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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노동 - 유연해진 노동시장에서 전망 없이, 뼈 빠지게 일하기
귄터 발라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나눔의집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독일은 세계 4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다. 두 무모한 전쟁의 대가로 서쪽과 동쪽의 영토 상당부분을 잃고, 근40년간 분단까지 당했지만 군사력을 포기하는 대가와 꾸준한 반성으로 주변국의 신뢰를 되찾았을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을 이룩했으며 유럽연합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편이다. 그리고 북유럽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사회정책과 공공주택 보급과 월세 및 집값의 통제와 학비지원등 은 독일이 유럽에서 두꺼운 중산층과 사회계층 상호간의 강한 공동의식을 만들어낸 기반이었다.
그런데 이런 독일에 대한 상식이 이 책을 통해 크게 흔들렸다. 어느 샌가 한국처럼 독일에도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파고들고 있었고 이 책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는 언론인들이 대담하게도 생산현장에 직접 위장 취업하여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고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언론인들이 책을 통해 드러낸 택배노동자와 물류창고 노동자,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및 직원들의 삶은 비참했다. 각종 위험과 장기간 근무 및 감시환경에 노출되었고, 언제든 해고위험에 이렇다할 노동조합을 구성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노동법상에 명시된 자신의 당연한 권리 요구 및 사업주와 관리자에 대한 저항은 자신의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곧 해고를 의미했다. 급여 역시 터무니없이 적었다. 시간당 4-5유로를 버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이는 한국돈으로 불과 5-6천원에 불과하다. 이들은 독일정부에서 지급하는 하르츠보조금 대상자가 되고 마는데 이 보조금은 소득이 적어 생활영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즉, 악덕기업으로 인해 과한 노동과 터무니없이 적은 급여로 건강유지 및 생활, 재생산이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을 정보가 세금으로 매우고 있는 격인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독일에서도 원청기업과 하청기업간의 관계는 이문제에 핵심사안으로 작용한다. 기업은 자연히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이게 마련인데 이 압박을 이겨내고자 원청기업은 자신들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하청기업에 전가한다. 하청기업은 원청기업의 터무니 업는 단가후려치기나 기한 압박으로 이 모두를 부담한다. 하청기업에 원청기업은 소수지만 원청기업에 하청기업은 다수다. 이들이 못견디고 망한다면 줄서고 기다리는 다른 하청기업을 찾으면 된다. 이런식으로 망한 하청기업이 무수하다. 이런 불법적 외주화는 독일 헌법에 보장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깨뜨리고 노동자로 하여금 위험하고 어려운 악조건에서 노동하게 만든다. 노동집단 역시 갈라지는데 원청 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하청기업의 소속되어 원청기업에 일하는 파견직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급여차는 엄청나서 원청기업 정규직이 10이라면 원청비정규직은 5, 파견직은 2-3에 불과하다. 하지만 원청기업 정규직은 다른 두계층의 상황을 보면서도 같은 노동자로 싸우지 않는다. 비용압박으로 자신들의 위치역시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한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다. 세계화는 국가간 자본과 노동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각국의 기업들은 거의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저가, 그리고 더 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비 절감 압박이 강하게 생겨났고, 이것이 기업이 부담없이 해고하고 싸게 고용하는 비정규직 양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정보화로 인한 인터넷 환경도 한몫한다. 인터넷 환경은 소비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가격과 서비스라는 편의를 제공했지만 고객이 곧 기업의 새로운 고용주이자 주인이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인터넷 기업이 치열한 경쟁속에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그들 자체의 하청기업이나 고용된 노동자의 환경을 악화시킨다. 우리나라의 한 기업이 아침신선음식을 배송하기 위해 많은 노동자들의 새벽건강을 악화시키는게 대표적 예다. 불행히도 이는 소비자에게 매우 호응이 높다.
또 다른 이유는 독일의 지정학적 위치다. 독일은 유럽연합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나라로 2-30%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가진 남유럽과 저임금 저성장에 시달리는 동유럽에 비해 월등히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다. 유럽연합의 여러 무장벽은 독일이 이들 지역의 고급인력을 빨아들이는 작용을 돕고 있으며 배고픈 이 능력자들은 마땅히 독일인이 보기해 굴욕적인 조건을 감내하면서 일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자연스레 독일 노동자의 고용조건 악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인소싱의 성공을 말한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환경 악화와 국제적 경쟁탓을 하며 아웃소싱을 행하지만 인소싱을 해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공할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그렇지만 독일 기업들 역시 오랜 외주화와 비정규직 고용으로 사내에 막대한 유보금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인소싱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는게 저자의 판단이다. 인소싱은 그외에도 여러 선순환 작용을 한다. 안정적 일자리를 늘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보장비용이 절감되고, 사회의 안정성과 공동체 효과가 강화될 수 있다.
다른 해결책은 법을 통한 해결이다. 불행히도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은 대개 존속하지만 강제성이 부족하고 기업들이 편법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사회는 사람들의 교통안전규칙에는 그리 민감하면서도 더 많은 해악을 불러 올수 있는 노동법에는 왜 이리 둔감한지 저자는 되묻는다. 많은 독일의 사법기관이나 검사들은 노동문제와 현장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한다. 즉, 이 문제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법망을 강화하고 또 이 법이 강제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이 법을 수호하고 현장을 단속하면서 지켜나갈 노동법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함을 책을 역설한다.
이 책을 보면서 한국과 너무나도 닮은 독일의 현실을 보며 놀랐다. 물론 그네들의 현실이 심각해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보단 분명히 나은 상황으로 보였다. 좀더 놀라고 경악하는 부분의 포인트가 독일 저자들이 더 낮달까. 이것도 부끄러운 현실이다. 노동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학교 교육현장에서 교육해야 한다. 또한 나 자신의 편의와 서비스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누군가의 강제적 희생도 생각해야 하며 나와 기업이 마땅한 대가를 지불해야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