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참 따갑다. 하루의 온도는 또한 높아 불쾌지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는 하루였다. 그런데 하늘은 그렇지 않았다. 어찌나 청명한지 마치 가을 하늘을 보는 듯한 생각마저 드는 날이다. 구름은 또 어찌니 뭉게거리는지....

 

차를 멈추고 전화기의 카메라를 하늘에 들이댔다. 다른 건 몰라도 전화기에 카메라의 기능이 있으니 이런건 참 좋다. 지나다가 그냥 부담없이 찍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여름 날은 정녕 잊지 못할 것 같다.

 

 

 

일을 보러가다가 하늘이 참 이뻐서 또...멀리 보이는 구름이 참...

 

 

아마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여름 날이 될 것이다....

나에겐 지극히 사랑스러운 하루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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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달을 보셨네요^^
좋은 하루셨다니 기쁩니다
 

 

 

선생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다. 다른 때 같았으면 대전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찾아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을 텐데, 이 날은 워낙 더워 외출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햇살이 정말 뜨겁다. 잠시라도 노출시킨다면 새까맣게 타다가는 피부암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싶다.

 

그리하여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 후, 특별한 점심을 맛보자고 하신다. 하여 따라간 곳이 바로 콩국수집. 콩국수가 이리도 인기가 있었던가...싶을 만큰 많은 사람들이 벌써 와 계시다. 다수의 사람들이 줄 서있다.

사실 콩국수를 먹기는 하지만 즐겨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맛을 느끼지는 못하는 음식이 콩국수인데 남들이 좋다고 하니 먹는 정도... 특별하다고는 하지만 시원한 맛에 흔쾌히 먹어보자 생각하고 간 것인데....

 

콩국수를 먹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 편 벽에 이런 문구가 써있다. 1월-2월에는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콩국수집. 이런 소신있는 음식점은 또 처음본다. 비수기에 다른 메뉴라도 하시지..하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으나 주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로지 하나...유일한 메뉴는 콩국수다.  물론 두부를 먹을 수도 있지만 메인은 아니다.

 

대전의 여러 음식점을 들러보았지만 이런 곳은 또 처음이라....난생 처음보는 음식점의 문구인지라 식후에 사진을 찍었다. 대전은 역사의 유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소신있는 음식점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참 멋진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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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3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소신있네요.^^
분명 계절에 따라서 메뉴가 달라질터인데 말입니다.

차트랑 2012-07-31 12:1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책읽는 나무님,
말씀하신대로 그럴만도 한데요
그집 주인은 안그러신대요^^
콩국수하나에 자존심을 지키신다고 하십니다.
참 저런 콩국수집은 처음입니다^^
대전 분들 멋있어요^^

찾아주셔거 고맙습니다 책읽는 나무님

카스피 2012-07-3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소신있는 콩국수 집이네요^^

차트랑 2012-07-31 12: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카스피님~
그간 잘 지내셨지요?
제가 알라딘 서재를 비워놔서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카스피님,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로 2012-07-3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콩국수집 아주 유명한 집이에요!!
저도 줄 서서 몇 번 사 먹었어요. 저는 그집 두부 너무 좋아하는데~~~.ㅎㅎ
1,2월 장사 안 하셔도 충분할 정도로 돈 많이 버시는 것 같아요.
저도 장사가 그렇게 잘 되면 한 겨울엔 장사 안 할것 같아요,,^^;;;

차트랑 2012-08-01 12:37   좋아요 0 | URL
어구...
유명한 집이었군요.
어쩐지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시더라구요.
두어달 놀러가도 되겠군요^^
흠...장사는 저렇게 하는 것^^

콩국수 그릇을 비워보긴 제가 처음이랍니다.
맛으로 말하자면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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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14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치보다도 그위에 벤치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는 나무들 말이죠.
그나무가 눈에 자꾸 밟히네요.^^
의자에 앉은 사람들을 굽어보면서 얘기를 나눌 것도 같고,
사람들 얘기소리에 귀 기울일 것도 같고 그렇네요.^^
엿들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ㅡ.ㅡ;;

차트랑 2012-07-14 14:36   좋아요 0 | URL
지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찍은 사진입니다람쥐~
그 다람쥐들이 엿들을지도 모르겠어요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겁없는 다람쥐~

그런데 말씀을 듣고보니
소나무들이 엿듣고 싶은 모양입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님~

cyrus 2012-07-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 줄의 글이 없는 이미지만으로도 명상을 불러일으키케끔 만드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

2012-07-14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7-1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런 배경 넘 좋아요 앉아서 한참 가만히 있고 픈 자리.
지나가는 사람도 보고 바람도 만난고 하늘도 보고
저곳은 그러기 딱 맞는 자리같네요

차트랑 2012-07-17 11:27   좋아요 0 | URL
다람쥐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산책로의 벤치입니다

아참,
좋은 책을 써주셔서 많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 기억에 남는 교훈을 줄 것입니다.
정말 좋은 일을 하신거지요^^

찾아주셔서 도맙습니다~


2012-07-18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은 주말부부이다. 그 친구가 어느 날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글로 재구성 해봅니다.

 

==========================================================================

나의 부인은 지금 집나가서 쏘맥을 하고 있습지요.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이라고 하나 있는게 항상 집을 배우고 밖에 있으니 그럴 밖에요.

나의 여자는 자기 남자인 남편을 무지무지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은 멀리 있어서 자기 여자를 제 때 챙겨주지를 못합니다.

그의 아내가 되어 남편을 그리도 사랑하건만...

남편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도대체 매일 독수공방을 시킵니다.

나쁜 남편이지요...


하지만 그녀의 남편이 자신의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자신의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은 한시도 자기 여자의 곁을 떠나 본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어떤 남편보다도 자신의 여자를 더 더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처럼 자기 여자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요...

그 남자는 세상에서 자신의 여자를 가장 사랑하고 있습니다.

 

 

부부를 위한 참으로 많은 책들이 검색된다. 그 중에서 바로 그 친구 집에서 읽어본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부부는 상대방에 대한 禮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출발점은 상대방에 대한 예로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의 예법을 그대로 따르자는 말이 아니다. 예법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모든 예는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를 알고 행하는 것도 일종의 예에 해당된다.    


 

또한

그 마음 만큼은 세상의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남자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여자를 훌륭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여자보다 더 훌륭한 여자를 만나 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오직

세상에서 자신의 여자가 제일 사랑스럽고

제일 이쁩니다.

어찌나 자신의 여자를 귀하게 여기던지요...

그 마음은 세상의 어떤 남자와의 마음과도 바꿀 수는 없다고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여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정말 허망한 인생이라는 것도 모른 채 세상을 떴을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의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 녀는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여자입니다.

이런 여자는 태어나 처음이라고 합니다.


왜냐면 자신의 여자는

여자의 덕목을 잘 갖추고 있고

인품이 고매하며

그 사람됨이 고명하고 박후하다고 합니다.

너그러움과 인자함을 가진 여자입니다.

그렇다고 매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정당하지 못하다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 어떤 사람 보다 더

분명하게 판단하고 이를 바로 잡습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자신의 여자를 무서워하기도 한다 합니다..

하지만 사람됨이 있다면

자신의 여자를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고 하네요.

왜냐면 내 친구의 여자는 사람됨이 바르다면

한없는 인간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자신을 희생할 줄 압니다.

하지만 그것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그것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여자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여자입니까.

그러니 어찌 내 친구가 자신의 여자를 그토록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남자도 그러합니다.

자신의 여자와 닮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됨을 먼저 알아보고

사람이 되었다 싶으면 믿음과 신뢰를 줍니다.

남자와 여자는 그런 점에서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근본이 닮아 서로를 잘 이해할 줄 압니다.

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부부이던가요.


남자는 그런 자신의 여자를 매일 같이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깊이 깊이 사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여자를 그토록 깊이 사모하며

가슴을 에일리가 없지 않겠어요.

자신의 여자가 보고싶어 질 때면

가슴부터 에어 온다고 합니다.

가슴 한 가운데로 바람이 휭 지나가는 것처럼 느낍니다.

그것이 시리다가는 아프기도 하다지요.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알만 합니다.


더욱 좋은 것은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깊이 존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여자 또한 매우 훌륭한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인품을 지닌 여자라고 합니다.

그러니 남가 자기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여자라면 사족을 쓰지 못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마음고생은 혼자 하려고하지요.

남자가 알까봐 별로 말은 하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남자가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것이다 짐작하고 있지요.


그래서 남자는 자기 여자를 그토록 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기 여자의 성품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남자는 지금의 자기 여자가 없으면

아마도 세상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 합니다.

왜나면 그런 자신의 여자를 잃는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잃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그의 여자가 전부입니다.

아무것도 다른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녀가 곧 자신의 목숨이라도 합니다.

그녀가 없으면 자신도 없는 것이라구요...


그러니 그녀를 혹 잃는다면 이 세상을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남자에게

오직 단 한사람....

그의 여자 뿐이라고 합니다.


존중하는 마음 또한 그에 못지 않습니다.

이런 남자 또 없습니다.

자신의 여자를 이토록 사모하고 아껴주는 남자는 또 없을 것입니다.

남자는 자신의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합니다.

비록 지난 반 쏘맥을 마신 자신의 여자에게 술국을 끓여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하는 그런 남자입니다.

============================================================


아련한 친구,

오직 자신의 여자밖에 모르는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이들의 주말부부 생활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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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7-0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하다 라는 말이 이럴때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글을 읽다 그런 느낌이 드네요.

차트랑 2012-07-09 14:37   좋아요 0 | URL
제가 옆에서 지켜보기가 무척이나 아련한 친구입니다
좋은 날 오겠지요^^
고맙습니다 잉크냄새님~

마녀고양이 2012-07-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께 기원합니다.... 주말 부부 생활이 빨리 끝나시기를! ^^
그리고 무지하게 부럽네요, 문득 얼마 전에 방영한 인간 극장의 <길 위의 부부> 편이 떠오릅니다. 정말 부창부수다, 저런 부인이니 저런 남편 곁에서 있을 수 있는거겠지, 나는 할 수도 없으면서 무조건 부럽다고 샘내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차트랑 2012-07-10 13:18   좋아요 0 | URL
기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참 보기에 좋은 부부입니다^^
때로는 힘들기도 하겠지만
좋은 날이 오겠지요^^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님~

책읽는나무 2012-07-14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부부였기에 바로 곁에 없는 부인을 더 사랑하는 마음이 애틋할지도 모를일이에요.
물론 평소에도 애틋하셨겠지만요.^^
지금 곁에서 바라볼 수 없기에 더 그립고 그립다보니 그사람의 됨됨이까지 되짚어보게 되는 시간들이 아닐까,싶어요.남자들에겐 말입니다.
사실 여자들은 애 키우고 하다보면 주말부부 시간들도 처음엔 더디 흐르다 나중엔 금방 주말이 되거든요.그래서 남편을 생각하는 시간들이 남편만큼 크게 애틋하지 않은 것같아요.
물론 사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아마도 나이 들수록 남자는 여성화가 되어가고,여자는 남성화가 되어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도 들구요.ㅎㅎ
주말부부 5,6년정도 해본 제경험으론 그렇더라구요.ㅋ
시간이 흐를수록 남편은 감성적으로 바뀌어 아내의 빈자리에 애틋해하는 듯한데,정작 부인인 저는 무덤덤~~~ 그래서 주말부부를 이끌어 왔었는지도 모를일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들이 주말부부를 못견뎌 하는 것같아요.
암튼..친구분 얼른 주말부부 청산하시고 사랑하는 부인님과 함께 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주말부부 오래하면 남편들 건강이 너무 나빠지더라구요.ㅠ


차트랑 2012-07-14 14:32   좋아요 0 | URL
딱 맞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올 초부터 주말부부에 들어갔는데 최근 친구는 2주에 한 번 부인을 만나러
내려가더라구요.
이번 주에는 부인께 내려간 모양입니다.

그런데 가만히보니 건강이 많이 나빠보입니다.
제가 병원에 챙겨 데려가고 있답니다^^

이 친구도 5년 정도의 기간을 예상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제가 매번 괴롭습니다^^
괴롭힐 사람이 없으니
그 불똥이 제게로 튀더군요^^

그래서 저도 하루 빨리 벗어나고파~^^
부부의 예를 알고 극진하게 사랑하는 부부인데
안타깝습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님~
 

어느 산골 깊은 곳에는 어린 삼형제가 있었다.

겨울이면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어 허연 코를 쥘쥘 흘리며 훌쩍이고,

생전 양치질은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조금 재밋는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누런 옥수수 같은 이를 씩 드러내면서 실실 웃는 그런 깡 촌넘들있다.

하루 종일 동네 아이들과 바깥에서 어울려 노느라 정신이 팔려

피부는 햇빛에 검게 그을리다 못해, 아예 새까맣게 타버린 그런 형제들이었다.

 

그 중 승원이라는 아이는 막내로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치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한글도 모르고 그저 동네 친구들과 종일 놀다가

해가 뉘엇뉘엇하면 집을 돌아오곤 하는...

 

그 애는 일년에 딱 두번

큰형에게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땡깡을 있는대로 부린다.

큰형의 봄 소풍과 가을 소풍 때가 바로 그때이다.

 

그 땡깡은 다름이 아닌 학교에 다니는 큰형의소풍을

제 큰형과 같이가겠노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승원이의 큰 형은

늘 함께 놀아주고

여름이면 함께 헤엄을 치러 데려가고

겨울이면 썰매와 스케이트를,

그리고 연을 직접 만들어 띄워주는 형이고

팽이도 깍아주며

쥐불놀이에도 데려간다.

 

그런 형이기에 승원이는

학교 소풍에도 자신을 데려갈 거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큰 형은 아직 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철없는 막내와

소풍에 동행하는 것은 다른 애들에게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다른 친구들도 동생들을 하나 데려오지 않는 데

자기 혼자만 동생을 데려가는 것도 뻘쭘하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큰형은 동생을 떼어 놓고 가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하여 이리 달래도 보고 저리 달래도 본다.

그러나 이 철딱서니라고는 반 푼어치도 없는 막내에게

먹힐 리가 없다.

막내의 엄마가 나서서 별소리를 다 해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막무가내인 것이다.

땅 바닦을 떼굴데굴 구르면서 울고불고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면서 

따라가겠노라고 기를 써댄다.

막내는 그렇게 해서라고 형의 허락을 받아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학교에 갈 시간을 다 빼앗긴 형은

늦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두 손발을 다 들수 밖에는 없다.

그의 큰형은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내민다.

'형이 돌아오면서 과자를 사오마. 그때까지 형을 기다려주련....'

 

막내는 형이 내민 그 비장한 카드가 마음에 드는지

꼬질 꼬질한 눈물을 훔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 협상에 흔쾌히 허락을 한 것이다.

'꼭 사와야돼~!' 그렇게 한 번 더 다짐을 받고는

형을 놓아주는 것이다.

 

승원이는 형의 그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는

하루 종일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지루한 하루를 보낸다.

친구들하고 놀다가도 하늘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그렇게 길기만 하던 해가 서서히 서산으로 기울고

이제는 집으로 가서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가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곧 형이 돌아오겠지...

 

승원이는 온 종일 밖에서 있었으니

몹시 시장도 할터인데

밥도 먹지 않고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형이 오기를 기다린다.

어둠이 내리고서야 드디어 승원이의 형이 대문을 들어선다.

 

승원이는 비호처럼 형에게 달려가

협상의 내용물을 요구한다.

형아~ 과자~

 

그러나 형은 아무런 말이 없다.

형아의 보자가 안에는 달그락 거리는 빈 도시락 뿐

따로이 내어줄 만한 과자가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형은 멋적고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어쩔줄을 모른다.

동생에게 한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형도

면목이 없는 모양이다.

 

승원이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시 안뜰을 떼굴떼굴 구르면서

대성 통곡을 한다.

안뜰을 떼굴떼굴 뒹굴면서 아주 쓸고 다닌다.

승원이의 대성 통곡으로 온 집안은 난리가 난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안뜰로 나와

승원이를 달래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게 어디 통할 일이던가.

그렇게 제풀이 지쳐 나가 떨어져야만 끝이 날 모양이다.

 

울고 불고 난리를 치면서 땅바닦을 굴러대는 바람에

얼굴이며 온 몸은 흙 투성이에다가

눈물과 뒤범벅이 되버린 얼굴은

아예 위장한 특공대의 얼굴과 다름이 없다.

 

제 풀어 지쳐 시체처럼 축 늘어진 후에야

엄마의 손에 이끌려가서는

세수 시키고 손을 닦아준 다음에서야

방으로 들어가 곤한 잠에 떨어진다.

 

승원이는

형의 가을 소풍이 되어서는 봄 소풍때의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그 비장의 카드를 받고 나서야 형을 겨우 놔주는 것이다.

 

가을 소풍때는 형의 귀가 시간이 훨씬 더 늦었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역시 형의 보자기 속에는 빈 도시락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 뿐....

 

가을 소풍도 그렇게 승원이의 떼쓰는 소리와

실망한 나머지 온 안뜰을 떼굴거리며 뒹구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다음 소풍이 왔다.

이제 승원이는 에전 처럼 떼를 쓸 필요가 없다.

학교에 들어가 제 소풍을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소풍을 다녀오고 또 다녀오고.....

 

드디어 승원이도 4학년이 되어 가을 소풍을 가게 되었다.

일년에 두번 가는 소풍이고

여러번 다녀 왔지만 소풍을 하루 앞 둔 날은 밤은 왠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소풍은 평소 와는 약간 달랐다.

승원이의 엄마가 승원이의 손에 처음으로 동전을 쥐어준 것이다.

맛있는 거 사먹으렴...

승원이는 두 눈이 똥그러져서 엄마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자신의 손을 펴본다...

십원짜리 동전이 4개나 된다.

 

그렇게 40원을 주머니에 넣고는 달음박질로 뛰어간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승원이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 소풍을 다녀오고 나서

하루 종일 친구들과 또 딴짖을 하다가는

어둑어둑 해가 떨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대문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승원이는 그 의미를 불현듯 깨닫기 시작했다.

 

큰 형이 그토록 땡깡을 쓰는 막내에서

하는 수 없이 막판에 비장의 카드를 내밀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이다.

그 카드는 사실상 실효가 없는 카드 일 수밖에는 없었다.

애초에 유효한 카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승원이도 4학년이 되어서야

소풍 날 쓸 용돈으로 10원짜리 동전 4개를 받은 것이다.

 

승원이의 큰 형은 사실 소풍 날 쓸 용돈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과자는 사올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알리 없는 승원이는 떼굴거리며

온 집안에 난리 칠 것이 뻔하다.

행여 막내가 잠에 들었을까 밖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는

주린 배를 견디지 못하고

늦은 밤에 대문을 들어선 것이다.

자신의 지킬 수 없는 약속에 대한 미안함이

밤까지 그 긴 시간동안 밖에서 서성거리게 만든 것이었다.

 

승원이는 40원의 용돈을 받은 후에야

형의 그 비장한 카드는 정말로 비장한 카드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형아야~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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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2-07-06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원의 용돈이란 금액의 크기로 보건대 허연 코 아니고 누런 코 일 것 같다는, ㅋ~.
형아야~
부르고 졸졸 따라다닐 그 누구가 있다는 것도,
그런 추억이 있다는 것도 왕 부러움이라는~^^


차트랑 2012-07-06 12:2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누런코는 좀 더 창피하자너요^^
40원이 가지는 정보력이 대단~

손수건을 핀으로 고정시켜 앞에차고
그때는 그렇게 입학식을 하지 않았겠어요?^^
이유인 즉슨 입학식의 시기는
겨울의 끝인지라 어린이들이 죄다
감기 떨러질 날이 없어가지고 코 쥘쥘모드^^

덕분에 헝가리~를 신버전으로 들으니 좋은걸요~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하늘바람 2012-07-06 14:22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 덕분에 저도 좋은 음악 감상해요

책읽는나무 2012-07-14 07:20   좋아요 0 | URL
저도 덕분에 좋은 음악 놓치지 않고 잘 듣고 갑니다.^^
덕분에 아침이 상쾌하네요.
오늘 비온다고 했는데..^^

하늘바람 2012-07-0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린시절 이야기인가요?
재미나고 짠한데요
그림책으로 만들면 재미날 것같은
멋진 형을 두셨네요

차트랑 2012-07-06 12:22   좋아요 0 | URL
숨겨보려고 했눈뎅, 들켰다는 ㅠ.ㅠ
제 형들이 다들 막내에게 잘해주셔가지고요
사연들이 많은 편입니다.

어린 시절의 일들이 떠올라
추억을 되살리며 적었을 뿐인데
재미나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하늘바람님~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7-13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의 하늘바람님처럼 그림책 혹은 동화를 연상했어요.
좋은 추억이네요. :)

차트랑 2012-07-14 17:27   좋아요 0 | URL
좋은 추억이라 생각해주시어
고맙습니다
마음을데려가는인님^^
더불어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2-07-1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산골아이들 이야기인가? 싶어 읽었는데
아무래도 데굴데굴 구르는 승원이에게 너무나도 강한 감정이입에 눈치챘습니다.
40원에서두요.ㅎㅎ
초등생들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멋지게 그려낸다면 정말 감동적인 책이 되겠다 싶어요.

어린시절을 회상한다면 형제,자매가 빠질 수 없는데,
서열에 따라 회상하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갑니다.
전 밑으로 남동생 둘이 있었거든요.그래서 동생들을 데리고 놀았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막내동생은 친구들과 놀러가려면 꽤나 누나를 따라다녔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고무뛰기할때 막내가 곁에 있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좀 크더니 녀석은 제형아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지만요.
다음생에 태어난다면 나도 막내로 태어나고 싶단 생각이 불쑥 드네요.
형아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신 님이 부러워서 말입니다.^^

차트랑 2012-07-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픈 산속, 산골아이들의 이야기로 쓰고 싶었는데
어쩐지 주관적인 요소를 제거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이 떠올라 적어보았답니다

그 분은 정말 훌륭하시다 생각들고요
저도 그분의 수업을 한 번 받아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일정도로 감동적인 분이랍니다

당시 40원이 어느정도의 액수였을까...생각해보았더니
대략 그 가치를 알수가 있더라구요.
다음에는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글을 하나 써볼까 합니다^^

워낙 깊은 산골에 살던 아이들은
돈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지냈다는^^
물론 돈을 만져 볼 기회가 없었던 탓이기도 합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읽는 나무님~
큰형, 혹은 큰 누나는 나머지 분들과
확연하게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