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위안 - 어느 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개정판
론 마라스코 외 지음, 김설인 옮김 / 현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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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든 떠나보낸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나랑 같이 오래도록 같이 살면서 누구나 납득할만한 나이에 고통없이 가는 것이며 비겁하고 생물학적 본성에도 반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가 납득할만한 나이에 고통없이 그 사람 보다 먼저 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바람과 계획대로 되던가? 사고로 죽기도 하고, 병으로 가기도 하고, 살해당하기도 하고, 말도 안되게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슬픔의 위안은 그런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대한 책이다.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은 슬픔의 무게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의 흔적들에 대해서 2장은 이를 대면하는 방법, 3장은 슬픔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들 마지막 4장은 그럼에도 남는 슬픔의 흔적들에 대해서다. 나의 성향자체가 공감보다는 합리형이고 아직 운이 좋고 나이가 덜해 큰 슬픔을 겪은 적이 크게 없는지라 책의 내용이 많이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진정 이런 일을 겪은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리라. 인상 깊은 부분만 좀 발췌해본다.

 

P35

삶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슬픔은 그 사소한 것들을 비틀어서 떼어내 버린다. 죽음은 사소한 것들을 떼어내 버리고 난 뒤 그자리에 공허감 대신 인식 가능한 고통의 무게를 채운다.


P45

힘내고 응원하는 방법으로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더 좋다. 언제 읽을지 답장을 할지 안할 지 결정할 수 있다.


P56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매일 사용한 대수롭지 않으느 물건이 어떻게 강렬한 강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무슨 까닭인지 사람들이 특별히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신발이다. 신발이 아무래도 잘 빨지 않아 체취가 강하게 남고 후각이 기억과 연결되기 때문일듯하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지만 그 사람이 어디로 가거나 올때 항상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떠남과 더 강하게 연결되는듯 하다. 


P219

일상은 저 깊은 곳에서 당신에게 슬픔이 아닌 다른 것이 있다고 속삭여준다.


그렇다. 슬픔을 잊으려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더 힘들 것이다. 


P255

무정한 침묵과 조심스러운 결단처럼 보이는 남자들의 때로는 무엇인가를 해야하고 고쳐야 하고 도와야 하고 보호해야 하고 안전하게 지켜야할 경우를 대비하여 버티는 것이다.


P271

여성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경우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면이 간직한 대대로의 본능을 세차게 드러낸다. 이는 사랑하는 이에게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면 내가 곁에 있겠다. 기꺼이 곁에 있겠다는 의지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신의 부재에 대해 죄책감을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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