반복지도가 필요하다. 개요짜기는 글의 형식과 무관하게 모든 글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선 학교에서 개요짜기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여러 글쓰기는 개요형식이 반드시 등장하며 학생들은 글을 쓰기전에 개요짜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교사가 중요성을 느끼고 충분히 연습시키는지 관련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이를 충분히 강조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하여튼 개요짜기가 글쓰기의 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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