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EBS에서 위대한 수업을 진행중이다. 세계 유명한 석학을 분야별로 모아 인터뷰한 프로그램인데 우연히 제프리 삭스 편을 보고 이번 책을 보게되었다. 작년엔 피터싱어를 보는 바람에 그의책실천윤리학과 동물해방을 보았는데 쉽지 않았었다. 제프리 삭스는 환경을 무척 강조하는데 그런 경향은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났다.
인류 역사를 쭉 나름의 관점으로 다룬 책들은 많다. 총균쇠, 사피엔스, 오리진, 악의 번영,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문명과 식량, 엔드오브타임, 마빈해리스인류3부작, 채사장의 지대넓얕 제로편, 남경태의 역사등 같은 책들이 그런 것들이다. 총균쇠는 지리적 우연으로 동서양의 지형차로 서양에 적절한 분열이 일어나 경쟁관계 및 수평적 정치체제가 등장했고, 유라시아의 연결성과 동서방향으로의 이동성 용이가 가축과, 식량의 전파를 낳아 돌이킬수 없는 차이를 아메리카와 벌여놓았음을 보여준다. 마빈해리스의 인류문명3부작도 총균쇠와 매우 비슷한다. 더 나은 논의를 미리 제시했다는 점에서 총균쇠의 아버지격인 책이다. 사피엔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사상과 종교등의 허구의 힘 그리고 지금은 이것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오리진은 우주에서부터 지구의 지질학적 변형, 그리고 인간진화와 사회전개를 보여준다. 악의 번영은 경제사적 관점에서 인류를 서술하고, 왜 서양이 지배한는가는 동서양의 최대도시의 인구차를 차례로 보여주며 이유보다는 다소 결과에 집중한다. 문명과 식량은 인류 문명이 기술발전으로 식량확보성을 늘리고 그 한계를 매번 돌파하여 계속 인구를 늘려 지금에 도달했음을, 채사장의 지대넓얕은 특이하게도 일원론과 이원론의 등장을 번갈아가며 전개하며 다시 일원론의 시대를 보여준다. 남경태의 종횡무진 역사는 서구에서 일어난 세계화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전세계를 수백년간 휫쓸며 마지막 지역으로 서구와 가장 가까운 중동을 남겨두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관점의 이런 책들은 하나같이 재밌고 지성을 갖춘 인간으로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들이다.
제프리 삭스가 그의 책에서 주목한 것은 지리와 기술, 제도이며 이것을 축으로 7번의 전세계적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리는 자연지리로 가축이나 동식물, 질병, 지형, 토양, 에너지자원, 광물자원, 생명의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지구의 과정을 말한다. 기술은 우리의 생산체계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이며 제도는 정치 법률 사회에 적용되는 문화적 사상과 실천이다. 이 지리 기술 제도가 서로 어우러지며 신축성과 가변성을 갖고 서로 강력하게 상호작용하여 시간과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낸다는게 삭스의 주장이다.
그가 이런 관점으로 정리한 일곱번의 세계화는 다음과 같다.
1.구석기 시대
시기는 기원전 7만에서 1만년전으로 에너지로 인력과 해력을 쓰고 언어와 돌에 새기는 형태의 미디어를 쓴다. 수렵과 채집 사회고 석기를 쓰며 걷거나 카누, 뗏목으로 이동했다. 무기는 석기무기, 활, 화살이 있으며 씨족 정도의 행정체계를가졌다.
2. 신석기 시대
기우너전 10만에서 3만년 전으로 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상형문자가 생겨났고 곡식과 목축을 개발했다. 청동을 사용했으며 해상에선 돛이 생겨났다. 무기는 청동무기이고 마을정도의 행정단위가 생겨났다.
3. 기마시대
기원전 3천년에서 1천년 정도의 시기다. 말을 가축화하여 사용했고 이로 인해 범위가 넓어져 이를 통솔할 초기문자와 체계, 석비등이 생겨났다. 쟁기를 사용했고 쇠, 바퀴, 수레등을 썼다. 말과 당나귀, 돛을 사용했고, 기병이 생겨났으며 국가의 시대를 열었다.
4. 고전시대
기원전 1천년에서 서기 1500년의 시기다. 풍차와 수차를 썼고, 알파벳과 책이 생겨났다. 대규모의 곡식 교역이 생겨 부족한 식량을 채웠고, 엔지니어링 기반시설이 있었다. 말과 도로망, 돛을 사용해 이동했고, 보병, 기병, 화약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나라가 매우 커져 제국이 생겨났다. 로마나 중국의 한나라, 알렉산더, 원제국등이다.
5. 해양시대
1500년에서 1800년의 시기다. 지금의 세계의 밑그림을 그린 시기다. 바다바람으로 이동했고 원양항해를 위한 범선이 생겨났다. 인쇄기가 생겨 사상이 폭발했고, 대양항해를 했고 곡물의 글로벌 교역이 촉진되었다. 대포와 머스킷을 무장해 세계를 정복해나갔고 그 결과 글로벌 제국이 탄생한다. 초기 포르투갈, 스페인제국이나 훗날의 대영제국이다.
6. 산업시대
1800-2000년의 시기다. 화석연료,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력, 원자력을 사용한다. 전선과 전차, 방송등이 생겨났고 화학비료로 인구부양력이 크게 늘었다. 증기기관과, 직물, 쇠를 수용해고, 원양증기선과 철도가 생겼다. 기관총과 항공기, 탱크, 전투기등 무기의 개선되었고 글로벌 제국이 여전히 유지되었다. 그리고 입헌정부와 난만한 자본주이가 생겼다.
7. 디지털 시대
21세기다. 태양력과 풍력에 의존할 것으로 여겨지며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다. 정밀 농업으로 이전처럼 물과 비료를 낭비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이 좁을 땅에서 이뤄질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로 서로 통신하고 가상공간이 생겨나며 전쟁은 사이버 전쟁의 형태를 띌 것이다. 글로벌 협치를 기대해보지만 가능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책에서 제프리 삭스는 이런 7차례의 세계화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리 기술 제도의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규모에 대해 설명한다. 규모는 인구가 많아져 생산력이 증가하고 경제규모와 교역의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규모가 확대되면 행정과 지정학의 성격마저 바꾸게 되는데 이 규모에는 자연지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인구가 늘어나기 어려운 기후라면 규모는 생겨나기 어려우며, 기후가 적당하더라도 상대편과의 교역이 용이한 강이나 해안, 혹은 평지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면 역시 규모의 상승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리적 요소는 고정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따른 기술발전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는 물질자원과 그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석기, 신석기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석탄 석유는 현대시대에는 엄청난 의미릴 가지며, 말의 목축에 적합한 스텝지역은 기마시대에 엄청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런 지리상의 요건을 고려할 때 다른 사람들도 지적하는 것처럼 가장 유리한 지역은 유라시아다. 유라시아는 육지의 43%정도지만 인구는 무려 70%다. 식량의 생산과 목축에 유리한 온대기후지역이 유라시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동서방향으로 길게 발달하여 기술의 이동에 매우 유리했다. 또한 해안가가 많아 상호간의 이동 및 교역도 유리했으며 식량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만한 곡물과 가축이 많았던 점도 상당한 이점이었다. 반면 아메리카를 베링해가 생겨나며 오랜 기간 격리되었고 결정적으로 말이 멸종하여 이렇다할 견인력을 얻지 못했다. 사하라 이남은 광대한 사하라로 인해 유라시아와 분리되었고 풍토병이 많아 동물이 잘 견뎌내지 못했다. 오세아니아 역시 상당기간 격리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인 북미지역은 조금 다르다. 북미는 온대기후대이며 광대하고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고, 항행 가능한 하천이 많으며, 엄청난 광물과 교역과 방어에 유리한 긴 해안선, 막대한 에너지 매장량을 자랑한다. 물론 이것도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야 의미가 있기에 이지역에서 최강대국이 탄생한 것은 산업화 기술력을 가진 유럽 세력이 이지역을 차지하고 나서야 가능했다. 실제 유럽인의 이주 전 북미지역은 이렇다할 행정체계가 발달하지 못한 낙후된 기술지역이었다.
자연지리의 요소로 기후는 매우 결정적이다. 쾨펜 가이허 기후구분에 의하면 지구상 기후는 열대, 건조, 냉대, 한대, 고산기후로 나뉜다. 열대기후는 연간 높은 기온으로 사람과 가축의 신체에 엄청난 부담을 주어 장기적 경제발전이 어렵다. 그래서 한국 사장들이 동남아 인을 쓰면서 게으르다는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풍토병이 많아 인간과 가축에 질병이 전파되고 음식과 물에의해 병원균이 빠르게 전파된다. 거기에 열대토양 유기물은 아주 빠르게 부패하여 토양영양분이 신속히 고갈되어 농경에 부적합하다. 실제로 해양시대에 이르러서도 서구 세력은 열대에 좀처럼 침투하지 못하였고 거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하라 이남이 식민화된 것도 말라리아를 극본할 키니네가 칠레에서 발견된 이후였다. 열대는 이렇다할 문명이 건설되지 못했고 현대과학 기술이 도입되고 나서야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건조기후는 너무 건조해 곡식 생산이 적어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규모가 생기기 어렵단 뜻이다. 대부분 농업은 나일강 같은 하천 계곡지대를 제외하면 스텝이나 초지 같은 다소 습한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이 지역에서 가축이 이뤄지고 야생말의 고향이며 평평한 지역에선 실크로드 같은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나무가 잘 없어 지형만 평탄하다면 말에 의한 빠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냉대기후는 여름이 짧고 겨울이 매우 춥다. 캐나다 러시아 지역이 냉대기후이며 일부 지역에서만 좋은 농업생산성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지역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농경에 적합치 않아 역시 인구밀도가 낮고 주로 벌목과 모피, 어업, 순록, 목축을 한다.
고산기후는 높은 지역의 기후로 일년내내 봄이라 하여 상춘기후라 하기도 한다. 커피나 차같은 특수작물이 잘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곡식생산 가능 지역 자체가 매우 좁다. 산지라 광물이 종종 풍부하며 역시 산지라 저지대로부터의 방어가 용이하다. 이로 인해 저지대에 통합되지 않아 강한 독립정신을 갖고 있으며 소규모 인구집단이고 언어가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제프리 삭스는 이런 관점으로 일곱 번의 세계화 시대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다. 마지막 디지털 시대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면 지금 시대 세계의 내생적 성장의 중심지는 미국과 유럽 연합, 한중일의 동북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구와 생산력, 특허등 기술적 조건에서 타 지역을 압도한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에는 세 가지 위험성이 상존하는데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글로벌 환경 위기의 심화, 전세계적 무장으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새로운 기술이 마구 등장하여 기술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계층과 쉽게 대체될 계층 간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과거 산업화 시절에는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으로 경제규모와 기술을 늘려 선진사회를 따라잡는 공식이 어느정도 존재했지만 모든것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될 미래에는 이런 단순한 작업은 기계가 할 가능성이 높다. 즉, 개발도상국의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세계적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년간의 경제적 성장으로 인구는 10배, 1인당 GDP는 10배가 늘어났다. 즉 세계경제가 100배가 되었다는 의미이며 지구가 받는 부담도 100배가 되었다는 셈이다. 이는 이번 세기에도 지속될 것인데 다만 인간의 기술요소로 지구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나 육식위주의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개선된 건물디자인으로 건물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크게 낮추기, 정밀농업으로 물과 비료의 소모를 줄이는 것등이다.
UN은 이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17가지를 제시하였는데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 환경적 목표이다. 경제적 목표는 극빈의 종식, 배고픔의 종식, 보편적 치료혜택, 학교교육,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 전기의 공급, 좋은 직장, 현대적 하부기간시설이다. 사회적 목표는 젠더 평등, 소득 불평등의 저감, 평화롭게 준법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다. 환경적 목표는 지속 가능한 도시, 시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기후 변화의 통제, 해양 생태계의 보호, 지상 생태계의 보호이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UN은 사실 매우 무력한 상태다. 미국은 이를 주도하여 설립했지만 이후 자신의 이익과 반할때마다 UN의 결정에 반대표를 행사해 무력해왔다.
때문에 제프리 삭스는 지금의 UN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안전보장 이사회는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인데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은 2년임기고 아시아2, 라틴아메리카2, 아프리카3, 서유럽 및 기타지역2, 동유럽 1이다. 이는 인구와 국가가 많은 아시아의 비중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사회국은 21개로 늘리고 아시아는 6석을 갖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 상임이사국이 6개국 더필요한데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독일, 나이지리아를 거론한다.
이런 제프리 삭스의 주장은 결국 디지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세계공동의 노력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주도할 만한 기구로 현실적으로 UN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이같은 노력의 성과가 얼마나 가시적인지가 이번 세기 인류의 성패의 핵심사안이 될듯 하다. 현재 세계는 서로 매우 의존하고 영햐력을 미치면서도 매우 각자도생이다. 서로를 확증파괴하기 위해 들이는 세계적 군사비는 엄청나지만 지구 전체를 지키기 위한 환경비나 혹은 소혹성 같은 것을 방어하기 위한 예산은 제로이거나 턱없이 적다. 정말 하나가 되기 위해 외계로부터의 위협이라도 일어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