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지구와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어쩌다 공무원의 좌충우돌 마을교육공동체 만들기
김태정 지음 / 살림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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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학교나 혁신교육이란 단어는 많이 일반화했지만 혁신교육지구는 아직 생소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역사가 좀 있다. 혁신교육지구는 2014년 서울의 금천, 관악구 지역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력으로 시작되었다. 여권이 보수진영이었음에도 서울교육감이 진보였고, 해당 지역의 지자체장 역시 그러했기에 어느정도 지역사회에서 쿵짝이 맞을 수 있었다. 혁신교육지구는 이미 시즌3라는 용어를  사용할만큼 노하우와 질적 양적규모가 성장했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뭔지 잘 모른다. 일반인 뿐일까 교사들도 사실 잘 모른다. 이 사업에 주어짐을 당할 뿐이지.

 일단 책에 나온 정의부터 살피면 혁신교육지구는 공교육의 혁신을 위해 교육청과 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지정하는 자치구를 말한다. 좀더 자세히는 마을이 학교다라는 기치하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교육청, 지역사회, 단위학교가 모두 공동의 목표로 협력하고 연계를 강화하여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조직하고 단위학교가 학교혁신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온마을이 힘을 합쳐 아이를 키운다라는 옛말이 있지만 갑작스레 교육기관의 범위를 이토록 확장하는 이유는 뭘까?

 

1. 혁신교육지구의 필요성

 우선 이제 슬슬 지겨운 용어가 되어버린 4차산업혁명 때문이다. 뭐 인공지능, 볼록체인, 사물인터넷, 3D프린터 같은 녀석들이 이미 등장했고 일반화할 시기인 근미래는 인간 노동력의 상당수를 이녀석들이 대체한다. 우리나라의 타다사건처럼 인간사회의 기존 저항은 있겠지만 그게 더 효율적이라면 사회는 반드시 그리로 향하므로 피할수 없는 흐름이다. 그런 미래사회엔 여러 학자들과 기구가 주장한 것처럼 역량이란게 매우 중요해진다. 이 역량은 미래사회의 급변화한 흐름속에 자신이 대처할수 있는 총체적 능력을 말하는데 이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이 지금의 학교시스템으로는 무리라는 것이다.

 이 역량을 학자와 기관, 기구마다 조금 다르게 말하지만 의사소통능력이나 협업능력등의 인성적 부분과 창의력, 지적인 문제해결능력등은 거의 공통적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입시위주의 경쟁적 한국공교육시스템하에서는 의사소통능력이나 협업능력이 길러질수 없다는 점이다. 학교교육의 목표가 친구보다 한점을 더 받기 위함이니 협업보단 경쟁이 우선이며, 성적을 개인화하니 역시 협동이 일어날리 없다. 거기에 학교-학원- 집으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고립된 생활패턴에서 사회의 다양성과 다른 사람과의 의미있는 만남역시 주어질리 만무하다. 또한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로 인해 창의성도 생겨나기 어렵다. 학교는 물론이고 심지어 대학에서도 교수가 가르치고 준 답이 정답이 된다. 내 학점과 중요한 내신을 걸고 감히 교수자의 의견과 정반대의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날 될까? 거기에 사람들은 창의성을 개인적 특질이라고 생각하나 창의성은 보다 사회문화적인 것이다. 수평적이고 허용되는 사회문화에서 창의성은 생겨나기 쉽다.

 즉, 이런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학교교육은 미래사회 역량배양이란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때문에 혁신교육지구를 통해 마을교육공동체가 생겨나고 단위학교와 지역 마을이 만나 함께 교육과정을 생성하고 다양화하며 배움을 학생의 삶의 전체로 시공간을 넓혀나간다면 역량을 배양될 수 있다고 본는 것이다.

 

2. 혁신교육지구란?

혁신교육지구의 목적은

-교육청, 시, 자치구, 지역주민, 학교의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으로 교육공공성을 전면화하고 교육격차해소를 위한 교육생태계의 조성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의 체계적 조직을 통한 효율적인 학교교육 지원 및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문화조성

-지역 여건을 반영한 혁신교육지구를 지정하여 보편적 교육 복지 촉진 및 교육인프라 체계화로 학교교육과정 정상화와 교육의 질적 제고

이다.

즉, 혁신지구는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하고 학교에게만 주어졌던 교육의 책무성을 지역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혁신교육지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학교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주어진 방과후나 돌봄사업이 지역으로 확장 이전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학교가 본연의 목적에 잘 충실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혁신지구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과정과 마을교육과정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의 관심사는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며 이것 이외의 여타 사업들은 그져 본연의 목적에서 빗겨나간 불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마을 간의 협력도 중요한데 양자의 협력은 다음의 단계로 나뉜다.

1단계: 학교의 필요에 의해 마을의 자원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거나 학교가 마을 주민을 위해 학교공간의 일부를 개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이정도는 하고 있다.

2단계: 교육과정을 운영함에 있어 마을의 역량이나 자원을 연계하는 것으로 학교가 교내 방과후 강사나 교과연계 및 진로 등 여타의 수업에 마을의 자원을 사용하거나 체험학습등의 이유로 지역사회를 활용하는 것이 이번 단계로 몇몇 학교가 수행하는 수준이다.

3단계: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넘어서 마을 전체가 배움과 돌봄위 공동체로 기능하는 것으로 학교와 마을이 공동으로 마을교육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대부분이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북유럽국가나 일부 혁신교육지구에서만 이처럼 운용된다.

 

저자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하면서 지역별로 큰 격차가 나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런 지역적 편차는 사업시기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민과 관, 교육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주체가 하나의 목표로 잘 융화되어야 하는데 서로의 입장차가 너무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혁신교육지구의 발전방안으로 우선 민주주의와 거버넌스에 대한 분명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당히 수평적인 관계와 협력적 관계가 요구되니 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다음은 중심이 될 마을교육활동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혁신교육지구는 절대 관이나 교육가가 중심이 되기 어렵다. 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이므로 그 중심이 될 마을교육활동가를 양성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학교와의 협력을 위해 마을 교육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며,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과 참여 유도를 위해 그들의 건강한 교육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민과 관사이에서 양쪽의 윤활유가 되어줄 중간조직을 만들어야 하며, 학습공동체와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고, 협동조합등 민간의 자발적인 결사체를 활성화해야한다고 한다.

 

이 책은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책이지만 어쩌다 공무원이 된 저자의 시민사회운동가로서의 경력과 역량을 잘 드러난 책이다. 책은 크게 3장인데 본연의 주제인 혁신교육지구는 2장에 등장하며 1장은 미래사회와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낸 혁신교육 지구의 필요성에 할애하고 있으며 2장에서도 절반은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이해, 나머지 절반은 저자가 실무자로 경험한 여러 애로사항과 해결방안, 각 지역의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것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3장은 교육이 우리 사회를 바꿀수 있다라는 의견과 사회교육위원회가 제시한 교육의 개선 방안, 마지막으로 북유럽국가들을 순방하며 직접 체험한 그들의 성공적 교육시스템이다.

 책을 읽으며 혁신교육지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하고 저자의 역량과 많은 독서량에 감탄했다. 내 아이나 내가 근무하는 지역이 혁신교육지구라면, 혹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일독을 권한다. 단순한 교육도서가 아니다. 사회도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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