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의 11문자 살인 사건을 보고 구입한 책이다. 소설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여서 다소 놀랐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소설이 아주 아닌것도 아니다, 짧고 아마추어 느낌마저 나지만 히가시노가 쓴 소설도 단편으로 두개가 들어있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굴레와 지리적 근접성으로 여러분야에서 서로를 라이벌로 느끼고 상당히 의식한다. 특히, 스포츠분야가 그러한데 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상당히 많은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실제 성적도 그런편이지만 세부를 살핀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스포츠는 철저히 엘리트중심이고 일본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 밀린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도 엘리트 체육을 중시하며 성과를 보기 시작했지만 사실 일본은 오래도록 학교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생활체육 강국이다. 이런측면에서 본다면 사실 스포츠가 더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다. 스포츠의 목적이란게 보고 즐기는 것보단 비록 경기력이 대단치 않더라도 자신의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 친목을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만 봐도 대번 알 수 있는데, 아무리 지형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인의 최애 스포츠는 등산이다. 특히, 한국의 산은 대개 이렇다할 장비없이 완주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무언가를 배울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장비로 배움을 대신하는지도 모른다. 반면 일본인은 한국과 비슷한 입시지옥속에서도 고3까지 자신이 초중고를 통틀어 배운 운동을 끝까지 즐긴다.

 히가시노 역시 그러했다. 히가시노는 작가가 되기 전 자신이 초중고교시절 열심히 운동을 했고, 20대가 되어서는 배드민턴과 탁구를 꾸준히 즐겼다고 한다. 그러다 직장은 그만두고 작가로 전업하면서 운동을 멀리하게 되었는데 그게 무려 10년이상이 된 것이다. 약간의 계기로 히기시노는 스노보드를 하기로 한다. 나이 40이 넘어서다. 지금의 40은 더 젊은 느낌이 있는데 이 책의 시점이 무려 2002월드컵 시점이니 그 때의 40은 지금보다 더 늙은 개념일 것이다.

 책은 그렇게 히가시노가 스노보드를 즐기며 성장하는 과정이 나온다. 스노보드를 타면서 여러 사람을 알게 되고, 일본의 이곳저곳의 슬로프를 살피며 돌아다니는 일상과 소소한 감정이 재밌다. 작가는 작가랄까? 일본은 높고 험준한 산지가 많다보니 6월경에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이 시점만해도 스노보드 보다는 스키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더 많았다는것도 재밌었다. 이 시점엔 한국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스노보드를 즐기며 히가시노의 생활도 완전히 바뀌었는데 마감에 맞추어 늘 생활에 쫓기던 사람이 오전 6시에 일어나 스키장을 가고 돌아와 일상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스키장을 가는 날에는 심지어 일찍 출발해야 하기에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마저 갖게 된다. 지극히 불규칙하던 작가의 삶이 규칙적으로 바뀐 순간이다. 사람들은 이러면서 일은 언제하냐며 궁금해하는데 놀랍게도 그게 다 무리없이 되었다고 한다.

 책의 시점이 2002년과 2003년이니 무려 17년 전이다. 40대 초반이던 히가시노도 이젠 60대다. 그가 아직도 스노보드를 즐길지 궁금하다. 운동이란게 한철인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요즘 육아로 너무 가벼운 글만 보는 것 같다. 슬슬 힘을 내야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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