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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이 책은 단편 소설 집으로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김연수인데 나는 처음 접하는 작가분이다. 제목을 장식한 단편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다. 내용은 좀 복잡한데 사람은 보통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구성하거나 구성당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에 뭔가를 하기로 선택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하지만 과거에 얽매인 삶은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미래에서 과거로 삶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미래에 파경을 맞은 부부가 있다면 과거로 진행하는 삶은 그들이 한창 서로에게 빠져 행복을 누리던 순간으로 향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삶이 바뀌어진다. 지금의 힘듬이 아름다운 과거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그들이 다시 희망을 얻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다소 어이가 없기도 한 대목이지만 울림을 주는 측면도 있었다. 테드 창의 소설 당신의 인생 이야기에서도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인식하지 않고 통으로 보는 외계인과의 만남을 통해 같은 시각을 얻은 한 과학자가 자신의 딸의 죽음으로 결혼이 파탄나고 큰 아픔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선택을 바꾸지 않고 꿋꿋이 알려진 미래로 나아가는 장면이 앞뒤 순서만 바뀌었을 뿐 이 대목과 비슷하다. 어찌보면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특정 시점 결말을 알게 된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또 하나 눈이 갔던 단편은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소설이었다. 한국의 한 유명가수가 한일교류행사에 초청받고 그 주동인물인 일본인 사업가를 만나게 된다. 자신은 심지어 유명해지기도 전 일본에 단 한차례 간 것뿐이며 일본인과는 그 어떤 인연도 없는데 기이했다. 그 일본인이 가수를 찾은 이유는 자신이 곤경에 처해 삶을 마감하기로 했을때 자신이 들어간 카페에서 한 한국인이 신청한 일본음악에서 삶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작은 행위, 심지어 선의조차 없던 우연한 행동이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단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는 의외로 좀 인상 깊었다. 실제 우리의 삶에서 내가 하는 작은 행위, 언어, 생각 등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린 항상 조심하고 배려하며 선의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래도 결과는 좋지 못할 수 있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얽혀있기 때문이다.
책의 단편들은 하나하나 탁 하고 이해가 되기 보단 어렵고 여러 번 책장을 다시 넘기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작가는 90년대에 많은 상념과 애정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소설의 많은 시간적 배경에서도 그렇고 당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생각, 감성등이 소설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