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듯이 쓴다 - 강원국의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
강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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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국의 글쓰기'를 작년에 보았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큰 기대 안한 책이었는데 글쓰기에 대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말하기 책이다. 물론 쓰기에 대한 책인데 쓰기를 말하기처럼 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때문에 제목이 '나는 말하듯이 쓴다'이다. 매일 출퇴근하며 듣는 KBS라디오프로그램 중간 자투리 시간에 강원국씨가 나와서 말하기에 대한 내용을 주제별로 짤막하게 설명하는데, 그때 들은 내용 중 일부가 이 책에 등장해 다시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책에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오랜 경험과 생각도 녹아들어 있어 재밌었다. 가령 부하는 다섯 수준이라는데 상사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쓰는 사람, 상사가 말하는 것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사람, 상사가 말하는 것의 의중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 상사의 말과 겨루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사람, 상사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다. 이중 내가 어디에 들어갈까 고민해 봤는데 아무래도 상황에 딸 3-5의 스펙트럼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근원적으로 자신을 인정받고 동의받고 싶어하지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존재라 3-5는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비판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강원국은 비판하더라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틀렸다가 아니라 나와 다르다로 접근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말한 후, 내 주장의 약점이나 단점을 고백하고, 상대의 주장을 소개하며, 상대의 주장을 평가하고, 나와 상대의 주장을 절충하여 결론을 내는 글쓰기가 좋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토론 상황에서도 중요하다. 토론은 우선 여러 이점이 있는데 다양한 생각이 섞여 창조가 발생하고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위기의 징후를 포착하고 예방한다. 또한 내 생각을 여러 사람에게 검증받고 참여의식, 책임의식이 생겨나며 중지를 모으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합의와 통합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토론이 긍정적이려면 무엇보다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강원국은 항상 상대방이 나보다 나은 의견을 가졌다고 생각할 때 토론은 보다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고 말한다.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회의에 대한 의견도 인상 깊었다. 한국의 모든 조직들은 아마도 회의를 할텐데 실제 회의의 정의에 걸맞는 행위가 이뤄지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회의는 주재자 빼곤 거의 모두가 싫어할텐데 아마도 많은 시간 소모와 에너지 소모, 그에 비해 낮은 생산효과, 무엇보다도 수평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회의는 참가인원*업무단가(시간당 급여)*희의시간이라는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회의는 효율적이어야하고 생산적이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회의의 요건은 이렇다.

 회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전 연락과 준비는 충분한가

 제 시각에 시작했는가

 제 시각에 끝났는가

 회의 시간은 적절했는가

 꼭 필요한 사람만 참석했는가

 전원이 발언했는가

 회의의 목적은 달성되었는가

 결정사항을 실행할 방법과 주체가 정해졌는가

 회의록을 공유했는가

 이 회의가 반드시 다음에도 꼭 필요한가


이 요건을 내 직장에서의 통상적 회의와 비교해보니 캄캄했다. 간신히 1-2개만 충족하는 수준이다. 아마도 한국 직장에서의 회의 대부분이 5개 미만 정도만 충족하지 않을까. 우린 정말 거대한 시간낭비를 하는게 아닐까.


 직장 생활의 절반은 상사다. 상사로 인한 괴롭힘은 군대에서 끝인줄 알았것만 직장은 더하다. 그래서 상사와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이는 나의 능력과는 별개인 듯 하다. 이유는 충분한데 관계가 좋아야만 상사의 의견이 나에게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관계가 나쁘면 상사에게 내 생각을 전할 기회도 없어지게 되며 그런 기회가 없으면 상사는 내 생각에 익숙치 않으니 거부당하거나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사 이외에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좋은 관계를 만드는 말하기 방법으로 장점을 말하기, 차이점보다 공통점에 주목하기, 원인을 추궁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빼기보다는 더하기,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욕심부리지 않기, 유식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성격 좋은 사람이 되기이다. 이중에 몇 개나 잘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니 암담하다. 

 마지막으로 강원국이 모셨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다. 김대중 대통령은 위기에 봉착할때 세 가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우선 이 시련은 영원하지도 않고 모든 것은 언젠간 지나간다이다. 그리고 그 끝이 왔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시련에서 자기 파괴적이거나 무너지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은 그 위기에서 기회를 찾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위기에 지도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를 말했다고 한다. 우선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자 불을 끄는데 급급해 후일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문제를 만드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 위기를 부풀리지 않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정치권에서 이것들을 잘 지키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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