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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대전환 - 경제 질서의 변곡점에서 글로벌 통화의 미래를 말하다
오건영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한국에서 투자는 대중화되었다. 내가 어릴 적만해도 투자는 부동산이건 증권이건 시선이 그리 곱지 못했다. 부동산은 비교적 많이 투자가 이뤄졌지만 불로소득 성격이 강했고 운 요소와 비리가 결합해 공정성 문제가 있어 더욱 비판이 심했다. 주식은 더했다. 오히려 도박이나 사기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하지만 어느 새 적어도 부동산과 주식투자는 대중화했다. 근로소득과 은행에만 의존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적어졌고 구태의연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채권이나 다른 파생상품, 그리고 책에서 다루는 다른 나라의 화폐에 대한 투자는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과거부터 가까운 미래까지의 흐름을 다루며 원화 대비 달러와 엔, 그리고 금의 미래를 감지한다. 제법 두껍지만 저자가 유튜브에서 자주 하는 강연처럼 구어체를 사용하였고 쉽게 쓰려고 노력했기에 읽기가 어렵진 않다. 거기에 더욱 친절하게 책 말미에는 부록 형식으로 환율이나 금리, 화폐발행량에 따른 부의 변화를 쉬운 수준에서 설명해준다. 정말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뒷 부분부터 보고 책을 보는 것도 나을 것 같다.
1. 달러
우리는 저금리를 비교적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2010년대의 초저금리는 역사상 유례가 없던 시기였다. 때문에 지금의 고금리가 일시적이라고 여기기도 하는데 저자는 미래는 고금리의 시대라 단언한다.
첫 번째 이유는 과도한 세계의 부채다. 세계 각국은 여러 경제위기와 경기 부양을 위해 20년 간 과도한 부채잔치를 벌였다. 부채는 지난 20년 간 3배나 증가했다. 국가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시중의 돈을 흡수해 돈을 부족하게 하여 금리를 올리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시장의 영민함이다. 과거 여러 위기 때마다 세계는 금리 하락으로 그것을 해결해왔고 시장은 이미 이를 학습했다. 때문에 위기 때마다 국가가 향후에도 금리를 낮추면 시장은 이를 이용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키고 빚이 증대될 것이다. 이것은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된다.
세 번째는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은 매우 신중해졌다.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기에 향후 세계의 방향은 금리의 하락보다는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98년의 외환위기와 2007 미국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리고 코로나 19사태, 최근의 계엄 사건 등으로 한국의 원화가 변동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실제 위 사건에서 원화는 달러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의외로 원화는 달러대비 가치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통화에 가깝다. 실제로 한국 원화의 달러대비 가치는 지난 20년간 유로나 엔, 파운드와 비교해도 가장 안정성이 높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우선 한국이 구조적 흑자국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시작되었는데 당시의 중국은 저기술 국가로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력이 좋은 국가의 중간재 수입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최적의 상대가 한국이었다. 그래서 지난 20년간의 대규모 대중수출은 한국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다주어 한국이 구조적 무역 흑자국이 되는 것을 가능케하였다.
다음은 한국 국채의 인기다. 한국이 장기간 구조적 무역 흑자국의 위치에 있다보니 경제가 안정되고 높은 외화보유고에 낮은 국가부채를 자랑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신용도가 매우 높아 한국 국채 매입 외화가 꾸준히 유입될 수 있었다.
마지막은 중국의 성장이다. 중국은 대규모 달러 유입으로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세이다. 위안화-달러, 원-달러가 모두 강세이기에 한국은 통화가 강세를 보여도 대중 수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양국이 통화가 모두 강세였기 때문이다.
달러는 최근 강해지고 있다. 여기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셰일오일이다. 미국은 90년대의 황금기를 끝내고 2000년대들어 침체에 빠진다. 소비력이 약해져 신흥국의 제품을 싸게 구매했고 이로 인해 부채와 재정적자가 증대했다. 그리고 미 연준은 이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대규모 감세를 하여 달러의 가치를 더욱 떨궜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셰일 오일이 등장했다. 원유의 수입이 줄고 이는 미국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다. 이런 에너지로 인해 미국은 강한 성장세에도 물가가 안정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2010년대 이후 빅테크가 성장한다.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이는 낮은 생산 단가를 의미하며 고성장이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게 된다. 달러가 강해질 수 있는 요인이다. 즉, 셰일오일과 기술혁명, 트럼프가 불러온 미국 예외주의는 현재 일어나는 달러 강세의 원인이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은 원달러 1100-1200시대에서 1300-1400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일시적 현상처럼 보이지만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금리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수년째 한국보다 높다. 미국은 강한 성장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고금리가 가능하지만 경제가 약하고 가계부채가 매우 높은 한국은 그것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원이 강해지기 어렵다.
그리고 달러는 한국에만 강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하지도 않지만 한국원화만 달러대비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에 있어 매우 불리한 조건이 된다. 때문에 현재의 강달러 현상은 그리 나쁘게만은 보이지 않는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은 관세와 감세다. 그는 21%인 법인세를 15%까지 떨구고 남은 현금은 주주배당에 쓰게 하여 미국의 기업가치를 크게 증대시킬 요량이다. 이는 미국인의 소비력을 증대시켜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계의 자금은 미국으로 몰리게 한다. 대신 감세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커지는데 이를 관세로 메꾸려는 것이다.
2. 일본의 엔
원엔 환율은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일반인의 비관심사였다. 하지만 한일 교역량이 워낙 많기에 기업인들에겐 매우 중요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자목적으로 엔을 구매하는 엔테크족이 늘어날 만큼 엔화환율은 일반에도 중요한 소식이 되었다. 2024년에만 엔화 예금이 101억 달러에 달할 정도다.
이런 엔테크족은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노린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장기 저금리를 지속하고 있는데 일본의 엔화를 저금리에 빌려 이것으로 외국의 고금리에 투자에 수익을 얻는 것이 앤캐리트레이드다. 이는 엔저로 인한 환차익과 이자 수익 양자를 거두는 전략이다. 하지만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구조이며 그것이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이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2024년 8월 갑작스레 나타나 세계 주식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충격에 금리 인상에 매우 신중해지면서 신속히 사라지고 만다. 일본 은행이 금리를 올렸던 것은 2021년만해도 달러 환율이 105엔이던 것이 2024년 무려 162엔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입물가를 급증시켜 일본 경제를 짓눌렀기에 일본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로 당시 달러당 250엔이던 환율이 1995년엔 80엔으로 초강세를 띄게 된다.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당시는 거액의 보상금이 지급되어 75엔 수준으로 강세라 일본경제에 상당히 암울한 분위기가 드리웠다. 역사상 니케이225지수와 엔-달러 환율은 반비례관계였다. 즉, 일본 엔화가 강세를 띄면 주가가 하락하였고, 약세면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1989년 자산버블로 강하게 금리 인상을 하였다가 장기침체에 빠졌고, 회복세를 보이던 2000년대 초반에는 역시 성급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위축되었으며, 2006-2007년에도 금리인상으로 나쁜결과를 가져온바 있다. 그렇기에 일본 중앙은행은 언급한 것처럼 금리인상에 매우 조심스럽다.
현재 일본은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정부에 의한 통화절상압박이 있다. 때문에 저자는 엔화가 매우 느린 속도로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강세를 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엔화는 원화보다 많이 흔들리지만 기축통화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안전자산이다. 엔화가 안전자산인 이유는 일본의 대외자산때문이다. 일본은 언급한 것처럼 30년간의 저금리로 인해 해외투자가 성행했다 .세계1위의 순대외채권국으로 2023년엔 그 금액이 무려 471조로 달러 환산 3.2조$에 달한다. 당시 한국의 GDP가 1.7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라 할 수 있다.
일본은 자국 또는 세계적 위기가 다가오면 외국의 자산을 팔고 이것이 엔화로 환전되어 돌아온다. 때문에 세계 경제 위기 순간에도 엔화는 크게 하락하지 않고 버텨내는 힘이 생성된다. 그렇기에 엔화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안전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 금
2020년 1월을 시작으로 국제 달러 표시 금과 원화 표시 금, 나스닥,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지금의 성적표는 나스닥과 원화표시 금이 가장 우수하다. 특히, 원화 표시 금은 나스닥보다 변동성이 더 적은 모습을 보인다. 달러 표시 금은 경제 위기시 달러와 같이 움직여 재미가 없다. 하지만 원화 표시 금은 경제 위기시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원화표시 금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 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즉, 달러가 절상하기에 오르는 원리다.
국제 금 가격은 예상과는 달리 주가와 거의 같이 움직인다. 금 역시 실물자산의 하나로 유동성과 연관이 깊기에 주가와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가 내려가면 유동성 확보로 금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어 금 가격이 내려간다.
이 공식에 반대되는 시기가 다소 있었는데 2004-2008년의 시기다. 당시는 저금리의 시기였지만 금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상승했는데, 이 때 신흥국들이 크게 경제발전을 하며 중국을 중심으로 금을 많이 사들여 금값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금리이외에도 금 가격은 상승하는 요인이 있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제위기와 대외결제를 위해 외환을 보유하는데 그 형태는 크게 달러로 대표되는 외국화폐와 금이 있다. 그리고 달러가 흔들리거나 미국과의 사이가 틀어지거나 그들이 의심스러울 경우 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 그리고 금은 지정학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가격이 상승한다. 위기 시 사람들은 낮은 계층의 화폐보다 가장 높은 계층의 화폐인 금을 선호한다. 그래서 금 가격은 2011년 경제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2024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상승했다.
이런 이유는 향후 금의 상승 요인이 된다. 미국은 현재 세계1위 패권체제에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때문에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질 우려가 높고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수요를 높일 것이다. 그리고 미중 갈등이 점화되며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에서 블록 경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외환보유고로 달러보다 금을 선호하게 되는 요인이다. 실제로 갈등이 점화되며 러시아와 중국은 달러보다는 외환보유고를 금으로 채우고 있다. 마지막은 글로벌 부채다. 부채가 클수록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경우 화폐보다는 역시 금이 안전하다.
금의 투자는 현물 보유시 상당한 수수료가 붙는다. 은행을 통한 소액 금투자 통장이 최적인데 이 경우 수수료가 실물보유보다 낮으나 예금과 달리 이자는 붙지 않는다. KRX 금현물 투자는 원화표시 금가격을 추종한다. 역시 금가격 상승에 대한 차익 과세가 없고, 원하는 경우 부가세를 내고 실물취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