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비결 - 사기, 성공하는 관계를 말하다
박영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인간이란 말자체가 사람의 정체성을 사람간의 사이로 묘사하는 만큼 사람에게 있어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는 영원한 고민거리 일 수 밖에 없다. 일전에 읽었던 행복의 기원에서는 사람의 행복에 관한 가장 큰 요인으로 사람간의 관계를 꼽았었다. 관계가 행복의 근원임에도 인간의 성향을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양분할수 있는 것은 관계가 행복의 근원인 동시에 불행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책 관계의 비결은 사람간의 올바른 관계 맺기에 관한 책이다. 좀 독특한 점은 이를 심리학이나 다른 여타의 것이 아니라 고대 중국의 역사와 일화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주로 의존한 것은 사마천의 사기다. 사기는 기원전 3천년 중국 전설의 삼황오제시기부터 사마천의 시기인 한나라 무제까지를 다룬 역사책이다. 한나라 무제시기(고조선이 이 무제땜에 망했다.)도 상당히 오래전인데 그것이 가장 최근인 역사책이니 중국의 역사가 오래긴 하다.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수많은 일화중 관계 맺기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관심과 배려, 정의로움을 기준으로 이를 잘 드러내는 일화들을 소개하는 형태로 책을 구성했다. 그래서인지 책은 관계 맺기 책 같기도 하고 중국 역사 일화책인것 같기도 한 애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중국의 고대 역사엔 삼국지이외엔 크게 관심이 없는지라 책에서 다른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그리고 진과 진한교체기의 인물들이 낯설기도 했다. 아마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여러 역사소설이나 초한지 정도를 독파한 분이라면 이 책에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재밌고 인상적인 부분은 앞 부분 유방과 항우에 대한 점이다. 저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양웅의 관계 맺기에서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한다.

  유방의 경우 기본적으로 성격이 소탈하고 너그러우며 옳은 말이라면 즉각 자신의 태도를 고치는 성품을 지녔다. 또한 전 왕조인 진의 함양을 점령했을때 그 화려함에 욕심을 부리고도 부하의 참언에 이를 그대로 보존하여 이로 인해 전쟁내내 윤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선다.  물론 상당히 세속적이면서 자기가 살고자 자식까지 죽일 수 있는 비정함도 갖추고 있다.(유방은 전쟁에서 패해 마차가 추격당할때 속도를 내기 위해 동승하던 자신의 두 자녀를 마차밖으로 내버리려 했다.) 본인의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와 그로 인한 비정함에도 유방의 이런 관계맺기는 상대방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정의로움까지 모두 갖춘 셈이다.

 반면 항우는 훌륭한 집안과 세력등 유방에 비해 객관적 조건이 월등함에도 부하의 말을 듣지 않는 불같은 성격, 부하에 대한 신뢰의 부족(그래서 항우의 부하들은 위기시 모두 등을 돌린다),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판단력. 거기에 진의 함양을 유방의 점거이후 나중에 들어가 약탈함으로써 도덕적으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즉, 관계맺기의 배려와 정의로움, 관심이 모두 부족한 셈이다.

 유방의 통일 후 2인자들의 대조적인 후일담도 인상적이다. 장량과 소하, 하후영은 유방과 아주 초기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토사구팽이라고 전후 강력한 2인자 세력은 1인자에 의해 숙청되기 마련. 이들은 이런 관계의 변화를 잘 감지하고 끝까지 자신의 몸을 낮춤으로써 자신과 일가를 보존할 수 있었다. 반면 한신과 경포, 팽월(다 무인이다.)은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공적 및 유방과의 변화된 관계를 감지하지 못하면서 숙청되고 만다. 관계에서는 변화 역시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책에서 사기의 일화를 통해 들려주는 관계 맺기의 핵심은 배려와 관심, 정의로움을 유지하면서도 결국은 여러 요인에 의한 관계의 변화와 사람을 바라보는 안목과 적절한 처신 그리고 거기에 운까지 겹쳐줘야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전란중의 관계 맺기에 관련한 책이라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어 보일수 있긴 하지만 우리의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안보이는 물밑작업을 통한 관계의 싸움이지 않은가? 결국 결핍된 존재라 남을 필요로 하므로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린 아직 사적인 네트워크에 얽혀사는 유인원 집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고 이는 냉정한 현실이다. 중국역사와 더불어 관계 맺기에 대한 뭔가를 던져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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