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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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이어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를 봤다. 두 책은 구조가 비슷하다. 주인공의 삶은 평범하고 이혼했고 뭔가 대단치 않다. 그런데 그보다 확실히 낫고 추앙할 만한 존재가 있다. 그리고 그가 죽는다. 그와 관련된 기억이 주인공의 나이든 훗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태다. 양 소설은 이런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줄리언 번스에겐 기억 관련 소설이 5개 있다는데 나머지 것들도 이런 구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는 추앙하면서도 증오하며 질투했던 존재가 친구 에이드리언이었다면 이번작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에서는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다. 주인공은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듯 하다. 성인 대상 평생교육 개념인지 수강생들은 20-40대다. 핀치교수는 그들에게 많은 생각은 일으키는 강연을 하고 토론을 시킨다. 그래서 모두들 핀치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다. 특히 주인공은 더욱 그러하다. 

 주인공은 핀치의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핀치를 계속 만나게 된다. 1년에 2번 정도 항상 이탈리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계산은 핀치가 했다. 그러다 핀치가 처음으로 약속을 어기게 되었고 이유는 그녀가 암에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핀치에게 오빠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와 정기적으로 만나며 핀치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한다. 그녀의 오빠는 핀치와 전혀 다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핀치의 가족중 핀치와 비슷한 것은 오직 핀치뿐인 것 같았다.

 주인공은 핀치의 강의를 들을 때 로마가 기독교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황제였던 율리아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왜인지 주인공은 율리아누스에 대한 에세이? 소설?같은 것을 길게 써낸다. 그는 핀치의 노트도 손에 넣었는데 그것을 책으로 발간할 것 같지도 않지만 꾸준히 읽으며 핀치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책은 총 3개 장이다. 1장이 주인공이 핀치의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훗날 결혼하고 이혼하며, 핀치와의 만남을 이어가다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는 과정, 2부는 거의 놀랍게도 율리아누스에 대한 주인공의 글, 3장은 그냥 그 이후의 이야기다. 소설은 뭔가 이렇다할 결말도, 하고자 하는 말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것이 비교적 분명했는데 그런 면에서 더 모호하고 호불호가 갈릴만한 소설이다. 

 저자는 명확히 말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더 생각거리를 주거나 의미를 찾게 만드려는 장치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두 소설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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