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엔 대선이 있었고 알다시피 윤석렬이 승리했다. 표차는 겨우 0.7%정도로 역대 가장 적은 박빙의 승부였다. 방송3사의 디시전 K는 통상 5%면 당선 유력. 20%면 당선 확실을 예측하는데, 이번 경우 개표가 거의 80%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당선 유력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긴 측엔 정말 짜릿하면서도 위기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승리였고 패자 쪽에게는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 뼈저린 패배였다. 보수계열은 징역 20년짜리 실패한 대통령을 연속 두 번이나 내세우는 실정을 저질렀음에도 5년만에 정권을 되찾아왔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1. 민주당이 진 이유

 가. 정체성이 애매하다.

 사실 나는 보수쪽에 비해 민주당이 늘 정체성이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인 것 같은데 야당으로써 보수와 대결할때는 진보적인 시각과 사회적 약자를 많이 고려하며 정치개혁도 늘 염두에 두지만 정작 여권이 될 경우 좀처럼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실제 민주당은 좌파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언제든 보수로 넘어갈수 있는 인사와 중도, 그리고 일부 좌파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한국은 정치 스펙트럼이 세계적으로 볼 때 우편향 되어 있어 실제 한국의 민주당은 진보라기보다는 중도우파나 잘해봐야 중도좌파정도로 분류된다. 사실 스펙트럼상 좌파는 정의당 계열이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정권에 모두 해당이 되며 특히나 이번엔 지난 보수 정권 10년으로 쌓인 게 많았던 터라 이런 부분에서의 강한 해소가 필요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상황, 사회적 약자의 권리 해결, 정치개혁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으며 이는 실제 민주당이 이런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정의당이 유독 이번 정권에서 민주당에 반감을 갖고 나왔던 것은 이런 것에 대한 실천의지에 강한 의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결과 대선토론과정 내내 정의당 대선 후보는 대척점에 있는 보수후보보다 오히려 민주당쪽 후보를 더 많이 공격했다. 이렇게 된데는 비례대표사건이 무엇보다 더 컸었다고 본다


 나. 청년을 빼았겼다.

 2000년대 초반 보수진영은 처음으로 정권을 빼앗기고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20-30대 젊은 층에서 큰 폭의 패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들은 젊은층의 지지를 되찾지 못하면 결국 당이 사라질 것으로 파악했다. 나이든 사람은 결국 늙어서 사라지고 젊은 층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기에 매우 당연한 예측이었다.(물론 실제론 그렇지 않다. 사람은 나이들면 보수화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수계열은 정말 오랜만에 젊은 층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었다. 이전처럼 젊은 층에서 지지를 얻었다면 승리는 진보쪽이었을 것이다. 여기엔 이준석 대표가 시작한 젠더갈라치기가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렇다할 국회의원자리 하나 없이 방송계를 떠돌며 이리저리 전전하던 이준석은 사실 여러차례 남여논쟁에 패널로 등장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남성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곤 했는데 이 때문큼은 진보성향의 남성조차도 이준석을 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곤 했다.

 아마 여기서 힌트를 얻지 않았는가 싶다. 그는 남여차별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나라에서 성차별해소를 위한 시도를 역차별로 몰아갔고 이 틈새공략이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 덕에 그는 최연소 당대표가 될 수 있었고, 아마 국회의원 자리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젊은 남성들은 성차별을 쉽사리 경험하지 못한다. 어려서부터 그렇고 남여평등적 교육 및 집안환경에서 자라왔을 가능성이 크며 대학진학이나 취업에서 여성보다 이득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들은 군대라는 큰 차별을 경험해야하며 사회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이라는 것은 사회상층정도로 진입해야만 느낄수 있는 것들이다. 아직 그들은 그럴만한 나이도 경험도 갖고 있지 못하기에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현정권의 노력이 강하게 역차별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들을 어루만졌어야만 했다.

 

 다. 반면 여성의 집결은 너무 늦었다.

 매우 불리한 구도속에서 그래도 박빙의 패배를 거둘수 있었던 것은 막판 젊은 여성의 표심집결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의견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주일 정도만 선거가 늦춰졌어도 결과는 알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늦은 아쉬움은 여성들에게 이재명에 대한 강한 향수와 애착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다. 

 하지만 여성의 늦은 결집은 역시 결국 민주당의 탓이다. 남성 입장에선 민주당은 여성친화적 정권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여성들에겐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으로 이어지는 핵심 여권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들 그리고 그 후속 조치들은 여성들에게 강한 반감을 가져왔을 것이며 민주당에 대한 의심을 하게 했을 것이다. 

 때문에 여성들은 보수진영이 초반부터 강하게 반여성적으로 움직였음에도 집권이 가능한 현실적 대안세력에게로 빠르게 결집하지 못했다. 일부 민주당, 일부 정의당, 일부 국민의 당 쪽으로 흩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안철수의 단일화, 그리고 패배를 막기 위해 막판에서야 어쩔수 없이 민주당 쪽으로 움직인게 아닌가 싶다. 좀 더 정략적으로 빠르게 판단하고 민주장 쪽에 힘을 싫어 초반부터 지지율을 대등하게 끌어올려주었다면 다른 결과를 도출할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라. 대통령의 답답한 인사

 문재인 대통령은 상당히 온화한 성품으로 원칙주의자로 보인다. 민주당 계열 대통령이 그렇듯 강한 리더쉽보다는 수평적이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이는 옳은 방향이지만 이번 정권 내내 민심을 이반시킨 여러 인사를 고집하는 패착을 나았다고 본다. 우선 조국이다. 개인적으로 조국을 옹호하고 그가 저지른 여러 흠에 비해 개혁반대세력에 의해 테러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은 한국인이 가장 민감한 입시사건으로 조국에 치명상을 입혔다. 그 박근혜 마져 무너뜨린 것은 최순실의 다른 엄청난 비리가 아닌 그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정략적으로 대통령의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고 본다.

 인사를 고집한 패착은 국토부장관 김현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세가 옳건 그르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로 국민들에게 여겨져왔고 폭등하는 집값에 악화하는 여론에 대해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김현미 장관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오랜 임기를 보장했고 사실 그 대가로 얻어낸 것도 없었다. 

 윤석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윤석렬 갈등이 불거진 시점부터 빠르게 대통령이 둘을 동시 해임하는 결과로 문제를 마무리 했어야 한다. 필요이상으로 임기를 오래 보장하며 윤석렬을 키웠고 그 결과는 정권을 빼앗기는 것이었다. 

 물론 대통령의 입장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많다. 원칙을 지키고 싶었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그것을 보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하고 싶었던 탈원전, 검찰개혁은 이루지 못했고 결과는 참담하다. 무척이나 아쉬운 측면이 아니랄수 없다.


마. 부동산 폭등

 한국의 부동산은 정권과 역방향으로 흘러왔다. 역사적으로 우파는 시장주의자들이기에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가급적 풀고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좌파는 평등주의자들이기 불로소독이자 계급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부동산에 대해 강한 규제와 세금을 부여하곤 한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은 이런 정부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세계적 흐름을 탄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한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은 크게 올랐고, 경기가 쇠퇴한 2010년대 중반은 하락했으며 다시 양적완화를 크게 시도한 2010년대 후반에서 2020년대 초반 크게 올랐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경우 상승기엔 김대중 노무현이 하락기엔 이명박 박근혜가 다시 상승기엔 문재인이 다시 오고 있는 하락기엔 윤석렬이 대권을 잡았다. 때문에 부동산은 결국 정부의 정책탓을 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 그져 애써 물살에 따라 크게 움직이는 방향키를 애써 반대방향으로 잡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의지와 방향성에서 모두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시장에 강한 규제 신호를 주고, 부동산에 대해 공적인 역할을 많이 강조하며 더불어 과감하게 공급을 하고자하는 시도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이는 가장 큰 패착으로 사실상 정권이 넘어가는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 한국의 고령화

 언급한 것처럼 20년전 한국의 보수진영은 젊은 층의 이탈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노인을 결국 나이들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꾸준히 공급되는 청년층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당시 진보성향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이들이 나이 들어서도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보수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노인도 청년처럼 공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2000년대 초반 김대중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40대들은 지금 60대가 되었고 이들은 강력하게 보수를 지지한다. 이는 과거 보수정권이 예측하고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초고령화하는 한국사회의 유권자층이 앞으로 보수에 유리하게 흐를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젊은 연령층은 그 수가 적고 이념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이 약화하고 있으며 반면 보수성향을 가진 노인층은 다수의 인구가 향후 수십년간 꾸준히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것이 아주 큰 영향력을 미치진 않았지만 앞으로 두고 봐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모든 악재로 인한 강한 정권 교체여론에도 불구하고 민주진영은 약간의 차이로 패배했다. 물론 여기엔 전문가들이 언급한 것처럼 정치초보이고 그에 걸맞게 무수한 실수를 저지른 윤석렬에 비해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았지만 실력있어 보이는 이재명쪽이 인물에서 크게 앞섰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에도 보수와 진보는 총집결하여 사실상의 양자대결을 펼쳤는데 박근혜 문재인 때는 진보가 총집결했음에도 과반을 넘지 못하고 패배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의당의 표를 진보로 받아들인다면 진보가 얻은 총 지지는 과반을 살짝 넘게된다. 어찌보면 진보진영이 패배했음에도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의 득표를 얻은 첫번째 선거가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보수가 매우 유리한 구도에서 서서히 진보가 유리한 구도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란 생각이다. 때문에 패배했음에도 이번 선거는 진보쪽에 의미있는 선거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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