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혁신교육은 어느새 일반명사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교육감이 선출직으로 변경된 이후 진보교육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정확친 않지만 현재 전국 교육감 중 대구, 경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교육감이 진보교육정책을 펴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펴는 정책은 자세한 부분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혁신교육이다.

 그중 인구가 1300만으로 가장 많으며 민선교육감이 출범한 후 계속 진보교육감이 선출되 안정적으로 10여년간 혁신교육을 현장에 정착시킨 지역이 경기도다.(서울 역시 선도적이었지만 중간 교육감 고체로 맥이 다소 끊어지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인데 경기도는 이미 2012년 지역교육과정을 출범시키고 이를 역량중심교육과정으로 편성운영하였다. 여러가지 혁신정책을 선도하고 이슈화한 지역인데 그런 경기도의 혁신 발자취 10년을 담은 책이 이 책이다.

 지난 10년간 혁신학교, 고교 평준화, 민주시민교육과설치, 혁신교육지구, 9시등교, 상벌점제폐지, 마을교육공동체, 경기도교육과정,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꿈의 학교, 꿈의대학, 몽실학교등의 파급력 큰 정책이 경기도에서 시행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선도적이었고, 다른 지역과 교육외 분야로의 파급력도 컸다.(무상급식이 서울시장을 교체하는 사건의 단초였음을 기억하자)

 경기 혁신 교육은 김영상 정권 시절 5.31교육개혁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 5.31교육개혁은 창의성과 다양성, 자율성이 기치였으나 역으로 신자유주의로 인한 교육시장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이후 한국 교육은 경쟁터이자 교육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교사는 위에서 내려오는 여러가지 개혁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로 인한 교육현장의 피폐화를 막기 위해 경기혁신교육은 교육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주성, 윤리성, 전문성, 창의성을 기본철학으로 혁신교육을 구현하였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1. 민주성-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

 [민주시민교육과 설치, 학교자치활성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학교문화 만들기 등]

교육의 주요 목적은 민주시민의 양성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이를 체험하고 체현하며 배워야할 학교 현장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사와 교육청 중심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지시와 명령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성장과정에서도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한 민주시민이 나올리 만무했다. 

 때문에 학교현장의 민주주의를 우선했다. 매년 학교의 민주주의지수를 조사하고(절대 이를 학교평가에 이용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이를 구성원들간에 공유하며,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기회를 갖게 했다. 이로 인해 매년 경기도교육현장의 민주주의 지수는 상승하고 있는 편이다. 물론 민주주의 지수에서 같은 항목을 두고도 학생과 교직원의 입장, 그리고 학부모와 교직원의 입장이 크게 다른 부분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음은 민주시민교육과의 설치다. 교육청 내에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는 전국최초였다. 현장에 안착하여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민주시민 교재를 개발하여 현장에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은 학교자치 활성화다. 학교의 주인은 엄연히 학생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학생에게 교육내용자체는은 그렇다쳐도 대부분의 행사와 학교운영이 그대로 주어지기만 했다. 민주시민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주인이 되기 만무한 상황. 학생자치에 힘을 싫기 위해 기존 교장이 배부하던 임명장 대신 학생이 스스로 조직한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져 선거를 주재하고 이 단체가 당선자에게 당선증을 부여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나 각종 체험학습 위원회, 주요 학교교육행사 및 일정에 학생자치회가 참여하도록 하여 주인의식을 높여나갔다. 예산도 제법 많이 배부하여 내실있게 학생자치회를 운영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 윤리성-구성원간의 관계, 신뢰와 자존감회복

[학생인권조례, 상벌점폐지, 무상급식, 9시등교, 회복적생활교육, 아침맞이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인권을 학생에게도 부여하고자 했던 이 조례는 짧은 교복치마와 화장, 길고 염색한 머리등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로 뒤덮였지만 현장에 잘 안착되었다. 과거와 다르게 교사에 순종적이지 않고 반항적이며 다루기 힘들어진 요즘 학생들을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더욱 지도하기 힘들어졌다는 푸념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이전에는 학생지도에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주로 이용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물론 학생의 신장한 권리만큼 의무도 충분히 가져갔는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하여튼 학생인권조례는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공부하는 기계로만 취급되었던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하나의 획기적 계기였다.

 무상급식은 하나의 보편적 복지로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우고 신체적 건강을 하나의 교육으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기존 아이들은 급식비를 내고 밥을 먹고 있었으며 학교현장에선 선별적 복지로 10%에 달하는 아이들이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이를 모두 지원하여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급식의 질을 높인 것이 무상급식이었다. 유기농 급식으로 질적 상승까지 갖고와 학생의 건강한 신체발달과 기본체력과 체격향상, 수업에의 집중도 향상까지 노린 정책이었다.

 9시등교는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정책 이후 연구에서 학생들은 수면시간과 아침식사 비율의 증가를 보였고, 지각생이 감소하고, 수업집중도도 향상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아침시간이 확보되어 학습에 대한 준비도가 증가하였으며 부모와의 대화시간도 증가하였다고 한다.

 아침맞이는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을 교문앞에서는 학교장이 각 교실에선 담임교사가 학생을 맞이하는 활동이다. 어제 있었던 일이나, 간단한 기본 표시 및 공유, 교사와 서로 간단한 스킨쉽, 산책하기등 다양한 활동으로 학습을 위한 정서적 준비와 안정을 가져왔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기존 처벌 위주였던 학생의 잘못된 행동 변화를 조정과 화해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다. 사회에 비교하자면 범죄자를 교도소에 보내 응보적 정의를 실현하기보다는 북유럽형태로 교화에 가까운 형태로 다루는 형식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문화를 평화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생활 교육 패러다임으로 생활지도에서 생활교육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3. 전문성-개인을 넘어 공동의 성장과 학교역량신장

[전문적학습공동체,  교원업무정상화, 승진체계개편 등]

교원은 마땅히 전문직임에도 오랜 시간 위로부터 내려오는 소모적인 지시와 비민주적이고 자율성이 허용되지 않는 학교현장과 교육방침으로 전문성을 펼치지 못하고 소모되어왔다. 우선 교원들은 너무 많은 수업과 교육이외의 일을 해오고 있었는데 교사업무유형을 살펴보면 수업이 33% 학급운영이 11% 생활 지도 및 상담이 15%, 교무행정업무가 26%, 일반행정업무가 15%로 거의 절반 가까이를 교육 이외 업무수행에 이용하고 있었다. 실제 한국 학교의 교직원 인적구성을 살펴보면 수업교사는 학생 1000명당 OECD평균이 72.9인데 반해 한국은 42.4명, 보조교사는  OECD평균이 4명인데 한국은 0명, 비교수 인력은  OECD평균이  6.8인데 한국은 0.8명에 불과했다. 즉, 정부가 학교운영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제공치 않음으로써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교육업무에 충실치 못하고 다른 업무에 소모되어 왔다는 것이다.

 교원업무 정상화는 교사가 가르치는일에 전념할수 있도록 학교환경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학교교육력을 높이는게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교무업무를 보조한 행정실무사 인력을 학교에 투입하였으며 각 학교는 교육환경 중심의 환경을 구성하도록 업무를 조정하게 하였다.

 다음은 전문적 학습공동체다. 그동안 교사연수는 교육청과 교육부중심으로 정책에 대한 연수를 주로 시행해왔다. 거기에 연수주체도 대부분 교장이나 교수, 장학사들로 현장에 대한 거리고 있거나 교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있어 전문성과 공감이 부족했다. 또한 내부연수가 부족하여 단위학교자체의 문화와 문제를 해결할 역량배양역시 미흡하였다.

 이에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개별학교의 교육활동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학교안에서 교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여 성장하고 학교문화를 바꾸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외부강사보다는 자체학습을 중시하였고, 토론을 중시하여 역동성을 높였다. 또한 연수의 관점을 개별교사의 역량신장보다는 학교공동체의 역량배양에 초점을 두었다.

 다음은 승진체계 개편이다. 교원의 승진률은 3%로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한 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감, 교장으로 승진한 교원들의 역량이 낮다는 것이 문제였다. 때문에 오랜시간 승진체계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쉽지 않았다. 우선 교원이 국가직이다 보니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있어도 교육부와의 협의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교육부나 교육청은 자신들이 밀어붙이는 정책에 대한 승진가산점을 부여해 사실상 승진을 원하는 교원의 역량을 배양하기보다는 정책도구로만 활용해왔다.(학교폭력가산점이란 놀라운게 있다) 또한 기존승진체계에 대한 신뢰도 문제였다. 개혁을 하려고 해도 기존체제에서 승진점수를 쌓아온 사람들의 반발이 클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은 승진가산점을 개편하면 개편하기 어려운 다른 승진가산점이 변별력을 갖게 되는 왜곡의 문제였다.

 때문에 승진체계의 개편은 보다 민주적인 리더쉽을 갖고 역량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 학교장으로 활약할 수 있게끔하는 것이 주요골자였다. 승진과정에서 대상자가 몸담았던 학교교직원으로부터의 온라인 평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무자격자의 공모제나, 학교장아카데미, 교장보직선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4.창의성-학습자의 선택과 협력적 활동기회 제공,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

[혁신학교, 혁신지구사업, 꿈의 학교, 몽실학교, 경기도교육과정]

경기도교육과정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학습자가 교과내용 지식의 습득을 넘어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거나 구체적인 문제해결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동원하고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즉, 학생의 창의성과 이를 통한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는 교육과정인 것이다. 그간 국가교육과정은 총론 수준에서는 제법 그럴싸한 내용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각 교과의 각론이 그저 지식위주로만 채워져 총론과 각론이 따로노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량중심교육과정임에도 각 교과의 지식만 목표로 삼는 성취기준이 많다. 주로 수학과 과학이 그렇다] 반면 경기도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재구성과 재해석이라는 용어로 국가교육과정의 약점을 각 지역과 단위학교가 폭넓게 변용하도록 허용하였다. 지금은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디자인이 일상화 되었지만 10년전만 해도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다음은 혁신학교와 혁신지구사업이다. 혁신학교는 민주적 학교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삶의 역량을 기르는 학교다. 이는 매우 많은 혁신과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교실혁신에서 학교혁신으로 발전하면서 더 넓고 확장된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때문에 혁신학교가 학교를 단위로 하는 정책이었다면 학교를 넘어 지역단위로 확장된 교육개혁 정책이 필요하였는데 이것이 혁신지구사업이다.

 몽실학교는 청소년이 주인인 교육시설이다.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로 운영되며 모든 프로젝트는 무학년제를 기본으로 하며 5-20명의 학생이 연간 48-72시간을 운영한다. 몽실학교는 프로젝트 중 정책마켓이라는 것을 히트시켰는데 정책을 상거래처럼 구매의향자에게 판매하는 것이었다. 제1회 정책박람회에서는 학생부기록간소화, 청소년 알바 부당대우금지, 100만원으로 대학다니기, 제2회에서는 성중립화장실, 교복인가? 고복인가? 등의  정책이 주목을 받았다. 몽실학교는 학교, 교사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났고, 지역사회 교육자원봉사자의 교육기부 활성화,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자발적 배움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꿈의 학교는 학교와 마을이 연계한 마을교육공동체 주체들이 참여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바타응로 학생 스스로 기획, 운영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 학교다. 꿈의 대학은 경기도교육청 소속 고등학생이 경기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개설한 강좌를 희망에 따라 수강하여 융합적 사고력과 진로개척 역량을 신장시키는 학생중심 프로그램의 학교이다.

 

이처럼 경기교육 10년은 많은 개혁과 정책을 이루고 안착시켜왔다. 하지만 그림자도 많다. 우선 교사나 학교, 지역간 혁신교육의 실천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양적발전을 꾀하도보니 질적인 발전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혁신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 지역의 이해도가 천차만별이었다(아직도 교육현장엔 혁신교육에 대한 이해도와 반감이 많은 교직원이 많다) 이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경기혁신교육의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고 정책을 실천하기보다는 기존처럼 위에서 주어지는 혁신정책을 추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 경기혁신 교육3.0은 다음과 같다.

학생은 교육이 삶과 연계되고, 독창성과 창의적 교육, 꿈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교육, 예체능 교육활성화, 소통과 존중이 있는 관계,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민주적인 학교를 갖게하는게 목표다.

교사는 자발성을 촉진하고, 기본에 충실한 책무성, 학생자치, 민주적인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 교사의 교육환경개선, 교육청 개혁이 목표다.

학부모나 시민단체는 지역별 교육의 이형화, 혁신교육의 기본 지키기,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혁신 추진, 학부모거버넌스구축, 성찰에 기반한 문제해결이 목표다.

다음 혁신교육정책도 기대해보며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교육문제가 해결될 날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