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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
임승수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평점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가 쓴 에세이다. 유명한 책이지만 최근에야 읽고 인상깊어서 이 책도 보게 되었다. 무척 진중하면서도 가볍고 재밌게 썼는데 작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금이나마 알게되는게 좋았다.
작가는 원래 잘 나가는 서울대 공대 출신의 연구원이었다. 대학시절 자본론을 읽게 되었고, 우리 모두가 시간을 빼앗기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자각한 후, 소외 저자 말로 규격외 삶을 살게 된다. 일주일은 168시간인데 하루 8시간 잔다 치면 수면이 56시간 업무시간이 60시간 여가 시간이 52시간이다. 깨어있는 시간중 가장 황금인 낮시간을 위주로 무려 절반의 시간을 직장에 빼앗기는 셈인데 저자는 이게 싫었던 것이다.
자본론에 대해서 강의도 하고 공부모임도 만들고 민주노동당 활동도 하며 10여년을 보낸 저자는 이 때 쌓은 경험으로 대표작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저술한다. 그리고 결혼하는데 아내분은 현재는 작가지만 당시만 해도 잡지사의 기자였다. 저자는 아내가 안정적 수입을 얻으며 자신이 작가짓을 하면 수입이 일정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했지만 곧, 프리인 자신이 육아와 살림을 전담할 운명임을 직감한다.
워낙 성평등론자인 저자는 그럴순 없어 아내도 직장을 그만 둘 것을 종용하는데 기자일에 지쳐있던 아내는 이를 선뜻 받는다. 문제는 한동안 생활비가 될 퇴직금을 유럽여행에 아낌없이 투여하게 된 것. 이렇게 두 사람은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돈은 넉넉치 않다. 둘이 합쳐 한명 분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와 늘 함께 있고 시간적 자유가 있어 여행을 언제갈지, 무엇을 언제할지에 대해 자유가 있는 삶을 산다. 시간의 주인인 것이다.
책에는 재밌는 비유가 있는데 우선 책이 인간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쓰는데 10년이 걸렸고 거기에 자신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한다. 다른책들도 마찬가지일텐데 이를 읽는다면 그만큼 자신의 시간이 누적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재밌던 것인 SF의 대가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노동자와 기업간에 대입시킨 것이다.
3원칙은
1.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또한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 구조해야 한다.
2.로봇은 1에 위반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로봇은 1,2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인데 여기에 노동자와 기업을 대입한다.
1. 노동자는 기업에 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또한 기업에 위험에 쳐할 경우 구조해야 한다.
2. 노동자는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기업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노동자는 1.2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생각보다 정말 잘 대입이 잘 된다. 저자는 이게 기업과 노동자 간의 주종관계를 정말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책에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핵심 내용이 더욱 잘 정리되어 비중있게 들어있다. 보면 그 책을 읽고 싶어질 정도. 그리고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제목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규격외로 사는 불량품으로서의 삶은 돈은 부족할지언정 자유로운 삶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