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원 -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기후가 만든 한국인의 역사
박정재 지음 / 바다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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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내용과 제목은 좀 예상과 다르다. 한국인의 기원이라면 고대 한국인에서 현대 한국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집단 이동과 융합, 흡수, 갈등을 생각하게 되고 그 부분을 다루긴 하지만 책의 내용은 보다 거시적이다. 한국인의 기원이란 제목을 쓰긴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중동과 유럽, 북미, 남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이동을 살핀다. 그리고 여기에 환경 변화가 작용한다. 지구는 타원으로 태양을 공전하고,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고 세차운동으로 인해 그것이 조금씩 바뀐다. 이로 인해 빙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데 이러한 환경 변화가 인간의 이동과 문명의 쇠퇴 및 발전의 근원적 원인이라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그리고 책은 다른 저서들과 다르게 연대의 기준은 인간이 지구 환경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친 서력1500년은 기준으로 삼는다.   

 

1. 인류의 이동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대략 12만년 전 아프리카를 나와서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당시 유럽의 추운 지역에는 네안데르탈인이 동아시아 지역엔 데니소바인이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은 40만년번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번성했으며 빙기와 간빙기를 무려 5-6차례 견뎌낸 만큼 추위에 대한 강한 내성과 상당한 수준의 문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데니소바인은 동아시아에 있었으며 기후가 따뜻해지자 네안데르탈인이 동진하면서 서로 교접해 혼혈아가 탄생하기도 했다. 

 13만년전 간빙기가 도래해 사하라가 습윤해지자 동쪽 지역에 초원이 생겨났다. 인간은 그 초지를 다라 시나이 반도와 남쪼그이 바브엘반데브 해협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후 다른 세력들이 간빙기가 도래할때마다 습윤해지는 사하라를 따라 순차적으로 계속 아프리카를 빠져나갔다. 인간의 아프리카에서의 이동은 여러 차례였던 셈이다. 

 7만 4천년 전 수마트라섬의 대형화산 토바가 폭발하여 환경이 악화되어 사피엔스의 수가 격감했다. 이 때 상대적으로 온난한 아프리카에 있었던 사피엔스 집단이 다시 유라시아로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한 유럽의 인간 수렵채집민들은 이후 일부가 서쪽으로 이동하여 오리냐크 문화를 이룩하고 다른 일부는 동쪽으로 이동하여 그라베티안 문화를 이룩한다. 그라베티안 문화는 약 2만 2천년전 빙하기가 가장 추울 때 번성했다. 이들은 점성이 높은 역청, 동물 뼈를 녹인 물질로 창자루를 단단히 고정해 사냥능력을 높였고 뼈에 구멍을 뚫어 바느질을 하여 옷을 만들어 추위에 적응했다. 1만 8천년 전 마그달레나 문화가 있었다. 이베리아에서 시작해 후퇴하는 빙상을 따라 전파되었다. 투창가속기를 발명하여 지렛대를 이용해 창을 더 빠르게 던질 수 있었다.

 과거 북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를 빠져나와 유럽으로는 진출하지 않아 네안데르 탈인과의 교접이 없었던 기저유라시아인 집단이 존재했다. 그래서 현대 인류의 DNA는 네안데르 탈인과 교접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기저유라시아인의 유전자가 서로 반비례하여 존재한다. 기저유라시아인은 1만 4천년전 지중해 동부 레반트에 거주한 나투프인의 직계조상이다. 나투프인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최초 농경민이다. 


2. 수렵채집민과 농경민, 유목민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마지막 빙기의 최성기가 끝나고 1만 4700년전부터 약 2천년간 풍요로웠다. 수렵채집민 나투프인 그래서 농경없이도 여기에 정착하는 것이 가능했다. 정착은 농경에 우선한다는게 최근의 연구다. 하지만 영거드라이아스 한랭기가 1천년간 지속되었고 이후 급속한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나투프인은 인구가 불어난 상황에서 타개책으로 농경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농경은 급작스럽기 보다는 이미 수렵채집민 시절부터 부분적으로 시도하거나 그 방안은 대개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후 위기가 그 본격적인 시도를 부른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서유럽인은 크게 레반트 농경민, 이란의 농경민, 서유럽의 수렵채집민, 동유럽의 수렵채집민 네 집단이 이주하여 혼합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집단으로 유전적 차이가 컸지만 오랜 시간 서로 융합된 것으로 보인다. 

 수렵채집민은 대개 활동반경이 넓고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식량을 찾아 이주한다. 따라서 인구 부양력이 낮고 영아와 노인 살해가 흔하다. 또한 피 정복 집단도 대개 노동력이 필요없기에 몰살시킨다. 농경민은 농경으로 항상 노동력이 필요하다. 정주 생활로 가내에서 일할 여성 노동력이 항상 필요하기에 정복하는 경우 상대편의 여성을 흡수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역사상 수렵채집민은 농경민 집단에 자주 흡수되었고 유전적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정주 농경사회에서 여성은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다. 발가락이나 윗팔의 뼈 변형이 그 증거다. 이는 곡식을 무수히 빻았다는 증거다. 농경으로 여성이 집안일을 담당하자 남여의 차이가 생겨났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농경민들은 인구 증가로 농토가 부족해지자 이동했다. 9천년전 레반트와 이란 농경민이 아나톨리아 서쪽이로 이동하여 발칸 반도와 지중해를 따라 이베리아까지 이동했다. 다른 무리는 도나우 강을 따라 독일로 갔고, 또 다른 무리는 인더스 강으로 향했다. 

 홀로세 초기 농경민은 북부유럽에 관심이 없었다. 농경에 부적합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6천년전 기후가 온난습윤해지자 북유럽에 진출한다. 북유럽에 수렵문화 대신 깔대기 모양의 토기인 푼넬비커문화가 들어선 이유다. 한편 이란에서 북쪽으로 이동한 농경민은 흑해와 카스피해에 도달했다. 이들은 고대 북유라시아인의 후손과 섞여 초원지역에서 유목문화를 발달시킨다. 이들이 바로 얌나야문화다. 

 얌나야 문화는 5300-4600년전에 존속한 청동기 문화권이다. 대형고분인 쿠르칸을 남겼고 바퀴와 말을 동시에 활용한 최초의 집단이다. 말은 초원지대의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다. 처음엔 식량이었겠지만 추위에 잘 견디고 바퀴살이 발명되어 수레가 끌만한 무게로 가벼워지자 운송수단이 되었다. 수레는 얌나야 문화에서 전차로 거듭났다. 유목민은 얌나야 이래로 농경민에 숫자가 적음에도 군사적으로 우위를 보일 때가 많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기병대였고, 야금술에도 앞섰다. 거주지 자체가 말 사육에 최적지이자 금속산지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유목민은 언젠가 기마술을 익혔다. 이로 인해 1인당 돌볼 수 있는 가축의 수가 증가하면서 목축의 효율성도 증가한다.

 얌나야인의 확장은 쿠르간 분묘 문화의 확산과 인도유럽어의 확산을 가져왔다. 4900년전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홀로세 기후 최적기가 끝나며 기온이 하강한다. 얌나야 인은 초원을 찾아 서쪽으로 이동하였고  유럽지역을 장악한다. 이들은 동쪽으로도 이동하였는데 이 일파가 아파나시에보 문화를 이룩한다. 얌나야인은 중앙아시아로 진추랳 신타슈타문화와 안드로노보 문화를 이룩했다. 안드로노보문화는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더스 계곡으로 진출한다. 농경민이 이룩한 하라파와 모헨조다로 문화가 기온하강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쉽게 진출한다. 그 후손들은 2800년전 서쪽 이란 고원도 침공한다. 그래서 이란의 경전 아베스타와 인도의 경전 라그베다는 모두 샨스크리트어로 내용도 매우 유사하다. 두 종교 모두 생명의 나무와 세상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산을 숭배한다. 라그베다의 인드라 신은 초원지대의 초자연적 지배자다. 인도의 고대왕은 즉위하면 말희생제를 치뤘는데 말은 고온습윤한 인도에서 자생하기 어렵다. 이는 인도의 지배집단이 유목문화임을 말해주는 증거다.

 

3. 아시아로 향한 사피엔스

 아프리카에서 나와 동으로 향한 인간은 해안을 따라 이동했다. 아라비아, 인도, 순다랜드, 사훌랜드의 순이다. 빙하기에 해안선이 내려가 인도차이나 반도와 섬들이 연결되어 순다랜드라는 대륙을 형성했고, 호주와 뉴질랜드, 테즈매니아, 파푸아뉴기니가 모두 대륙으로 묵여 사훌랜드를 형성했다. 순다랜드에서 추운 북쪽으로 향한 이들이 티안유안인이 되었고, 동남아사이에 남은 집단이 호아민 집단이 된다. 

 티안유안인은 중국 남부와 북부, 만주, 몽골지역에 자리잡았다. 여기서 더 동으로 간 것이 일본의 조몬인이다. 이들은 동쪽에 격리되어 티안유안인과 유전적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일본 열도는 당시 숲이 많고 바다에 인접해 생산력이 높아 수렵채집민이면서 정착이 가능했다. 1만 6천년 전 조몬인은 토기를 사용했는데 이건 정주의 흔적이다. 2800년전 한반도 기원 농경민에 의해 크게 위축되는데 그래서 현대 일본인의 유전자는 한반도 기원 농경민이 90% 조몬인이 10% 정도다. 

 중국 북부의 아무르 강 유역의 티안유안계통에서 아무르강 집단이 분기된다. 이 집단에서 현대 동아시아인의 특징은 두꺼운 모발과 삽모양의 앞니, 땀샘 관련 유전자가 발견된다. 이 유전자는 추위에 적응하며 생겨난 것이며 기후가 더 한랭해지자 아무르집단이 한반도로 남하한다.  

 신석기 시대 농경으로 인구가 급증한다. 아무르강 집단은 수렵채집민이었고 황허는 동아시아 최초로 조와 기장을 작물화했다. 동아시아 유전자 구성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랴오허강은 반농반목문화였다. 이들은 기후가 한랭화하자 적극 남하하여 현대 한국인과 일본인의 형성에 기여한다. 양쯔강 중류는 세계 최초의 벼농사 지역이었다. 이들은 6-7천년전 해안에 도달했고 일부가 북으로 이동하여 황허와 섞이고 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사람들과 부딪혔다. 이들은 서로 썩여 동북아시아 현대인의 유전자에 기여한다. 홀로세 기후 최적기 이후 동북아시아인은 중원, 랴오둥, 한반도로 이동한다. 양쯔강 하류에서 남으로 이동한 이들은 대만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스터, 마다가스카르까지 이동한다. 


4. 빙기와 간빙기의 원인

 온난한 신생대 3기가 끝나고 260만년전 부터 기온이 하강하여 4기가 시작된다. 4기는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구분한다. 플라이스토세는 간방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했다. 이는 지구 공전궤도의 이심률, 자전축의 기울기, 자전축의 세차운동 때문이다.

 플라이스토세의 간빙기는 20히 이상이다. 마지막 빙기 후 도래한 간빙기가 지금의 홀로세다. 대략 70만년전부터 지구는 빙기 11만년 간빙기 1만년의 기후 사이클이 있었다. 홀로세는 1만 1700년전 시작했다 지금은 주기상 빙기가 와야할 시점이지만 지구 공전 궤도의 이심률이 낮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홀로세의 간빙기는 향후에도 수만년간 지속될 예정이다. 

 인간은 20만년전 출현했다. 13만년전 빙기가 끝났고, 홀로세 이전 간빙기인 미이안 간빙기가 시작되었고 이때 사하라가 습윤해져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나올 수 있었다. 대략 10만년전, 7만 5천년전, 5만 5천년전, 3만년전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빙하기에도 열대 수렴대가 북쪽으로 확장했다. 

 11만년동안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2만 5천년 주기로 간방기가 도래했다. 그리고 1500년 주기의 아간빙기가 25차례 도래했는데 이는 대서양의 열염순환때문이다. 남대서양의 따뜻한 물은 고위도로 가서 한랭한 지역을 덥힌다. 그리고 동시에 이동하며 편서풍과 태양복사로 증발이 많아져 염도가 증가해 수온이 낮아지고 밀도가 높아져 심해로 하강한다. 그린란드 부근에서 하강해 다시 남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아간빙기가 오면 빙하가 녹아 담수가 대량 유입되어 대서양 고위도에서 물이 심해로 하강하지 않아 열염순환이 약화된다. 그러면 북반구가 추워져 빙하가 증가하고 다시 담수 유입이 줄어 염원순환은 강화된다. 이 반복이 아간빙기의 주기원인이다.

 홀로세의 또 다른 기후 변화 원인은 적도태평양 해수온도의 변화다. 적도 서태평양은 강력한 무역풍으로 항상 따뜻한 바닷물이 몰려든다. 하지만 무역풍이 약해지면 기온이 내려가며 바닷물이 북과 동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 서태평양 해수 온도가 하강하여 인도네시아와 호주 일대에 가뭄과 산불이 증가한다. 동태평양은 기온이 상승해 홍수가 나는데 이것을 엘니뇨라 한다. 4-7년 주기이며 아기 예수라는 뜻이다. 이는 성탄절 즈음해 이 현상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홀로세 후기 400-60년 주기로 서태평양 온도가 내려갔는데 그러면 한반도를 포함한 북반구 여러 지역이 추워진다.

 또 다른 기후 변화 원인은 태양 흑점변화다. 태양 표면 흑점수가 늘면 태양에너지가 강해지는데 이 흑점 주기는 1년이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태양활동의 변화가 사실상 열염순환과 장주기 엘니뇨의 원인이라 본다. 


5. 홀로세의 기후 변화와 문명

 8200년전 갑자기 많은 담수가 대서양에 유입되어 열염순환 교란으로 기온이 3.3도나 내려가 단기 한랭기가 도래한다. 이로 인해 동북아시아의 많은 수렵집단이 남하한다. 하지만 8000년전은 기후 최적기로 고위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무려 3-4도, 중위도는 1-2도 저위도는 비슷하게 기온이 올랐다. 온난화의 영향은 항상 고위도에 더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이 시기 전세계에 초기 문명이 많이 나타난다. 

 황허강 이북에는 츠산문화가 있었고 7천년전에는 양샤오 문화가 있었다. 랴오허강은 싱릉와 문화가 있었다가 6700년전 훙산문화가 생긴다. 훙사문화는 중국의 다른 지역과 다르고 옥을 이용한 공예품이 발달했다. 이는 당시 이 지역이 유목이나 목축 기반임에도 계급이 분화했음을 의미한다. 이 신석기 시대 훙산문화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이 현대 한국인이다.  

 고조선은 시기상 훙산문화보다는 샤자덴 상층-하층 문화와 시기적으로 관련한다. 4200-3700년전 가뭄과 추위로 사람들은 괜찮은 환경으로 밀집했고 그러면서 문화집단이 생겨난다. 

 8200년전 외에도 4200년전에도 기상 이변이 있었다. 이는 엘니뇨 때문으로 동북아시아의 기후가 건조해졌다. 그래서 지구 상의 여러 문명이 붕괴한다. 아카드 문명, 나일강 고왕국, 인더스 하라파, 중국 룽산문화, 양쯔강 하류 저장성 량주 문화 등이 붕괴했다 기후가 한랭해지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서식지의 악화로 인구가 살기 좋은 곳으로 유입되어 갈등이 유발된다. 이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 엘니뇨는 400-600년 주기로 이 시기마다 여러 문명이 붕괴했다.

4200-3900년전 세계 여러 문명 붕괴

3700년전 이집트 중왕국 붕괴

2800-2700년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2300년전 한반도 벼농사 문화 쇠퇴

1700년전 한제국 멸망, 삼국시대 도래

1200년전 멕시코 테오티우칸 문명 멸망

600년전 유라시아 흑사병 유행


6. 한반도의 인구 유입

 한반도에는 대략 5500년 전 부터 농경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격은 아니고 수렵채집의 보조수단이었다. 3000년전에야 정주 농경이 본격화 하였다. 안정적 기후로 숲의 생산성이 높고 삼면이 바다라 어패류가 많았다. 3700-3200년전 외부에서 농경 집단이 들어온 후 농경이 본격화한다. 4천년전 양쯔강 량주문화와 황허강 중산 문화 모두 기후변화로 쇠퇴한다. 이들은 동해안으로 이주해 혼합되고 산둥반도, 랴오둥, 한반도 남부 ,일본으로 이동했다. 이들의 빈자리는 북방 유목민이 차지한다. 기후가 나빠질때마다 북방민은 한반도로 남하하였고 이들은 선진문화도 같이 전파한다.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 토기 사용이 가장 늦을 정도로 고대인이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었다. 산지가 많았고, 생산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기온이 지나치게 한랭화하면 남하하며 일부가 한반도로 내려왔다. 홀로세 후기가 되면 동아시아 전역으로 농경이 확대되며 인구 압박으로 남쪽을 향한 갈망이 커졌는데 이러면서 한반도와 일본열도도 본격적으로 선택 된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는 랴오허 지역의 인구의 영향을 많아 받았는데 이 지역은 특히 한랭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기후가 악화될때마다 이 지역 인구가 남쪽으로 이동하며 한반도로도 향한 것으로 보인다. 3200년전쯤 한반도 금강 유역의 송국리 문화는 이들의 작품으로 보인다.

 동북아시아의 기후는 3600년 전부터 습윤해졌고 때 마침 전파된 벼농경 덕분에 한반도의 인구가 증가하고 민무늬 토기의 청동기 시대가 시작된다. 

 한반도의 송국리 문화는 2800년전 전성기였다가 차츰 쇠퇴하여 2300년전 거의 소멸한다. 이들이 일본 규슈로 건너가 야요이 문화를 연다. 한반도는 송국리 문화가 사라져 무주공산이다 다시 북방에서 사람들이 내려와 빈틈을 채우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유전적 유사성이 높음에도 언어가 전혀 다른데 이는 송국리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농경민은 송국리 문화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살아남아 그들의 언어를 조성했고, 한반도에는 이들이 거의 사라져 새로운 반농반목민이 언어를 형성한 것이다. 

 2800년전에서 시작되어 5-600년 지속된 저온기를 철기 저온기라 한다. 이 때 서유라시아에서는 스키타이가 대대적으로 이동하고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다. 한반도는 벼농사가 쇠퇴하고 북방민이 유입하고 토착민과 갈등한다. 이후 200-300년간이 로마 온난기다. 로마는 전성기를 맞고 중국은 한이 들어선다. 이후 1-100년간 태양 흑점수가 감소해 혼란기가 찾아오고 100-200년에는 흑점수가 증가해 로마는 5현제 시기가 온다. 200-300년은 다시 흑점수가 감소해 대 혼란기가 오고 중국은 삼국시대를 맞는다. 374-468년은 흑점수가 뚜렷히 감소해 기온이 내려갔는데 이 시기가 훈족이 이동한 시기이며 게르만의 대대적 이동을 초래하여 로마멸망의 원인이 된다. 

 한반도는 4세기 후반 부터 기온이 하락했는데 420년이 가장 기온이 낮았다. 고구려 장수왕의 천도는 427년인데 기후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주된 Y염색체는 C2(15%아무르), D(2%조몬), N(5%훙산), O1b2(32%샤자덴), O2(40%), Q(2%)다. 역시 샤자덴의 영향이 가장 강함을 보인다. 이는 기원전 3세기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이후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인과 유전적 조성이 가장 비슷한 것은 역시 북중국인이다. 

 일본은 야요이 문화에 이어 다시 한반도 도래인이 들어가 야마토 문화를 형성했는데 이들이 우리와 조상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언어는 일본 야요이 시대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지금의 우리와 큰 차이가 있다.

 

7. 기후 변화와 문명의 쇠퇴

 책은 기후의 주기적 한랭화와 문명의 쇠퇴를 강조한다. 인간은 다른 생물처럼 정주여건이 좋으면 인구를 불린다. 하지만 기후가 안좋아지면 인구 압박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즉, 인간 이주와 확장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후의 쇠퇴는 문명의 몰락을 가져온다. 기후가 좋으면 각 문명의 인구가 늘고 정치와 사회가 안정되지만 그 상태에서 기후가 나빠지면 생산성이 악화하여 인구 부양이 힘들고 갈등이 생긴다. 특히 영양상태가 나빠져 전염병이 창궐하기 쉽고, 외부인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침투하고, 사회갈등이 심해져 문명이 붕괴하기 쉽상이다. 

 4200년전은 매우 한랭했다. 이후 1000년마다 기온이 상승하는데 3400-2800년은 청동기 최적기로 미케니, 히타이트, 이집트 신왕국이 전성기였다. 3200년 갑작스런 기후 변화로 문명이 쇠퇴하고 해양민족이 침략해온다. 2800-2300년전은 철기 저온기로 이 기시는 축의 시대다. 세계 10개의 종교가 이 때 탄생하는데 기온 저하로 인한 식량부족과 사회혼란이 종교의 도래와 관련이 깊다. 철기 저온기에는 게르만이 남부로 내려오고 스키타이는 서부로 이동했으며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2250-1600년전은 로마 온난기로 로마의 전성기, 중국은 한이 융성했다. 이후 중세 저온기가 오며 게르만 대이동이 일어나고, 훈족이 이동했으며 중국은 삼국시대가 된다. 이시기 한국의 삼국도 쇠퇴하였고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다. 반면 아라비아는 강수량이 증가하여 초지가 많아져 전투와 상업에 필수적인 낙타를 많이 키울 수 있었고 쇠약해진 동로마와 사산조 페르시아를 상대로 세력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서기 800-1200년은 중세 온난기로 중국은 송이 전성기였고 고려도 전성기를 맞이한다. 13세기는 다시 기온이 하강했고 몽골의 침입과 쇠퇴기가 있었고, 1280-1350년에는 소빙기가 찾아와 흑사병이 창궐했다. 1620-1720년에도 한랭기가 찾아왔는데 당시에는 30년전쟁으로 800만이 사망했으며 한반도에는 경신대기근이 찾아온다. 또한 명청 교체가 일어났고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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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탄생 - 한국사를 넘어선 한국인의 역사, 개정증보판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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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신이 속한 자연환경에 맞게 진화한다. 하지만 늘 성공적이진 않다. 진화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우연적이다. 그래서 그 자연환경에 맞게 신체와 심리가 진화하지 못하거나 적응할 시간이 불충분하다면 멸종하거나 아니면 그 지역을 신속히 떠나야 한다. 

 하지만 인간에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문화다. 인간은 자신이 진화과정에서 얻게 된 높은 지능과 사회성과 언어, 손기술, 모방 등의 능력으로 인해 대규모로 자연을 자신에게 맞게 개조하거나 여기에 적응할 도구로서 의식주를 개발하게 되었다. 문화의 건설 과정은 자연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의도성을 갖는다는 면에서 매우 주체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연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고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매우 피동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엔 인간의 정신도 같이 작용한다. 여러 문화는 그 자연에 대응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도 같이 개발하는데 이는 추후 몇몇 정신적 규율이나 종교적 계율, 법률로 자리잡기도 하며 한 번 정착되면 그것을 만든 자연과 사회가 변함에도 존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도인은 이제 소를 잡아 먹을 형편이 됨에도 소를 먹지 않고, 이슬람은 여전히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인 역시 한반도라는 곳에 자리 잡으면서 그런 자신들만의 문화와 정신적 기제가 같이 자리 잡았다. 그것을 나름 심도 있게 주관적으로 파헤친 게 이 책이다. 책을 보면서 한국판 '국화와 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인의 정신적 특질은 현실에 대한 비관주의, 타인에 대한 혐오와 경쟁, 그리고 노력과 능력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정신, 위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협응력 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한반도의 자연과 거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1. 한반도의 자연과 한국인의 정신

 한반도는 국토의 70%가 산지다. 산은 일조시간이 짧고, 숲으로 우거졌으며, 비탈이 져있어 물을 담아놓기 어려워 농경에 매우 부적합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얼마 남지 않은 평지에서 농사를 지어야만 했고, 산에 가까우면 평지라도 그늘져서 일조량이 부족해 농사가 잘 안되기에 그나마도 선택지가 적었다. 또한 과거엔 농경지와 거주지가 가까워야만 했기에 그들끼리 모여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자연환경으로 인해 한반도의 농업 생산력을 항상 낮을 수 밖에 없고 부족했다. 다행히 삼면이 바다이고 강도 많은 편이라 어패류를 적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한국이 1인당 수산물 섭취가 세계 1위인 이유다. 그래도 먹을 것이 부족하기에 산과 숲을 파고 들었고 먹을 만한 온갖 것들을 찾아내 먹기 시작했다. 한국의 밥상에 나물이 무척이나 많은 이유다. 풀은 쓰고 독이 있기에 한국인은 그 중 그나마 그런 것들이 적은 것을 찾아내었고, 데치고 소금물에 삶고 맛을 내어 이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어에는 해조류와 여러 초목들을 지칭하는 낱말들이 세계적으로 많다. 

 한국인은 과도한 근무시간과 능력주의를 숭상하는 경향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고, 수면이 부족하며, 술과 담배를 많이 한다. 이는 모두 수명을 갉아 먹는 행위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꽤 높은 편인데 이는 전통적인 한식 식단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부족한 생산성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세상을 항상 비관하게 만든다. 아무리 뼈빠지게 열심히 일해도 잉여가 생기지 않고 어쩌다 잉여가 생겨나도 한 두해 가뭄이나 홍수라도 만나면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경쟁과 능력을 추앙하게 한다. 늘 살기가 빡빡하기에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늘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러지 않은 자는 매우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때문이다. 또한 언급한 것처럼 이웃과 모여 살고 늘 그들과 적은 식량을 나누어야 하기에 이웃을 항상 감시하고, 관여한다. 그리고 그들을 일반적으로 싫어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그가 죽을 위기라도 놓이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까지 구하려 한다. 이는 이웃이 평소엔 경쟁자이지만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서이다. 벼농사는 노동집약적이다. 서유럽의 밀과 달리 순간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요하는데 김매기나, 모내기, 추수, 탈곡의 과정이 그러하다. 순간 많은 노동이 짧은 시간에 필요한데 그것을 위해서는 타인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는 타인을 혐오하고 경계하고 경쟁하고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의심하면서도 모순되게 타인과 이웃에게 늘 도움을 주려 하고, 정이 있으며 위기에 처한 타인을 보면 일면부지의 경우라도 적극 돕는 경향이 있다. 


2. 한국의 음식과 술

 한국은 늘 음식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보니 최대한 많이 먹어두려는 경향이 있다. 과거 선교사들은 구한말 조선의 어머니들이 최대한 자식의 배가 터질때까지 먹이고 배를 두드리며 그것을 확인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또한 서양인들은 조선인들의 대식 문화에 경악했고, 임진왜란때 일본군과 명군은 조선인의 대식습관을 보고 놀랐고, 조선인은 중국인과 일본인의 소식을 보고 놀랐다. 때문에 전략적으로 서로의 군량 상황을 착각하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조선인이 보기에 일본인은 지나치게 적은 군량에도 오래 버텼고, 일본인이 보기에 조선은 반대였다.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다. 이는 다행히도 벼농사가 한국에서 가능했고, 쌀이야말로 전 세계의 작물중 단위 면적당 인구 부양력이 가장 높기에 매우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한국의 식단은 이 밥을 먹기 위해 구성된다. 한국인의 밥상, 한식은 국이나 찌개. 탕류와 각종 반찬으로 구성된다. 이는 모두 밥을 많이 먹기 위함이다. 반찬은 대개 짜고 시큼한데 이는 식사를 할 때 타액을 내고 감칠맛을 내어 밥을 수월하게 먹게 만든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밥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곡물을 밥과 그것이 아닌 잡곡으로 나누며 밥이 아닌 다른 것을 끼니로 때워도 밥을 먹었냐고 지칭한다. 그리고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쌀 이외의 다른 것을 더 많이 먹음에도 아직도 한식을 고집한다. 

 그리고 음식이 짜고 자극적이며 술을 많이 마신다. 이는 언급한 것처럼 땅의 생산성이 낮아 극도로 일하게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자극의 추구다. 그래서 중국의 옛 사서들은 하루 종일 술먹고 춤추고 노는 한국인들을 매우 이상하게 바라 보았다.  

 한국인은 마늘과 쑥도 많이 먹는다. 오죽하면 건국 신화인 단군 사회에 호랑이와 곰의 인내력을 시험하기 위해 등장한 작물도 마늘과 쑥이다. 이는 먹을 것이 부족함과 관련한다. 이것저것 먹어야하다보니 탈이 날 일이 많았고, 세균에 감염되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마늘과 쑥은 강력한 항균작용을 한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음식에 마늘과 쑥, 특히 마늘을 때려 넣는 것은 단지 맛과 향 외에도 생존을 위해 중요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마늘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인 이유다.


3. 한국의 산성과 활

 한국은 불행히도 자신들보다 강한 이웃을 두었다. 중화제국은 근접한 최대 위협이다. 한국보다 땅이 압도적으로 넓고 생산성도 높기에 통일된 중화제국의 인구는 늘 한반도 왕조 인구의 10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일본도 위협이다. 일본은 섬나라로 문명의 전파의 끄트머리에 있었기에 미발전으로 오랜 기간 큰 위협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반도보다 1.7배 넓고 한국처럼 산지가 많지만 평지가 더 많고 농업생산력이 높아 충분히 발전만 된다면 강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임진왜란에 이르러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하여튼 오랜 적은 중화제국으로 이들의 침공은 장난이 아니었다. 적은 수로 한국이 이들을 막는 방법은 원거리 무기로 최대한 수를 줄이고 산성에서 이들을 막는 것이었다. 한국의 활을 매우 우수하다. 합성궁으로 위력이 강력하면서도 산성에서 쏴야하고 최대한 많은 적에게 자주 화살을 퍼부어야 했기에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적은 힘이 들어야 했다. 이를 모두 만족하는 것이 한국의 전통 합성궁이다. 한국의 활은 30kg미만의 힘으로 쏘는 것이 가능하며 작고 가볍기에 들고 다니기에 용이하다. 

 많은 수의 적을 대적하는 또 다른 방법은 산성이다. 한국은 화강암 지대에 위치하다보니 이를 이용해 매우 견고한 성을 쌓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다보니 적이 침공할 때 지날 수 있는 행군로가 정해져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왕조들은 적이 그냥 지나치기엔 매우 뒷통수가 가려울 만한 곳들에 산성을 쌓았다. 산성은 매우 점령이 어렵다. 일단 점령하려면 산을 올라야만 하고, 평지에서도 성은 높은데 산성은 경사로 인해 더욱 높다. 또한 지형을 잘 이용하면 접근 가능한 곳이 정해져 있어 포위 및 공략도 어렵다. 때문에 산성은 적은 인구로 많은 적을 막아내기에 맹 적합하다.

 유럽과 일본의 성,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유럽과 일본의 성은 매우 작고 높아 점령이 거의 불가능한다. 이는 지도층들만을 보호하기 위한 성이라서이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성을 넓은 읍성으로 상당한 고을과 백성을 보호한다. 한국은 평소엔 평지 읍성에서 지내다 전란이 발생하면 산성으로 피신한다. 때문에 한국의 고대 왕조들은 평소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로 수도를 평지에 두다가도 전란시엔 방어를 위한 산성을 인근에 반드시 마련했다. 하지만 산성은 치명적 약점이 있다. 산에 고립되기에 포위되면 후퇴로가 없고, 산이기에 비축 물자가 적다. 그래서 적을 빨리 물러나게 해야했기에 한반도와 왕조들은 산성으로 들어가기전 대대적 청야를 하여 적이 포위를 오래 못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적들은 산성공략에 조금씩 병력이 깎여 나가거나 공략을 못하고 지나쳤다고 보급로가 차단되기 일쑤였고, 퇴각하다 산성에서 나온 한반도 왕조들의 병력에 의해 낭패를 보기 쉽상이었다. 

 한반도의 성전술을 수전에도 이어졌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기에 수군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일찍이 수군을 양성했는데 최소의 병력으로 적을 섬멸하는 산성, 원거리 전술이 수군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고려는 창을 꽂아 놓은 선박을 운용하였고, 더 나아가 검을 꽂아놓은 검선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판옥선은 이를 이어 무겁고 육중하였고 망루를 닿아 적을 내러다보면서 성처럼 작용하였다. 그리고 고려말 화포가 개발되면 이 화포를 적극이용해 적을 원거리에서 섬멸하였고 가까이오면 성으로 작용해 못오르게 하고 견고하게 부딪혀 침몰시켰다. 

 한국은 인구가 적기에 병력을 온존하고 적은 최대한 살상해야 했기에 원거리 무기에 대한 집착은 화약시대로도 이어졌다. 임진왜란에 조총의 위력을 실감하고는 매우 적극적으로 조총부대를 양성하였으며 청은 남한산성에서 그 정확도로 인해 적지 않은 낭패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 조선에 나선정벌 병력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현대로도 이어진다. 한국과 북한은 과도한 포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원거리 사격에 대한 고대로부터의 집착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국방부를 포방부라고 하기도하며 한국의 자주포 전력과 미사일을 포함한 원거리 화력은 그야말로 세계적 수준이다.


4. 한국인의 형성, 현종과 정도전

 한국은 삼국시대에 신라에 의해 통일되었지만 외양만 그렇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럴만한 것이 삼국의 분열 기간을 매우 길었다.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는 700년 가까이 된다. 그러던 것이 신라 통일 이후 200년 정도가 지나고 고려가 되었다고 해서 하나가 되기를 물리적으로 시간이 짧았다. 그래서 고려초기만 해도 각 지방의 사람들은 고려인이나 신라인 보다는 백제인 고구려인라는 정체성이 강했다.

 그러던 고려인을 하나로 만든 것이 거란의 침공이다. 이 강한 국난은 각자 다른 삼국의 사람이라는 의식을 국난 앞에 똘똘 뭉치게 하여 희석시켰다. 또한 국난을 성공적으로 국복한 고려 현종은 피란 길에 자신을 환대한 김은부의 세 딸을 왕비로 맞는다. 현종은 신라왕족의 피를 이으면서 고려의 왕이었는데 백제계인 김은부 집안을 맞이함으로써 왕가의 혈통자체가 삼국통일을 이룬다.

 그리고 한국인의 의식을 또 다르게 형성한게 조선의 실질적 창업자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성리학자로 성리학은 발전과정에서 불교에 대항하기 위해 공자, 순자 체제에서 공자, 맹자 체제로 변모한다. 순자는 백성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았지만 맹자는 백성을 국가의 근본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군주민수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성리학에서 백성은 왕이나 관리가 지배나 통치가 아닌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 백성을 위해 설계된다. 건국 직전에 토지를 모든 백성에게 분할 했으며 고려 때만해도 세율이 소출작물의 30-70%에 달했지만 겨우 10%로 줄어든다. 또한 관료들의 급여가 매우 적었고 강력한 성리학적 도덕으로 무장했기에 겉으로라도 청백리로 살아가거나 명예를 추구해야만 했다. 조선엔 공덕비나 송덕비가 많은데 사실 이는 중국에선 귀족 계층들끼리 서로를 칭송하는 자위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공덕비나 송덕비는 백성이 관리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웬만한 목사나 현령, 관찰사는 이런 공덕비 정도는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으며 백성은 백성대로 이런 비를 세우고 제법 괜찮은 지방 관리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라도 날라치면 상당히 원거리까지 쫓아가며 만류하여 조정에까지 소식이 들리게 만드는 쇼를 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자체도 백성을 위한 도구다. 한글의 창제로 인해 백성은 글을 쓰고 알 수 있게 되었고 이것으로 민원을 넣을 수 있었다. 조선은 그야말로 민원의 나라였다. 왕은 공식적으로는 상소를 수도 없이 받았고, 글을 못쓰는 백성은 신문고를 두드리고나 지나가는 상류계층의 가마앞에 엎드려 읍소를 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민원을 과감히 청구했다. 

 즉, 조선의 행정기관이나 관리, 심지어 왕마저도 백성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정도전이 설계한 이런 조선의 체계는 몹시 척박한 땅에서 경쟁하며 살아가고 남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인의 정신과 결합하여 자신이 무척이나 대접받아야 하고, 타인의 비리 및 불의를 잘 보지 못하며, 공정하지 못한 것을 도무지 참지 못한다.

 이는 현대 한국으로 이어진다. 한국인은 적어도 자신의 욕구를 억압한 일제시대와 독재시대가 끝나자 관과 기업에 많은 것을 요구한다. 기업의 제품은 반드시 완벽해야 하고 자신에게 품질상의 문제로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관 역시 자신의 민원을 받아줘야 하고 빨라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기업과 관청을 민원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는 고품질의 제품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민원 처리로 이어졌다. 

 이런 한국인의 자연에서 비롯된 독특한 정신은 생존을 위한 강한 노력,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노력과 경쟁,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정신, 평소엔 서로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 국난에서 모든 힘을 결집시키는 능력들이다. 이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원동력이 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 하며 다음 권을 예고했는데 이런 한국인의 특질과 경제성장 및 민주화, 정보화와 이를 관련시키려는 듯 하다.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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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포유류 - 말캉말캉하고 복슬복슬한 포유류의 13가지 특성
리암 드류 지음, 고호관 옮김 / Mid(엠아이디)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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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포유류에 속한다. 그리고 포유류는 육상에 사는 대형동물 중엔 조류와 더불어 가장 마지막에 진화했고 인간이 여기에 속하기에 가장 고등동물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물론 다른 동물에는 없는 많은 특질이 있기는 하다. 우리는 포유류를 쉽게 구분하지만 과거 과학자와 분류학자, 진화론자들은 포유류만의 특질을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온혈동물, 젖, 태생, 털, 네 발과 꼬리, 언어 같은 소리 등이 특질이지만 일부 종은 그걸 갖고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당장 고래만 해도 털이 없고, 박쥐는 날아다닌다. 책은 이런 복잡 다변화한 포유류의 특질을 하나하나 진화, 생물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포유류는 5416종으로 이 중 단공류가 4종, 유대류가 331종, 태반류가 5080종이다. 포유류는 역사상 세 단계로 구분된다. 3억 1천만년에서 2억 1천만년으로 포유류 전단계의 동물이 포유류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시기다. 두 번째는 2억 1천만년-6600만년전으로 포유류가 등장하고 진화한 시기다. 마지막은 6600만년에서 현대로 공룡 이후의 시기로 포유류는 사실상 육상의 생태적 빈자리를 차지하며 폭넓게 진화하며 번성한다.


1. 음낭

 포유류의 수컷은 음낭이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생물의 존재 조건이 번식과 그를 위한 생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핵심기관이 바깥에 나와 있다는 것은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바깥에 위치한다는 것은 그럴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고환의 발생은 태아시기부터 상당한 모험이다. 임신 8주 인간 태아는 고환과 난소가 될 남여공통구조를 갖는다. 여아는 이 구조가 신장근처에 있다. 그리고 포유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신장 근처에 고환이 있다. 이게 원래 위치란 이야기다. 그러다 남아는 초기 생식샘이 7주 동안 근육과 인대로 이뤄진 도르래를 타고 뱃속을 가로지른다. 이리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남아의 3%가 고환잠복상태로 태어난다. 물론 대부분 자라며 돌출되어 해결된다. 하지만 1%는 여전히 잠복상태로 있어서 불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고환이 나온 통로로 인해 탈장이 생기기도 한다.

 단공류인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는 음낭이 없다. 즉, 음낭의 발달은 유대류와 포유류 시기에 진화했다는 의미다. 대충 1억년 전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고슴도치, 두더지, 코뿔소와 맥, 돌고래와 고래,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등은 고환이 신체 내부 위치한다. 이들은 몸이 커지고, 물과 땅속에 살게되면서 고환을 다시 안쪽으로 집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

 고환이 바깥에 나올때 혜택은 체온이다. 생식세포의 생성은 체온보다 3-4도 낮을때 최적화한다. 포유류는 과거 심부체온이 34도 정도로 낮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공룡이후 시기에 급상승했다. 그러면서 고환이 온도로 인해 외부로 나왔을 것이란 가설이다. 

 또 하나는 과시 가설이다. 음낭을 드러내 성적 구애로 썼을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포유류의 음낭은 색이 피부와 비슷하고,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일부종은 색이 화려하고 보이기도 하지만 소수란 점에서 과시 가설은 설득력이 좀 부족하다.

 가장 유력한 것은 달리기 가설이다. 포유류는 움직임이 활발할 데 갑자기 움직이면 복부에 큰 압력이 가해진다. 그래서 고환이 외부로 배출되었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코끼리나 코뿔소 등의 큰 포유류는 대개 안전하기에 좀처럼 잘 뛰지 않는다. 

 

2. 젖주기

 포유류는 젖을 준다. 다만 단공류는 젖꽂지가 없다. 단공류는 다른 포유류들과는 새나 파충류처럼 소변과 대변을 한 구멍에서 해결하기에 구멍이 하나라 단공류다. 단공류인 오리 너구리는 젖꼭지가 없기에 땀처럼 젖을 분비한다. 새끼는 그래서 털을 빨아서 젖을 먹는다. 단공류의 이런 젖주기는 초기의 젖이 젖꼭지를 통해 분비된 것이 아니라 넓게 퍼져서 나왔음을 시사한다. 

 포유류 중 인간만이 커다란 유방안에 젖샘이 존재한다. 유방의 크기는 젖의 양과는 상관이 없다. 지방과 섬유조직의 양이 유방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젖은 젖샘의 크기와 상관하기 때문이다. 포유류 중 물범은 딱 4일만 수유한다. 그 4일간 새끼 물범은 무려 몸무게가 7kg에서 22kg으로 늘어난다. 젖이 거의 마요네즈처럼 지방60%짜리 고열량이기 때문이다. 물범이 이러는 이유는 물속에서 젖을 줄 수가 없고 바깥에 노출되어 위험하기에 그 기간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와 고래는 입술이 없어 새끼가 젖을 빨지 못한다. 그래서 젖샘에 근육이 발달해 어미가 새끼의 입을 향해 젖을 정확히 방사한다. 

 젖은 포유류보다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젖의 기원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우선 항생제 용액, 다른 하나는 알이 말라 붙지 않게 하는 것이다. 포유류의 조상은 알을 낳았을 것인데 알은 마르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온혈동물이 되어가며 체온이 높으니 알이 자주 말랐을 것이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몸에서 액체를 분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액체에 알을 보호하기 위해 항생작용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끼는 알에서 태어나 자연히 그 액체를 먹었을 것인데 그것이 열량을 갖게 되어 젖이 되었을 것이다. 

 젖은 모체에 상당한 에너지 손실을 일으키지만 이점도 크다. 우선 안정적 음식 공급이다. 부모가 새끼에게 사냥해서 음식을 해야한다면 새끼를 떠나야 하는 위험이 크고, 사냥의 성공여부에 따라 음식공급도 간헐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젖은 그런 걱정이 없다. 다른 장점은 하나의 먹이만 줘도 된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새끼는 상당히 오랜 기간 젖을 먹는다. 완전식품이라 그것만 먹어도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냥을 하는 경우 온전한 발달을 위해 다양한 먹이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풍부한 서식환경을 요구한다.


3. 부모의 양육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 것은 많은 동물에게 당연한 것이 아니다. 상당 수의 절지동물과 어류는 그냥 새끼를 방목한다. 그래서 질보단 양으로 승부한다.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 것은 그 종이 처한 생태적 상황에 의지한다. 포유류와 조류는 새끼를 반드시 보살핀다. 이는 둘다 온혈 동물이기에 새끼에게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부모에 의지해야함을 의미한다. 

 포유류는 95%의 수컷이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다. 반면 조류는 무려 90%의 수컷이 육아를 돕는다. 이는 젖 때문이다. 포유류 암컷은 젖이 나오기에 새끼를 온전히 보살피며 먹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조류는 젖이 없기에 암컷이 사냥을 나가야 하고, 그 사이 새끼는 위험에 노출된다. 그리고 요구하는 먹이량도 많다. 때문에 둘이 같이 사냥을 나가거나 한 쪽이 새끼를 돌보며 지켜야 한다. 

 그리고 체내수정도 부성을 부정하는 하나의 요소다. 체내 수정은 암컷에겐 자신의 새끼를 확실히 하고 수컷에게는 그렇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수컷은 이런 불확실성 외에도 양육엔 기회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양육을 하면 자신의 새끼하나를 확실히 지킬수 있지만(확실하다면 말이다.) 대신 다른 수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하나의 불확실성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수컷에겐 애당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5%의 포유류에겐 부성이 있다. 부성의 필수조건은 우선 일부일처제다. 둘은 대개 일치하나 일부일처제이면서도 수컷이 양육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부일처가 진화한 것은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지리적 조건, 다른 하나는 영아 살해다. 지리적으로 암컷이 넓게 산개한 종의 경우,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암컷 자체를 만나는 것이 힘들다. 이 경우는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며 불확실한 여러 기회를 노리기 보다는 우연히 만난 하나를 확실히 하는게 낫다. 이 경우 일부일처가 채택된다. 다른 하나는 영아 살해다. 대개의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위해 그 암컷이 갖고 있는 영아를 살해한다. 사자가 대표적이다. 일부일처는 수컷이 새끼를 지키기에 이런 것을 방지한다. 현재 양자 중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은 지리쪽이다. 

 양육 감정은 대개 호르몬으로 인해 생겨난다. 하지만 영장류의 경우 모성행동은 호르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실제로 대개의 영장류는 어미가 처녀임에도 다른 새끼들에 강한 관심과 보호감정을 갖는다. 이는 모성행동이 호르몬 중심에서 감정, 보상 충족 기제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양육을 일방 행동이 아니다. 새끼도 강력하게 양육을 유도하고 원한다. 그래서 포유류의 새끼는 대부분 귀엽게 생겼으며 부모가 잘 듣게 높은 소리를 낸다. 또한 새끼는 어미와 다른 개체를 잘 구분하고 가급적 어미와 떨어져 있지 않으려 하며 홀로 있게 되면 강한 위기심을 느끼고 절망감에 빠진다.


4. 포유류의 턱

 포유류의 턱은 다른 양막 생물들과 다르다. 일단 치골-측두골 턱 관절을 형서하는 치골이 한 개 더 있다. 다른 양막류는 서로 다른 두 개 뼈가 턱관절을 이룬다. 그래서 포유류는 정교한 씹기가 가능하고 강한 치악력을 갖는다. 포유류가 이렇게 턱이 발달한 것은 온혈인 것과 관련이 깊다. 온혈동물은 항상 난방을 하기에 강한 크기의 냉혈동물보다 10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자주 사냥을 해야 하고 성공하면 먹이를 성공적으로 분해하여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씹기를 위한 턱이 발달한 것이다. 

 포유류는 치아의 내구성이 매우 우수하다. 에나멜로 이뤄져 가장 강한 광물질이다. 그리고 치아의 수가 적고 상악과 하악에만 나며 둘이 정교하게 맞붙는다. 그리고 포유류는 아래 턱을 양 옆으로 움직일 수 있다. 

 포유류의 턱은 진화과정에서 모양이 바뀌면서 힘을 받는 곳이 턱관절에서 멀어져서 지렛대의 원리로 인해 더욱 강하게 무는 것이 가능해졌다. 턱뼈인 치골에 근육이 붙으며 더 길이지고 그 결과 두개골과 연결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턱관절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턱관절로 인해 포유류는 더 동작이 가능해졌고 양옆으로 씹는 것도 가능해졌다. 관절의 형성 뒤 치골 뒤에 작은 턱뼈들이 생성되었는데 이 뼈들은 소리를 들을 때 진동하여 청력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포유류는 비강과 입이 분리되어 있다. 원래 하나의 공간이었는데 위턱의 양쪽뼈가 발달하고 결합하여 분리된 것이다. 이런 이차 입천장은 여러 유용한 기능이 있다. 우선 위턱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숨쉬는 곳과 먹는 곳이 분리되어 먹으면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진공을 형성하여 젖빨기에 유리해졌다는 점이다. 

 비강에는 구겨져있는 비갑개란 뼈가 있다. 이곳은 구겨져 있기에 많은 후각세포가 자리할 수 있어 포유류의 후각발달에 상당히 기여했다. 비강은 호흡 때 점액으로 덮여 있어 먼지를 제거하고 수분을 증발시키고 온도를 조절해 외부 공기로부터 폐를 보호한다. 또한 숨을 내쉴때는 수분을 탈락시켜 호흡으로 인해 탈수증상을 방지한다. 



5. 포유류의 내온성과 움직임, 그리고 털

 온혈동물은 같은 크기의 냉혈동물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온혈동물이 열을 발생시키는 능력이 있고 과한 열은 식히고, 만든 열은 보호해야 함을 의미한다. 발열은 내장기관의 신진대사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단열은 피부와 털이 한다. 포유류의 털은 움직여서 주변의 공기를 가두어 보온을 한다. 추우면 털이 곤두서서 이 공기층을 두텁게 한다. 하지만 소형포유류는 이 방식으로 부족하다. 몸의 크기 대비 표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추운 지역에 잘 살지 않고, 어쩔 수 없다면 땅이나 눈 속으로 파고든다. 그래서 내온성은 아마도 대형 동물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 상태에서 생겨났고 그 후손이 작아졌을 것이란게 추측이다. 

 또 다른 단열 방법은 피부 근처의 혈류 조절이다. 열을 내뿜기 싫으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발열하고 싶으면 확장하는 것이다. 몸을 부들부들 떨면 근육에서 발열 효과가 생겨난다. 그리고 갈색지방인 피하지방을 태우는 것도 발열 방법이다. 그래서 포유류 새끼는 갈색 지방이 많고 지방 자체가 많다. 열의 발산에서는 땀을 흘리는 방법이 있다. 개는 발바닥에서만 땀이 나기에 혀를 내밀어 이를 보충한다.  

 내온성을 위해서는 호흡체계가 좋아야 하고, 순환체계도 발달해야 한다. 포유류는 심장에서 피를 뿜는 방이 두 개다. 그래서 양자의 혈압을 다르게 할 수 있다. 폐는 상대적으로 보호를 위한 낮은 혈압이 필요하며 몸으로 갈 때는 고압으로 뿜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적혈구도 중요하다. 포유류의 적혈구는 매우 작아 모세혈관까지 침투가 가능하다. 

 초기 육상동물은 물고기처럼 양 옆으로 몸을 움직였을 것이며 파충류는 지금도 그렇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많다. 양옆으로 움직이면 매번 그 방향의 폐가 찌그러져 호흡이 곤란하다. 그래서 포유류는 진화하면서 척추가 양옆으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차차 앞뒤로 구부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폐를 찌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보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포유류는 횡경막도 발달시켰다. 횡경막은 늑골과 협업하여 강한 호흡을 가능하게 한다.

 털의 기원은 피지선과 관련이 깊다 털은 피지선 위에 있는데 초기에 아마 피지선에서 나오는 윤활유를 잘 부분하게 하는 것이 털의 기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던게 나중에 더 발달하고 깊어지며 온혈동물의 단열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몸이 충분히 큰 대형동물들은 사실 표면적이 작아 털이 필요없다. 그래서 코끼리 , 하마, 코뿔소 같은 대형동물은 온혈임에도 털이 거의 없다. 


6. 야행성이 포유류

 우리는 포유류가 주행성이라 생각하나 대부분의 포유류는 야행성이다. 심지어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도 그렇다. 포유류는 20%만이 주행성이고, 8.5%는 시간을 상관하지 않으며, 2.5%는 황혼과 여명기에 활동하고, 70%는 야행성이다.

 이는 포유류가 공룡시기를 살면서 공룡을 피해 야간에 활동하며 주로 진화했음을 시시한다. 오랜 야간 생활은 포유류의 시각을 약화시키고 후각과 청각은 강화시켰다.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는 포유류보다 많은 네 종류의 원추세포를 갖지만 포유류는 대개 두 개만은 갖는다. 다만 인간은 3개다. 대신 포유류는 각막이 커서 망막에 빛이 쉽게 도달하고, 간상세포가 많아 야간 시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포유류는 청력이 발달해 높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공룡이 이를 듣지 못했을 거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로 인해 포유류는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고 새끼를 돌보고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포유류의 비강에는 젖힌 비갑개가 있고 이로 인해 많은 후각세포가 자리한다. 포유류의 후각수용체는 1000개 정도다. 도마뱀과 물고기는 100개, 새와 거북은 400개, 이빨고래는 0개, 코끼리는 무려 2000개다. 


7. 태반 

 태반은 포유류의 새끼가 오랜 임신 기간을 거쳐 제법 많이 자라게 나오는 핵심 장치다. 같은 포유류더라도 단공류는 알을 낳고, 유대류는 태반이 없어 임신기간이 매우 짧에 말도 안되게 작은 새끼를 낳는다.

 태반은 정반합의 결과물이다. 부계유전자는 공격적으로 태반을 만들며 모계유전자는 이를 방어한다. 그래서 태반은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하게 150차례나 진화했다. 임신 극초기에 영양배엽이 모체 조직을 소화하는 효소를 분비한다. 엄마를 잡아 먹는 행위다. 그러면 모체는 그런 효소를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태반은 그 자체의 발달을 가속화하는 성장 인자를 분비하고 그와 함께 탈락막 기실 세포는 이 성장 인자를 중화하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태반은 호르몬을 모체의 혈류에 분비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과 협압을 높여 자기의 영양공급을 유리하게 한다. 그리고 모체는 자신의 보호를 위해 반대되는 역할을 한다. 

 포유류는 임신에 대한 면역 관용을 허용한다. 그래서 이질적 태아의 수용이 장기간 가능한데 유대류는 이런 기능이 없다. 그래서 유대류가 말도 안되게 임신기간이 짧게 작은 새끼를 낳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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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식사법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식단 혁명
정희원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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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속노화 개념으로 유명한 저자의 또 다른 책이다. 이번 책은 식사법이란 제목에 걸맞게 무려 책의 절반 정도가 저속노화 식단과 조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일견 요리책인줄 알았다. 책은 지난 저서처럼 MIND식사법을 강조한다. 

 이는 탄수화물-인슐린 작용에서의 해방이다. 현대인은 영양 과잉과 정제곡물 및 단순당의 과다한 섭취로 탄수화물-인슐린 작용에 빠져있다. 정제곡물, 초가공식품은 단순당을 많이 함유한다. 단순당은 빠르게 소화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몸은 인슐린을 과다 분비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근육으로 가야하는 포도당이 지방세포와 지방방울에 저장되어 살을 찌우게 된다. 또한 인슐린은 혈당을 과도하게 내려 오히려 혈당이 낮아져 상당히 많이 먹었음에도 금방 허기가져서 더 먹게 된다. 

 피하지방은 추위를 느끼면 분해되어 열을 내며 쉽게 분해한다. 하지만 인슐린 과다로 생기는 복부지방, 지방간, 근육 내 지방은 염증물질을 분비하여 만성염증을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도 악화시킨다. 그리고 이 지방은 하얗게 만들어져 열 생산능력도 상실된다. 만성염증은 세포노화를 가속화하고 혈관노화악화, 만성질병 발병을 증가시킨다. 

 초가공식품은 인지기능도 25%나 감퇴시킨다. 이는 인슐린이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빠르게 하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뇌의 신경세포에 에너지를 적절히 공급하지 못하며 해마의 기능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인ㅅㅍㄹ린 저항성은는 심지어 제3형 당뇨병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인슐린은 물과 소금의 배설도 억제한다. 그래서 부기가 발생하고 이는 수면 무호흡과 수면의 질 악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인슐린 저항성을 나쁘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책에서 주장하는 MIND식단은 다음과 같다.

푸른 잎 채소 - 주 6회분 이상 섭취(1회분은 1컵)

다른 채소 - 매일 1회분 이상 섭취(1회분은 반컵)

베리류 - 주 2회분 이상 섭취(1회분은 반컵)

견과류 - 주 5회분 이상 섭취(1회분은 1/3컵)

올리브 오일 - 주 요리 기름으로 사용

통곡물 - 매일 3회분 이상 섭취(1회분은 반컵)

생선 - 주 1회 이상 섭취

콩 - 주 3회 이상 섭취

가금류 - 주 2회 이상 섭취


다음은 피해야 할 것들이다.

붉은 고기 - 주 4회 미만 섭취

버터와 마가린 - 하루에 1큰술 미만 섭취

치즈 - 1주일에 1회 미만 섭취

튀김과 페스트푸드 - 일주일에 1회 미만 섭취

페이스트리나 단음식 - 일주징ㄹ에 5히분 미만 섭취


MIND 식단을 엄격히 준수하는 그룹은 가장 엉망인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53%나 낮았다.

사람들은 당지수를 상당히 고려한다. 당지수는 먹은 음식의 탄수화물이 얼마나 빠르게 혈당을 올리느냐다. 포도당 50g 섭취 시 혈당 상승 속도를 100으로 잡고 비교한다. 통상 70이 넘으면 높고 55-69면 보통이고 55이하면 낮다. 그리고 당부하란 개념도 중요하다. 당지수가 높아도 음식의 당함유자체가 낮으면 당부하는 낮아진다. 당부하는 [당지수*1회 섭취시 함유 탄수화물]/100이다. 블루베리는 당지수가 53이지만 당함유량 자체가 적어 당부하는 6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정크푸드와 시리얼은 당지수가 낮은 경우가 있지만 탄수화물 함유량이 높아 당부하가 높다. 

 한국은 산업화 이후 육류의 섭취량이 크게 늘었다. 1980년가 비교하여 소고기는 2.6에서 12.7, 돼지고기는 6.3에서 27, 닭은 2.4에서 14.2kg으로 소비량이 늘었다. 반면 연간 쌀 소비량은 2022년 기준 55.6kg으로 육류섭취 64.7kg보다 적다. 이제 한국인은 양곡보단 고기를 더 많이 먹는 셈이다. 

 반면 과일과 채소 섭취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루 기준 500g을 기준으로 매년 전 국민의 채소과일 섭취량을 조사한다. 19세 이상 성인 중 권장량 이상의 섭취 비율은 2013년 39.2%에서 2022년 25%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기후위기로 채소와 과일의 가격이 올랐고 1인 가구의 증가로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으며 배달음식에 의존하고, 가구규모가 작아 신선식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식이보충제의 섭취는 2013년 44.8%에서 2022년 69%로 늘었는데 야채류의 섭취 부족을 약으로 보충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종류의 약은 식품으로 섭취할때에 비해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열심히 운동하고, 잘 자고, 좋은 것을 먹으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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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 - 글로벌 대격변이 시작된다
박종훈 지음 / 글로퍼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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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저저번 대통령이었기에 매우 신기한 일이다. 보통 미국은 현직 대통령이 웬만하면 재선에 성공한다. 레이건-부시-클린턴-아들부시-오바마-트럼프 로 이어지는 30여년의 기간 동안 재선에 실패한 건 트럼프 이전 아버지 부시가 유일했다. 그렇기에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다면 그건 상당한 실정을 저질렀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막강한 인기를 등에 없었음에도 공약을 거의 실천하지 못했고 코로나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역사가 보여주듯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사실 상 책임지고 정계 은퇴 수순을 밟는다. 여기에 트럼프는 사법리스크도 장난이 아니었다. 현직은 처벌하기 어렵다쳐도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아야 할 공화당 내 지분도 그리 크지 않은 자는 돌아오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법리스크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이 없고 공화당내 반대자도 거의 제거되고 트럼프 일색으로 채워졌다. 예산을 좌지우지 하는 하원도 공화당으로 채우졌다. 여기에 그는 재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에 그야말로 막나가도 괜찮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1. 트럼프의 당선 이유

 트럼프의 당선 이유는 8년 전과 똑같다. 일자리를 잃고 버림받은 플라이 오버 스테이트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해리스가 우세한 언론만을 받아썼다. 하지만 저자를 비롯해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그의 당선을 점치고 작년 4월부터 아소다로 같은 고급 관리를 파견에 트럼프와 접촉했다고 한다.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선두 주자로 그로 인해 커다란 이득을 보고 성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부유층 뿐이다. 미국은 80년대 고금리의 여파로 레이건 때 제조업을 크게 정리했다. 이 때부터 아시아 등지로 미국의 생산기지가 이전한다. 결정타는 클린턴 때의 중국의 WTO가입이다. 이로써 미제조업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었고 경력을 이어가도 소득이 정체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행위에 대해 미 민주당의 골수지지층이었던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들은 상당한 배신감을 갖게 된다. 

 여기에 민주당은 합법이민지외에도 불법이민자에도 관대했다. 민주당 강세지역인 캘리포니아 지역은 2024년부터 모든 불법 이민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물론 공화당도 이민자에 관대했다. 친기업성향인 그들로써도 이민자는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이후 공화당은 반이민으로 돌아선다. 텍사스주는 주 경계선에 장벽을 설치했고 병원에서 환자 치료전 이민 상태를 확인하는 법안마저 통과시켰다. 


2. NATO의 미래

 트럼프는 나토 탈퇴가 공약이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나토와 미국의 우방국들이 미국에 기대어 저렴한 국방비로 자신들의 안보를 보장받으면서 호의호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gdp대비 국방비가 2%이하인 나라를 공격한다. 실제 나토국가들의 국방비는 매우 적다. 2%가 넘는 것은 폴란드, 그리스 정도다. 이들은 러시아와 튀르키예와 인접해 국방비가 높다. 하지만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은 모두 낮다. 미국은 2023년 방위비로 860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나토의 나머지 국가의 방위비가 4040억 달러에 불과하다. 나토의 유지에 미국이 2/3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트럼프의 말이 빈말을 수 만은 없다. 물론 나토의 조성과 유지는 2차대전 이후 모두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유럽이 저렴한 국방비로 안보를 보장받고 사회보장비로 안온하게 살아간다고 공격하며 자신들은 피해자라 생각한다. 

 이런 트럼프의 공격은 나토의 존립을 위협한다. 미국은 그동안 쓴 돈 만큼 나토의 중재자였다. 하지만 그런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로 인해 나토의 국가들은 서로의 이익을 내세우며 충돌할 가능성이 높고 이 틈을 러시아나 중국이 파고들 우려도 있다.

 

3. 미 제조업의 부활

 바이든 때 부터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시도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미국의 협박에 못이겨 많은 공장과 시설투자를 미국에 시작했다. 트럼프는 대미 무역 흑자국을 압박할 예정이다. 한국의 대미 흑자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대중 무역이 악화하며 대미 흑자가 상당히 커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 대한 투자로 인해 우리나라의 중간 설비가 많이 가게 되었는데 이것마저 흑자로 잡혀 과대평가된 상황이다. 

 지금은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한 상황이지만 원래 미국은 1979년까지 세계 최고의 제조 국가였다. 1980년대의 경기 침체로 인해 서비스, 금융업으로 나라를 재편하고, 생산기지를 타국으로 이전하였으며 2000년대 중국의 WTO가입으로 제조업이 붕괴한다. 그래서 미국은 자동차와 정밀기계, 군수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제조업이 없다. 

 때문에 그 부활이 쉽지 않다. 바이든 때부터 여러 나라를 압박해 생산 기지를 강제로 짓게 했지만 이를 잘 운영할 만한 숙련공이 부족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노조가 강해 근로시간도 최소화하고 당장 필요한 외국 필수인력도 못들어오게 하는 형국이다. 그들은 고임금도 요구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미국의 생산단가가 올라가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4. 트럼프의 저물가 저금리 정책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 저물가 저금리를 실천하려 한다. 그는 에너지 관련 규제를 대거 철폐하여 생산 비용을 절감해 저물가를 실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바이든 때 셰일 오일에 대한 규제를 거의 철폐해 최대생산량에 도달했다. 더 할 수 있는게 없는 셈이다. 

 더구나 이란도 문제다. 오바마는 이란과 핵협정을 맺어 그들을 국제사회에 복귀시켰으나 트럼프가 바로 이를 부정했다. 그 결과 이란은 트럼프를 매우 싫어한다. 이란은 해리스의 당선을 바라며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다소 소극적이었는데 트럼프가 되어 버린 이상 막나갈 판이다. 중동의 불안정은 저물가에 찬물이나 다름 없다. 

 저금리도 사실상 어렵다. 미국은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과거처럼 양적완화를 마구잡이로 도입할 수 없다. 여기에 트럼프는 상대국에 대한 고 관세정책을 실현하려 하는데 그러면 물가가 잡히지 않기에 저금리 정책을 하기 어렵다. 여기에 이민자 유입을 막는 정책은 미국내 노동력 부족을 불러와 고임금이 실현되 물가상승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 

 트럼프는 향후 10년간 대대적 감세정책을 예고했다. 감세도 시중에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또한 감세는 정부의 세수 부족을 야기하는데 이 경우 연방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는 수 밖에 없다. 많은 국채 발행은 가격을 떨어뜨리고 채권 가격의 하락은 금리의 상승을 가져 온다. 즉, 트럼프의 정책은 여러모로 인플레이션을 유발 할만 한게 많아 사실상 저금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단기국채가 많아 안정적 장기국채가 필요하다. 미국은 부채가 너무 많다. 그래서 장기 국채로의 전환이 필수적인데 이것도 어렵다. 장기국채로 전환을 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항상 쫒는 많은 민간 금융세력들이 여기에 투자한다. 그러면 시중 자금이 국채에 흡수되게 되는데 이는 자금 부족으로 금리 인상을 부추긴다. 금리가 인상하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이 경우 미국의 은행이 문제가 된다. 미국은 우리 나라와는 다르게 중소은행이 시중 자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의 자산 중 국채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데 금리 인상으로 국채가격이 하락하면 이들의 재정안정성이 떨어진다. 이는 잠재적 손실이기에 평소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뱅크런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은행은 예금 인출을 위해 자산을 정리해야 하고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실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상업 부동산도 매우 부진하다. 미국의 은행들은 상업 부동산을 담보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금리로 만약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 대규모 매물이 쏟아져 나와 가격 붕괴가 예상된다. 


5. 중국의 대만 공격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을 상당히 압박할 것이며 이는 중국의 대만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한국에 큰 타격이 된다. 한국의 물류 상당수가 대만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중국의 대만 점령은 매우 어렵다. 대만의 서해안은 산지다. 그래서 상륙 가능지점이 겨우 13곳이며 이들은 당연히 모두 요새화되어 있다. 중국은 단기간에 대만을 점령해야 하는데 이는 장기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바다가 한쪽 부분 뿐이고 그나마도 모두 포위되어 있다. 

 중국은 식량자급률이 67% 수준이고 석유자급률도 29%에 불과하다. 중앙아시아에서 오는 석유도 2%정도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있기는 하나 완전히 믿기 어렵고 과거 갈등의 역사도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보급로가 막혀 결국 승리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중국에게 가장 안전한 보급로는 이란-파키스탄-신장-히말라야 라인이다. 하지만 건설 비용이 비싸고 위협 세력이 많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중국은 에너지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중국에는 무력 없는 대만 점령 시나리오도 있다. 우선 대만 내 혼란을 야기한 후, 미국 대만간 갈등을 일으키고,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킨 후, 대만 내 협력 세력을 집권시켜 사실상 통제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중국은 빠르게 해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현재 전투함 수에서 219 대 234 대로 약간 우위에 있다. 물론 미국의 전투함이 더 크기가 있으나 현대해상전에서는 크기보다는 숫자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은 세계 1위의 선박 제조국이다. 중국의 선박은 대부분 2010년대 이후로 건조한 것이고 미국의 것은 2010년 이후 건조가 겨우 25% 수준이다. 중국의 군함이 더 최신기종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막강한 11개의 항모전단이 있다. 하지만 이 들도 노쇠화하여 정상가동이 가능한 것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해상력에서 중국은 가까운 시일내에 미국을 압도하게 된다. 미국이 압서는 것은 핵잠수함이다. 현재 미국은 핵잠이 64척으로 15척의 중국을 답도한다. 하지만 중국은 핵잠도 2035년까지 80척을 더 진수할 예정이다. 

 미국은 오래도록 조선업이 붕괴상태다. 때문에 지금 노력하더라도 중의 생산능력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동맹에 기대는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한국과 일본에 괜찮은 기회가 올 수 있다.


6. 중국의 문제

 2024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다. 현재 중국은 내수가 크게 위축되었고 미중 갈등으로 수출도 쉽지 않다. 내수의 위축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부동산 가격 하락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은 정부가 부동산을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40년간 부동산 불패가 되자 사람들은 부동산에 기회만 되면 투자했는데 한채는 84% 두 채인 경우 75%까지 대출이 되다보니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원금을 모두 날리는 사람이 생겼다. 

 중국은 순자산의 60%가 부동산에 몰려있는데 미국와 일본의 30-40%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하다. 물론 한국은 87%로 훨씬 더 심각하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인위적으로 하고 있다. 우선 과잉생산이다. 중국은 고용유지를 위해 재고가 넘쳐도 생산을 한다. 이것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가능한데 중국 정부는 이 넘쳐나는 재고를 말도 안되는 헐값으로 해외에 밀어내기 수출을 하다. 그래서 인접국들의 제조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품이 과도하게 싼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설비에도 과잉투자를 한다. 중국은 친환경차를 연간 3600만대 생산하는데 이중 국내용이 1700만대고 수출은 경쟁력 부족으로 겨우 170만대를 한다. 나머지는 헐값으로 밀어낸다. 그래서 중국 전기차가 가성비가 좋은 것이다. 


7. 한국의 문제

 중국은 2023년 3중 전회에서 신질 생산력을 제창했다. 이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인공지능과 IT, 바이오, 항공우주, 신에너지, 신재료, 바이오 등에서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생산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주력산업과 그대로 겹친다. 이 부분에서 중국은 아직 한국에 의존하지만 그것에 탈피해 경쟁상대가 되면 상당한 위기가 올 것이다.

 중국은 현재 남은 여력을 여기에 투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남은 여력을 부동산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87%라는 말도 안되는 수치와 코로나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때 현정부가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리면서 부동산의 거품과 자금을 뺄 기회를 스스로 날리고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했다. 한국은 신산업 분야에 에너지와 인력 모두가 부족할 형국이다. 반도체는 3만, 바이오는 10만 8천,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야에 4만, 조선에 13만 5천이 더 필요하다. 에너지 역시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데 한국의 발전소는 모두 동남권에 위치한다. 그래서 전력이 남아돔에도 송전을 못해 쓰지 못한다. 한국의 첨단산업기지는 수도권에 위치하고 향후 조성도 수도권에 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초토화시켰고 원전을 살리려 하는데 이 원전조차 부지 조성조차 못하고 있어 에너지 부족은 시간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는 특히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일반 검색엔진보다 인공지능 기반 검색엔진은 10배의 에너지를필요로 한다. 인공지능은 개발과 운용에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셈인데 한국은 이런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또한 한국은 국가채무도 많다. 과거 양호했지만 코로나로 증대했고, 공공기관에 사실상 부채를 떠넘기는 구조여서 실제보다 채무가 더 많다. 더군다나 앞서 금리를 제대로 올리지 못해 이미 낮은 금리로 불황을 맞아 불황 때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미국과의 금리차 때문이다. 

여기에 세수펑크도 문제다 현 정부는 감세로 상당한 세수 펑크를 불러왔다. 이를 차기 정부가 국채로 막아야 하는데 고금리 환경이 다가와 국채를 고금리로 발행해야해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쳤고 생산기지를 미국 등지로 이전해 젊은 층의 고용도 어렵다. 어려모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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