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 원서 3판 전면개정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클라우스 도즈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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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은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지정학은 오래된 학문으로 유럽에선 독일에서 강했다. 이는 후발주자로 독일의 특성과 그들이 유럽중앙에 위치하여 사방으로 둘러싸여 지리적 요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번성한 지정학은 2차대전 히틀러와 연결되어 오랫동안 나치의 학문으로 서구권에서 치부되었다. 지정학은 이후 다시 부활하는데 구소련이 붕괴되며 다시 위기를 맞는다. 여러 학자들은 세계의 전쟁이 끝났다고 보았고, 전 세계가 자본주의, 민주주의로 뒤덮일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지정학은 다시 폐기될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지금 지정학은 완벽히 다시 부활하고 중요해보인다. 세계적 연결은 점차 끊어지고 있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그들이 처함 지리적 위치와 그에 따란 지정학적 조건이 다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정학은 3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 문제, 세계 정세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리적 틀의 제공,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미래의 틀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정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고전 지정학과, 비판 지정학이다. 고전 지정학은 국력과 영토적 관계에 따란 지리적 환경의 상호 관계에 주목하는 것으로 결정론적인 편이다. 반면 비판 지정학은 담론과 이데올로기에 주목한다. 영토, 자원, 입지보다는 인적인 요소와 물적인 요소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은 둔다. 즉, 지정학은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지정학 중 하나로 대중 지정학이 있다. 이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고장과 나라, 지역, 그리고 더 넓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 및 그 밖의 형태의 대중문화를 포괄하는 것이다. 대중지정학의 본질은 그래서 이미지와 사운드의 힘에 기반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대중지정학은 뉴스나, 신문, 영화같은 레거시 매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 등의 새로운 매체도 대중지정학의 새로운 요소로 거듭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서로 다른 정보원천을 잘 생산하고 유통하며 접근할 수 있다. 그들은 이를 통해 과거나 지금도 특정한 것을 뉴스로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 영향을 주며 특정 대중지정학을 형성한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최근의 미디어 플랫폼은 쌍방향적이고 모든 집단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정부기구나 환경단체 같은 긍정적인 단체들도 있지만 극우파나 테러집단도 이를 이용하며 영향을 준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0%가 SNS로 뉴스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비백인인 경향이 높았다. 새로운 미디어가 주의해야할 부분인 것이다. 

 과거 미국은 자신들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대중지정학을 조성해왔다. 그들은 특정배우와 캐릭터를 생성하여 불굴의 투지와 지도력, 힘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지배적인 지정학적 상상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체현해왔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은 1940-1960년 사이 무려 4천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중 전쟁에 대한 미국의 인식, 공산주의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이 많았고, 이를 비판하는 영화는 극소수였다. 때문에 당시 미국 영화계는 제작과 예산 부분에 있어 군과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는 지금도 진행중인데 80년대 개봉한 영화 탑건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공산권에 대한 위협을 잘 드러내며, 미해군에 의해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디지털의 부상으로 대중지정학은 과거보다 더 쉽게 간섭과 왜곡에 빠질 수 있게 되었고 시민과 공동체는 더욱 쉽게 양극화되고 고립되게 되었다. 때문에 최근의 대중지정학은 오히려 비대중지정학이나 포퓰리즘 지정학으로 탈바꿈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정학은 근본적으로 자신과 타인 사이의 차이를 상상하고 표명하는 문제이기에 정체성과 관련한다. 정체성엔 타인에 대한 정서와 감정이 중요하게 작용되는데 이 정동은 조종될 수 있다. 비판지정학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그런 전통의 발명이 인간과 장소 관계에 근거하고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그래서 국가는 전통적 미디어와 학교차원 교육에 대한 통제와 모니터링을 통하여 국가적 자아 정체성의 창출과 유지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다. 그리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국가는 갈수록 국민과 영토를 철저히 지도화하고 조사하고 측정하며, 평가한다. 

 이런 국가정체성은 국가적 서사, 영토지도, 느낌의 구조, 정서에 대한 호소를 이용하여 정체성 기반의 지정학에 일정한 역할을 하나 반대급부로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배제하게 된다. 많은 유럽정부에서 배제된 것은 무슬림 공동체다. 그래서 이들은 무슬림 공동체의 소외감이 국가의 문제로 작동한다. 지금의 이슬람은 상당히 호전적인데 이를 고취시킨 것 역시 유럽이다. 호전성은 다양한 맥락과 원천이 존재하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기억과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인종주의적 성격에 대한 반감이 이 호전성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정학엔 구조물이 중요한 요소다. 국가는 타국가와 비국가기구가 영토의 흐름과 교차에 작용하는 경계를 내부나 외부, 자국과 타국, 국내와 국제사이에 설정한다. 국민국가는 이런 지정학적 구조물을 튼튼히 하였는데 현대정부도 이런 구조물로 국경통제에 심혈을 기울인다. 국경은 한 국가 영토의 진입과 진출 지점을 제공하며 국경의 통제는 사실상의 주권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계 설정은 묘한 역사성을 띤다. 과거엔 이것이 매우 느슨하다, 국민국가란 개념이 발명되고 나서는 매우 강해졌는데 2차대전과 이후 냉정은 경계세움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동구권이 붕되되고, 인적, 비인적 사안의 지구화가 심해지면서 경계는 매우 느슨해졌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등 다극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다시금 민족주의와 군사력에 기반한 지정학으로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의 경계는 꼭 국가를 대상으로만 하진 않는다. 미국의 멕시코 및 남미에서의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난민을 막기 위해 장벽과 방벽을 설치한다. 이는 유입을 막는 효과적 방법이지만 이것을 통과하기 위한 국내외 각종 범죄와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가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특정집단을 막기 위한 방벽을 세우지만 반면 어떤 것은 적극 유치한다. 투자와 숙련된 인력, 사상의 특정한 흐름이 그런 것이다. 이 경우 국가는 주권의 침해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이처럼 국민국가는 뚜렷한 경계와 영토를 갖고 있기에 사람과 상품, 사상, 기술, 질병 같은 대상이 그 선을 넘나들 때 이를 어떻게 관리, 운영하는지에 고민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국가의 경계는 다른 국가에 의해 부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때론 자발적이기도 한데, 국가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인권 침해와 고통에 직면할 경우 인도적, 군사적 개입의 호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가 그런 민간인의 생명을 해치는 경우 국제사회에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주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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