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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평점 :
미국은 두말할 것 없는 초 강대국이지만 강력한 위기에 봉착해있다. 물론 그들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생 약소국으로 최강국인 모국 영국과의 독립 전쟁, 그리고 큰 희생을 감내한 내전인 남북전쟁, 세계 1차, 2차 대전이 큰 위기였다. 그 후 강력한 소련과의 냉전이 이어졌으나 미국은 이 모든 것을 극복해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예전과 다르게 안과 밖이 다 불안하다. 밖으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경제 규모면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 확실한 중국의 도전이 그리고 안으로는 중산층의 붕괴와 정치 갈등으로 인한 내부 분열이 자리한다.
책 '표류하는 세계'는 100가지 데이터로 이런 미국의 불안함을 표출한다. 처음엔 하나하나 지나치게 짧은 장으로 이뤄져 불만이 있었지만 읽을 수록 일관된 문제 의식과 책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이런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사회 및 전 세계에도 상당 부분 투영할 수 있어 더욱 가치가 있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이 2차 대전 이후에 최강국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역동적인 경제에서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안정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후 미국은 매우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했는데 이는 당시 사회 복지 수준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더 안전하고 후한 대접을 받았고, 국가는 이들을 강력하게 지원했다. 당시 최고세율은 무려 91%에 달했다. 공교육의 수준도 높아져 무려 수백 만의 가구가 번듯한 집 한 채와 자동차, 공교육을 받는 아이들, 지역사회의 공동체에 참여하여 높은 삶의 질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성장률이 둔화되고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하고 1981년 신자유주의자 레이건이 집권하며 방향이 바뀐다. 레이건의 대표 정책은 감세였다. 그가 취임한 1981년 최고한계세율은 70%였으나 그가 후임인 부시에게 배턴을 넘겼을 땐 무려 28%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부의 재분배가 크게 약화한 것이다. 여기에 대규모 감세로 레이건 취임 당시 9300억 달러 였던 부채규모는 임기를 마칠 무렵엔 2조 7천억 달러로 불어나 있었다. 레이건 집권기엔 전쟁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국가의 부를 그대로 민간 부유층에 넘길 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중산층은 약해졌다. 1950년 비농업부분 노동자의 1/3이 노동조합 소속이었고, 당시만 해도 1천명이 넘는 파업 건수가 연간 424건데 달했다. 하지만 1988년이면 고작 40건으로 줄어든다. 권력이 노동에서 자본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1973-2014년 사이 노동 생산성이 73%증가했음에도 임금은 9%증가에 그친다. 잉여분은 자본가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부유층은 더욱 부자가 되었다. 상위 1%가 미국 주식의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위 80%는 고작 13%를 갖고 있다.
부유층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데 1965년 최고 경영자와 노동자의 임금 비는 21:1이었으나 2020년엔 351:1로 벌어졌다. 최근 기술 기업의 창업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갖는다. 그 방법은 차등의결권 구조에 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자신의 기업을 상장 시킬 때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특정 주식에 2표 이상의 의결권을 주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그는 회사운영의 통제권과 외부 주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현재 미국 기술 기업의 46%가 차등의결권구조로 기업을 상장한다.
미국의 기술 기업들 역시 강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로비 비용을 11배나 급증시켰다. 2000년 기업의 로비 비용은 700만 달러였으나 2020년엔 8000만 달러가 되었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회사들은 미국의 노동자들을 독립 계약자로 분류하는 법안인 주민 발의안 22의 홍보에 2억달러를 썼다.
반면 사람들은 가난해지고 분열하고 분노하고 있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2021년 8.5달러 정도다. 노동생산성과 비슷하게 임금이 상승되었다면 현재 최저임금은 22달러가 적당하다. 미국에서 주거비와 기본생활비의 충당을 위해서는 최소 15달러 정도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이 정도가 되면 전체 노동력의 21%인 3200만의 근로소득이 증가해 370만명의 빈곤 탈출이 가능해진다. 노동자가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고학력이 필요한데 미국의 학자금은 지난 30년간 169%증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에 빠져들고 있다. 2010년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3%만을 휴대폰 사용에 썼지만 지금은 무려 33%를 사용한다. 이런 인간의 사용시간은 그대로 기술 기업의 수익이 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광고가 수익의 80%이며 메타는 98%다. 그런데 우리가 시간을 들여 보는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쓸모 없기 그지 없다. 사용자가 보기에 거북함을 느끼는 유튜브 영상은 70%나 조회수가 높아지며, 트위터에 도는 거짓 정보는 진실보다 6배나 빠르게 퍼지며 메타에서 도는 뉴스의 15%가 신뢰도가 없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 기업들은 이것들을 딱히 검열하지 않는다.
중산층의 붕괴는 젋은 세대에게 큰 타격을 주나 남여는 이것에 다르게 반응한다. 교육 측면에서 미국의 부모는 남아보다는 여아에 더 큰 기대를 한다. 남학생은 대개 낮은 성적으로 여학생보다 정학 가능성이 2배나 된다. 미 전역에서 남학생은 고등교육기관에 여학생의 2/3수준 정도만 등록되어 있다. 남성들의 낮은 학력은 향후 무능으로 이어져 그들의 경제력과 혼인, 출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고립화하고 빈곤해지고 있다. 미국의 데이트 앱에선 남성과 여성의 신체조건과 나이, 직업, 경제적 능력에 따라 그들을 서열화하는데 지니계수로 이를 측정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여성은 0.38인데 비해 남성은 무려 0.54에 달한다. 국가와 비교하면 남성의 수치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브라질의 그것을 상회한다. 남성의 빈곤정도가 여성보다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사회에 현재 그리고 앞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지난 2017-2019년 미국 내 총기 난사사건 인구통계를 살피면 범인의 92%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의 불우함을 반자동무기로 표출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
미국은 세계 경제규모의 25%를 차지한다. 그들의 통화인 달러는 기축통화인데 국제통화 보유액에서 달러는 미국의 경제규모를 상회하는 59%에 달한다. 물론 결제 건수나 세계 국가들의 최대 교역국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쳤다. 미국의 국방력은 인도와 중국, 러시아의 국방비를 합친 것 보다 많이만 실제 지수인 국방구매력지수로 비교해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의 2/3수준이다. 미국의 연구개발투자는 1960년 세계 69%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30%수준이다. 이처럼 미국은 객관적 지표상에서 중국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미국이 가장 강력했던 시점은 2차 대전 이후 10-20년 간으로 그 때는 매우 야만적이지만 역동적인 자본주의를 운영하면서도 그 밑바탕을 지지하는 배의 밸러스트 역할을 하는 강력한 중산층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당시 그들은 교회나, 로터리 클럽, 스카우트 등의 지역 공동체에 소속되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많았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기술 기업들이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등에 포획된 지금은 정치적으로 양극화하고 텍시트(텍사스+엑시트) 같은 용어와 국회의사당을 공격할 정도로 분열이 심각하다. 저자는 다시 사회적 제도를 강화하고 기술기업의 제재와 공공정책의 재수립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미국의 문제는 한국 사회와도 상당히 닮아있다. 얻을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