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 곽재식의 기후 시민 수업
곽재식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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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도 온실이 있었다. 15세기 나온 산가요록이란 책은 요리 책으로 유명하다. 각종 요리법을 수록하였는데 술 만드는 법은 무려 60가지 이상이란다. 그런데 이 책에 온실에 관한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온실을 만들어 한 겨울에도 꽃을 피워 왕에게 진상하곤 했는데 사치가 지나치다는 언급도 있었다. 당시의 온실은 지금과 원리가 같은데 주변은 모두 차단하되 천장은 가급적 투명하게 하여 빛을 들게 했다. 유리나 비닐이 없던 시기이기에 종이에 기름을 먹여 최대한 투명하게 하여 지붕을 만들었다. 기름을 먹였으니 눈비에 대한 방수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지구온난화와 그 해결에 대한 책이다. 온실가스는 생각보다 적어 지구 기체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제거가 쉽지 않다. 아마 질소나 산소를 제거해야 했다면 보다 쉬웠을텐데 적다보니 골라내기가 어렵다. 온실기체는 태양 빛을 받은 지표가 방출하는 적외선에 의해 달궈지는 기체다. 이들은 분자 구조가 적외선 등의 빛에 의해 쉽게 흔들린다. 이로 인해 열을 받게 되는데 그래서 온실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인간은 하루 300-4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연간 1억 1천만 톤에 달하는 양으로 상당하다. 물론 기체가 워낙 많기에 우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0.01%, 100ppm 정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온이 1도 이상 상승했고 2도까지 상승하는 것을 막는게 이번 세기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가 꾸준히 연구하고 경고했지만 킬링에 의해 정확히 입증되었다. 그는 주변의 이산화탄소 배출 영향을 피하기 위해 하와이 마우나로아 산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였고 지금은 교과서에도 많이 등장하는 킬링 곡선이 탄생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며 증가하는데 매년 들쭉날쭉 톱니처럼 오르락내리락 한다. 내리는 시점은 7-8월로 한창 여름이라 북반구에서 식물들이 탄소를 대거 흡수하는 시기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이 효과가 사라져 들쭉 날쭉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이 내뿜는 탄소는 꾸준히 증가하므로 그래프를 결국 우상향한다. 

 냉전이 끝나자 사람들은 핵무기보다는 다른 공포인 온실효과에 주목했다. 마침 다같이 뭔가를 해보자는 분위기도 세계적으로 무르익었다. 그래서 1992년 리우에서 처음으로 지구환경에 대한 국제적 협의가 열렸다. 이런 협의를 COP라고 한다. COP는 6회에 이르자 기후변화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기술적 해결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이나 기술을 퇴출하고 가급적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는 탄소배출권에 대한 것이다. 기술적 해결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이 안될 정도로 어려웠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인도, 중국 등의 개도국에겐 적용이 어려웠고, 거의 전 산업체계에서 탄소를 배출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탄소배출권은 거래제나 벌금의 형태로 지금도 남아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배출되면 확산하는 이산화탄소를 정확히 누가, 어떤 기업, 국가가 배출하는지 특정하는게 어렵다. 

 COP7에서는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거부했다. 하지만 COP15인 2009년에 이르자 미국에선 오바마가 당선된다. 또한 세계 각국이 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체감하고 기술도 더욱 발전했기에 변화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합의를 도출하는데는 다시 실패한다.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녹색기후기금의 창설이다. 이 기금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기금으로 피해가 일어난 국가나 지역을 지원하게 된다. 놀랍게도 이 기구는 한국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다. 당시 녹색성장을 밀어붙인 결과가 아닌가 한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그 대표적인게 태양광 발전이다. 태양광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넓은 부지의 필요성이다. 2021년 충남 태안에 200-30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넓은 태양광 발전 부지가 계획되었다. 이 정도 넓은 부지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300만 메가와트다. 많은 발전량인 것은 분명하나 공장 크기의 화력발전소 하나가 만드는 전기가 이것의 두배인 800만 메가와트란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 상당히 넓은 부지가 필요함에도 발전량이 크지 못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비좁은 국토에 산지가 많아 이런 설비를 구축하기 어렵다. 사우디처럼 태양이 강하고 사막이 많은 나라가 적합하다. 여기에 태양광은 만들면 끝이 아니다. 끝없는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패널엔 오래되면 먼지가 쌓여 발전효율을 떨어뜨리고 한국의 혹독한 여름과 겨울, 폭우와 폭설, 강한 바람을 견뎌내야 한다. 이로 인해 유지보수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관리가 힘든 것이다. 

 관리가 힘든 건 풍력도 마찬 가지다. 풍력 발전기는 기본적으로 수십미터 높이다. 발전기 2000기당 한 개정도에서 화재가 발생하는데 이럴 경우 화재 진압이 어렵다. 특히 발전기가 산꼭대기나 해상처럼 화재장비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경우도 많다. 요즘처럼 가물다 산에 위치한 풍력발전기에서 화재가 일어나 대형산불로 번지는 사건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풍력 발전기는 복잡하기도 하다. 태양광은 패널에 전기선정도로 구조가 단순하다. 하지만 풍력은 강한 바람을 이겨내며 계속 회전해야 한다. 유지 보수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전기차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에디슨도 만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무거운 배터리와 충전기술의 어려움으로 사장되었다. 그러다 중동전쟁에서 오일쇼크로 잠시 주목받았다. 풍부한 석탄으로 화력발전을 하고 이 전기로 자동차를 운용하려 한 것이다. 전기차가 다시 주목받게 되는데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크게 기여한다. 80년대 들어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휴대용 기기들을 보급하고 대중화한다. 소니의 워크맨이나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 기기들이다. 이 기기들은 기본적으로 휴대용이고 디자인도 중요했기에 배터리가 반드시 소형화하면서 효율도 높아야 했다. 일본 업체들은 이를 해냈고 마침내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다. 지금도 사용하는 그 전지다. 

 배터리의 높아진 효율과 소형화로 많은 기기들이 전기화하고 있다. 자동차와 드론이 그것이다. 그리고 각종 기기의 전기화는 중국 같은 후발주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비행기나 헬리콥터 자동차는 내연기관으로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며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하지만 전기기기는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때문에 드론이나 전기자동차 같은 경우 이미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진입했다. 

 수소경제도 주목받는다. 수소는 그 자체가 좋은 연료이긴 하지만 전기 에너지의 저장과 이동 매체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전기는 최대 약점이 저장하지 못하고 이동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발전은 전기량을 예측해 발전하고 비효율적으로 전기선을 이용해 큰 손실을 보며 공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수소로 전기를 저장한다면 이런 문제가 많이 해소된다.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하여 발생시킨 수소를 저장 유통하는 것이다. 각 가정에 이미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고 이를 수소로 중앙에서 공급하여 각 가정의 수소연료전지로 발전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런 수소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이 부분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국은 수소경제에 유리한 점이 많은데 우선, 가스나 석유가 전혀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이익집단이 없어 빠르게 탈탄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화학산업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많은 화학공정에서 수소가 필요하고 발생하는데 한국의 산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수소를 만들고 유통하고 서로 판매해왔다. 마지막은 완성차 업체들이 장기간 수소차 개발에 투자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 사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마 어려운 점은 나의 행위가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는지 아는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일회용 종이컵을 안쓰고 텀블러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종이컵 하나를 아낀다면 그는 매일 11g의 이산화 탄소 배출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태평양의 섬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서 머물다온다면 그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무려 1000kg이상이 된다. 종이컵을 240년 안써야만 도달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이다. 플라스틱의 사용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은 썪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환경을 오염시킨다. 하지만 의외로 탄소배출량이 생산과정에서 적다. 만약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조선시대처럼 도자기를 쓴다면 탄소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 이들은 1000도 이상에서 장기간 구워야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여기에 무게도 무거워 그 유통과 생산과정에서도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잘 파손되기에 플라스틱보다 자주 교체될 것이다. 생각보다 도자기가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것이다. 먹거리도 그렇다. 반도체 하나를 생산하는데는 불과 675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치즈 1kg은 2만g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를 위해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기후 변화는 한 국가만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공통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대국과 선진국은 기후 변화 문제를 자국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해결을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소경제에 강한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한 나라를 수소를 해결책으로 주장할 것이고 전기차에 강점이 있는 나라는 전기차로의 해결을 주장할 것이다. 마지막은 기후 변화는 약자들부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부유층은 에어컨으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약자들은 그 뜨거운 온도를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식량의 가격이 오른다면 부자들은 이를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은 굶주려야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와 피해는 약자에게 먼저오기에 이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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