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닝 - 꽃게잡이 선원에서 돼지농장 똥꾼까지, 잊힐게 뻔한 사소한 삶들의 기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1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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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한승태의 노동 에세이 첫 작품이다. 이번에 다시 만들어져 새로 나왔다. 시기는 작가가 아직 혈기 넘치는 20대였으며 한국의 최저 시급이 3000원 후반 대에서 4000원 초반 정도 하던 2007-2011년의 시기다. 당시는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2만 달러 시절이고, 최저 임금도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능력주의는 더 판을 쳤으며, 젊은이들이 어려워 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해주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라 젊은이들에게 노동 현장은 더 처참하고 어려우며 대가는 적었다.

 작가가 체험한 직장은 꽃게 잡이 어선, 편의점과 주유소, 돼지 농장, 오이 농장, 자동차 부품 공장이다. 모두 상당히 다른 직역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 같이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편의, 인권, 복지는 뒷전이며 거의 쉼없는 짜내기 노동이 강요되고, 급여는 매우 낮으며 다치기 쉬운 위험천만한 것들이란 점이다. 물론 다치면 책임은 오로지 본인 몫이 된다.

 저자는 꽃게잡이 배에 오르며 소개소에서 여러 말을 듣는다. 잘하면 돈 버는 것 순식간이라고. 지금도 이런 배잡이 신화는 어디선가 근거 없이 나돈다. 그게 몇달 간 못오기도 하고 힘들고, 위험해서 그렇지 돈 하나는 확실히 벌게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저자가 탄 꽃게 잡이 배는 전혀 아니다. 꽃게잡이 배는 통발로 낚시를 한다. 작업은 하나같이 힘들다. 통발을 물속에서 끌어올려 속에 있던 꽃게와 그외 물고기들을 분류하고, 통발에 다시 먹잇감을 채워넣고, 배위에 잘 쌓아놓는 것이다. 그리고 멋잇감을 채운 통발을 다시 물속에 넣어야 한다. 꽃게잡이 배에는 이런 통발이 군데군데 십 수개가 있는데 통발 한 번을 다 돌리면 쉼 없이 한 시간을 넘게 일하게 된다.   

 꽃게잡이 배의 일꾼은 서열이 있다. 최상위는 선주다. 그는 배의 주인이자 나머지들의 고용주다. 다음은 갑판장으로 기계를 다룰 줄 안다. 그 다음부터는 일하기 시작한 경력순이나 나이 순이다. 꽃게 잡이배에서는 작업수역으로 가는 수시간 동안 배 위에서 쉴 수 있는데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선실에서는 선주와 갑판장만 쉴 수 있으며 나머진 바닷바람을 맞으면 자고 쉰다. 

 어획량이 좋지 못하기라도 하면 통발을 수십차례 걷게 되는데 그러면 배위에서 자게 되는 일이 생긴다. 선실은 말도 못하게 좁다. 엔진 바로 옆이라 시끄럽고, 모두가 발로 어깨도 제대로 못펴며 부대끼며 자야한다. 그런데서도 극심한 피로로 인해 놀랍게도 잠이 들게 된다. 

 직업소개소와 알선과 달리 꽃게잡이 배의 급여는 매우 적었다. 도망가다시피 나오며 저자가 받은 급여는 겨우 40만원이었다. 선주는 강압적으로 일을 중간에 그만두고 도망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기본급 같은 것은 사실상 없다. 당시 어획량은 매우 적어서 하루 종일 고생해도 기름값 정도만 건지는 상황이었다. 선주는 그러다보니 통발을 계속 걷어 노동력을 짜내지만 기본급은 보장해 주지 않는다. 현대판 노예가 따로 없다.

 저자의 다음 직업은 편의점과 주유소였다. 그리고 이 시기 고시원에 거주한다. 점주는 최저시급은 온데간데 없고, 일이 쉽다는 이유로 더 적은 급여를 준다. 편의점에서 가장 힘든 일은 진상 손님을 대하는 일이다. ATM기계의 엉뚱한 곳에 본인이 카드를 끼워넣고 난리치는 자, 반말을 함부로 하는 자, 먹은 것을 치우지 않는자 등 다양하다. 당시만 해도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엔데 저자는 이 감정의 소모가 꽃게잡이 못한 힘듬이었다고 토로한다.

 주유소는 무척 바쁜 곳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바쁜 곳중 하나 였는데 그 이유는 이 주유소가 내건 사은품 때문이었다. 자체 포인트를 운영하다보니 포인트 정산하고 주유를 하느라 무척 정신이 없다. 너무 바쁜 나머지 손님의 요구와 다르게 기름을 실수로 더 넣거나, 혼유하거나, 기름을 과도하게 흘리는 건 모두 알바의 책임이었다. 여기도 이상한 손님들이 많았는데 직업의 실수긴 하지만 3만원 주문을 6만원을 넣어주자 추가 요금을 전혀 내지 않는 손님, 주유소 길바닥에 대량의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리는 손님등 온갖 진상이 다 나온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양돈장이다. 돼지를 키우는 곳이다. 저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돼지를 보고 놀란다. 생각보다 무척 커서 겁이 날 정도였다. 돈사는 매우 더러웠다. 그 냄새는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였다. 양돈업자가 직원을 조금만 쓰기에 돈사의 배설물은 절대로 다 치워질 수가 없었다. 가장 심한 곳은 자돈들이 출하를 위해 살을 찌우는 비육사였는데 돼지들의 배설물 량이 만은 만큼 그것을 절대 다 치우지 못하고 굳어져 여러 층의 지층을 이룰 절도였다.

 배설물엔 똥도 똥이지만 돼지가 새끼를 낳고 나오는 여러 부산물들이 뒤엉켜 지옥같은 냄새와 빛깔을 보이기도 한다. 돈사에서는 비쩍 마른 새끼나 가망이 없어보이는 녀석들을 바로 솎아 냈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아직 어린 새끼의 경우는 들어올려 땅에다 강하게 내동댕이 치는 것이었고 들기 조금 큰 녀석은 망치로 머리를 내리 치는 것이었다. 저자도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데 생명을 질 긴지라 돼지들은 여러 차례의 내동댕이에도 쉽게 죽지 않았다. 그런 녀석들은 마치 배설물처럼 배수구에 버려져 오물을 뒤집어 쓴 체 서서히 죽어갔다. 

 오이 농장은 다른 의미로 힘든 곳이었다. 어디나 매우 비좁은 숙소를 제공했는데 여기는 컸다. 다만 난방과 냉방이 전혀 안되고, 물을 받아서 데워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우스 안은 무척 더웠고 먼지로 가득했다. 그리고 오이를 재배하면서 새로 나눈 순을 따서 오이를 크게 만들어야 했는데 저자는 이 구분이 어려웠고 하루 종일 앉아야 하는 것에 부담이 컸다. 여기도 급여는 매우 적었다. 저자가 한 일은 모두 힘들고 더럽고 어려우며, 위험이 컸는데 하나 같이 급여는 사회에서 가장 작았다. 채용절차도 그랬다. 이렇다할 학력이나 능력은 전혀 보지 않았고 그저 사지 멀쩡하고 말을 할 수 있으면 바로 채용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이 요구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일 자체가 쉬운 것은 전혀 아니었다. 마치 사회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런 사람들은 최저의 급여와 조건으로 부리며 얼마든지 소모되어 며칠만 일하고 그러면 그 나마의 급여도 주지 않고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나가는 형국이었다. 

 저자는 제조업체에서도 일하는데 그런 곳도 이해가 안가는 곳이었다. 아무리 봐도 공장의 제품 품질이 좋으려면 숙련공이 필요함에도 그들은 계속 알바수준의 인력만을 부렸고, 적은 급여와 좋지 못한 조건으로 사람들의 꾸준한 이탈을 일으켰다. 아마도 고품질 숙련공에 대한 비용을 치르느니 그저 사람을 싸게 부리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하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이런 끔찍한 사회를 경험하며 부당한 현실에 겁을 먹고 수용하기도 하고, 아직 젊었던 만큼 몇 차례 객기를 부리며 싸우기도 한다. 저자는 가장 힘들일을 하는 것에 대해 보상이 적은 사회의 현실에 분노하기도 하고, 이를 자신이 경험한 날 것으로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강하게 고발한다. 한국에서 노동에세이란 분야를 처음 개척한 것 같으며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에 아무리 현장성이 강하더라도 인터뷰와 취재로 이뤄지는 다른 책들에 비해 날것의 느낌이 훨씬 생생하다. 저자의 3권의 노동에세이 모두가 읽을만 하며 강하게 추천한다. 책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오래 되었는데 3권의 책만 냈다는게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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