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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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다듬어 출간한 책이라 좀 산만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지구과학적, 대기과학적, 기후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기는 예전보다 큰 변동을 보이는 기후 등으로 인해 우리가 생활에서 실감하는 바이지만, 과연 우리는 더 잘 살겠다는 욕망을 버리고 산업혁명 이래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을까.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전세계적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기후 변화는 정의(justice)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미증유의 위기를 막기 위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책 속 몇 구절:

   인류가 지금 생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류 전체가 풍족하게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왜 생산을 더 증가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더 사용하고 기후변화를 더 일으켜야 하는가? 이제 우리 사회가 지향해 온 가치를 다시 점검해야만 한다. 발전만을 추구하는 과소비 체계를 바꾸는 선택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선택할 여지도 없이 시련을 겪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더 크게 더 빨리 발전하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함께 성찰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그 심각성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현재의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를 바꿔내는 사회 변혁으로 해결해야 한다. (222~223 페이지)

   1.5도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2010년 수준에서 45퍼센트 줄여야 하며, 2050년에는 순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순 제로는 특정한 기간에 이산화탄소의 인위적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거의 중단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퍼센트, 전기 사용량의 70~85퍼센트를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에 2010년 수준의 75~90퍼센트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이것은 석기시대가 돌이 모자라서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화석연료가 있어도 쓰지 않는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함을 의미한다. (128 페이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으며, 10년 전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구호만 요란할 뿐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나라다.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목표는 의도만 표했을 뿐, 실제 해야 하는 일을 뒤로 미루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우리가 거부감을 느낄 만한 힘든 일을 하지 않았다. (13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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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구름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아주 험악한 날씨와 마주쳤을 때, 볼 수 있는 적란운이다. 우리말 이름은 '쌘비구름'이다. 이 구름은 폭우, 우박, 강풍, 번개, 눈보라 등을 품고 있고 그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열 개와 맞먹는다...

   영어로 'to be on cloud nine'이라는 말은 '날아갈 듯 지극히 행복한 기분'을 뜻한다. 이 말은 1896년 만들어진 국제구름도감에서 열 가지로 분류된 목록 가운데 아홉 번째가 바로 적란운이었던 데서 나왔다. 적란운은 모든 구름 중에서 가장 높이 치솟는다. 가장 위험한 구름인 클라우드 나인은 세상 꼭대기에 앉아 있는 황홀한 기분을 의미한다. 위험과 황홀은 함께 묶여 있는 것일까? (92 페이지)

   구름방울은  중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려 하나 공기 저항으로 아주 느리게 낙하한다. 구름방울 지름은 평균 5~15마이크로미터다. 10마이크로미터의 구름방울이 낙하하는 속력은 초속 1센티미터에 불과하므로 상승기류가 있으면 쉽게 날아오르고, 바람에 따라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다. 그러므로 구름은 땅에 내려앉지 않고 사라지는 순간까지 공중에 머무를 수 있다.

   햇빛이 공기 분자에 도달하면 파란빛이 다른 색보다 더 강하게 산란해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한편 햇빛은 원래 흰색인데 공기 분자보다 큰 구름방울은 햇빛의 모든 색깔을 거의 똑같이 산란시켜 구름을 하얗게 보이게 한다... 

   물은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성질이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작은 크기의 구름방울이 모여 빗방울이 될 수 없다. 공중에 떠 있는 먼지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물방울이 커지기 때문에 비가 내린다. 즉, 먼지는 구름을 만들 때 응결핵으로 작용한다. 구름방울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보다 커지면 빗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93~9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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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 만화로 배우는 우주와 블랙홀의 비밀 한빛비즈 교양툰 17
로랑 셰페르 지음, 이정은 옮김, 과포화된 과학드립 물리학 연구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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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셰페르Laurent Schafer라는 스위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의 과학 만화이다. 원서는 프랑스어로 출간됐는데 프랑스 아마존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였다고 표지에 나와있다. 15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지만 다루는 내용은 엄청나다. 


책은 크게 2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우주이고 두 번째는 양자이다. 각각 "우주의 무한"과 "양자의 무한"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인피니티"는 우리말로 '무한'이므로 혹시 무한의 수학적 성질을 다루는 것일까 읽기 전에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엄청나게 큰(또는 작은)'이라는 의미로 보면 되겠다. "우주의 무한"은 '엄청나게 큰'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양자의 무한"은 '엄청나게 작은' 원자와 소립자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준다. 단순한 교과서적 설명을 넘어서서 아직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언급하는 수준을 보여준다. 예컨대 자연계의 4가지 힘이라는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중 중력만 현재 통합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것이 어려운 이유도 언급된다. 자연계의 이 4가지 힘을 네 명의 총사(musketeer)에 비유하는 것도 재밌다. 여기서도 일종의 프랑스어권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읽으며 내게 인상 깊었던 2가지를 다음에 정리해 놓는다.


1. 색깔은 존재하지 않는다: 색깔은 우리의 뇌가 광자의 신호를 처리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자연계의 본질적 특성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세상이 존재한다고 보통 우리는 생각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에서 살고 있다.


2. 진공의 역할: 진공은 자연계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진공은 가상 입자들로 꽉 차 있는데(또는 가상 입자들이 순식간에 생겨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이 가상 입자들은 (놀랍게도) 물질의 질량뿐만 아니라 물질이 붕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쿼크, 전자) 간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은 가상 입자인데, 이 매개 입자들의 에너지가 질량으로 환산되어 핵자의 질량을 만들어내고, 또한 가상이므로 힘만 매개할 뿐 물질 밖으로 (파동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화라고 얕볼 설명들은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짧은 분량이 이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용어설명도 뒤에 있다. 이 책의 내용으로 맛보기한 다음, 좀 더 자세한 논의는 마지막에 나오는 참고문헌을 찾아 읽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에는 우리말로 번역된 책 제목도 나온다.


본문에 "근대 물리학"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modern physics(불어에 대응하는 영어 문구)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modern이라는 말이 맥락에 따라 '근대'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modern physics를 '현대 물리학'이라고 한다. 20세기 초에 발전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이다. 역자는 modern을 계속 "근대"로 번역했다.


불만족스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좋은 입문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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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지금 몇 시일까요?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를 이루는 요소들은 '지속되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3차원의 대상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요소가 공간적 요소에 통합된 4차원의 대상입니다. 시간은 공간과 마찬가지로 흐르지 않지요. 따라서 과거, 현재, 미래는 일종의 블록우주(block universe) 안에서 서로 뒤섞이고, 그 안에서 모든 순간은 시간적인 순서 없이 똑같은 가치를 지닙니다. 

   이 '우주 케이크'를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제껏 반증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시간을 설명하는 가장 확고한 이론이긴 하지만 확실히 불완전하지요. 과학자들 대부분은 시간이 경직된 블록을 닮았다는 생각에 불만족해합니다. 시간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미래가 미리 결정되어 있으며, 자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힘들지요.

   이 기이한 그림을 완성하려면 새로운 물리학을 발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어떤 물리학일까요? 가령 시간이 흐른다고 인식하는 우리의 감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우리 시대의 가장 명민한 물리학자이자 수학자 중 한 사람인 로저 펜로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정말 알고 싶네요." (46~47 페이지)

















... 초심자에게 상대론적 세상은 위험한 퍼즐과 믿기 힘든 역설로 가득 찬 이상하고도 경이로운 유령의 집입니다. 하지만 그 여정이 힘들어질 때면 우리가 거기서 여러분의 손을 잡아 줄 겁니다. 미적분과 선형 대수학의 몇 가지 기본적인 기초 지식만 있으면 앞길을 헤쳐나가기에 충분합니다. (15 페이지)


레너드 서스킨드를 한 번 믿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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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1-04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단 사실을 “저도 정말 알고 싶습니다.“ ^^

blueyonder 2023-01-05 10:36   좋아요 1 | URL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는 ‘블록우주’가 잘못된 개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이유 없는 것은 없다.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양열이 극지방보다 적도에 더 많이 내리쬐므로 남북 간 에너지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적도 지방은 점점 뜨거워지고 극지방은 점점 추워져 생명이 살 수 없게 된다. 극단적인 빈부 격차가 일어나면 공동체가 붕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북 간 에너지 불균형을 없애는 과정에서 모든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 중위도에서 발생하는 고기압과 저기압은 열대지방의 따뜻한 공기를 북쪽으로,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를 남쪽으로 보낸다. 이와 함께 해양에서도 열대의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해도 열대 해양에서 발생한 과한 에너지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태풍은 이 과한 에너지를 직접 북쪽으로 옮긴다.여러 피해를 일으키지만 태풍은 지구의 생명력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우주에서 바라본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모습은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태풍은 따뜻한 해양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소용돌이 바람을 일으키고 대기로 열을 방출하는 거대한 자연 엔진이다. 자동차 엔진이 휘발유를 폭발시킨 에너지로 바퀴를 돌리고 배기가스로 열을 배출하는 원리와 같다. 자연이 만들어낸 태풍 엔진의 효율은 약 33퍼센트 정도로 인간이 정교하게 만든 자동차 엔진의 효율과 거의 같다.

   해양 수온이 26도를 넘어야 태풍이 생길 수 있다. 바다가 따뜻해야 그 위 공기가 수증기를 많이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증기는 '하얀 석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수증기가 곧 태풍의 연료다. 해양 열이 수증기 안에 숨은 상태로 대기에 공급된다. (83~8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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