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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어쩌다 보니 채사장 책을 이것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지대넓얕부터, 시민의 교양, 열한계단까지. 의도인듯 아닌듯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들을 모두 읽고 보니 채사장은 독자인 우리에게 무언가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지대넓얕을 통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구조와 실체를 조망하는 눈을 가지라는 듯 하고, 시민의 교양에서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국민에서 벗어나 시민이 되기를, 그리고 아직까지는 마지막인 열한계단에서는 더 나아가 이 우주속에서의 자기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파악하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꽤 단계적인 지도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 열한계단은 채사장의 책들중에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채사장은 헤겔의 정반합의 변증법을 통하여 자신의 자아가 성장한 과정을 밝힌다. 문학과 기독교-불교-철학-과학-군대-자본주의-죽음의 경험-신비주의 등 채사장은 자신이 성장하면서 정신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열한계단으로 독자를 이끌어 나간다.
가끔 채사장은 자신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들과 대화를 한 것을 책에서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자기 자신이 재수생- 입대예정자 등으로 바뀌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책의 초반부에 채사장은 우리에게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한다. 이 여행은 어려운 여행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떨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편하고 익숙한 환경을 좋아하도록 진화했기에 새로운 자신에게서 낯선 것을 향해 떠나는 일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사람은 새로운 경험과 지식과 지혜, 무엇보다 새로운 자기 자신의 지평을 갖게 된다.
실제로 지식수준이나 쓸데 없는 한국의 학력과 관계없이 우린 주변에서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과 정말 나이를 드신 분들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매일 단순히 평생을 같은 방법으로 아무 생각없이 노를 젓는 사공과, 다양한 노젓는 방법 및 심지어 노의 재질과 모양을 강구하며, 거기에 배의 모양과 재질 모양도 강구하고, 강물의 흐름과 기상까지 고려해나가며 평생을 노를 저은 뱃사공의 말년은 매우 크게 다를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은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데 채사장은 신비주의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한다. 상당히 현실을 강조하는 느낌이 드는 저자이기에 다소 의외인 부분이기도 한데, 채사장은 실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러한 것들이지만 사람들이 현실에 눌려있고, 관심이 많아 듣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거란다. 신비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죽음에 가까운 경험때문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교통사고로 벨트까지 안한 상태에서 거의 죽을 뻔했으며 이를 계기로 인간의 삶에 대해 더 깊은 지혜를 얻게 된다. 이러한 성찰은 자아와 우주와의 관계, 나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대답과 질문으로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열한계단은 이전의 채사장들의 책처럼 편안한 안내라던가 뭔가 답을 주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물론 전의 것들도 그런 성격이 강한 건 아니지만. 채사장의 변증법적 성장과정은 공감이 가능 부분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그 방향성이 정 반대이거나 그 일부만 따라간 경우도 있고, 아주 다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비교해보며 자신을 반추해보는 것도 책의 하나의 재미 일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종교나, 윤리적문제, 우주에 관한 생각, 자본주의에 관한 생각, 남자라면 군대가 파괴한 나의 정신 등에대해서 생각해보고 공감하는 것도 이책을 보는 재미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