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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교실 - 학생과 교사의 역사수업 에세이
김포제일공업고, 양주백석고, 문산고, 한민고, 금촌중, 파주초, 안중중, 고색고, 대부고, / 살림터 / 2020년 6월
평점 :
역사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과목이다. 과거에 일어난 우리 조상들의 일이고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이다.(옛날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재밌다. 나와 관련있는 사람들이 겪은 것이지만 나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 시험과 많은 분량때문이다. 그 많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다보니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내용이 엄청 많고, 시간순서도 중요하기에 무척 혼란스럽다.
그렇기에 역사는 교양으로선 흥미롭지만 과거 공부과목으론 무척이나 힘든 기억이 많다. 이건 역사를 잘 하는 친구든 못하는 친구든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단 외워야 시험성적을 잘 나오니 말이다. 역사수업이 재미없는 주된 이유는 굉장히 많은 내용을 연대기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안에 깊이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교과서라는 특정한 역사관을 강요하게 된다. 하지만 역사는 상당히 많은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 모여있는 것이며 연대기적 접근만이 능사는 아니다.
건국 100주년을 맞은 2019년, 경기도의 학교들에서 이뤄진 다양한 역사수업방법을 담아낸 것이 이 책이다. 책이 인상적인 점은 학생과 선생님의 소회와 의견, 그리고 수업을 통한 변화가 에세이로 상당히 자세히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교육관련 책들은 저자인 교사의견이 많고 학생반응을 분량이 상당히 적은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오히려 학생 분량이 더 많다. 같은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수업방법은 학생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이 많았다. 역사교과서는 큰 거시사를 다루기에 지역이나 미시사는 무척이나 소홀하다. 책에는 김포가 나오는데 3.1운동하면 탑골공원과 독립선언, 유관순등이 떠오르지만 그 안에 각 지역의 3.1운동과 관련 인사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김포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은 3.1운동 관련하여 살아계신 분을 인터뷰하고 사료를 찾아 지역의 3.1운동 규모와 과정 관련 위인들을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얻고 3.1운동 정신을 지금이 나와 관련하여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관련지을 수 있었다.
다른 수업 방법은 플립러닝이었다. 역사수업은 다루는 내용이 많다보니 교과서 내용을 다루는데 단위시간을 거의 쓰고 보다 창의적이고 고등사고력을 키울만한 활동을 하는것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선생님들은 과감히 사전에 영상을 올리고 학생은 이것을 시청하고 난 후, 본 단위수업시간에는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수업을 도입하였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영상을 보고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를 확인하는 활동을 하였다. 책에 나온 예로 일제시대 여성의 단발문제가 있었다. 당시 이 문제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있었는데 찬성측은 여성의 자유, 경제적 위생적 이유등을 예로 들었으며 반대측은 여성은 여성다워야 함. 문란함, 대머리가 될 수 있다는 황당한 이유가 있었다. 학생들은 이런 토론활동을 지금의 페미니즘 논쟁과 비교하며 수준높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각급학교들이 지역의 역사를 통해 학교만의 특별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역사는 초등3학년 사회과부터 조금씩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지역의 역사를 알아가는 지역인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짜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역 이름의 유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지역에선 어떤 일이있었는지(임진왜란, 3.1운동등) 그리고 우리 지역의 오래된 인물을 만나서 지역의 변화를 알아보는등의 일이다. 양평서종초에서는 실제로 지역의 이야기를 학생들이 책으로 만들어 출판까지 했는데 무척 좋은 예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