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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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이다. 그의 작품을 몇개 보진 않았지만 그 중에 이번에 본 백조와 박쥐가 단연 가장 재미있었다. 추리소설이 늘 그렇듯 살인이 일어난다. 장소는 일본 도쿄 인근. 시라이시 겐스케란 변호사가 피해자이며 구라키 다쓰오란 66세 인물이 가해자다. 초반 경찰은 시라이시 겐스케 주변을 뒤지고 탐문하여 구라키 다쓰오에 접근한데 의외로 구라키는 경찰 고다마의 심문에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다.

 여기까지가 책의 4분의 1지점이다. 뒤에 남은 삼백여쪽은 이후에 이어질 사건이다. 그런데 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들이 있다. 시라이시 겐스케의 딸 미레이와, 구라키 다쓰오의 아들 구라키 가즈마다. 이유는 살해자 구라키 다쓰오가 시라이시 겐스케를 죽인 이유다.

 구라키는 1984년 금융사기를 치던 하이타니라는 자를 살해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다른 이가 누명을 쓰게되는데 바로 인근에서 전자상가를 운영하던 후쿠마 준지다. 구라키는 자수하려 했으나 심문을 이기지 못한 후쿠마가 자살해버리면서 사건이 묻히게 된다. 여기에 막 태어난 큰 아들 가즈마로 인해 구라키는 도무지 인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구라키는 이로 인해 오랜 시간 가슴아파하며 후쿠마의 유족을 찾아내어 지원하고 그들의 식당을 자주 찾으며 친분을 쌓는다. 그리고 속죄의 마음으로 자신의 유산을 그들에게 주고자 우연히 만난 변호사인 시라이스 겐스케를 찾아간다. 겐스케와 친분이 쌓여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데 겐스케는 이에 대해 구라키에게 빨리 그들에게 자신의 죄를 말할 것을 종용한다. 이에 압박을 느낀 구라키가 겐스케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 진술은 그럴듯하나. 살해자의 아들인 가쓰마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책임감 있게 살아온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 마음대로 사람을 살해하고, 죄를 고하기를 기대하는 변호사마져 죽였다는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피해자의 딸은 미레이도 마찬가지다. 인자하고 피고인의 마음까지 잘 살피던 아버지가 그런 압박을 주어 살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게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

 이에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서로의 아버지들의 과거를 밟는다. 서로 있기 힘든 이런 묘한 협력 관계로 인해 책 제목인 백조와 박쥐다. 우리나라에선 잘 모르겠지만 이런 대조적인 협력과 어울림에 대한 비유적 방법으로 일본에선 이런 표현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작가가 만들어낸 걸지도, 하여튼 책은 이후에 재밌게 흘러가며 안타까운 장면도 많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가슴 아픈 살인의 과거가 밝혀진다. 무척 재밌는 책이며 두껍지만 이틀 정도만 시간을 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책장이 넘어간다. 휴일이면 오전부터 공을 들인다면 저녁이면 다 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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