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질문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폴 김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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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하면 떠오르는게 뭘까. 혹자는 그 나라의 대표 이미지를 알고 싶다면 애국가를 보라고 한다. 그렇다. 애국가엔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이미지가 나와있다. 애국가에도 나와있지만 국가이미지로 한국정부가 밀고 싶은 것 혹은 외국인도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한국민도 자랑스레 내세우는건 아무래도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닐까 싶다. 한국이 매우 역동적인 나라라는 것인데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 농업국이 최첨단 기술강국이 된것, 스포츠에서 보이는 강인함, 독재국가에서 민주시민사회를 만들어낸 것, k pop을 비롯한 영화 게임산업의 한류 같은 단기간의 긍정적 급변화상은 실제 이 나라를 매우 역동적인 사회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는 주로 보수쪽 때문에 중간영역을 허용치 않는 극한대립상태이며, 노동시장이 양극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노동자간의 차이가 크며 비정규직 정규직 간엔 계급의식 마져 있다. 또한 농업과 중소제조업분야에서는 외국노동자에 의존할수 밖에 없으면서도 이들을 피부색과 국적, 그나라의 경제력에 따라 무시, 차별한다. 또한 자국내에서 소수인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에 대해 허용적이지 않으며 일부 개신교를 중심으로 이들을 극단적으로 배척하기까지 한다.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말로만 규제혁파를 외칠뿐 기득권보장에 앞장서 어떤 신산업도 각종 규제와 대기업의 견제로 자라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몇 있는 글로벌 기업과 각종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유교적 질서에 입각한 관료제가 뿌리 깊게 박혀있으며 이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말살해 각종 조직의 혁신성과 효율성을 갈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이런데도 한국을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여튼 이런 사회의 여러가지 의식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문화를 바꾸어나가자는 개념이 이 책의 제목인 '컬쳐 엔지니어링'이다. 컬쳐엔지니어링은 그 사회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확보하여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글로벌 시민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지구적 관점에서도 중요하고 그 사회의 경쟁력과 건강함을 이룩하는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네 명의 전문가가 모여 여러문제를 다룬다. 몇가지만 살펴보겠다.

 우선 한국이 극심한 리스크 회피사회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은 앞서 말한 것처럼 변화가 많고 역동성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며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무언가를 하기를 두려워하는 극심한 리스크 회피 사회다. 비교적 혁신적이어야 할 젊은 층과 기업에서 도전적 태도가 극히 업악되어 있으며 이는 유교나 전체주의에서 기원한 강력한 관료주의와 사회안전망이 지극히 부실한 것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를 뽑을때 쓸데없는 스펙보다는 이 사람의 도전 경험과 그로 인한 실패의 경험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은 학생들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실패를 종용한다. 낭비같아 보이는 이 행동은 단 몇개만의 혁신적인 성공으로 모든 실패를 되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다음은 도시경쟁력에 관한 이야기다. 미래사회엔 글로벌 본사가 어디에 위치하는가가 매우 중요해지며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여러 당근에도 글로벌 본사들은 비교적 뻔한 기존유명한 도시들에 입점하고 마는데 이는 이들이 필요한 인재가 그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비싼 지가나 각종 세제혜택보다 인재의 중요성을 택한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의 도시경쟁력은 과거처럼 도시인프라가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모이게 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도시를 사람중심으로 디자인해야 하고, 글로벌한 환경을 조성하는게 중요해진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러니한 문제도 발생한다. 글로벌 본사의 도시 진입은 결국 기존 주민의 젠트레피케이션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주 피해자는 아무래도 젊은 층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게 한다. 여러모로 고려해야할 점이 많은 셈이다.

 사회적 신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한국은 여기서도 저신뢰 사회로 규정된다. 저신뢰사회는 개인적 연고, 혈연적 연고 등 사적 신뢰에 기반한 사회이다. 한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신뢰 사회이면서 노력없는 보상이 상당히 많기까지 한데 노력에 기반해 사회적 신용이 쌓이는게 아니라  학연, 지연, 혈연같은 사적 특수성이 많이 작용한다. 반면 신뢰를 위해 구축한 객관적 시스템과 사회적 프로세스는 작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래 사회의 한 축인 공유 플랫폼 경제가 결국 사회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성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경우 신뢰성 축적을 위한 사회적 공정성의 확보, 정보공유, 신뢰평가가 중요해진다.

 사회적 규제도 같이 이야기한다. 일본 후쿠시마는 동일본 지진이 일어나기전 지진에 대한 메뉴얼과 훈련이 상당히 갖춰져 있었는데 이로 인해 정작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사태는 메뉴얼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메뉴얼로 대피소로 이동했다 쓰나미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는데 현대 사회가 모든게 연결되어 있어 효율성이 매우 높지만 위험도도 굉장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연결성은 극도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위험이나 급격한 변화도 메뉴얼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사회나 교육 전 영역에서 세부지침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positive list를 만들기보다는 폭넓은 자율성을 주고 판단을 개별주체에 맡기는 negative list가 중요하다고 한다. 개인의 책임감과 윤리의식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은 교육이다. 결국 컬쳐엔지니링의 완성을 교육에 의한 것이니 교육의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두려움에 기반을 두고 두려움을 조장하는 교육시스템으로 책은 규정한다. 한국의 교육엔 무엇보다 학생들의 주도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자기 주도성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도전하고 실패의 경험을 갖는 다는 것이다. 학교가 다양한 것도 매우 중요한데 한국은 초, 중, 고, 대학이 모두 중앙조직의 하부구성물처럼 존재하고 몰개성하며 자기 비전이나 독자성이 크게 부족하다. 학교마다 자율성과 독자모델을 갖추기 위해 책은 교장과 교사의 자율성을 높이고 교장에게 필요한 인재를 수급할 수 있는 인사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미래 사회와 한국사회의 문제점, 글로벌 시민, 지향점등 여러면에서 생각할 거리와 식견을 주는 책이었다. 깊이 있는 대화집이었지만 아무래도 양적으론 부족해 각 저자들의 저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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