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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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도 제법 가난하다는 인도. 그리고 인도와 종교적 이유로 갈등을 겪는 파키스탄. 두 나라의 북쪽 접경 지대에 있는 곳이 오래된 미래의 장소 '라다크'다. 라다크는 제법 오지이고 인구도 적은 편이며 고원으로 주변에 고립된 지역이라 10세기 경부터 거의 19세기까지 독립적 세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인도에 편입된 이후, 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지역 그리고 그에따라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만나는 지역이 되었다. 때문에 이 지역은 양국, 그리고 호시탐탐 카슈미르 지역을 노리는 중국까지 해서 꽤나 민감한 곳이다.

 작가인 헬레나 노르베리는 자신의 거주지인 북유럽과는 정말 판이하게 다른 이곳에서 생활하며 라다크에 대해 느끼고 라다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한 책이 오래된 미래다. 라다크는 일년에 8개월이 겨울일 정도로 추위가 혹독하면서도 여름엔 상당히 더운 지역이다. 강우량이 거의 없어 히말라야에서 녹아내려오는 물에 의존하며 여러 종류의 가축을 키운다.

 이런 혹독한 장소에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해법을 찾았는데 우선 상당히 낮은 인구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땅의 인구 부양력이 낮기 때문이다. 방법은 두가지인데 사회적인 것인 특이하게도 일처다부제이다. 한 여인이 여러 남편을 두다보니 일부다처제에 비해 인구가 쉽사리 늘지 않는다. 다른 한 방법은 종교적인 것으로 불교에 의해서다 티베트 불교에 강한 영향을 받은 라다크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거의 비구니가 되며 남자들 역시 한 집에서 거의 반드시 한명 정도의 승려를 배출한다. 거기에 불교는 검약의 계율을 강조하기에 이 두가지 방식으로 라다크는 낮은 인구압으로 사회를 평화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유지해왔다.

 사람들은 대부분 문자를 모르지만 그럼에도 모두 정치적 참여가 가능하며, 정치지도자는 선출되고 1년마다 갈아치울수 있으며 연임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유개념도 약해 공동시설의 소유자가 있더라도 거의 관리자로 여겨지며 사람들은 그것들을 자유롭게 쓰고 약간의 사례를 남긴다. 우리의 두레같은 조직도 있어 4개월여의 농사기간동안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다.

 거의 모든 물건은 자급자족하며 자주 축제가 열리며 누구나 춤을 추고 노래한다. 지도층은 남자로 보이지만 여권이 상당한 수준이며 땅이 적은 관계로 한 집안의 땅은 반드시 장남에게만 상속된다. 라다크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며 남여가 상당히 평등하고, 경쟁이 없고 사실상 거의 평등하며, 실업이란 개념자체가 없다. 화폐경제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화폐를 사용하는 경우는 자급자족인 라다크에서 나지 않는 귀금속이나 설탕, 소금 등을 사는 경우다. 분쟁도 자율적으로 해결하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다투기보다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런 지상낙원(?)같은 라다크의 이야기는 1975년 이전의 이야기다. 라다크 역시 글로벌 경제로의 편입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이 지역은 주변 각국에 매우 민감한 곳이다. 화폐경제가 도입되었고, 서구의 방송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이들은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곧 서구에 지배당한 다른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국문화를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했고, 서구사회를 동경하고 모방했다. 직업을 찾아 도시로 떠나갔으며 실업이란게 처음으로 라다크에 생기기 시작했다. 자급자족 경제도 무너졌다. 라다크의 통밀보다 값싸고 맛 좋은 외국산 밀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신발이나 옷등 도 합성섬유제품이 차지했다. 이들을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해졌고, 농업역시 이런 작물들을 키우느라 농약과 비료, 종자에 의존하며 무너지고 더욱 가난해졌다.

 사람들의 민심도 변한다. 경쟁적이고 분쟁이 잦아졌으며 사유재산이 생겨났다. 공공개념이 희박해졌고, 여성의 권리도 낮아지며 자의식도 떨어졌다.

 헬레나 노르베리는 3장에서 반개발과 탈중심화를 주장하며 라다크가 어찌보면 제 3의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 그는 이런 물질적 진보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자급자족적이지 않아,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지나친 낭비와 환경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이런걸 해결해줄거라는 낙관론도 경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물질적 풍요가 주는 모든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라다크는 영아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으며, 물질적으로도 결코 풍요롭진 않았다. 거기에 문맹률도 심하며, 전통적인 삶이 좋긴 하지만 젊은이들이 자아를 펼칠만한 곳도 아니다. 때문에 헬레나 노르베리는 물질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공통체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자급자족적 경제의 부활과 친환경적 삶을 제시한다. 자영농의 부활, 그리고 에너지원으로 태양에너지의 사용도 제안한다. 책에서 그는 이런 노력을 계속했지만 책이 나온지 꽤 오래된 지금의 시점에서 라다크가 어찌되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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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24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다크도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지 못할 거예요.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의 가치관도 달라져요. 젊은 세대가 외부 문화에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라다크가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 거예요.

population 2018-05-24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인류의 퇴보 같기도 하네요.

sprenown 2018-05-25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라다크가 많이 알려져 관광객도 늘고 자본이 밀려와 이책에 소개된 라다크도 이미 ‘오래된 과거‘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닷슈 2018-05-25 11:07   좋아요 0 | URL
그럴거라 예상했지만 역시나군요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