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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평점 :
지구온난화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년 여름 기온은 최고 기온을 갱신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올 여름이 앞으로의 일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거론한다. 온난화의 영향은 실로 광범위하다. 교육, 생산성, 의료, 수명, 농업, 범죄, 복지, 군사, 치수, 총체적 경제성장 등 거의 사실상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인류의 안녕에 탄소의 감축은 매우 중대하게 관여한다. 하지만 인간은 문명 발달 과정에서 특히,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상당히 화석 연료에 의존해왔고 이는 언급한 전 분야에 깊숙이 새겨져 있기에 탈탄소는 매우 어려운 실현 과제다.
책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인간 문명의 발달사의 여러 부분을 살핀다.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지 그리하여 탈탄소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찰하고 소위 일부 선진국들이 제기하는 탈탄소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적은지를 짚는다. 이처럼 문명사를 통해 인간의 탄소 의존도를 잘 드러낸다는 점이 이 책의 특별함이다.
1. 에너지
책은 먼저 에너지를 살피다. 우주엔 열역학 법칙이 있다. 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나 물질은 전환될 뿐 절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것이며 2법칙은 그 에너지의 유용성이 점차 사라지는 방향으로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다. 이런 우주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중력장의 뭉침으로 물질과 에너지가 모여 항성계와 은하, 생명을 잉태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명은 에너지를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전환하는 장치다.
그리고 이 생명 중 하나인 인간이 만들어낸 경제 체제는 자원으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해 가공하고 상품과 서비스로 구현되는 에너지로 바꿔가는 체제다. 그래서 인간의 경제 체제엔 에너지가 중요 요소가 되며 인류가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나서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1600년경 인간은 작물 이외의 석탄에서 열을 얻기 시작한다. 1850년이 되어서도 총 연료 에너지의 7%만 석탄이었고 축력이 50%, 인력이 43%였다. 1950년에 이르러 화석연료가 일차 에너지의 75%를 차지하게 된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근대에 폭발하는데 19세기 60배가 늘어나고 20세기엔 16배가 늘어 산업화 이후 지난 22년간 총 1500배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인간이 사용하는 유효에너지의 공급 총량도 크게 증대한다. 1800년 일 인당 0.05기가 줄, 1900년 2.7, 2000년 28, 2020년 34기가줄에 이른다. 34기가 줄은 상당히 큰 에너지다. 800kg의 원유 또는 1.5톤의 역청탄, 60명의 성인이 밤낮없이 일년 내내 일해야 만들어내는 에너지다.
이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는데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독일은 2020년의 경우 구름이 많이 끼자 태양광이 11%만 작동하여 화석연료로 전기의 48%를 충당해야 했다. 덴마크 같은 소국은 평소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다가도 기상이 안좋은 경우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근 국가들과 전기를 교류할 수 있으나 독일처럼 큰 경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 중 풍력도 쉽지 않다. 풍력은 태양광보다 위치가 더 한정되는데 그러다보니 소비지와 멀리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장거리 직류송전과 고전압 송전장치가 필요하며 이는 상당한 낭비를 낳게 된다.
2. 식량
20세기의 녹색혁명으로 세계의 영양은 크게 개선되었다. 영양부족은 1950년 65% 1970년 25% 2000년 15% 2019년 8.9%로 크게 줄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기간 인구는 두 배 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인구가 늘면서 영양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식량생산이 엄청난 증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식량증대에도 화석연료가 깊이 관여한다. 농업에는 농기계와 강철, 운성을 위한 철도와 선박, 그리고 무기비료의 공급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이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19세기만 해도 씨를 뿌린 경작지 1ha당 연간 27시간의 인력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수확의 전 과정까지는 연간 최소 120시간의 인력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 전과정에서의 화석연료의 투입으로 같은 면적당 인력은 겨우 2시간 이하가 필요하다.
질소는 모든 생물의 생육에 필요하다. 질소는 대기에 충분하나 문제는 이것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대개 비활성화 상태이나 매우 소수의 자연과정에서만 활성화한다. 바로 번개가 치는 것인데 그러면 번개에 닿은 공기부분에서 질소산화물이 생성되고 이것이 빗물에 녹아 땅에 흡수되어 질산염이 형성된다. 다만 번개가 자주 치는게 아닌 만큼 자연적으로는 이것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질소를 땅에 공급하는 다른 방법은 콩과 식물의 뿌리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질소를 쪼개 암모니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질산염이 된다. 그리고 효율이 낮은 다른 인위적 방법은 인간이나 가축의 배설물을 땅에 뿌리는 것이다. 다만 배설물의 질소함량이 매우 낮아 대량살포가 필요하다. 헥타르당 10톤이 기본이다.
이런 상태에서 1909년 프리츠 하비가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한다. 그 덕에 녹색혁명이 일어났고 지금의 과도한 인구 부양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우주의 모든 것은 결국 전환인만큼 엄청난 양의 식량엔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밀가루 생산을 위해서는 낱알을 걷어내는 도정을 하고 이 과정에서 질량이 25%감소한다. 80g의 통밀에서 밀가루 58g이 나오는 셈인데 여기에 디젤유가 80ml정도 필요하다. 이 밀가루가 빵으로 구워지고 그 과정에서 원재료와 완성재료가 이동, 포장, 유통되는 전과정을 감안하면 빵 1kg에는 무려 210ml의 디젤유가 투입된다.
그리고 축산도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지난 50년간 소나 돼지보다는 닭의 가축사료 효율이 크게 개선되었다. 1950년 3:1이었지만 지금은 1.82:1이다. 이는 매우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나 닭의 품종을 개량해 식량이 될 몸만 커지고 걷지 조차 못하는 기형적 닭은 양산한 결과다. 그 결과 닭이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하지만 이 닭고기도 먹을 수 있는 부분만으로 계산하면 사료와 :1수준으로 떨어지고 사료, 운송, 도축, 가공, 조리의 모든 과정을 생각하면 1kg의 닭고기에 원유 300-350가 필요하다. 빵보다는 높지만 고기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소와 돼지고기는 여전히 닭에 비해서는 크게 전환효율이 떨어진다.
사실 놀라운 것은 채소다. 채소는 고기보다 훨씬 나쁜 전환효율을 보인다. 토마토 재배에는 묘목, 비료와 농약, 물과 난방, 노동력, 시설이 필요하다. 이건 생산이고 역시 수확, 유통, 가공, 조리의 전과정을 생각하면 토마토는 1kg당 650ml의 원유를 쓴다. 때문에 온난화를 생각하는 채식주의자는 야채, 과일보다는 곡물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여기에 토마토는 단위 면적당 비료도 옥수수의 10배나 요구한다.
어류도 효율성이 낮다. 새우나 랍스터는 놀랍게도 1kg당 10리터의 원유를 필요로 한다. 최악인 셈이다. 정어리나 고등어 같은 표영성 어류는 1kg당100ml의 원유가 필요하고, 초식어류는 300정도이지만 참치, 농어, 연어같은 인기 육식어류는 무려 2리터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부 국가의 열악한 상황은 낭비를 더 부추긴다. 저소득 국가는 식물 저장방법이 낙후하고 냉장시설이 부족해 상당한 식품이 시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폐기딘다. 전 세계의 식물 폐기량은 엄청난데 뿌리작물, 열매, 채소의 50%, 어류는 1/3, 곡류는 30%, 식용육, 유제품의 20%가 폐기된다. 이 중 가정에서 버리는게 30%d이고 나머지는 생산, 유통, 가공과정에서 버려진다.
3. 시멘트,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
위 네 물질은 현대 사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다. 하나라도 없다면 문명은 상당한 곤란을 겪는다. 문제는 이 네가지 필수품이 생산과정에서 대량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은 깨지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과 열가소성으로 인해 널리 쓰인다. 그 생산량은 1925년 2만톤이었으나 지금은 4억톤이 넘는다. 거의 모든 가전제품, 자동차, 항공기에 대량 사용한다.
강철은 탄소함량이 많이 연성이 낮고 인장강도가 약하다. 하지만 강철빔은 화강암 기둥보다 15-30배의 무게를 지탱하고 인장강도는 알루미늄의 7배, 구리의 4배다. 내열성도 훨씬 강하다. 여기에 철은 지각에 풍부하나 무려 5%나 된다. 강철은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데 1톤당 50kg의 탄소를 배출한다. 세계적으로 연간 900만 메가톤의 강철이 생산되는데 여기서 배출하는 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7-9%에 달한다.
시멘트는 커다란 가마에 분말 석히석과 점토나 혈암, 폐기물을 넣고 1450도 이상에서 가열해 생산한다. 이를 소결하면 용해된 석회석과 알류미노 규산염이 클링커에 남고 이를 곱게 빻으면 시멘트가 된다. 시멘트와 물, 골재를 섞은 것이 콘크리트인데 이는 압축에는 잘 견디나 장력에 약해 툭하면 금이 간다. 장력을 위해 철근으로 보강하는데 건설현장에서 그렇다.
4. 세계화
인간은 고대부터 꾸준히 교역을 해왔다. 하지만 전지구를 연결하는 세계화는 4가지의 근본기술로 가능해졌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디젤엔진, 제트여객기 추진에 사용하는 가스터빈, 대형벌크선과 컨테이너 수송, 컴퓨터의 활용과 정보처리의 비약적 발전이다.
초기 증기기관 수송선은 효율이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무겁고 부피가 큰 석탄을 선적해야 했기에 화물을 실을 칸이 부족했다. 그러다 증기선의 외차를 대신한 스크루 장치의 도입으로 증기선이 강신이 범선에 우위를 차지한게 1897년이다. 디젤엔진이 개발되지 이 증기선보다 연료를 적게 실고 효율은 2배에 달해 재급유가 필요없이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살아있는 가축 및 냉장육류도 교역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가스터빈은 연료를 압축공기의 흐름속에 분무하여 고속으로 기계 내에 확산한 뒤 나가며 고온가스를 만들어 낸다. 보잉747에 이것에 설치되었는데 더 큰 추진력과 적은 소음을 내었다. 기존 가스터빈 이전의 비행기들은 규모가 커졌지만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고도가 낮아 난기류에 시달렸다. 747은 1548기 생산되어 50년간 전 세계로 50억명을 수송한다.
1973년에서 2019년 세계 해상무역은 3배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초기 컨테이너선은 겨우 1968개를 적재하나 지금은 2만 3756개를 적재한다. 컨테이너는 배에 물건을 실고 내리는 것을 매우 규격화하여 항만의 작업을 매우 효율화하였다. 그리고 이는 세계 교역의 증대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그리고 이런 세계화 과정 모두 많은 탄소의 사용을 전제로 한다.
저자는 인간이 여러 위기를 과소 평가하고 일부는 과대 평가함을 다른 장에서 드러내기도 하며 인간이 탄소배출의 축소에 얼마나 어리석고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설명한다. 문명이 탄소에 깊게 얽혀 있어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아 인상깊었다. 물론 원전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위험의 무시는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