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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북투로 가는 길 - 서아프리카 전설 속 황금도시를 찾아가는 1,000킬로미터 여행!
키라 살락 지음, 박종윤 옮김 / 터치아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사하라 사막이 하도 거대하여 사람들은 아프리카 하면 사막만 떠오른다. 그리고 나일강도 하도 거대하여 역시 아프리카 하면 나일강만 떠오른다. 하지만 아프리카엔 그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하라 북쪽의 지중해 연안은 모습이 남부 유럽과 비슷하며, 사하라 이남 사헬 지대를 넘어서면 동물의 왕국 사바나가 펼쳐지고 열대우림도 있다. 그리고 더 남으로 가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대에 이르면 제법 살만한 지중해성 온대기후가 펼쳐진다. 그리고 아프리카 서부엔 나일강 만큼이나 거대한 니제르 강이 있다. 물론 나일강 길이의 2/3수준이지만 이 역시 거대하다.
내가 니제르 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게임 문명5 덕분이다. 지구 실제 맵을 자주 이용하곤 했는데 아프리카 서부 일대에 큰 강이 있었고 인구부양력도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아프리카의 오랜 문명이 자리했고 부유했다. 인구부양력이 충분했기에 사람도 많아 불행히도 오래도록 자체 노예무역이 성행했고, 대서양을 건넌 천만 이상의 아프리카 인들은 거의 모두 이 지역에서 팔려나갔다. 당시 현지인들은 하도 백인들이 아프라키인을 사가기에 자신들은 잡아먹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
책 '팀북투로 가는 길'은 사 놓은지 무척 오래된 책이다. 아마 10년은 된 것 같았다. 요즘 직장일이 힘들어 조금 편한 마음을 가질 겸 집 서재를 둘러보았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 내용은 미국인 키라 살락이 오래전 스코틀랜드인 멍고 파크의 영향을 받아 그처럼 니제르 강을 거슬러 유서깊은 말리 제국의 도시인 팀북투에 도달하는 여정이다
여행 시점은 정확하진 않지만 지역은 위험하다. 서양인의 부유함과 물질의 영향을 받은 부족은 가는 곳마다 그녀에게 돈을 요구했다. 중간중간 마을에 기착할 때마다 촌장에게 도움을 청하고 반드시 돈을 건네야 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그의 짐과 돈을 강탈하려 했다. 소를 키우고 몇몇 안정된 부족 사람들은 그에게 비교적 좋은 잠자리와 음식을 대접했지만 무척 드문경우였다.
여기에 그는 흰둥이 취급을 받는다. 사람들은 그를 튀밥이라 불렀다. 흰둥이란 뜻이다. 그래도 백인과 접촉이 좀 있었던 이들은 그런게 드물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놀람과 공포를 보였고 상당수는 적대감을 보였다. 그는 이슬람 사원 모스크를 여러 번 가고 싶었는데 이는 흰둥이에, 특히 여자에겐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자연도 쉽지 않았다. 바람방향이 맞아 강을 거스르는 건 가능했지만 니제르 강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사막쪽으로 가기에 날이 갈수록 더위가 심해졌다. 그리고 강에는 악어와 하마가 살았다. 무엇보다 하마가 가장 고민이었다. 원주민들에게도 하마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아무도 대처법을 알지 못했다. 다행히 그는 하마를 거의 마주치지 않았고 한번 서식지를 어쩔수 없이 통과할 때도 하마는 그를 위협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몸도 고되었다. 책에 정확히 나와있진 않지만 그는 출발 시점 부터 팔을 다쳤다. 몇 개월의 여행 내내 다친 팔로 노를 저은 셈이다. 그리고 무척 더웠기에 긴팔을 입어야만 했는데 그래서 더욱 더울수 밖에 없었다. 강을 거스르며 가끔 도시에 들러 몸을 쉬이고, 물자를 보충하곤 했는데 여행이 길때면 식량도 부족한 지경에 이르곤 했다.
그렇게 그는 팀북투에 도착한다. 튀밥이라 그를 부르던 주민들은 어디가냐 많이 물었고 목표지가 탐북투라면 모두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이것을 해낸 것이다. 아프리카의 여러 사람을 만나며 어린 여자들에게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할례의 잔임함도 부각된다. 소음순 부분을 거의 절제해버리고 질도 성교를 하지 못하게 묶어 막아버린다. 이는 결혼전까지 여성의 성욕을 줄이고 순결을 보장하기 위한 남자만을 위한 것이다. 질 구멍이 완전히 막혀 생리 문제로 여성이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이 시술 과정 자체가 비위생적이고 마취 없이 이뤄져 고통스럽다.
그리고 팀북투엔 아직도 노예제도가 있었다. 비교적 하얀 북아프리카계 부족이 주인이고 까만 종족이 노예가 된다. 그녀는 노예 몇을 돈으로 해방하려 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그곳엔 미신도 만연했다. 어떤 점술가도 제대로 뭔가를 맞추진 못했으나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웠했고 돈을 주었으며 부정을 씻기 위해 무슨일이든 했다.
그는 나라에서 권장하지 않는 에어 말리를 타며 돌아가며 이런 사람들의 희생으로 얻는 자신의 부에 대해 고민한다. 미국이 잘 살고 자신이 그 일원으로 걱정없이 살아가는게 이 사람들의 희생으로 가능하다는 자각이었다. 책은 고된 여행을 하며 자신과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이 펼쳐진다. 이렇게 여행을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부럽기도 하며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집에만 있는 성격의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난 어디를 직접 좀처럼 가진 않지만 세계 어디든 관심이 간다. 가끔 이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