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찾아 작곡가이자 연주가의 이름인 'Jia Peng Fang'을 어떻게 표기했는지 살펴봤다. 한글로 읽으면 가붕방(賈鵬芳), 중국 발음으로 하면 '지아 펭 팡'이라고 써있다. 58년 개띠라고 한다. 가붕방은 '얼후'에 관한 한 가장 이름을 널리 알린 음악가라  할 수 있다.


악기의 이름을 한글로는 이호(二胡), 중국어로는 얼후(二胡)라고 한다. 이호(二胡)는  '줄이 2개인 오랑캐 악기' 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거침없이 오랑캐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보아 중국의 전통 악기는 아니라는 것을 살짝 짐작해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오랑캐 악기가 하나 있는데, 그 소리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가져다 쓴다는 말이겠다. 악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좀 이쁜 이름을 붙여주던지 하지, 오랑캐라는 말을 꼭 붙여야했나 싶다...이참에 이름을 새로 지어보자면, 이금(琴) 이면 어떨까 싶지만 이는 월권이므로 지양... 우리도 호떡이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입이 열개라도 뭐...


[[우리의 해금(奚琴)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니, "해금은 원래 중국의 해족(奚 라는 민족)에 기원한다. 동북방 유목 민족인 호중 해부(胡中 奚部)가 즐겨쓰던 악기이다." 라고 써있다. 한마디로 이 역시 오랑캐가 쓰던 악기라는 것이다. 오랑캐의 악기지만 그 악기가 정말 좋아 우리도 가져왔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중국과는 달리 오랑캐의 악기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 이름을 붙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우리는 동방 예의지국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 ]]       


조선이나 중국이나 자신을 뺀 주변 민족을 오랑캐라고 칭했는데, 중국은 조선을 동쪽의 오랑캐라고 불렀다. 서로 상대방을 손가락질 하듯 오랑캐라고 부른 것이다. (서로 XXX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조선과 중국의 역사는 그 오랑캐들에게 탈탈 털린 경험들을 몇개 씩은 가지고 있다. 중국이야 말해 뭣하겠는가, 그 오랑캐가 중국에 와서 정치를 했으니 말 다했지 싶다. 어째든 대다수가 좋아하는 우리의 '호떡'도 '오랑캐 떡'을 뜻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중국은 그 오랑캐 악기를 사랑했다. 좀더 따듯하고 포근한 음색을 가진 우리의 해금은 가슴을 울.리.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는 약간 다르게 이호의 현은 금속성이어서 소리가 투명하고 맑은 편이며 약간은 차가운 느낌을 준다. 해서 사람의 폐부를 파.고.드.는. 마.력.을 가진 악기이다. 얼후는 때로 칼로 폐부를 베어내듯 찌르고 싶어한다. 해금은 가슴, 즉 심장에 와 닿고 얼후는 폐부에 와 닿는 것이다. 이 또한 오행의 작용에 따른 것으로, 따듯한 기운(火 ,溫 )은 심장과 관련하고 차가운 기운(金, 冷) 폐와 관련하기 때문이다.       






어째거나
중국의 가붕방이 분위기 잡고 연주한 곡들이 내게는 꽤나 마음에 들어 여전히 듣고 있다. 요즘은 잊혀져 버린듯한 '얼후'의 음반을 검색해보니 모두 절판!! 찾는 이가 없다는 뜻이겠다.

입동(立冬)이 지났으니 계절은 맹동(孟冬)이다. 모두들 겨울 패딩을 입을 때이지만 아직도 밖은 단풍의 화사함과 가을의 쓸쓸함이 남아있다. 언제 들어도 좋은 음을 내주지만 이쯤이면 오랑캐 악기는 그 효과가 더 좋을 때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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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2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주소리를 들으니 무협영화에서 자주듣던 호금소리네요.얼후는 호금의 한종류로 얼후를 개량한 싼후(줄3개), 몽골 전통악기인 쓰후(줄4개)가 있다고 하네요.

차트랑 2025-11-23 09:07   좋아요 0 | URL
무협영화를 좋아하는데,
얼후의 연주 소리 때문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오랑캐라고 불리던 흉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기도하군요.

그나저나 흉노는 신라 김씨의 조상이라던데....
이것이 진짜인지 모르겠습니다.

카스피 2025-11-23 16:37   좋아요 0 | URL
흉노족 왕자인 김일제가 신라 왕실의 선조란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등 공식적인 문서에는 없으나 문무대왕비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김알제는 전한 무제시기에 한나라고 귀화하여 벼슬을 얻었는데 후손이 신나라 왕망의 외가가 되어서 후한의 시조 광무제가 토벌하면서 역사속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1961년 경주에서 발견된 비석(문무대왕릉비)에서 신라 김씨왕조의 선조에 대한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5행)···그 신령스러운 근원은 멀리서부터 내려와 화관지후(火官之后)에 창성한 터전을 이었고, 높이 세워져 바야흐로 융성하니, 이로부터 □지(枝)가 영이함을 담아낼 수 있었다. 투후(秺侯) 제천지윤(祭天之胤)이 7대를 전하여···하였다.」
▶투후는 중국의 역사서에서 오직 김일제 한명에게 주어진 시호로 신라왕실은 자신의 선조를 김일제라고 인정했던 것이죠.
참고로 중국에서 발견된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에서는 재당 신라인인 김씨가 자신의 선조로 김일제를 묘비에 기술하고 있다.(먼 조상 이름은 일제(日磾)이신데 흉노 조정〔龍庭〕에서 서한(西漢)에 귀순하셔서 무제(武帝)에게 벼슬하셨다. 명예와 절개를 삼가니 시중(侍中)과 상시(常侍)에 발탁하고 투정후(秺亭侯)에 봉하셨다.)

사실 김일제의 신라 왕실 선조설은 아직도 학계에서는 그 진위를 놓고 연구가 계속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강단사학계는 이를 신라인들이 후대에 만든 관념이라고 아무런 근거 없이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트랑 2025-11-23 17: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자세한 설명 정말 고맙습니다 카스피님.

저는 역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오래 전에 역사스페셜을 보다가 듣게 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왠지 저는 근거 있는 주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상세히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카스피님~!!

잉크냄새 2025-11-2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떡이 ‘오랑캐 호‘ 자를 쓰는군요. 중국에서 호떡류는 보통 ‘삥‘이라는 말을 씁니다.
중국어 병음 ‘Jia Peng Fang‘의 가운데 발음은 ‘펭‘이 아니고 ‘펑‘이 정확할 것 같네요.

차트랑 2025-11-23 09:3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호빵 호떡의 ‘호‘가 胡 인지는 저도 장담 드리지 못합니다^^

말씀해주신 Peng 에 관해서는 ‘펑‘ 으로 읽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처지인지라 너른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잉크냄새님,
늘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