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때까지
임지수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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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는 자식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죽고싶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 보호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인 자신들이 먼저 죽는다면 친지들을 포함해 이 사회의 어느 시스템도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할 수 밖에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임지수는 장애를 가진 딸을 낳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 '내 인생의 무지갯 빛 스승' 을 그 딸과 함께 썼다. 2015년에 나온 책인데 후속작인 이 책은 안타깝게도 그 딸인 유재윤이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장애를 가진 딸을 성인까지 키워내는 것만해도 엄청난 일인데 그 일을 해내자 딸에게 다가온 불치병, 그리고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죽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비극이다.

 딸 재윤은 사지기형으로 태어나 온갖 수술을 이겨내고 성인이 되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딸은 잘 커주었고 힘들지만 이제 보통사람들과 비슷한 삶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딸과 함께 쓴 책은 파리도서전에도 출간되었다. 둘은 초청도 받았다.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였지만 가지 못한다. 재윤이 다시 아팠기 때문이다. 재윤은 집인근 카페에서 1년간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워낙 밝고 사교성이 좋아 손님들과도 잘 어울렸고, 벗과 같은 단골손님도 생겨났다. 엄마는 걱정이 많았지만 전국 자전거 일주를 우려와 걱정속에서도 어떻게든 해낼만큼 강한 딸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딸이 자꾸 다치기 시작한다. 마시던 잔을 떨어뜨리고 갑자기 넘어지고, 급기야는 퇴근 중 제대로 넘어져 코뼈가 골절되고 만다.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꾸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 엄마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딸을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다. 

 가족들은 리마인드 웨딩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 때만해도 딸은 아직 서있고 걷고 움직일만 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악화된다. 골절된 코뼈가 다시 골절된 만큼 크게 넘어졌다. 뭔가 많이 이상했지만 설마설마 하며 무시하던 신호를 더는 무시할수 없게되어 병원으로 향한다. 무엇이 원인인지 빨리 알고 싶어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을 피하고 믿을 만한 지역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엄청난 길이의 바늘이 몸을 여기저기 찌르는 무시무시한 검사가 깊은 생채기를 남겼을 뿐 결국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거기서도 힘든 검사가 이어졌고, 결국은 루게릭이었다. 엄마는 검사중 재윤의 증상과 직접 본 경험을 토대로 이미 루게릭을 짐작하고 있었다.

 근육신경이 모두 죽어 움직일 수는 없게되고 급기야는 소화기관과 호흡기관 마저 멈추어 죽음에 이르는 병,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정신은 멀쩡히 남아있게 되는 잔인한 병이었다. 사지기형도 모자라 왜 이런 일이 자신과 딸에게 발생한 것일까. 부모는 이 병명을 끝까지 딸에게 말하지 못한다. 그저 잘 쉬고 열심히 노력하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재윤보다 6살 어린 동생에게도 그 말을 하지 않는다. 너무 잔혹한 일이라 말할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힘들어지기 전 그들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다. 식당이며 코스 모든걸 재윤이 기획한다.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이후 재윤은 다시 여행을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악화된다. 남편도 지방으로 발령이나 엄마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된다. 20년을 딸과 함께 고생했는데 이젠 더 한 간병의 시작이었다. 사회복지의 손길이 시급했다. 관청에 온갖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바라는 손길을 많고 지원은 한정적인지라 이리저리 요구하는게 많았다. 한참을 노력하여 사회복지등급을 받고 간병인 서비스를 지원받게 되었다. 

 조금 숨통이 트인 엄마는 오카리나를 배우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래야 살 수 있었다. 그리그 그 와중에 딸 재윤은 대학을 진학한다. 미디어학과였다. 방송영상을 만드는 것을 배우는 곳으로 딸은 예능피디가 되고 싶어했다. 지금상태만으로도 힘든 엄마를 몰라주는 것 같아 야속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딸을 대학에 보낸다. 먼거리를 통학 해 시험을 보게했고, 그렇게 한 학기를 다녔다. 장학금도 받았다. 하지만 딸은 다음학기에 더 이상 대학에 가지 못한다.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발병 후 대충 삼년이 지나 결국 재윤은 죽음을 맞는다. 동생은 언니가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병명을 듣게된다. 재윤은 죽으면서도 자신의 병명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걸 차마 말해주지 못한 부모님의 심정도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엄마는 장애를 가진 딸을 힘겹게 키워내며 같이 성장하고 성숙했다. 그리고 그런 딸이 죽었다. 감내하기 깊은 고통과 심경을 엄마는 이 책에서 절절히 풀어낸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이해하기 힘든 고통에 왜를 묻기도 하고 이해해주지도 못하고 상황에 맞는 공감능력도 부족한 주제에 한참위에서 어디서 들은 위로말이나 건네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래도 받아들여야 함을,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노력을 보인다. 그래서 책의 문장은 화가 난 것 같기도, 슬프기도하고, 분노한 것 같기도 하면서 절절하기도 한, 여러가지가 응축된 느낌이다. 

 딸의 삼년상을 치루며 저자는 이 책을 썼고, 안나푸르나 등반을 다녀온다. 저자가 안나푸르나에서 지나온 길로 한국의 교사들이 눈사태로 실종사망하였는데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딸 재윤은 살아생전 뉴스로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 몸 나를 주지란 말을 했다고 한다. 생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지만 재윤과 엄마를 보면 내가 정말 감당하기 힘든 것일까란 생각이 들기도하며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당장에 죽을 병이 있는게 아니고 나와 내 가족이 특별난게 없지만 건강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고 다행이란 걸 느끼게 된다. 

 엄마는 책을 통해 이렇게 탈상하며 언젠가 딸을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개인적으로 내세와 종교를 믿지 않지만 결국 그런 날은 올거라 생각한다. 영혼의 형태이든 물질의 형태이든 결국 우린 하나고 언젠간 만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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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1-08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안타깝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닷슈 2021-11-09 23:04   좋아요 1 | URL
좋은 책입니다.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21-11-09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서 못 읽을 것 같아요...

닷슈 2021-11-09 23:05   좋아요 1 | URL
슬프지만 저자가 극도의 슬픔과 절망을 억누르고 풀어헤치고,헤아리고 받아들이면서 쓰셔서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먹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