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년 -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
이안 부루마 지음, 신보영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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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진 그해를 0년으로 개념화하고 서술한 책이다. 전통적인 강국이 몰락하고 새로운 강자로 미국과 소련이 대두하고, 패배자인 일본과 독일에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게 된 해이기도 하다. 당연히 국제질서가 크게 변화한 지금도 그 때 구축된 질서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아직도 냉전체제인 한국에서는.

 책은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서구인이 아니다보니 그런 세세한 서구쪽의 당시 역사엔 큰 관심과 집중이 가질 않는다. 물론 일본과 중국, 그리고 매우 간헐적으로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아 아쉽다. 아마 반대의 형국이라면 매우 집중해서 보았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니. 

 커다란 의외는 막연히 전후 전범과 새로운 질서 구축에 비교적 완벽했을 것 같았던 서구사회의 전후 처리가 형편없었다는 것. 사회질서를 유지해야하는 현실적 측면에서 전범을 확실히 처단하지 못한 점, 전범의 경중을 제대로 파악할 만한 행정력과 상대국의 문화를 파악하는 능력의 미비, 일본과 독일같은 패전국에 새로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전범들, 유대인을 구했음에도 싫어하는 뿌리깊은 반 유대주의등, 상당히 여러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이런 면들은 의외로 당시 한국에서 친일파가 처단되지 못한 정황과 매우 유사하여 의외였다. 물론 처단의 정도와 정의의 실현은 서구가 단연 우수하다. 적어도 작금에 상황에서 전쟁협력자를 감히 긍정하고 그 수혜를 받은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국제연합의 설립도 재밌는 부분이다. 괴멸적인 전쟁으로 인해 평화라는 공감대에서 이루어진 국제연합은 결국 강대국들의 거부권 설정, 그리고 주권의 양도 거부와 강국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속에서 허울뿐인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전쟁에 그토록 많은 나라들이 참전한 것을 보면 세계평화에 대한 의지와 이상향이 그래도 그 당시에는 꽤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루하고 읽기 어려운 면이 있는 책이지만 그래도 제법 생각할 거리는 많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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