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먼저 시작하는 학교자치, 스쿨퍼실리테이션 - 교사와 학생, 함께 주인이 되는 학교 만들기
권재우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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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민주국가가 분명하며 아시아,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그 수준이 단연 최고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서구복지사회국가와 비교한다면 아직 나아갈 길이 먼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의 핵심은 얼마나 시스템이 잘 받쳐주느냐, 시민들의 민주성이 어느정도이냐, 그리고 실권을 쥐고 있는 각 조직의 리더의 민주주의 실현의지에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얼마전 엠비씨 뉴스에서 한국의 50대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 있었는데 젊은 층이 보는 한국의 50대는 상당히 비민주적이었다. 약간 놀랍게도 50대 자신들도 스스로 어느정도 비민주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여튼 젊은 층의 평가는 적나라했다. 한국의 50대는 한국민주주의의 기틀인 시스템, 그리고 실권을 장악한 세대로 그들의 비민주성이 바로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큰 지표라 생각된다. 하여튼 갈 길은 정말 멀어 보인다. 

 이런 민주주의의 씨앗을 놓는 것은 단연코 교육현장이 된다. 하지만 학교엔 민주주의가 없다. 학생은 오랫동안 주어지는 교육만을 실행하는 수동적 존재였으며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역시 행정의 말단도구로 그져 주어진 교육내용과 지시를 수행해왔다. 그런 학교현장에 변화를 가져 온 것은 혁신교육이고 그래서 혁신교육은 무엇보다도 학교의 민주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의 민주주의는 정말 쉽지 않다. 제도적으로 학교장에게 예산 및 주요결정의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교사 집단 및 학생, 학부모는 학교에서 민주적으로 뭔가를 실천해본 경험이 없다. 그런 학생과 교사집단에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준것이 이 책 스쿨퍼실리테이션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할 때, 중립적 입장에서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활동이다. 퍼실리테이터는 리더나 사회자가 아니고,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사람들을 모아 어떤 논의를 해야하는가라는 회의를 디자인한다. 중립적 입장에서 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팀워크를 이끌어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촉진하는 사람이다. 회의 구조는 크게 절차와 내용으로 구분되는데 절차는 회의운영시간과 의사결정방법, 마무리 방법등 프로세스이고 내용은 토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여기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절차는 책임지되 그 내용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절차는 중립성을 통해 신뢰하는 분위기가 서로 조성되고 서로를 지지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교육 초창기 학교현장을 개혁한다는 사명감 아래 강하게 방향성을 갖고 학교를 밀고나아갔는데 여기서 기존 교사집단들과 충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성공한 혁신학교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거나 혁신교육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내신을 내고 다른 학교로 이전하면서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주체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불거졌는데 최근 학교 퍼실리테이션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부작용으로 개혁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에는 구체적인 사례도 실려있는데 퍼실리테이션의 과정으로 사전점검, 생각꺼내기, 생각모으기, 평가하기, 의사결정, 마무리를 제시한다. 사전점검에선 워크숍을 준비하고 생각꺼내기에선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발산하며, 생각모으기에서는 비슷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평가하기에서는 분류된 아이디어를 분석 평가하며 의사결정에선 최종 아이디어를 선택한다. 

 합의를 찾아가는 '주먹 오' 방식도 있다. 기본적으로 다수결이 아닌 합의를 목표로 하며 구성원들은 다섯손가락의 갯수에 따라 특정 의견에 따른 동의 정도를 표현한다. 다섯손가락을 모두 펴면 가장 강한 찬성이고 0이면 절대반대이다. 합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0을 한명이라도 제기하는 의견은 폐기한다. 그리고 1이나 2점 정도 밖에 주지 않은 의견은 그 의견에 대해서 사람들의 견해를 듣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의견들이 4나5로 갈수 있는지를 묻고 1,2점을 준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새로운 대안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이 서로 합의 및 논의한 후 새롭게 합의하여 정리하는 것이 방법이다. 

 회의에서는 세부규칙을 사전에 정해서 모두 지키는게 민주성을 담보하는 방법이다. 우선 회의시간 준수다. 외외로 잘 지켜지지 않는데 5분전 모이고, 10분전 모임을 방송하고, 시간은 퇴근전까지만이다. 회의때는 서로 존대어를 사용하며, 사회자의 진행을 존중하고 따른다. 안건 제출자는 회의 3일전에 안건을 제출하고, 합의된 내용은 반드시 실천한다. 회의 때 핸드폰 사용은 지양하며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은 반드시 전체공지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이 좋아하는 회의의 조건과 싫어하는 회의의 조건이다. 좋아하는 회의는 교육활동 중심으로 안건이 이루어지고, 민주적 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며, 평등한 관계에, 충분한 논의 과정 거치기다. 학교장이나 실무자 중심으로 답이 정해지거나 논의 없는 회의는 싫다는 것이다. 싫어하는 회의는 협의내용 사전안내가 없는 정기회의, 주제가 없는 의미없는 정기회의, 너무 잦은 회의, 마음 열기 없이 바로 하는 회의, 무조건 모여서 협의하는 회의, 회의규칙이 없는 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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