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낮은산 키큰나무 14
김중미 지음 / 낮은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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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나 이외에 다른 것을 챙기는데 무관심하고, 다른 것에 감정적으로 잘 의지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게으르다. 종교에서 자유로울수 있고, 동물도 키울수 없는 결정적 이유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의 발달상 이유로 선생님께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권유하셨다. 진짜 싫어서 엄청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아들을 위한건데......귀차니즘을 뛰어넘을만한 동인이었다. 마침 직장 동료들이 적잖이 개를 많이 키우고 있어 물어봤다. 나같은 사람이 감당할 일이 맞는지.

 마냥 즐겁게만 키우는줄 알았는데 다들 의외로 고충이 많았다. 돈은 사람새끼 키우는 것과 거의 매한가지로 든다. 많은 노력이 든다. 애초에 시작을 한하는게 낫다 등등. 결정적으로 날 돌려세운 한마디는 이거였다. "애는 10년 키우면 집 나가지만, 개는 그대로 집에 있다." 아....... 강력했다. 그길로 애완견 입양은 포기했다. 이것도 이거지만 집을 일년에 몇달간 비우는일도 잦아 난감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나와는 상당히 반대의 사람들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크게 결핍되었다. 정서적으로. 그래서인지 애완동물 특히,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고 아낀다. 주인공 고양이는 총 3마리가 나온다. 모리, 크레마, 마루다. 모리는 눈치챘다시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따온 제목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집의 아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라 그리 붙였다 한다.

 고양이들의 삶은 기구하다. 모리는 곧 재개발 되는 시장에서 1살이 채 안된채 독립하여 출산을 하고, 어지러운 틈바구니 속에 새끼들을 모두 잃어 버렸다. 그리고 아사직전에 발견되어 입양된다. 크레마는 글자그대로 커피색이라 크레마인데, 주인아주머니와 딸을 괴롭히는 주인아저씨에게 맞서다 실명하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가 입양된다. 원래 이름은 나비였다. 마루는 사람과 무려 8년을 살았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을 모른다. 즉, 야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인이 가난했다. 월세방에서 나오고 고시원까지 밀려나자 어쩔수 없이 마루를 내보낸다. 즉, 고양이들도 크게 상처받으며 자란 결핍된 존재들인 것이다.

 주인들의 삶도 고양이 못지 않다. 사실상 사람 주인공인 연우는 엄마가 죽었다. 사회복지사였던 엄마는 격무끝에 심장마비로 죽었으며 쓰러진지 무려 30분 만에 발견되었다. 연우의 아버지는 아내를 죽인 국가를 상대로 업무상순직처리를 받기 위해 애쓰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연우의 아버지는 가족없이 힘들게 자라서인지 애완동물을 보고는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모리, 크레마, 마루는 차례로 연우집에 살게 된다.  

 소설에는 사회적 아픔도 자리한다. 앞서 말한 연우네 집은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지적하고, 크레마의 본래 주인은 잘 나가는 중국집을 하다 재개발이 시작되고 이를 반대하다 가정이 파탄난다. 그리고 마루이 주인은 돈이 없어 대학을 무려 6년째 다니고 있고 월세보증금마져 모조리 까먹어 고시원으로 밀려나는 지금 시대의 아픈 젊은이다.

 이처럼 사람과 고양이들은 모두 서로 결핍된 존재이기에 서로를 찾는다. 그리고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과정은 물론 쉽지 않다. 상처 치유의 마지막은 소설 말미에 입양된 고양이 레오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레오 역시 버려진 고양이지만 어려서부터 연우집에 세고양이와 자라난 끝에 사랑받으며 구김없이 자라난다. 사람과 고양이들 모두 어려서부터 그리고 성장과정이 그러했다면 모두 레오같았을 것이다.

 책에는 그런 장면과 생각을 이처럼 묘사했다.

"매사에 당당하고 자유로운 레오를 보면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된다."

 "그들은 나를 떠난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다시 사랑할 새로운 존재, 다시 맺어야 할 새로운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 장면들이 소설의 주제이다. 사람은 오랜시간 동물과 함께 해왔다. 처음에 학자들은 사람들이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을 일종의 사치로 생각했고, 최초의 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철저히 가축화를 통한 실용적 목적으로 봤었다. 하지만 생활의 여유가 없는 원시사회에서도 동물이 사람과 함께하는 형태의 유골들이 발견되고 이러한 생각은 뒤집어 졌다. 서로 결핍된 존재들을 오랜 시간동안 서로를 채워주며 살아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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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8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물, 특히 개가 사람의 표정만 보고도 감정 상태를 알아채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닷슈 2017-06-08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라운데요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동물간 그런관계가 만들어지진않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