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 이렇게 바꿨어요! - 미래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권미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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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OECD 컨퍼런스에서 학교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는 한국의 혁신교육에 학교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움을 주는 사건이었다. 학교공간은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적 성장, 태도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조건과도 얼추 맞아들어간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 학교 중 4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물은 무려 20%에 달한다. 그리고 딱 5년만 지나면 그 비율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자연스런 대규모 재건축, 리모델링 시기와 학교공간의 혁신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공간혁신 접근법은 다음의 순서에 따른다. 우선 학교고유의 교육적 가치와 목표를 설정한다. 이 교육적 목표와 가치의 실현에 적합한 교육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육적 목표와 가치 달성을 위한 교육과정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부적 실현을 위한 교수학습방법과 학교운영방식도 결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현재 학교의 건물과 대지가 이러한 교육적 가치와 목표의 실현에 적합한지 재검토하는 것이다. 목표에 부합한다면 감히 새로 짓거라 굳이 리모델링할 필요는 없다. 검토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중기장기 마스터 플랜을 실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완성한 혁신적 공간을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면서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계속 수정 보완해나가는 것이다.

 공간혁신 접근법중 사용자에 중점을 둔 사용자 참여 설계의 단계도 있다. 우선 '시작하기' 단계에서는  TF팀을 구성하고 사업개요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안내하며 전체적인 학교공간 혁신진행 일정을 협의한다. '이해하기' 에서는 학교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교사들의 생각, 학부모의 생각을 듣고 서로 공유한다. '탐험하기'에서는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공간을 혁신한 다른 학교 공간 탐방을 진행한 다음 관찰한 내용과 공간 탐방 결과를 정리하고 공유하여 의견을 나눈다. '상상하기' 에서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한다. '만들기'는 건축사가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시공, 감리를 진행한다. 마지막 '돌아보기'에서는 실제 변화한 학교 공간을 사용한 후 학교 구성원에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학교공간 혁신에서 교사가 하는 일은 학생들의 시선에서 관찰을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미 있는 지점을 찾아 거기서 확장된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현할수 있게 연결짓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실행을 위해 많은 대화의 시간과 교육과정 디자인을 통한 학교공간변화 수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공간혁신에서 학교는 복합적 생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생의 일과를 분석해보면 학생들이 학교공간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수 있는데 공부하는 곳일 거라고 교사, 학부모의 생각과 달리 학생들에게 공간은 집과 같은 생활공간에 가깝다. 공부도 하지만 놀이와 관계, 쉼이 꾸준히 일어난다. 그래서 학교는 수업 ,학습 ,놀이 등의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고, 각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그 효율성과 활용도가 높아진다. 

 학교공간을 혁신하는 과정에서는 언급한 것처럼 학생, 학부모, 교사간의 의견과 철학이 매우 상이할수 있으며 같은 교사, 학부모 집단안에서도 그것이 매우 달라질수 있다. 이 경우 공간 혁신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일어난다. 원하는 것을 모두 구현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효율성과 연결성이 문제가 생기고, 실제 예산과 공간도 부족해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다. 이렇게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다를때의 판단 기준은 공간의 유연성과 공간의 다목적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려 학교공간을 디자인하자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마음과 의견이다. 이를 토대로 한다면 갈등상황에서도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다. 

 학교공간을 혁신하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미래학교 구축이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 이후의 미래학교를 고민하고 있는데 양자는 다른 것은 아니며 연속성상에서 새로운 미래 요소를 더해나가는 것이다. 생각은 좀 다르지만 미래학교가 무엇인지 지금 시점에서 정의한다면 미래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하나에 집착하기 보다는 미래 기술을 학생들이 활용하고 공유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곳이다. 학생은 미래학교의 공간에서 미래기술을 활용하면서 유연한 사고와 모둠끼리의 협업태도,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 결과물을 생산 공유할 수 있다. 

 학교공간의 혁신은 많은 변화를 불러 온다. 서울 당곡고의 경우 공간을 구성하니 학생의 자치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공간의 변화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 토의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등 학생 중심 수업으로의 변화도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학생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에 따라 학교내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자발적 시도가 학생과 교사 양집단에서 늘어났다.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모두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교육활동들이 이전보다 늘어났다. 

 이처럼 학교공간은 많은 긍정적 변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학교의 구성원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바뀐다. 때문에 철학과 비전, 지역의 요구를 바탕으로 학교 공간을 새로이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특수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에서 미래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요구된다. 그리고 이는 학교 공간의 유연성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유동성과 다용도성, 확장성, 수정가능성, 전환성이다. 특수하되 일반적이면서 혁신적이고 전환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일반적 이론 외에도 다양한 초중고교들의 학교공간 혁신 과정과 그 결과물이 수록되어있다. 사진자료도 풍성한 편이다. 학교공간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교육주체들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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