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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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확 눈에 띄었다. 아마 소외된 아이들을 다루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고, 대충 맞았다. 이 책은 한국에 존재하는 미등록 아이들에 관한 책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이주자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혹은 그들이 한국에서 낳은 아동으로 부모가 체류자격이 없거나 상실 된 경우, 또는 난민자격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체류자격이 결국 없는 아이들을 지칭한다. 한국 정보는 이들을 사실상 있지만 없는 아이 더 나아가서 범죄자 취급하곤 하는데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매우 온당하다. 

 한국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20-30만 정도로 추산되며 당연히 그 아이들인 미등록 아동도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에 이주 노동자가 유입된 시기는 1988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관광을 목표로 비자관리를 느슨히 한 결과 상당수의 외국인이 관광 비자로 입국해 이 나라에 눌러앉았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국내에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주 노동자의 유입이 본격화한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에 나서 1991년 해외투자기업 산업기술 연수생 제도를 만든다. 이들은 법의 명칭처럼 연수생 신분이라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했다. 이들은 장기간 노동, 저임금, 위험한 작업환경에 내몰렸고 현대판 노동제도로 불린 이 악법은 2007년이 되어서야 폐기되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운영으로 인해 한국 사회 전반에 외국인 노동을 마구 부려도 된다는 악습을 짙게 남기게 디었다. 

 현재 한국은 전문직 기술 종사자의 경우 가족과 함께 이주하여 생활하는 것을 허락하지만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노동자에게는 유독 한국에서 수십년을 일해도 가족 동반 비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외국인의 입국과 정착을 통제하려는 강한 정책이지만 인도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부족과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 형편을 생각한다면 오래가지 못할 제도로 보인다. 

 미등록아동은 처음엔 문제가 아니었다. 가족 동반 이주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들은 그들 자체의 문제 해결에 바빴으면 국내 지원 세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이 오래 체류하면서 자연히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미등록 아이들 문제도 발생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2000년대만 해도 미등록 아동들은 학교 입학도 쉽지 않았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 협약에 따라 미등록 이주 아동일지라도 학습권이 주어지는 고교까지 진학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기간에는 불법체류임이 밝혀져도 추방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이다. 고교 졸업후엔 바로 추방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어도 해당 국가에 장기체류하면 부모는 물론이고 아이에게까지 체류자격이나 국적 취득의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것들이 전무하다. 대부분 추방해버리며 언론을 통해 사정이 알려지거나 이슈화되었을때 일부에 한해서 선처하는 것이 고작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려서부터 자란 미등록 아동들은 당연히 고초를 겪는다. 그들의 부모는 매우 바쁘기에 마땅히 이중언어자가 되어야 할 이 아이들으 거의 대부분 한국어만을 하게 된다. 때문에 추방당하는 경우 대처가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자라 한국어를 익히고 이 나라의 문화속에서 자라나 생긴 것만 빼곤 모두 한국인이기에 모국으로의 추방은 사실상 모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미등록 아이들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우리의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기에 어릴적부터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우선 아파도 병원에서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들은 저소득에도 항상 많은 병원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자라면서 각종 시험을 볼 수 없다. 태권도와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도 단증 시험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더 크면 운전면허는 물론이고 특성화고에 진학해도 기술 취득을 통한 각종 자격시험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학진학에 필수적인 수능시험 응시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미등록 아동들은 어릴 적엔 성실히 학습해나가다가도 중학교 이후 자신의 미래가 한국에선 더 이상 없음을 깨닫고 갑작스레 학교생활에 불성실해지거나 학업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공부를 열심히 해온게 무용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등록 아이들은 집안에서도 애 어른으로 자라난다. 부모는 바쁘고 일에 시달리기에 한국어를 학당등을 통해 한국어를 학습할 기회를 잘 갖지 못한다. 또한 어른이 되서 왔기에 한국어가 발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실상 한국인과 같은 수준으로 한국어를 구사하기에 부모가 언어의 한계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아이들에게 떠넘기게 된다. 사장에게 월급을 독촉하는 일, 은행 계좌를 만드는 일, 분실한 핸드폰을 찾는 일등 이 모든 잡다한 일들이다. 이로 인해 미등록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어른을 오히려 보호하게 되고 빠르게 조숙해진다.

 아이들은 졸업 후에도 한국에 남으려 한다. 하지만 대학을 가지 못하고 자격취득도 못하기에 열악한 직장에 주로 취업하게 딘다. 법무부의 단속에 걸리게 되면 바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수갑을 차게 되고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연행 된 후 개인 사정 정리가 끝나면 평생 한번도 가보지 못한 모국이란 곳으로 추방이다. 사실상 귀양가는 기분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다행히 법무부는 2021년 4월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을 시행했다. 이는 한국에서 출생 한 후 15년을 체류한 아동이 자격대상이다.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한국에서 15년을 넘게 살았지만 모국에서 출생하고 한국에 부모와 함께 온 경우, 그리고 이 긴 15년을 못 채운 경우는 자격 대상이 되지 못한다. 저자는 외국처럼 한국도 보편적 출생 등록제도를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태어나면 국적까지 아니더라도 등록을 해주고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등록 아동은 모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버림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는 당연히 등록을 해주지 않고 모국에서 이를 해줘야 하나 그곳들도 외국에 나가있는 불법체류자로 골머리가 아파 이를 잘 해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 엄연한 한 인간임에도 어느 나라에도 속해있지 않은 지구촌 난민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이고 다문화를 무척 강조하는 사회다. 하지만 그에 걸맞는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없다. 법무부가 이렇게 경직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국민 여론이 무엇보다도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의 어려운 노동조건도 한 몫 할것이다. 외국인과 경쟁을 하며 그들에게 없는 자리 마저 내어주는 경우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처우도 좋아져야 한국의 노동조건도 좋아 질것이다. 사회의 최소자리를 높여야 전반적 수준이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향상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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