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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17년에 직장독서토론을 하면서 마지막 마무리로 선물 받은 책이다. 김영하 작가 책은 작년에 검은 꽃을 처음 보았는데 이 책 제목을 보고 아무래도 진득한 사랑을 하는 연애물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었다. 그런류의 소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책을 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이 육아로 책읽기가 힘든 시기가 아니라면 이 책은 더 오래묵었을지도 모른다.
책은 의외로 단편 모음집이었다. 거기에 제목으로 달린 단편조차 연애물이 아니었다. 솔직히 하나도 없었다. 단편들은 소재도 다양하고 하나같이 재밌었다. '오직 두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은수' '신의 장난' 이 수록작품이다. 이중 아이를 찾습니다는 김유정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오직 두사람은 이상스레 자신을 편집증적인 애정으로 대한 아버지와 엃혀 인생이 꼬여버린 딸의 이야기, 아이를찾습니다는 제목처럼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의 가정 파탄과 아이를 되찾아서 더욱 꼬이게 되는 상황, 인생의 원점은 모처럼 만난 동창과 바람을 피우며 일어난 해프닝, 옥수수와 나는 글을 쓰는 법을 잃어버린 작가가 미녀와 밤을 보내며 다시 창작열에 불타는 이야기, 슈트는 인생에서 사라진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 최은지와 박은수는 출판사 사장 박은수가 미혼모가 된 최은지의 뒤를 본의아니게 봐주면서 겪는 소동과 오해들, 마지막 신의 장난은 마치 미국영화처럼 두 남녀가 한 공간에 감금되는 이야기다.
모두 소재가 다르며 매우 다채롭다. 그리고 하나같이 재밌어 소설을 잡고 한두숨 걸려 두시간만에 달 읽었다. 가장 재미난 건 '아이를 찾습니다' 였다. 부부가 아이를 십여년 전에 잃어버린다. 마트에서였는데 아빠는 카트위에 아이를 놓고 핸드폰에 잠시 눈이 팔렸고, 엄마는 아빠만 믿고 말도 없이 화장품을 고르다 아이가 카트체 사라진다.
아이는 이상스레 다른 사람이 카트체 자신을 데려가는데 아무 말이 없었고, 핸드폰 가게 직원도 마트직원도 심지어 감시카메라까지 누구도 그 상황을 보지 못했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되며 부부는 무너져간다. 남편은 대기업 자동차회사원이고 아내는 서점에서 일했다. 서로 전단지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라 회사는 차례로 그만두고 서울에 있던 괜찮은 아파트다 사라졌다.
거기에 아내는 조현병이 와서 미쳐버렸다. 부부에게 남은건 지저분한 단칸 방 하나와 쌓여있는 전단지와 더 이상은 그만둘 수 없게 되어버린 아이찾기 뿐이었다. 이상스레 이지경이 되어서도 아이만 찾으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았다. 문제는 예상치못하게 갑작스레 해결된다. 난데없이 대구에서 아이를 찾았다는 것이다. 아이를 납치한,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엄마라 믿던 사람이 우울증으로 자살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이 아이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사라진 아이임을 알아낸 것이다.
빼박인 과학적 증거를 두고도 아이도 아버지도 심지어 미친 엄마도 자신들이 가족임을 실감하지 못한다. 아이는 아버지의 상상과 너무달랐고 예상해서 만든 성장 몽타주와도 너무 달랐다. 애초 전단지는 쓸모가 없었던 셈이다. 서로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친 엄마는 실족사해서 죽고 아버진 학교에서 문제만 일으키는 아들과 고향으로 향한다. 시골에서라면 뭔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아들이 성인이 된 순간 아들은 동네 여자아이와 사라진다. 그리고 몇년후 사라진 여자아이가 아버지를 찾아온다. 그 댁의 아들이 내가 번 돈을 갖고 사라졌다. 오백이다. 돌려달라고, 아버진 농사지으며 벌어놓은 돈을 주려고 안으로 향한다. 그런데 돈을 꺼내오니 여자아인 사라지고 웬 아이가 남았다. 편지엔 아들이 사라졌고, 자신은 이 아이를 키울 수 없으니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상황이지만 아버진 그다지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맞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삼대에 이르는 크면서도 작은 서사, 인생의 부조리와 기가막힘, 그리고 그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개인, 말도 안되는 새로운 희망이 적절히 얽혔다. 그래서 읽고서 재미라기 보단 먹먹함이 남았다. 그래서 모두 재밌는 단편중 가장 기억에 남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